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혁명에 관한 10부작 1차분으로 <대서사의 서막>과 <1789>가 나왔다. 저자는 주명철 한국교원대 명예교수다. 정년퇴임의 길에서 여유로워진 시간을 오로지 이 책을 집필하는데 쏟아부었고, 또 쏟아부을 계획이라고 한다. 이 책을 보기 전에는 한국에 '프랑스 혁명'에 관한 책이 여럿 있는 줄 알고 있었으나, 간추려보니 참고할 만 한 도서가 턱도 없이 부족해보였다. 프랑스 혁명에 관해 전반적인 지식 없이 에드먼드 버크의 <프랑스 혁명에 관한 성찰> 읽기란, 그냥 백지에 잉크를 부은 것이나 다름없어 보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 책의 존재와 출간이 더욱 반갑다.

 다만, 내용의 흐름이 한 챕터에서 그 주제로 이야기를 주욱 끌어가는 맛이 조금 부족하다. 분명 그 주제에 맞는 내용인 것 같은데 잠깐 곁가지로 나간 것 같은 부분도 있고 몰입이 잘 안되는 부분이 있다. 아마 생소한 인명, 지명과 사건들 때문일 것인데, 사건들은 잘 풀어 쓰면 된다 치고 인명과 지명은 권말에 따로 간략히 해설을 붙여주는 것도 어땠을지 싶다. 일단 1권인 <대서사의 서막>을 신나게 달리고 있다.

 '여문책' 이라는 출판사는 인문쪽에서 잘 들어보지 못한 출판사라 검색해봤는데 이 책이 처음이다. 처음만든 책 치고 표지나 편집상태가 심히 깔끔하다. 이 곳의 발행인은 누굴까 궁금했다. (뭐 나야 당연히 모르는 분이다.) 인터넷이 빠른 건 이런걸 검색하라고 그런거다. 해서 검색 해보니 돌베개에서 인문을 담당하셨던 분이 만든 출판사 같다. 그럼 기본 때깔은 보장하는 것 아닌가 말이다. 출판사의 배경까지 알고나니 2차분이 더 궁금해진다. 10부작이 완결되는 그날이 언제일지~!

 

 

 

 

 

 

 

 

 

 

 

 

 

 

 

 

 

 

<혁명극장>은 얼마 전 교양인에서 나온 역사소설이다. 저자는 힐러리 맨틀이란다. 맨부커상을 수상했고 <울프 홀>도 썼단다. 이 책은 혁명 전체의 역사를 담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언론소개를 참조하면 "막시밀리앙 로베스피에르, 카미유 데물랭, 조르주자크 당통의 어린 시절부터 로베스피에르가 오랫동안 믿고 사랑한 친구이자 혁명동지인 데물랭과 당통을 단두대로 보내기까지의 이야기를 담았다."고 한다. 동 출판사에서 나온 <로베스 피에르>와 함께 보는 것도 좋을 듯.

 

 

 

 

 

 

 

 

 

 

 

 

 

 

 

 

 

 

 

두 번 째로는 막스 갈로의 <프랑스 대혁명> 1,2권이 퍼특 생각났다. 소설 <나폴레옹>으로 이미 우리에게 잘 알려진 작가이지만 조금 오래된 작가이다. 무려 이 책이 자신의 생애 100번째 책이라고 하니 그간의 생산적 활동을 가늠해 볼 수 있다. 허나 '프레시안' 기사를 참조해 보니 'nation'의 번역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전문을 옮겨본다.

 

중요한 번역 문제 두 가지를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다. 번역자는 책 내내 '국민(nation)'을 국가로 번역했다. 물론 그렇게 번역해야 할 때도 있지만 대부분 '국민'이 맞다. '국민'은 프랑스혁명의 가장 중요한 키워드이므로 반드시 바꿔주어야 한다. 혁명기 민중과 병사들이 외친 것은 "국민만세"이지 "국가만세"가 아니다. 또 그라빌리에 '지부', 피크 '지부' 등에서 '지부'는 section으로, '구(區)'라고 번역된다. 파리는 1789년 60개 구(district), 1790년 48개 구(section)로 구획되었고 '구'회의는 민중 투사들의 주요 거점이자 혁명기 민주주의의 요람이었다.

 

 

 

 

 

 

 

 

 

 

 

 

 

 

 

 

 

마지막으로는 노명식 교수가 쓴 <프랑스 혁명에서 파리 코뮌까지, 1789-1871>이다. 주명철 교수가 다루려는 시대보다는 훨씬 뒤로 가있다. 테르미도르 반동까지를 다루기로 했으니 말이다. 육영수 교수의 <혁명의 배반 저항의 기억>은 프랑스 혁명을 문화사적 관점으로 본 책이다. 역사적 사건을 기술하기 보다는 혁명의 문화사를 반추해 다시 혁명의 정신을 다시 정립해야 함을 이야기 한다. (이른바 '운동'도 족보가 있어야 한다는 말을 비판한 것일까?)

 

 

 

 

 

 

 

 

이 책은 아직 도전 할 수 없지만 일단 목록에 넣어 둔다. 일본 서양사학자인 사토 겐이치의 저작으로 프랑스 혁명을 본격 소설로 다루고있다. '프랑스 혁명판 로마인 이야기'정도로 해두자. 그러고보니 번역도 김석희씨가 하셨다. 아 참, 왜 다시 프랑스 혁명이냐는 물음은 이 <대서사의 서막>을 보면서 지난 '민중총궐기'가 생각났기 때문이다. 민주정부 10년에 그냥 다 민주화가 된 양 취해있었다. 혁명까지도 안 바란다. 바로 잡을 건 바로 잡고 가자. 오늘을 부끄러운 과거로 만들지 않기 위해서. 미래를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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