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그대로 다사다난한 2014년이었다. 읽은 책도 많고 읽다가 덮은 책도 많고 펴보지 못한 책도 많다. 내 취향상 한국소설이라는 장르는 대게 호기롭게 폈다가 끝을 보지 못한 경우가 많다. 그런 성향에도 불구하고 단숨에 4천페이지가 넘는 책장을 넘기게 한 이문열의 <변경>은 부모세대가 살아온 '그때 그 시절'의 가감없는 민낯을 드러내는 작품이었다고 생각한다. 올 한 해 사회적으로 많은 일이 있어 활자가 눈에 잘 잡히지 않던 때도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호흡이 긴 대하소설을 읽어낼 수 있었던 바탕에는 '지나간 것에 대한 관심'이 있었다. 저자는 6-70년대가 없이는 80년대가 없다하며 <변경>의 결말을 고쳐 세상에 낸 뒤 그것의 후속작을 예고했다. 저자의 정치적 스탠스를 문제삼는 독자도 있겠지만 자기생각의 중심이 철저하다면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 또한 그런 작품도 아니다. 대하소설계의 또 다른 한 축인 조정래 작가의 최근작 <정글만리>가 우리의 현재와 미래를 제시하는 소설이라면 <변경>은 우리의 과거를 되돌아 보게 만드는 소설일 것이다. 이제 한국문학은 무주공산으로 남아있는 90년대에 대한 이야기를 밀도있게 그려내는 작가가 나오길 기다려야 하는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