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저자들의 인문서를 대략 살펴보니 굵직한 게 그래도 꽤 나왔다. 하반기에는 종수는 적지만 역시 기대되는 인문서들이 많이 포진해있고 번역서도 기대되는 게 많다. 일단 상반기 말에 유홍준이 포문을 열었고 강신주가 하반기 초에 반등의 기회를 이어 갈 모양새다. 반등이라봐야 출판사에서는 코웃음을 치겠지만 조금이라도 읽힌다는게 어디인가.

[ 유홍준 ]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의 일본 편이 반응이 꽤 괜찮은 듯 보인다. 믿고보는 유홍준의 책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를 제외하고도 <유홍준의 한국미술사 강의>나 <유홍준의 국보순례>도 아주 볼 만하다. 특히 저자가 동양미술을 전공했기 때문에 한국미술사 강의 두 권은 한국미술에 대해 더할 나위 없는 지침서가 될 것이다.
[ 강신주 ]
무한도전에까지 출연해 그 이름을 대중적으로 널리 알린 철학자 강신주의 새 책인 <강신주의 다상담>이 나왔다. 지난 지승호와의 인터뷰집인 <강신주의 맨얼굴의 철학 당당한 인문학>에 이 책의 내용들이 단편적으로 소개 되곤 했다. 그 베일을 벗은 게 <강신주의 다상담>이고 평소 했던 고민들이 철학적 기교를 통해 재미있게 풀어져 있다. 일독 할 만 하다. (이 글을 쓰고 알고보니 벙커1 특강으로 팟캐스트에서 강의했던 내용을 추린 것이었다. 이런!)
[ 고미숙 ]
동양고전쪽을 연구하는 고미숙의 예전 책들의 개정판이 활발히 나오고 있다. 개정판은 올리지 않았고 신작 위주로 찾다 보니 <두 개의 별 두 개의 지도>와 <고미숙의 몸과 인문학>이 걸렸다. <윤선도 평전>도 썼는데 올렸던 기억이 안난다. 실상 인문서에 그다지 관심이 없으면 고미숙은 모르고 지나칠 이름에 가깝다. 이쪽에서 유명하긴 하지만 분야가 아무래도 동양쪽에 치우쳐 있다보니 관심이 덜한 탓이다.
[ 박웅현 ]
크리에이터 박웅현의 <여덟 단어>도 드디어 입소문을 탄 것 같다. 전작들을 읽었던 독자들이 슬슬 신작을 알아가는 것 같다. (내 주변을 보니..) 인문서라고 하기에도 뭐하고 처세서라고 하기에도 뭐하지만 저자 나름대로 여덟 키워드를 통해 인생을 사는 선구안을 보여주는 듯 하다. 물론 저자도 부족한 점이 많지만 말이다.
[ 서영채 ]
서영채가 누구야? 하는 사람도 있을거다. 사실 나도 잘 몰랐다. 아니 뭐 지금도 모른다고 할 수 있지만 그가 쓰는 책의 퀄리티가 꽤 마음에 든다. 나는 <미메시스의 힘>으로 처음 알게됐고 '미메시스'라는 단어를 책 이름으로 때려박을 자신감이 있는 평론가라면 뭐가 있어도 있겠지 싶었다. 그러더니 대뜸 <인문학 개념정원>이라는 책이 나오지 않겠는가. 아리송 했던 개념을 비교적 명쾌하게 풀어놨다. 단점은 주로 평론집이 많기 때문에 그의 책이 재미가 없을 수는 있다는 것을 참고하자. (평론만 읽어도 그 책을 읽은 것 같은 기분이 드는 평론이 좋은 평론이라 하던데.. 어디서 그딴말을 주워들었는지는 기억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