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클럽 축구사에 입지전적인 인물인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어제 스완지시티와의 37라운드 홈경기에서 은퇴식을 가졌다. 38라운드는 웨스트브롬위치알비온과 원정경기로 치르기 때문에 홈구장인 올드 트래포드에서 우승 세레머니와 은퇴식을 함께 거행했다. 내가 외국 축구를 접하게 된 건 박지성 선수의 해외진출 이후부터였다. 그 이전에는 축구는 그냥 월드컵때나 보는 축구 뜨내기에 지나지 않았다. 여하간 PSV에인트호번에서 뛰던 그의 소식이 뉴스에 이따금씩 나오고 새벽에 생중계가 이루어지기 시작하면서 나를 비롯해 해외축구에 별 관심없었던 사람들을 티비 앞으로 끌어당겼다. 그가 몇 해 후 세계최고의 클럽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입단하면서 나는 그제서야 알렉스 퍼거슨의 존재를 알게됐다. 박지성 선수가 맨유에 입단한게 2007-2008 시즌이었다. 그때도 이미 퍼거슨 감독은 20년째 지휘봉을 잡고있었다. "대체 능력이 얼마나 좋길래 한 팀에서 저렇게 오랫동안 감독생활을 할 수 있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 해, 두 해 다른 팀들의 도전에 직면하면서도 정상을 지키는 맨유의 저력이 비단 좋은 선수들만으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다. 동네 할아버지같은 푸근한 인상과 경기가 안풀릴 땐 빛의 속도로 껌을 씹는 퍼기 영감님의 존재감 자체가 최근 26년간의 맨유를 지탱하는 힘이 되었으리라 생각한다. 이제 거장은 그라운드에서 퇴장하지만 올드 트래포드의 한켠에 언제까지고 거장이 남긴 흔적은 살아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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