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는 정치관련서를 위에 올려보기로 한다. 이제는 지식 소매상으로 돌아간 유시민 전 대표가 <노무현 김정일의 246분>이라는 재미있는 책을 냈다. NLL 대화록에 대한 논란의 불씨가 살아있는 지금 당시 정권에 몸을 담았던 인물로서 어떤 이야기를 풀어냈을지 궁금하다. <바람없는 천지에 꽃이 피겠나>는 10.26 거사로 인해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김재규 전 중정부장의 평전이다. 이제껏 나왔던 어떤 김재규 관련서보다 완성도가 높다고 자부하니 한번 봐 줘야겠다. <북한 군사전략의 DNA>는 기자출신의 저자가 북한대학원 대학교에서 관련분야 공부까지 하고서 딱 써낸 책이다. <김정일 공포를 쏘아 올리다>의 저자이기도 한 황일도의 책인데, 조중동 기자 출신들이 이런 안보관련서는 읽기쉽게 척척 잘 써내는 것 같다.

 

 

 

 

 

 

 

 

 

 

 

 

 

 

<문근식의 잠수함 세계>는 잠수함책을 설명하는 제목앞에 자기 이름을 붙인 걸 보니 이쪽에서 방귀꽤나 뀌는 인사인가보다. 약력을 보니 해군출신으로 잠수함과 관련한 다양한 훈련을 받았고 지금도 관련업계에서 일하는 걸로 보인다. 천안함 사건 이후로 잠수함에 관해 무지몽매한 백성들을 일깨우기 위해 쓴 책이라고 하니 이 참에 계몽 좀 해봐야겠다. <녹색토건주의와 환경위기>는 개발주의로 떡칠이 된 한국에서 다시 '녹색'이라는 이름을 붙여 사기를 치는 토건주의를 까는 책이다. 녹색을 부르짖는데 막 녹조가 피어오르는 이 사악한 시대. 저자는 도시환경분야 관련서를 다수 펴낸 단국대 조명래 교수다. <초록 발광>은 앞선 책과 이미지가 비슷해 보이는 책이다.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라는 곳에서 프레시안과 레디앙에 연재한 기후변화와 핵발전에 관한 칼럼모음집이다.

 

 

 

 

 

 

 

 

 

 

 

 

 

 

바로 경제분야로 넘어오니 <제6의 물결>이라는 책이 눈에띈다. 그놈의 물결은 뭐이리 요동치는지 몇 물결까지 나올건지 예고나 좀 해줬으면 좋겠다. 일단 이 책은 '자원 한정 시대에 살아남는 법'을 서술한 책이며 '정보의 물결'에 이어 '자원과 환경의 물결'이 온다는 가정을 내포하고 있다. <빛나는 실수>는 행동주의 경제학이란 것을 바탕으로 실수도 제대로 하는 방법이 있다고 설파하는 책인데 뭔 개소리인지는 몇 쪽 봐야 알 것 같다. <대한민국 최고의 장사꾼들>은 MBN에서 방영한 적 있는 요식업 경영주들에 관한 책인 것 같다. 내 예상에는 대박집 도록같아 보인다.

 

 

 

 

 

 

 

 

 

 

 

 

 

 

<1913년 세기의 여름>은 지금으로부터 딱 100년전인 1913년 유럽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이 한 해동안의 이야기 등장하는 유명인만 300여명. 그야말로 입이 떡 벌어질만 하다. 그만큼 이 시기는 유럽에서 대단한 시기였음에 틀림없다. 세기말을 지나 어느정도 자리를 잡아가던 세기초, 그러나 늘 불안하기만 했던 유럽을 한 번 들여다 보자. 일단 <쟁기, 칼, 책>은 <총, 균, 쇄>를 견제하기 위해 나온 책이라는게 내 생각이다. 저자는 케임브리지대 사회인류학 교수를 역임하고 1995년에 타계한

어니스트 겔너라는 분이다. 원서의 발매년도도 1988년이라 좀 묵은 감이 있는 책이지만 인류역사에 대한 관점을 제시해 주는 책이라고 하니 <총, 균, 쇠>와 비교해가며 읽는 것도 재밌겠다. <인간이 많든 빛의 세계사>는 빛에 대한 과학기술사인데 LED등을 비롯해 수천가지의 등기구가 나오는 지금 그 기원은 어떠했을지 살펴보는것도 재미있을 것이다.

 

 

 

 

 

 

 

 

 

 

 

 

 

 

아, 이것 참 어려운 책이다. <한국의 유교화 과정>이라니.. 성대 유교학과 교수님이 말년의 공부를 집대성한 책일까? 정답은 아니다. 스위스 취리히 출신의 동아시아학자 마르티나 도이힐러의 책이다. 이제는 노장학자에 속하는 저자의 책인데, 한국사람도 쓰기 힘든 책을 그것도 조선시대의 유교화 과정에 관한 책을 써냈다니 일단 박수칠 만 하고, 지금도 깊은 뿌리가 되어 남아있는 유교문화의 기원을 따라가 볼 수 있는 기회인 것 같다. <전형과 변주> 또한 만만치가 않다. 조선시대 한문학의 계보를 연구한 것인데, 이 책은 나에게 반드시 장식용이 될 것 같은 책이다. <중국시가의 이미지>는 천즈어라는 중국 학자의 '시가의상론'을 번역한 것이다. '의상'은 뜻의 이미지를 이르는 것 같은데 시를 쓰는데 있어 이 '의상'이 가장 중요하다고 보고 중국의 수많은 시 중 의상을 가장 잘 나타낸 시들을 분석하며 의상에 대해 설명한다.

 

 

 

 

 

 

 

 

 

 

 

 

 

 

철학에 관심 좀 있는 사람이라면 알고 있을 스피노자의 <에티카>를 해설하는 해설서 성격의 책이 나왔다. 저자가 누구인고 했더니 스티븐 내들러다. 한국에도 소개된 바 있는 <스피노자>의 저자다. 본서에서는 에티카에 관해 궁금했던 점들을 조목조목 뜯어내본다. 역시 어려운 텍스트에 대한 해설서는 언제봐도 반갑다. 근데 자꾸 라캉의 <에크리>와 헷갈린다. <죽음과 새로운 길>은 <키치, 우리들의 행복한 이야기>를 쓴 조중걸 교수의 책이다. 이번 책은 신앙과 예술에 대해 다뤘고 이른바 '종교적 키치'에 대해 분석했다고 한다. 월 듀런트의 <철학 이야기>가 다른 역자와 출판사에서 재번역됐다. 역자는 정영목인데 이름만으로는 일단 믿음가는 역자다. 다만 표지는 너무 성의가 없다.

 

 

 

 

 

 

 

 

그 외 추려 본 인문서로는 얼마 전에 다른 책도 나온 오가와 히토시의 <청춘을 위한 철학 에세이>와 국내 최초의 로봇윤리에 관한 번역서인 <로봇윤리>, 그리고 데카르트의 사라진 유골을 찾아 떠나는 르포르타주인 <데카르트의 사라진 유골>, 한문학자 장유승이 고서더미에서 가치가 있는 책을 발견하는 <쓰레기 고서들의 반란> 등이 눈이 간다.

 

 

 

 

 

 

 

 

 

 

 

 

 

예술분야에서는 이번 주에도 꽤 재미있는 책이 많이 나왔는데, 일단 읽기쉽고 보기쉬운 책으로 <미술사를 움직인 100인>이 손에 잡힌다. 한국저자가 쓴 만큼 동서양 미술을 아우르는 100인을 선정했고 국내와 국외로 나누어 집필했다는 점이 특이하다. 시공아트총서로 <데이비드 호크니>가 나왔다. 명맥이 끊길 줄로만 알았던 시공아트총서가 계속 나와주니 반갑다. 한국 북디자인 100년사를 아우리는 <한국 북디자인 100년>에도 눈길이 간다.

 

 

 

 

 

 

 

 

 

 

 

 

 

 

작년에 <현대미술 읽기>와 <추상미술 읽기>의 엮은이를 맡은 윤난지 이대 교수의 이름을 내세운 새 책이 나왔다. 이번에도 다른 저자와 공동저술한 <한국현대미술 읽기>다. 미술사학계에서 파워가 대단한 분 같다. <능동적 도서: 얀 치홀트와 새로운 타이포그래피>는 이제까지 타이포그래피계의 거목으로 알려져 있던 얀치홀트에 대한 몇 안되는 연구서다. 자료도 충실해서 책의 외관도 꽤 실하다. <현대 건축의 단면과 장면>은 현대건축의 진단과 미래의 방향을 제시하는 비판적 개론서다. 인하대 학부출신 교수 두 명이 집필했다.

 

 

 

 

 

 

 

 

 

 

 

 

 

한국소설에서는 공지영의 <높고 푸른 사다리>가 유일한 기대작인데, 정작 나는 큰 관심은 없다. 다른 작가는 모르겠는데 공지영은 그냥 작가일때가 가장 빛나는 것 같다. 백가흠의 간만의 작품 <향>도 반갑다. 민음사에서는 오늘의 젊은작가 시리즈로 2004년 대산문학상으로 등단한 윤고은의 <밤의 여행자들>이 나왔다. 이 분들 다 늙으면 이 시리즈는 어떻게 되는 것인가.

 

 

 

 

 

 

 

 

 

 

 

 

 

 

외국소설로는 이 주에 건질게 별로 없다. 일본소설인 하라 료의 <안녕 긴 잠이여>와 미국작가 에린 모겐스턴의 <나이트 서커스> 역시 같은나라 작가 에리카 종의 <비행공포> 이 정도다. 목차를 보니 <비행공포>를 1순위에 읽고 싶어진다.

 

 

 

 

 

 

 

 

 

 

 

 

 

 

 

 

 

국내에서 누가 이제 누가 시집을 읽겠냐고 반문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시집의 인기는 아직도 꽤 있는 편이다. 그렇지 않으면 미쳤다고 출판사들이 시인선을 계속 이어가겠는가. 지난 와우북 페스티벌때도 문학과지성사 부스는 시집을 사려는 여인네들의 발길로 북적북적했다. 요즘 핫한 시집중에서는 권혁웅의 <애인은 토막 난 순대처럼 운다>가 단연 압권이다. 시집은 역시 제목부터 확 사로잡아야 지갑이 열린다. 이병률의 <눈사람 여관>은 저자의 이름값을 톡톡히 하는 시집이기도 하다.

 

 

 

 

 

 

 

 

 

 

 

 

 

 

에세이로는 제이콥 톰스키라는 미국저자의 <저는 분노조절이 안되는 호텔리어입니다>가 눈에 확 들어온다. 저자는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하고 먹고 살 길이 막막해 구직활동을 하던 중 겨우 호텔업계에 발을 들이게 되고 업무능력을 인정받아 단기간 승진을 이루게 되지만, 호텔업계의 이면을 보고 '나 안해' 하고 나와서 그 이면을 까발리는 이 책을 낸 것. 저자의 사연도 이 책을 쓰게 된 계기도 모두 흥미로워서 한 번 꼭 읽어보고 싶은 책이다. <집을, 여행하다>는 외국의 낯선이의 집을 순례(?)하며 쓴 낯선이의 집 방랑여행기다. 집 여행이라니 신선하다. <화가의 우연한 시선>은 2002년 출간 된 것을 수정증보한것이다. 시인 최영미가 서양미술을 차분하게 설명한다.

 

 

 

 

 

 

 

 

 

 

 

 

 

 

과학분야에서는 청소년의 시각에 과학을 맞춘 <아침부터 저녁까지 과학 여행>이 있는데, 내가 보기엔 성인 교양서로 읽혀도 무방할 내용들이다. 일단 나부터 몇 페이지 봐도 재미있을 것 같다. <온도계의 철학>은 케임브리지대학교 석좌교수인 장하석의 책이다. 이 책은 "온도계의 온도가 없던 시절 어떻게 온도를 측정하고, 개념을 만들며 온도계를 발명했는가"를 다룬다고 한다. 그는 이책으로 뛰어난 과학철학책에 수상하는 러커토시상을 수상했다. 아는 분은 알겠지만 또 이분은 장하준 교수의 동생이기도 하다. 형제가 다 세계 탑클래스 대학의 교수라니 걍 후덜덜하다. 한편으로는 이 사람들이 해외에 있는게 아깝기도 하면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무로부터의 우주>는 "우주는 왜 비어 있지 않고 물질의 존재를 허용하는가?"에 과학적으로 제시할 수 있는 답을 제공한다. 우주가 비어있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재밌을 것이지만, 과학용어가 난무하기때문에 주의를 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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