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래, 이것이 바로 전쟁이다! 귀한 목숨이 헛되이 스러져 가고 어린이와 노인들이 비참하게 죽어 간다! 누가 전쟁을 원하는걸까? 왜 우리는 서로 싸우고 상처를 입혀야만 할까? 주변을 둘러보는 동안 머릿속에 온갖 생각들이 줄달음쳤다. (5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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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가 이어져 온 이래 전쟁이 그친 시절이 있었던가? 아마 없었을 것이다.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는 규모의 차이가 있을지언정 숱한 사람들이 그냥 죽어나가는 전쟁이 진행중이다. 멀리 볼 필요도 없다. 가끔씩 잊고 살지만 우리도! 전쟁중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전쟁중 잠시 쉬고 있는 '휴전중'일 뿐이다. 아, 참. 그 사실은 다들 알고 계시는지. 한반도의 휴전 당사자는 미국과 북한이라는 사실, 우리는 아직 그 전쟁의 틈바구니에서 미군의 지휘아래에 놓여 있다는 엄연한 사실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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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간 눈물이 왈칵 쏟아졌는데, 그건 영웅의 죽음에 위대함이 깃들어 있고 우리 군인들이 영웅답게 장렬히 전사했기 때문이 아니다. 그들이 죽었다는 사실 때문에, 그냥 죽었기 때문에 운 것이다. 죽은 사람은 더 이상 아침도 저녁도 맞이할 수 없다. 그냥 죽은 거다. 아들이 죽으면 어머니는 눈이 짓무르로록 운다. 그건 아들이 영웅답게 죽어서가 아니라 땅에 묻힌 아들을 다시는 볼 수 없기 때문이다. (3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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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다, 전쟁이란 이런 것이다. 죽는다는 것, 우리 주위의 누군가가 소식만으로 세상을 떠난다는 엄혹한 사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리고 남는 것은 살아남은 자들의 고통뿐이다. 특히 전쟁속에서 살아남은 아이들이 느끼는 고통은 어른의 그것보다 분명 더 심한 것이다. 이 책에는 그 전쟁 속에서 살아남는 동안 자신과 주변의 이야기를 꾸준히 일기로 정리해낸 아이들의 숨김없는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뻔한 이야기라 쉬 생각할 수도 있겟지만 우리는 그들의 일기를 통하여 관념으로만 느껴오던 전쟁의 실체를 좀 더 생생한 목소리로 가슴 아프게 만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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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음! 전쟁! 그때야 비로소 그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깨달았다. 꽃다발에 봉오리도 더러 있었는데, 미처 피어 보지도 못하고 죽고 말았다. 내가 죽였다. 아무 생각 없이 한 짓이었지만 전쟁이 바로 이런 게 아닐까? 전쟁이라는 덫에 걸린 숱한 사람들의 죽음과 고통을 눈앞에 그려 보았다. 도대체 전쟁이란 무엇일까? (5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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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로가 서로를 겨누고 죽이는 잔혹한 행위들은 계속된다. 이 책의 비극성은 전쟁이 아직도 진행되고 있다는 점과 책장을 넘길수록 지금의 현실에 가까워져가며 결코 잊지못할 전쟁의 상처들을 보여주는 것이다. 8명의 아이들이 들려주는 이야기 가운데 아직도 진행중인 전쟁들이 있다는 것, 그 사실만으로도 서글픈 현실이다. 특히 끝이 보이지 않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은 우리를 더욱 씁쓸하게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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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느님, 진실은 저 하늘에 떠 있는 태양처럼 명백한데 세상 어느 누구도 그 진실을 보려고도, 알려고도 하지 않아요. 제발, 저 사람들이 저희를 파괴하지 못하게만 해 주세요. 우리 곁에 늘 함께하셔서 저희도 다른 곳에 사는 사람들처럼 다시 평화롭고 안전하게 살 수 있도록 해 주세요. 너무 무리한 부탁인가요? 저희는 오로지 살고 싶을 뿐이에요.' (20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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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냥 '오로지 살고 싶을 뿐'이라는 아이의 목소리, 그 앞에서 자유로울 사람이 어디 있으랴. 세상의 모든 아이들을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하거늘 그들의 앞에는 언제 죽을지 모르는 하루하루뿐이다. 우리는 아이의 이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만 할 것이다. 그리고 어떠한 삶이 세계의 아이들을 조금이나마 더 나은 세상으로 이끌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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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래를 조그많게 따라 부르는 것만으로도 온갖 느낌이 살아 꿈틀대고, 모든 피로와 슬픔이 사라진다. (6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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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웃을 일이 아니라는 것쯤 나도 알지만, 이 상황을 유머로 헤쳐 나가고 싶어. 유머는 나에게 힘을 주거든. 유머를 잃지 않고 사는게 내 목표야. 일기장아, 너도 한번 살아 봐, 세상이 다르게 보일 거야…… (19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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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아이들은 이 고통속에서도 스스로의 길을 찾고 있다. 노래와 웃음이 어찌 그들을 위로해줄 수 있으랴만 잠시나마 현실의 고통을 잊게 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을 버팅기게 하는 것은 서로가 서로를 감싸안는 그 힘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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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럼에도 불구하고 꿋꿋이 버티며 훌륭한 집단생활을 만들어 가고 있다. 나는 주변을 둘러보면서, 이 모든 것이 서로의 희생과 힘겨운 노동과 협력으로 이루어졌다고 생각했다. (6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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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많은 이야기는 삼가하련다. 하지만 책에서 아이들의 이야기를 통하여 만나는 아픈 진실들을 결코 잊지는 않으련다. 아래에 그들의 이야기를 옮겨둔다. 어른으로서, 같은 시대, 지구 위에서 살아가는 한 사람으로서 무엇을 해야할지 진지하게 고민해보는 밤, 모두들 한번쯤 가져보시기 바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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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립국가에서 평화롭고 행복하게 살고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이 말을 꼭 하고 싶다. 당신이 배불리 먹고 있는 그 순간 단지 팔레스타인 사람이라는 이유만으로 굶어 죽는 수많은 아이들이 있다는 걸. 당신이 벌컥벌컥 물을 들이킬 때 단지 팔레스타인 사람이라는 이유만으로 땅바닥에 고인 흙탕물을 퍼마시는 수많은 아이들이 있다는 걸. 당신이 단잠을 자는 순간 단지 팔레스타인 사람이라는 이유만으로 허허벌판에서 헐벗고 자는 수많은 아이들이 있다는 걸. (20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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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3.29. 밤, 그들의 '빼앗긴 어린 시절의 꿈과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시간에 대해서' (5) 다시 생각하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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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들풀처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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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092-03-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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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들의 이야기를 몇 자 옮겨둡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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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기는 기록이자 고백이지만, 일기를 쓰는 과정은 자기에게 닥친 끔찍한 사건들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하나의 방법이지요. 죽음의 그림자가 도사리고 있는 절박한 상황에서, 마음껏 누릴 수 있는 자신만의 은밀한 공간을 만들고, 그곳에서 삶을 이해하는 것은 정말이지 소중한 경험입니다. (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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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잘것없어 보이던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지, 그리고 그런 일상을 빼앗긴 삶이 얼마나 삭막한지 절실히 깨닫게 된답니다. (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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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일은 쉬는 날이라 전쟁 포로들의 공동묘지에 화한을 가져갈 참이다. 그레텔이 우리 나라 영웅들의 묘지에 가져가는 게 더 낫지 않겠느냐고 물었다. 내가 대답했다. "아냐…… 이 사람들은 꽃다발을 가져다 줄 사람이 아무도 없잖아." (4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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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무 기뻐하지 마세요. 아직 전쟁이 끝난 게 아닙니다. 더 좋은 소식이 올 때까지, 침착하고 차분하게 기다리셔야 합니다. 나쁜 소식을 들었을 때도 마찬가지죠. 맘껏 기뻐하는 건 좋지만 너무 흥분하시면 안 됩니다. 나쁜 소식이 올지도 모르니 늘 마음의 준비를 해야죠." (5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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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 아이들에게 나눠 줄 새해 선물을 같이 쌌다. 사탕,초콜릿,비타민,인형 하나, 연필 몇 자루,공책들이었다. 아무 죄도 없이 전쟁 때문에 학교도 못 가고, 놀지도 못하고, 먹고 싶은 것도 못 먹고, 불행한 나날을 보내고 잇는 아이들에게 기쁨을 안겨 주길 바라면서 정성껏 쌌다. 근사한 선물 꾸러미가 완성되었다. 선물을 받는 사람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그거면 된다. 나는 카드에 전쟁이 빨리 끝나기를 바란다고 썼다. (14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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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은 용감해야 하고 사랑하는 사람, 사랑해주는 사람들과 함게 있어야 한다고 말야. (15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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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무나 당연한 건데, 아이들은 자라고, 노인들은 늙게 마련인걸. 어쨌든 우리는 아직 살아 있으니까. (16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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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치가 세르비아, 크로아티아, 이슬람을 갈라놓으려고 몸부림을 치는 것 같아. 결국은 다 똑같은 사람인데, 다들 팔,다리,머리가 있고 걷고 말을 하는 사람들인데, 도대체 '무엇'으로 서로를 구분하려고 안달일까? (16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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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로울 게 없다. 더 많은 사람들이 죽었고, 고통에 신음했다. (2002년 4월 20일) (20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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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런 의미 없이 우리의 목숨을 앗아 갔던 고통의 세월이 지나가고 이라크가 되살아나고 있다. 하지만 역사적인 유물을 모조리 도난당한 상태로 이라크가 어떻게 다시 일어설 수 있을까? 전쟁이 시작된 뒤로 이 문제는 줄곤 나를 괴롭혔다. 아무리 도둑이라지만 어떻게 유물을 훔칠 수 있을까? 인간의 탈을 쓰고 그런 나쁜 짓을 하다니! 유물을 도난당하고, 문명을 도난당하고, 재산을 도난당한 이라크에 과연 무엇이 남겠는가? 이라크에는 한숨과 눈물, 그리고 벽에 다닥다닥 붙어 있는 표어들만 덩그러니 남아 있을 뿐이다. (23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