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서 책을 몇 권 고르고 랜덤으로 예술분야의 책을 뭐 볼 거 없나 하고 기웃거리다 발견하게 된 책이 있다. 빌 리제베로의 <건축의 사회사>라는 책인데, 1982년에 원서가 출간돼서 그런지 사진이 아닌 볼펜으로 그린 듯 한 도판이 설명으로 나와있다. 그런데 허접한 사진보다 왠지 이게 더 정감이 간다. 한국어판은 2008년에서야 열화당에서 나왔는데, 나는 그 책을 읽었다. (이 꼭두 새벽까지 재미있게 읽었다.) 이 책은 1990년에 <현대건축과 디자인>이라는 제목으로 기진사에서 이미 출간된 적이 있다. 열화당에서는 <건축의 사회사>라는 다소 의미심장한 제목을 부여했는데, 조금만 읽어보면 제목을 붙인 이유에 어느 정도 수긍이 간다. 다만 1980년대 이후 책이 개정되지 않아서 최근 경향의 건축 이야기는 없다는 게 아쉽지만, 포스트모던 건축에 대한 책은 차고 넘치니 커버가능하다.

 

국내에 나온 빌 리제베로의 책으로는 한길아트에서 나온 <서양 건축 이야기>가 있는데 이 책은 서양 건축을 공시적으로 다룬 책이며, 하버드나 MIT등 유수의 대학에서 건축사 교재로 쓰이고 있는 책이다. 국내독자들도 건축이나 디자인을 전공했다면 기억에 있는 책일 수도 있겠다. 위에서 다룬 <건축의 사회사>의 경우 원문이 쉬운건지 번역이 잘 된 건지는 몰라도 건축사 책 치고는 술술 읽히는 편이다. 다만, 유럽사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독자라면 조금의 어려움을 겪을 수는 있으나 염려할 정도는 아니다. <서양 건축 이야기>까지 술술 읽힌다면 저자 글쓰기 방식의 명쾌함이 이유일 것이다. 여담으로 이 책의 도서관 입수일자가 몇 달 되지 않는데, 책 뒤 간기면을 보니 2008년 초쇄도 아직 소진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좋은 책은 빌려읽든 사서읽든 읽히면 좋은 법이니까 알음알음 많이 읽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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