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찌보면 서로 관련도 없는 책이다. 밑에 있는 책들도 마찬가지 일 수 있다. 그러나 두 책을 짧게나마 접한 후 이런 조합이 생각나는 건 왜일까? 제18회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한 정아은의 소설 <모던하트>는 학벌에 억눌리고 지친 지금의 대한민국의 군상을 그린다. 역시나 헤드헌터로 일했던 저자의 경력이 녹아나는 작품이 아닐 수 없다. 여기서 퍼뜩 김상봉의 <학벌사회>가 떠오른다. 일만 잘하면 되지 무슨 학벌을 따지느냐. 그렇게 낙오된 자들은 결국 비정규직의 늪에 갇히게 되고 필로소픽에서 나온 <결혼불능세대>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지나친 비약인 것 같지만 정말 대한민국의 현실은 이쪽을 향해 가고있다.

 한편 맞상대 소설로 선정한 히가시노 게이고의 초기작 <비정근>에서는 주인공이 미스터리 소설을 쓰기 위한 시간을 벌기 위해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는 직장인 기간제 교사로 일을 하게 된 후 마치 코난과 김전일이 그곳에라도 간 듯, 기이한 살인사건이 벌어지는 내용이다. 뭐, 살인사건은 접어두고 '비정근 교사'의 문제를 살펴보자 이거다. 나는 '비정근 교사' 라는 글을 보면서 집에 있는 <비정규 교수, 벼랑 끝 32년>이라는 책을 찾았다. 일본이야 어떨지 모르겠지만 한국에서 비정규 교사와 대학교원들의 문제는 이미 알고있듯 심각하다. 힘들게 외국가서 박사따와도 일할 자리가 녹록치 않다. 그리고 있다쳐도 그것으로는 이미 생활이 불가능한 기형적인 구조가 되어있다. 학위를 마쳤다고 해도 늘 따라다니는 것은 "그 사람 학부 어디나왔냐?" 이다. 결국 다시 학벌사회로 회귀한다. 이렇듯 별 관련없을 것 같지만 학별, 결혼, 비정규 노동은 현재 긴밀한 연관을 맺고 있다. 그래서 오늘도 재수학원, 편입학원은 붐빈다. 가축사육장처럼. 이것도 저것도 아니면 안되는 영어하느라 바쁘고. 에이 미친나라. 문학이나 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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