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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cm 선인장
밀밭 지음 / 봄출판사(봄미디어) / 2015년 2월
평점 :
밀밭 작가님은 주로
시대물을 쓰는 작가님이라, 제가 접할 기회가 별로 없었어요.(제가 시대물을 잘 안읽어서요.)
그런데 이번에
저에게 알맞은 책이 출간되었네요. 현대물, 19금, 중편! 부담없이 읽을 수 있어 좋았습니다.
권도진(31) -
웹툰 작가
송지우(26) -
꽃집 'Song' 사장
파란 캐노피 지붕의
꽃집 'Song'의 사장인 지우는 한 달하고도 보름 전부터 일주일에 세 번씩 꽃집에 들러 화분을 사가는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오라의 남자가 신경
쓰입니다.
어떠한 기준 없이
다양한 식물들을 사가는 그 남자. 그러다 보니 그 남자의 정체가 궁금한 지우는 그 남자에게 말을 걸려 합니다.
"허브는 잘 자라고
있나요?"
상냥한 어투로 말을
건넨 지우에게 돌아온 무뚝뚝한 말.
"이 집 식물들,
하나같이 변변치 못해. 반은 죽었고 반은 죽어가. 이 정도면 심각한 품질 불량 아닌가."
지우가 사랑하는
꽃들과 자신의 희생과 노력의 결실인 꽃집을 모욕하는 그 남자의 언사에 지우는 머리끝까지 화가 치밀어 오르고 즉시 사후관리에
들어간다.
반은 죽었고,
반은 죽어가는 식물들을 살리고자 그 남자의 집으로 가는 지우. 오로지 자신의 아이들을 살리고자는 마음 하나였던 지우는 그 남자의 집안에 발을
들이는 순간 깨달았다. 자신이 위험할지도 모른다는 것을!
그렇게 지우는
일주일에 세 번씩 그 남자의 집을 방문하며 죽어가는 꽃들을 살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지우가
생명력을 불어넣는 건 비단 식물뿐만이 아니었다. 그 남자의 집에서 지우의 손길이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은 바로, 그 남자!
권도진이었다.
죽어가는
식물들에게 생명력을 불어넣는 중 지우는 문득 도진이 궁금해졌습니다.
50평의 고급
아파트. 자유롭게 집안에서 움직여도 상관없다고 말하던 그가 현관 바로 옆방은 절대 출입을 하지 말라고 한다.
하지 말라고 하면
더 궁금해하는 것은 당연지사! 혹 그 안에 시체가 있는 것은 아닐까?
식물들을 돌보며
시간을 보내던 지우는 문득 그 방 안에서 나오는 큰소리에 그쪽에 발을 이끌었습니다.
도진이 절대 출입
금지라고 했던 그 방. 쓰러진 도진과 그 방안에 존재한 것들에 화들짝 놀라버린 지우.
도진이 쓰러져버린
그날부터 지우는 죽어가는 식물들과 함께 도진을 살뜰히 보살핍니다.
도진이 그토록 그
방을 보지 말라고 했던 이유를 알게 되고요. 물론 그날을 계기로 도진에 대해서 한층 더 깊이 생각하게 되었구요.
중편인 '20cm
선인장' 다 읽고 나니 짧게만 느껴지고 좀 아쉽더라고요.
남자 주인공 도진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계략남입니다. 처음 지우를 만나고 그다음부터 어떻게 하면 그녀를 다시 만날 수 있을까? 하며 지우를 향한 덫을
놓죠.
물론 그걸 몰랐던
지우는 그 덫에 걸리게 되고, 영원히 그 덫에서 빠져나올 수 없게 되었죠.
중편이라는 짧은
이야기 속에 다양한 감정들이 존재했습니다. 예쁘고 사랑스러운 지우와 달리 도진이라는 인물은 다양한 감정을 불러일으키게
하거든요.
스물다섯이란 나이에
웹툰 만화에서 스타 작가로 이름을 떨치게 되고, 치솟는 인기에 비례하여 안티도 엄청나죠. 도진이 그리는 만화는 그에게 엄청난 부를 안겨다
주었지만 그로 인해 그를 피폐하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더 힘들어지는 그 앞에 나타난 따스한 손길을 건네준 이가 바로
지우에요.
책 제목인
'20cm 선인장'은 중의적인 표현인 것 같더라고요. 도진이 지우의 꽃집에서 제일 처음 구매했던 선인장은 악조건의 환경에서 어떻게든 살아보려
했던 선인장의 몸부림으로 볼품없이 자라버렸는데 이 선인장은 도진을 빗댄 것 같아요. 지우를 향해 제발 나를 좀 어떻게 해달라는 신호 같았거든요.
사실 19금 이야기라서 또 다른 의미일 거라고 처음엔 생각했는데 그건 아닌 것 같아요(음란마귀... ☞☜).
성인 웹툰
작가인
도진은 경험은 없지만 6년간 다진 해박한 지식을 지우를 만나며 십분 활용하게 됩니다. 19금 이야기답게 화끈하면서 군더더기 없이 적절하게 들어가
이야기를 즐겁게 읽을 수 있었어요. 좋아하던 일로 돈을 벌게 되고, 좋아하던 일로 욕을 먹으면서 점점 힘들어하던 도진이 지우를 만나면서 죽어가던
식물들이 생명을 되찾은 듯이 점차 힐링 되어 또다시 힘을 얻는 힐링 로맨스.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분량. 이래서 중편이 좋아요. 조금은
아쉬운 듯하면서 만족스러운 책.
밀밭 작가님의
시대물은 아직 접하지 못했는데 이 글처럼 몰입도가 좋다고 하니 언젠가는 꼭 한번 읽어봐야겠어요.
마지막으로 그림
그리는 도진답게 꽃을 사랑하는 지우에게 프러포즈하는 장면이 이 글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다는 것을 말하며 리뷰를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