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주에 눈이가는 책은 단연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제3인류>다. 개인적으로는 그의 소설을 별로 재미있어하는 편은 아니다. 좋은 점도 있고 그렇지 않은 점도 있으니까. 그래도 한국에서의 베르나르 베르베르 효과는 대단하다. 나왔다가 하면 무섭게 팔려버리니까. 가끔 그의 작품 구성 면면이 너무 작위적이라는 느낌을 받기도 하는데, 소설이란게 원래 그런게 아닌가 생각해보면 또 나름대로 이해가 된다. 서점에 나가보니 초판을 구하기가 더 힘들었다. 어찌된 탓인지 벌써 20쇄가 깔렸다. 초도물량을 엄청나게 찍어냈나보다. 문학동네에서는 발빠르게 2013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앨리스 먼로의 가장 최근작인 <디어 라이프>를 세계문학판으로 번역해 내놓는다. 헤르타 뮐러,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 모옌, 앨리스 먼로까지 매 해 발빠르게 세계문학전집에 노벨문학상 수상자의 작품을 추가하는 문학동네다. 날림 번역만 아니면 좋겠다.
이 주에는 다른 출판사의 세계문학전집의 새 책들도 많이 나왔다. 우선 창비부터 살펴보면,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의 가이한 사례>와 브라질 소설가인 마샤두 지 아시스의 <브라스 꾸바스의 사후 회고록>, 그리고 중국시인 린망의 <한밤 낮은 울음소리> 이렇게 세 권이 나왔다.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작품은 익히 알려진 작품이지만 나머지 두 작품은 생경하다. 번역은 브라질에서 공부한 전공자를 구해 번역했다.
민음사에서는 <헤밍웨이 단편선> 두 권을 내놨다. 단편선으로 즐겨보는 헤밍웨이의 맛은 어떨지 궁금하다. 개개의 작품의 분량도 굉장히 적어 차안에서 부담없이 읽기 좋다. <닫힌 방, 악마와 선한 신>은 프랑스의 철학자이자 작가인 장폴 사르트르의 희곡이다. 그의 대표 희곡 두 편이라고 하니 일독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요즘은 브레히트를 읽어내느라 바쁘지만 기회가 되면 보고싶다.

민음사 모던 클래식 시리즈로는 코맥 매카시의 <카운슬러>가 나왔다. 그의 첫번째 시나리오 작품이라고 한다. 멕시코 마약전쟁을 다뤘다고 하니 재미있을 것 같고, 11월에 영화로도 개봉한다고 한다. 그러고보니 오고가며 지하철 플랫폼에서 광고를 본 것 같다. 존 스타인벡의 <붉은 망아지, 불만의 겨울>은 비채 모던클래식 문학 시리즈로 나왔다. 몇 권 내고 사멸해가는 시리즈가 될 줄 알았는데 계속 이어지게 되서 반갑다. 개인적으론 김욱동의 해설보다 역자해설을 봤으면 한다. 아모스 오즈의 <친구사이>가 문학동네에서 나왔다. 세계문학 신간들에 치여 말미에 소개를 하게됐는데, 빠뜨려서는 안되는 작가의 작품이다.
엘릭시르에서도 미스터리 책장 시리즈 새 책이 나왔다. 리처스 오스틴 프리먼의 <오시리스의 눈>, 에마 오르치의 <나의 로라>, <구석의 노인 사건집> 이렇게 세 권이다. 이 시리즈는 따로 번호가 붙지 않기때문에 오히려 더 좋을 것 같다.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놓쳐서는 안 될 시리즈가 되겠다. 대부분 20세기 초중반의 작품들이라 가치를 더하는 것 같기도 하다.
<누가 개를 들여놓았나>는 웨일스 태생의 작가 마틴 에이미스의 작품이다. 범죄자 삼촌과 학구적인 조카의 얽히고 설킨 가족사를 이야기한단다. <그레이트존스 거리>는 이탈리아계 미국인인 돈 드릴로의 소설이다. 얼마전 영화로도 개봉한 <코스모롤리스>의 저자이기도하다. 작품은 현대 자본주의와 대중예술과의 관계를 성찰한 것이라고 한다. <가면 뒤에서>는 '인문서가에 꽂힌 작가' 시리즈다. 19세기 미국작가인 루이자 메이 올콧의 작품집인데, <작은아씨들>의 작가이기도하다. 세 권의 소설 다 구미가 당긴다.
역사분야로 넘어오면 이덕일의 신작 <잊혀진 근대, 다시 읽는 해방전사>가 기다리고있다. 제도권 밖에서 한국사가 불편해하는 분야를 시원하게 긁어주는 저자 중 한명이다. 이번 책은 일제하 사회주의 운동의 시작에서부터 패망까지를 그리고 있다. 근현대사에 관심이 많은 나로서는 혹하는 책이 아닐 수 없다. <당신이 알아야 할 한국사>는 서경덕 교수와 책의 주제별 전문가 10명이 엮은 책이다. 3.1절이 뭐하는 날인지도 모르는 청소년들이 있다던데 이 책으로 교육 좀 시켜야겠다. <3천년 기독교 역사>가 드디어 마무리됐다. 1권이 마지막에 나오는 특이한 구성을(?) 자랑하는 이 책은 세 권 다 합쳐서 약 2000여쪽에 이르는 방대한 양이다. 꼭 신학적인 면이 아니라도 역사적인 면에서 한번 쯤 볼 가치가 있지 않나 싶다.
김상웅이 새로 평전을 냈다. 제목은 <빨치산 대장 홍범도 평전>이다. 대한독립군 총사령관의 직위를 가졌던 홍범도 장군에 대해 바로 볼 수 있는 시각을 제공한다. <인도는 힘이 세다>는 인도에서 공부하고 현재 연대 연구교수로 재직하는 이옥순의 책이다. 책에서는 인도에 대한 현재의 이야기와 우리가 알고 있었던 오해들을 바로잡을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한다. 중국과 함께 이제 인도에도 눈을 돌려야 할 때다! <아우구스투스의 원수정>은 서울대 역사교육과 교수인 김덕수의 로마정체에 대한 연구서다. 사실 이 분야는 잘 알지 못해서 ㅇ런 전문서와 교양서의 중간에 포지셔닝하는 책의 도움이 절실하다.
<니체의 독설>은 <초역 니체의 말>과 비슷한 부류의 책인 것 같다. 니체는 워낙 단편적이고 파편적인 글을 유고로 많이 남겼기 때문에 이런 책이 많이 나오는 것 같다. 단 몇 줄이라도 쉬이 지나칠 수 없게 하는 그 문장의 힘 때문이 아닐까 싶다. <위험한 언어>는 에스페란토어에 대해 다룬 책인데, 국제공용어로 쓰이고자 한 언어의 태동과 역사는 어떻게 되는지 궁금하다. <더 볼>은 인류의 오래된 장난감인 공에 대한, 공놀이에 대한 역사다.
<광신>은 영국에서 활동중인 이탈리아 철학자인 알베르토 스카노의 저작이다. 광신이라는 개념을 연구함으로써 정치, 종교의 이면에서 벌어진 광신적 행위에 대해서도 설명한다. 두고 천천히 읽어야 할 책인 것 같다. <새로운 황제들>은 1950년대 뉴욕타임즈 모스크바 특파원을 지낸 헤리슨 솔즈베리의 중국 해부서다. 마오쩌둥, 덩샤오핑, 시진핑에 이르기까지 중국의 정치역사를 그려낸다. <의료 접근성>은 요즘 부쩍 한국에서도 심화되고 있는 문제라서 한 번 골라봤다. 지방 소도시나 상대적으로 소득수준이 낮은 지역의 의료접근성이 점점 떨어지는 것으로 나오기 때문에 이 책을 읽고 남의 문제만이 아니라는 것을 자각해보는것도 좋겠다.
경제경영 분야에서는 <이케아, 북유럽 스타일 경영을 말하다>가 표지부터 눈에 끌렸는데, 저자가 이케아의 전 CEO라서 내용의 신빙성을 더 할 수 있을 것 같다. 내년이면 이케아도 한국시장에 들어오기 때문에 미리 맛을 봐두는 것도 좋겠다. <아파트에서 살아남기>는 구매에서 입주까지 아파트건설사에서 알려주지 않는 모든 것이라는 부제를 달았다. 자기인생에서 건설사에 제일 돈을 많이 퍼주는 우리 국민들이 불쌍하다. <비트코인>은 '디지털 화폐' 에 대해 설명한 책이다. 그렇다고 네이버 머니나 싸이월드 도토리와는 다른 성격이라고 하니 궁금해지기도 한다.
지난 주에 소개했어야 되는데 놓치고 넘어간 책인 <뇌로 통하다>와 이번주에 나온 뇌과학 관련서인 <브레인 센스>를 한번에 읽어봄직하다. 두 권 다 각 분야의 연구자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실었다는 점, 주제가 뇌과학이라는 점에서 맥을 같이한다. <벌것벗은 통계학>은 통계의 허와실에 대해 밝히는 책이다. 얼마 전 비슷한 책이 나온 것 같은데 한번 뒤져봐야겠다.
예술분야에서는 패션에 관한 책 두권과 디자인에 관한 책 한 권을 골랐다. 둘 다 패션의 역사를 다룬 책인 <패션의 역사>와 <패셔너블>이 주인공이다. 두 권 다 그림과 도판이 충분히 가미돼 있어 시각적으로도 볼 맛이 난다. <오래된 디자인>은 옛것의 디자인을 현재적 의미로 되새겨 보는 디자인 에세이다.
에세이쪽으로 넘어오면 러셀의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아왔는가>와 마루야마 겐지의 <인생따위 엿이나 먹어라>가 눈에띈다. 두 권 다 자신의 인생론에 관해 얘기하고 있는데 개인적으로 겐지의 인생론이 더 궁금하다. 역시 제목 탓이 크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은 국외의 엄청난 서점들에 대한 이야기다. 정말 이런 서점들만 있다면... 하는 생각이 든다.



<검은 고독 흰 고독>은 산악전문 에세이스트인 라인홀트 메스너의 책이다. 낭가파르바트라는 곳을 단독 등정했다고 하니 그냥 대단하다고밖에 할 수 없을 것 같다. <낭만광대 전성시대>는 조용필 시대에 대한 조용필 평전이라고 하면 될까. 조용필 전성기의 대중문화와 시대상을 엿 볼 수 있다. <집 꿈꾸다 짓다 살다>는 달인 김병만의 집짓기 도전기다. 비교적 적은 금액으로 사람이 살기 좋은 집을 지었다고 한다. 근데 이런거 보면 이런 돈으로 이 모든게 가능하기나 한지 의문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