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순서는 무작위)

1. <극장국가 북한>. 권헌익·정병호. 창비.

 

2013년 기억에 남는 사회과학서들을 몇 권 골라봤는데, 실제로 구매로 이어진 책이 꽤 많았다. 그 중에 하나가 이 <극장국가 북한>이다. 이 책은 북한을 정치적 관점보다는 저자의 전공인 인류학적 관점으로 기술한다. 인류학자 클리포드 기어츠의 이론을 대입시켜 북한의 카리스마적 권력현상과 정치학으로 이해하기 힘들었던 일련의 북한체제를 인류학적으로 풀어냄으로써 새로운 시각으로 북한을 볼 수 있게 한 점이 마음에 들었다.

 

 

 

 

 

 

 

 

 


 

2. <적군파>.  퍼트리샤 스테인호프. 임정은 역. 교양인.

 

하와이대 사회학과 교수인 퍼트리샤 스테인호프가 일본의 적군파에 대한 연구결과를 모은 책인 <적군파>가 2013년 번역됐다. 처음엔 '일본의 공산조직'이라는 정도의 단편적 지식만 갖고 있었던 터라 읽어 볼 생각도 안했는데, 도서관에서 신착자료에 꼽힌 것을 집어들고 몇 페이지 읽다 집으로 데려오고야 만 그 책이다. 일본 대학생들이 혁명을 부르짖으며 그들 스스로를 '총화'한다는 명목으로 동료들에게 잔인한 폭력을 왜 가했는지, 어떻게 그럴 수 있었는지를 설득력있게 풀어 낸 책이다. 이 책을 읽은 후 일본에서 2007년 만들어진 와카마츠 코지 감독의 '실록 연합적군'이란 영화도 참고해봤는데 책을 읽은 후라 몰입도도 높고 내용 이해도 아주 잘 됐다. 일본 공산당을 이해한다기 보다는 세계사에 이런 일도 있었구나 하는 정도로 알아두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3. <워싱턴 룰>. 앤드루 바세비치. 박인규 역. 오월의봄. 

 

퇴역 미군장교 앤드루 바세비치가 본인의 조국의 미래를 걱정하며 쓴 책인 <워싱턴 룰>은 더 이상 미국이 전쟁 일변도인 국제정책을 종식하고 좀 더 평화적인 세계의 '관리'로 나아가기를 바라는 내용이다. 미국을 국제적 분쟁과 전쟁의 한복판으로 내모는 세력들은 누구이며 이들을 비호하는 정치세력은 어떻게 답합하고 있는지를 알려주는 책이다. 저자는 서문에서 한국도 너무 미국한테 기대서는 안되며, 미국이 언젠가는 한국에서 주한미군을 철수하고 자국의 이익을 위해 어느때든 발을 뺄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국의 자칭 보수들이 듣는다면 입이 쩍 벌어질만한 이야기인데, 보수든 진보든 이런 책에 별 관심이 없는 것 같아 아쉽기만 하다.

 

 

 

 

 

 


 

4. <서해전쟁>. 김종대. 메디치. 

 

군사잡지 '디펜스21'의 편집장이자 국민TV 라디오에서 '김종대 정욱식의 진짜안보'를 진행중인 저자 김종대의 <서해전쟁>도 코너 한 켠을 차지할 만 하다. 한창 NLL대화록 사건이 한국사회 이슈의 중심이던 시기에 나온 책이라 더 할 나위 없는 시의성을 띄었고, 그간 NLL부근에서 일어났던 군사충돌에 대해 다소간은 주관적이지만 비교적 한 쪽에 치우치지 않은 고른 의견을 수렴해 책을 쓴 것으로 보인다. 현역장성 35명의 입에서 나온 고급정보들을 쓸어담아 잘 요리했으니 그럴만도 하다. 어찌됐든 이 책으로 NLL이 가지는 의미와 그간의 군사적 충돌에 대해 큰 그림을 그려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됐다.

 

 

 

 

 

 


 

5. <정치와 비전 3>. 셸던 월린. 강정인 외 5인 공역. 후마니타스.

 

사회과학 분야 2013년 마지막 추천도서로는 미국의 정치철학자 셀던 월린의 <정치와 비전> 3권을 꼽았다. 1,2 권의 존재는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나온지 꽤 됐고 3권이 나올 줄은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작년에 3권이 번역돼면서 <정치와 비전>이 완역됐다. '전도된 전체주의' 라던지 '탈주적 민주주의'와 같은 생소한 저자의 개념이 등장하기도 하지만 정치이론 분야나 정치학에 관심있는 독자라면 저자가 축적해놓은 지식의 산물을 넙죽 떠먹기만 하면 될 것이다. 이론서의 느낌이 강하기 때문에 본인도 미처 완독하지는 못했으나 여력이 있다면 세 권 모두 들여놓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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