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옹 창비시선 279
정호승 지음 / 창비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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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옹"해 드리리다.
   - 정호승 시집 "포옹"(2007년)을 읽고
 
삶이 고달파질수록 사람들은 어딘가에 의지하고 싶어지거나 스스로를 낮추게 됩니다. "이 짧은 시간 동안" 이후 3년만에 만난 시인은 후자의 길을 택한 듯 보입니다. 
 
낡은 볼펜으로 이혼신고서를 쓰던 때가 언제이던가
헤어지느니 차라리 그대 옆에 남아 무덤이 되고 싶던 날들은 가고
 - '흐르는 서울역'
"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1997년)에서
 
잔치는 사라지고 국수만 먹고 있다 
 - '잔치국수'
바닥까지 가본 사람들
 - '바닥에 대하여'
폭설이 내린 날 / 내 관을 끌고 올라가리라
 - '나의 수미산'
"이 짧은 시간 동안"(2004년)에서
 
예전의 시집들에서 이미 예감되었던 시인의 우울, '삶의 바닥'에서 사물을 바라보고 그러안으며 나아가는 그의 자세는 이번에도 변함없어 보입니다.
 
아마도 개인 신상에 큰 변화가 있었거나 어떤 계기가 있었던 듯 합니다만 시인의 마음을 다 알수는 없겠지요.
 어쩌면 '사랑의 서정시인'으로 불리우던 그에게서 더 깊어진 절망의 노래를 듣는 일은 괴롭기까지 합니다.
 
기러기 한 마리 / 툭 / 떨어져 죽어 있는 것은
 - '빈틈'
가는 발목에 끈이 묶여
 - '끈'
내 눈물의 깊이는 재어보았니
 - '수표교'
내가 산산조각난 까닭도 / 이제 알겠다
 - '스테인드 글라스'
더러운 내 손이 떠내려간다
 - '손'
 
"포옹"의 앞부분만 슬쩍 훑어 보아도 보이는 시어들, '떨어져 죽어 있는','묶여','눈물의 깊이','산산조각','더러운 내 손' …스스로에 대한 끝까지 가는 낮춤으로 보입니다.
이 바닥까지 가는 낮춤에서 그친다면 시인의 시는 한탄과 자조로만 끝날 것입니다.그러나 시인은 역시 시인,그 밑바닥에서 다시 일어서는 희망의 기운을 발견할 줄 압니다.
 
사람 사는 일 / 누구나 마음 속에 절 하나 짓는 일
지은 절 하나 / 다시 허물고 마는 일
 - '지하철을 탄 비구니'
내가 휘청거리면서 그래도 쓰러지지 않는 것은 
내 눈물에도 마디가 있기 때문이라고
 - '마디'
나는 오늘도 물을 가득 채운 통 속에
내 죄의 감자를 한꺼번에 다 집어넣고 씻는다
내 사랑에 묻어 있는 죄의 흙을 제대로 씻기 위해서는
죄의 몸끼리 서로 아프게 부딪히게 해야 한다
 - '감자를 씻으며'
아직도 넘어질 일과 
일어설 시간이 남아 있다는 것은 큰 축복이다
일으켜세우기 위해 나를 넘어뜨리고
넘어뜨리기 위해 다시 일으켜세운다 할 지라도
 - '넘어짐에 대하여'
 
그리하여 시인은 자신의 상처가 다 아물지 않았음에도 여러 편의, 시인다운, 멋진 시들을 보여줍니다. '유등','밤의 연못','포옹','집 없는 집','개에게 인생을 이야기하다' 등의 시에서 그만의 서정을 만날 수 있습니다. 그 가운데에서도 풍경화로도 아름답게 그려볼 수 있을 것 같은 시 한 닢 띄워 올립니다.
 
등대는 인간이 싫었던 것은 아니다
설악을 등지고 방파제에 앉아
허겁지겁 활어회를 먹는 인간들이 싫었던 것은 아니다
외롭고 쓸쓸한 갈매기들에게 소주 한 잔 건네지 않고
저 혼자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인간들이 마냥 미웠던 것은 아니다
바다의 상처가 섬이 된 줄 모르고
해가 지도록 바닷가에 앉아 모래를 헤아리다가
결국 모래가 되어버린 인간들이 결코 안타까웟던 것은 아니다
다만 평생 감동 없는 밥을 먹는 인간들로부터 멀리 달아나고 싶었을 뿐이다
속초항으로 돌아오자마자 집어등을 끄고 코를 골며 자는
저 지친 오징어잡이배들을 설악으로 끌고 가 잠들게  하고 싶었을 뿐이다
오징어와 명태와 고등어와 또 넙치들이 
어머니가 기다리는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다정히 불을 밝히다가
수평선을 바라보며 고요히 늙어가기를 바랐을 뿐이다
진정으로 살아보지도 않은 채 죽어간다는 것이
그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가를
등대는 바다가 보이는 창가에 앉아 차를 마시며
인간들과 잠시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을 뿐이다
 - '무인등대'

얼마 안 있어 따뜻한 목소리로 부르는 시인의 노래를 들으리라는 희망으로

그를 뜨겁게 '포옹'합니다.
 
이제 나에게 남은 건
부러진 나무젓가락과 먹다 만 단무지와 낡은 칫솔 하나뿐
다시 자장면을 먹으며 살아봐야겠다
 - '다시 자장면을 먹으며'
2007. 11. 15. 흔들리는 서울, 지하철 3호선에서
 
들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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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傳 3 - 기록 아래 숨겨진 또 다른 역사 한국사傳 3
KBS 한국사傳 제작팀 지음 / 한겨레출판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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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연대기순의 익숙한 역사도 아니고 특정인의 일생을 가르치는 교훈적인 전기도 아니면서 무슨 역사책이 이리도 재미나게 읽힌단 말인가? 당장 달려가서 나머지 네 권을 만나보리라 생각하게 만드는 책. 깔끔한 편집, 적절한 컬러 사진들, 그리고 맛깔나는 이야기투까지 어느 것 하나 흠잡을데 없는 역사이야기라니…고맙다, 재미까지 더해져 더욱 고맙다. - <한국사前 4권 서평 "다행이다">에서
 
 참 색다른 책읽기를 하고 있다. 다섯 권 한 세트로 나온 책이고 출판은 당연히 1권부터인데 내가 만나는 책의 순서는 4권-5권-2권-3권-1권이다.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되었다. 아마도 기존의 [역사스페셜]이나 [HD역사스페셜]과는 다른 방식의 ''인물'로 만나는 또 하나의 역사'라는 내용때문에 사전 지식이나 마음의 준비가 없이도 부담없이 만날 수 있기때문에 가능한 읽기이리라. - <한국사傳 2권 서평 " '완벽'한 역사책">에서
 
Ⅱ.
 책을 읽던중 설움이 울컥,북받쳐온다. 이런 경험, 참 오랜만이다. 하지만 씁쓸하다. 조국과 겨레를 위해 목숨을 걸고 나선 의병들이건만 승전보에 대한 시상은 커녕 남은 권력 부스러기에 위협을 느껴 그들을 고문하고 내팽개치는 권력자들이라니, 그 임금이라니….젠장, 현재의 모습이 거기에서부터 비롯된 것이란 말인가, 아픈 그만큼 더욱 참담하다. 의병장 김덕령의 죽음과 곽재우에 대한 홀대를 읽어내려가는 지금 이 순간..그냥 그대로 멈추어버렸으면 좋겠다. 그날들의 일도 거기서 그쳤으면 좋겠다. 가슴이 아려온다. 
 
 이 일로 곽재우는 사헌부의 탄핵을 받게 됐고, 영암에서 2년간 유배를 당한 후에야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귀향 후 곽재우는 세상의 근심을 잊는다는 뜻의 망우당(忘憂堂)을 지었다. 그리고 점점 은둔에 빠졌다. 전쟁은 끝났어도 무능한 정치는 여전했고 세상은 나아지지 않았다.  ( "조선이 꺾어버린 붉은 꽃 - 홍의장군 곽재우"에서 ) (122)
 
 어찌 이리도 똑같을 수 있단 말인가? '전쟁은 끝났어도 무능한 정치는 여전했고 세상은 나아지지 않았다'라니. 400여년이 지난 21세기의 모습이 이 정도 밖에 안되다니…아니, 전쟁도 끝나지 않았으니 더하다면 더한 지경이다. 책에 아로새겨 놓은 이 이야기의 맺음글이 우리를 또 한 번 슬프게 한다.
 
 곽재우의 일생은 그가 진정으로 원한 삶이 아니었다. 시대를 책임지지 못하고 역할을 다하지 않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지도자들이 있는 한 역사의 비극은 되풀이될 것이다. (125)
 
Ⅲ.
 천주교가 이 땅에 들어오기 전 스스로 받아들여 전파시킨 "닫힌 시대의 젊은 열정- 광암 이벽"의 이야기는 처음 듣는 새로운 내용인데다 결국엔 '종교와 효'의 갈등속에서 단식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안타까운 이야기가 눈길을 끈다. 이어지는 무왕 대무예, 문왕 대흠무의 이야기는 당나라를 침공하고 중국과 대등한 위치에서 자웅을 겨루던 강성했던 발해의 위용을 만날 수 있어 잠시나마 뿌듯한 기분이었다. 
 
 송강 정철의 이야기에서 다시 만나는 선조 임금의 치졸함- 곽재우 역시 선조 시대의 인물이었음을 잊지 마시라 - 은 대왕 세종의 이야기를 만나면서 풀어지기는 하지만 군주의 자리에 어떤 사람이 앉아 있느냐에 따라 하늘과 땅만큼 차이나는 백성들의 생활을 만날 수 있어 더욱 무거운 마음이 된다.
 앞부분에 등장하는 "백제를 재건한 중흥군주 - 무령왕"을 통하여서는 백제의 강성했던 한 시절을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고 "역사의 물줄기를 바꾼 여인 - 정희황후"와 "여자여서 불행했던 시인 - 허난설헌"의 이야기는 조선시대내에서도 여인들의 행적이 시대에 따라 어떻게 변하여 가는지를 비교해볼  있는 그런 이야기들이다. 이 역시 한국사傳이 아니면 만날 수 없는 접근방식과 부담없는 이야기들로 시간은 훌쩍 넘어간다.
 
 간단하게 요약해보았지만 이 책에 등장하는 내용들, 그 자체가 우리가 역사를 새롭게,꾸준히 읽고 다시 만나고 재해석해야하는 까닭이 되리라. 잘못된 역사의 반복을 막고 제대로된 관점의 역사를 바라보기 위하여 우리는 오늘도 왔던 길을 되돌아보는 수고로움을 더해야 할 것이다. 
 
 

2009. 3.30. 새벽, "백성이 좋아하지 않으면 이를 시행할 수 없다"

                ( <세종실록>, 세종 12년 7월 5일, 재인용) (267) :

                        전하, 그 말씀 더욱 그립습니다.
 
들풀처럼
*2009-094-0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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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glish Icebreak 전3권 세트 - 회화, 20시간만 들으면 되고 영어, 생각대로 하면 되고
BaEsic Contents House 외 지음 / Watermelon(워터메론)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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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1권만 구매하여 공부하던 중 맘에 들어서 주변의 지인에게도 권히였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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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 집중력 - 부모가 아는 만큼 좋아지는
변기원.박재원 지음 / 비아북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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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들은 성장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시행착오를 겪는다. 처음 접하는 환경에서 처음부터 능숙하게 잘 해낼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른들이 그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어른들의 수준에서 지나치게 엄한 잣대를 들이대면, 아이는 자연스럽게 성장하지 못한다. 또한 터무니없는 이유로 문제아라는 낙인이 찍히면 정말 그렇게 되어버리는 경우도 허다하다. 아직 굳지 않은 시멘트에 함부로 발자국을 내서 지워지지 않는 흉물스런 상처를 남기는 것과 같다. 아이들의 성장을 조금만 더 여유 있게 바라보고 기다려준다면, 아이는 시행착오를 통해 배우고 스스로 성장해 갈 텐데 말이다. (58)
 
 아이를 키우는 것이 점점 어려워지는 시절이 되어간다. 식자우환(識字憂患)이라고 했던가? 아는 것이 많아질수록 자라나는 아이에 대한 걱정도 늘어가고 따라서 엄마아빠는 아이를 바라보며 혹시나, 만약에, 하며 노심초사, 초조한 나날들을 보내는 것이다. 듣고 보는 것들이 아이들이 자라며 겪는 무수한 질환들과 곁에서 전해듣는 풍문들…. 그 속을 묵묵히 통과하기란 정말 만만치 않은 것이다.
 
 그런면에서 나는 행운아?라 할 수 있다. 지금 열 세살인 딸아이가 열 살이 될 때까지 바깥생활에 몰두하느라 아이가 어떻게 자라는지, 어디가 아픈지, 어떤 것에 관심을 가지며 자라는지,도통 모르고 지냈었다. 혹 아이가 아프거나 할짝시면 아내와 아버지, 또는 근처에 사시는 장인장모님이 아이를 데리고 병원에 다녀오셨으니 나는 정말 편하게 아이를 키운 셈이다. 물론 그 결과로 아이랑 나 사이는 많이 떨어져 있긴 하였지만….쩝. 
 
 "부모가 아는 만큼 좋아지는"[공부 집중력]이라는 긴 이름처럼 이 책에는 아이의 집중력과 관련한 많은 이야기들이 구/체/적/으로 소개되고 있다. 또한 '뇌'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한의원 원장과 학습 전문가의 공저로 탄생한 덕분에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틱(Tic), 학습 장애, 발달 장애 등과 관련한 상세한 이야기뿐만 아니라 아이들의 두뇌조절 능력을 기를 수 있는 방법들도 소개된다. 
 
 여러 항목으로 나뉘어진 이야기들은 목차를 보면서 해당항목을 찾아가며 보아도 좋도록 편집되어 있다. 예를들어 '외우긴 하는데 이해력이 떨어지는 아이', ' 자리에 앉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아이', '즉흥적으로 행동하는 아이' 등으로 구분된 내용들을 찾아 관심이 가는 부분부터 먼저 보아가며 배울 수 있도록 내용정리가 잘 되어 있다. '[해법]~' 또는 '이렇게 도와주자!'가 적절한 조치들을 소개해주고 있기에 구체적이고 즉시 활용할 수 있는 적용법을 배울 수 있다.
 
 특히 "4부 공부 집중력에 영향 주는 칠감七感을 자극하라"에서는 사진까지 첨부된 세세한 설명으로 '칠감을 자극'하는 방법을 보여준다. 꾸준한 운동과 함께 여기에 소개된 자극법을 활용하면 더욱 좋을 것이다. 그리고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하고 맘에 드는 부분이 있으니 바로 '체크리스트'이다.
 
 이 책에는 "들어가기 전에"풀어보는 간단한 'ADHD 체크리스트(3~5세용)(6~12세용)' 외에 5종류의 자녀체크리스트가 1,2,3부의 끝에 첨부되어 있는데 이 체크리스트를 활용하여 아이의 뇌가 '좌뇌형' 혹은 '우뇌형'인지 두뇌유형을 알아볼 수 도 있고 '학습 장애/ 난독증/ ADHD/ 발달 장애/' 자기진단을 해볼 수 있다. 물론 좀 더 정확한 분석은 전문의의 상담을 통하여야겠지만 여기 첨부된 '자녀 체크리스트'만으로도 대체적인 성향은 충분히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을  만나보아야할 가장 큰 이유가 이 체크리스트'에 있다면 너무 실용적인 판단일까?
 
  아이가 아직 한창 자라는 나이인 초등학교 저학년 또는 유치원대 연령이라면 이 책은 꼭 필요한 자녀교육 지침서가 될 것이다. 물론 13살인 아이에게도 유용한 이야기들이 많다. 공부 집중력과 관련된 아이의 행태와 대처방법에 대하여서라면 이 책 한 권이면 충분할 듯하다. 아이를 알아가는 만큼 엄마아빠가 배우고 익혀야할 것도 많아진다.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이다. 엄마아빠 여러분, 더 열심히 공부합시다.
 
 
2009. 3.29. 밤, 별 탈없이 잘 자라주는 아이가 고맙다.
 
들풀처럼
*2009-093-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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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앗긴 내일 - 1차세계대전에서 이라크 전쟁까지 아이들의 전쟁 일기
즐라타 필리포빅 지음, 멜라니 첼린저 엮음, 정미영 옮김 / 한겨레아이들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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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그래, 이것이 바로 전쟁이다! 귀한 목숨이 헛되이 스러져 가고 어린이와 노인들이 비참하게 죽어 간다! 누가 전쟁을 원하는걸까? 왜 우리는 서로 싸우고 상처를 입혀야만 할까? 주변을 둘러보는 동안 머릿속에 온갖 생각들이 줄달음쳤다. (57)
 
 역사가 이어져 온 이래 전쟁이 그친 시절이 있었던가? 아마 없었을 것이다.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는 규모의 차이가 있을지언정 숱한 사람들이 그냥 죽어나가는 전쟁이 진행중이다. 멀리 볼 필요도 없다. 가끔씩 잊고 살지만 우리도! 전쟁중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전쟁중 잠시 쉬고 있는 '휴전중'일 뿐이다. 아, 참. 그 사실은 다들 알고 계시는지. 한반도의 휴전 당사자는 미국과 북한이라는 사실, 우리는 아직 그 전쟁의 틈바구니에서 미군의 지휘아래에 놓여 있다는 엄연한 사실을....
 
 순간 눈물이 왈칵 쏟아졌는데, 그건 영웅의 죽음에 위대함이 깃들어 있고 우리 군인들이 영웅답게 장렬히 전사했기 때문이 아니다. 그들이 죽었다는 사실 때문에, 그냥 죽었기 때문에 운 것이다. 죽은 사람은 더 이상 아침도 저녁도 맞이할 수 없다. 그냥 죽은 거다. 아들이 죽으면 어머니는 눈이 짓무르로록 운다. 그건 아들이 영웅답게 죽어서가 아니라 땅에 묻힌 아들을 다시는 볼 수 없기 때문이다. (33)
 
 그렇다, 전쟁이란 이런 것이다. 죽는다는 것, 우리 주위의 누군가가 소식만으로 세상을 떠난다는 엄혹한 사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리고 남는 것은 살아남은 자들의 고통뿐이다. 특히 전쟁속에서 살아남은 아이들이 느끼는 고통은 어른의 그것보다 분명 더 심한 것이다. 이 책에는 그 전쟁 속에서 살아남는 동안 자신과 주변의 이야기를 꾸준히 일기로 정리해낸 아이들의 숨김없는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뻔한 이야기라 쉬 생각할 수도 있겟지만 우리는 그들의 일기를 통하여 관념으로만 느껴오던 전쟁의 실체를 좀 더 생생한 목소리로 가슴 아프게 만난다.
 
 죽음! 전쟁! 그때야 비로소 그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깨달았다. 꽃다발에 봉오리도 더러 있었는데, 미처 피어 보지도 못하고 죽고 말았다. 내가 죽였다. 아무 생각 없이 한 짓이었지만 전쟁이 바로 이런 게 아닐까? 전쟁이라는 덫에 걸린 숱한 사람들의 죽음과 고통을 눈앞에 그려 보았다. 도대체 전쟁이란 무엇일까? (53)
 
 서로가 서로를 겨누고 죽이는 잔혹한 행위들은 계속된다. 이 책의 비극성은 전쟁이 아직도 진행되고 있다는 점과 책장을 넘길수록 지금의 현실에 가까워져가며 결코 잊지못할 전쟁의 상처들을 보여주는 것이다. 8명의 아이들이 들려주는 이야기 가운데 아직도 진행중인 전쟁들이 있다는 것, 그 사실만으로도 서글픈 현실이다. 특히 끝이 보이지 않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은 우리를 더욱 씁쓸하게 한다. 
 
 '하느님, 진실은 저 하늘에 떠 있는 태양처럼 명백한데 세상 어느 누구도 그 진실을 보려고도, 알려고도 하지 않아요. 제발, 저 사람들이 저희를  파괴하지 못하게만 해 주세요. 우리 곁에 늘 함께하셔서 저희도 다른 곳에 사는 사람들처럼 다시 평화롭고 안전하게 살 수 있도록 해 주세요. 너무 무리한 부탁인가요? 저희는 오로지 살고 싶을 뿐이에요.' (204)
 
 그냥 '오로지 살고 싶을 뿐'이라는 아이의 목소리, 그 앞에서 자유로울 사람이 어디 있으랴. 세상의 모든 아이들을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하거늘 그들의 앞에는 언제 죽을지 모르는 하루하루뿐이다. 우리는 아이의 이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만 할 것이다. 그리고 어떠한 삶이 세계의 아이들을 조금이나마 더 나은 세상으로 이끌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할 것이다.
 
 노래를 조그많게 따라 부르는 것만으로도 온갖 느낌이 살아 꿈틀대고, 모든 피로와 슬픔이 사라진다. (65)
 
 웃을 일이 아니라는 것쯤 나도 알지만, 이 상황을  유머로 헤쳐 나가고 싶어. 유머는 나에게 힘을 주거든. 유머를 잃지 않고 사는게 내 목표야. 일기장아, 너도 한번 살아 봐, 세상이 다르게 보일 거야…… (190)
 
 하지만 아이들은 이 고통속에서도 스스로의 길을 찾고 있다. 노래와 웃음이 어찌 그들을 위로해줄 수 있으랴만 잠시나마 현실의 고통을 잊게 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을 버팅기게 하는 것은 서로가 서로를 감싸안는 그 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꿋꿋이 버티며 훌륭한 집단생활을 만들어 가고 있다. 나는 주변을 둘러보면서, 이 모든 것이 서로의 희생과 힘겨운 노동과 협력으로 이루어졌다고 생각했다. (66)
 
 더 많은 이야기는 삼가하련다. 하지만 책에서 아이들의 이야기를 통하여 만나는 아픈 진실들을 결코 잊지는 않으련다. 아래에 그들의 이야기를 옮겨둔다. 어른으로서, 같은 시대, 지구 위에서 살아가는 한 사람으로서 무엇을 해야할지 진지하게 고민해보는 밤, 모두들 한번쯤 가져보시기 바란다.
 
 독립국가에서 평화롭고 행복하게 살고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이 말을 꼭 하고 싶다. 당신이 배불리 먹고 있는 그 순간 단지 팔레스타인 사람이라는 이유만으로 굶어 죽는 수많은 아이들이 있다는 걸.  당신이 벌컥벌컥 물을 들이킬 때 단지 팔레스타인 사람이라는 이유만으로 땅바닥에 고인 흙탕물을 퍼마시는 수많은 아이들이 있다는 걸. 당신이 단잠을 자는 순간 단지 팔레스타인 사람이라는 이유만으로 허허벌판에서 헐벗고 자는 수많은 아이들이 있다는 걸. (206)
 
 

2009. 3.29. 밤, 그들의 '빼앗긴 어린 시절의 꿈과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시간에 대해서' (5)  다시 생각하는 ….
 
들풀처럼
*2009-092-03-30
 
*아이들의 이야기를 몇 자 옮겨둡니다.
 
 일기는 기록이자 고백이지만, 일기를 쓰는 과정은 자기에게 닥친 끔찍한 사건들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하나의 방법이지요. 죽음의 그림자가 도사리고 있는 절박한 상황에서, 마음껏 누릴 수 있는 자신만의 은밀한 공간을 만들고, 그곳에서 삶을 이해하는 것은 정말이지 소중한 경험입니다. (6)
 
 보잘것없어 보이던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지, 그리고 그런 일상을 빼앗긴 삶이 얼마나 삭막한지 절실히 깨닫게 된답니다. (7)
 
 내일은 쉬는 날이라 전쟁 포로들의 공동묘지에 화한을 가져갈 참이다. 그레텔이 우리 나라 영웅들의 묘지에 가져가는 게 더 낫지 않겠느냐고 물었다. 내가 대답했다. "아냐…… 이 사람들은 꽃다발을 가져다 줄 사람이 아무도 없잖아." (45)
 
 "너무 기뻐하지 마세요. 아직 전쟁이 끝난 게 아닙니다. 더 좋은 소식이 올 때까지, 침착하고 차분하게 기다리셔야 합니다. 나쁜 소식을 들었을 때도 마찬가지죠. 맘껏 기뻐하는 건 좋지만 너무 흥분하시면 안 됩니다. 나쁜 소식이 올지도 모르니  늘 마음의 준비를 해야죠." (58)
 
 우리는 ~ 아이들에게 나눠 줄 새해 선물을 같이 쌌다. 사탕,초콜릿,비타민,인형 하나, 연필 몇 자루,공책들이었다. 아무 죄도 없이 전쟁 때문에 학교도 못 가고, 놀지도 못하고, 먹고 싶은 것도 못 먹고, 불행한 나날을 보내고 잇는 아이들에게 기쁨을 안겨 주길 바라면서 정성껏 쌌다. 근사한 선물 꾸러미가 완성되었다. 선물을 받는 사람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그거면 된다. 나는 카드에 전쟁이 빨리 끝나기를 바란다고 썼다. (148)
 
 사람은 용감해야 하고 사랑하는 사람, 사랑해주는 사람들과 함게 있어야 한다고 말야. (152)
 
너무나 당연한 건데, 아이들은 자라고, 노인들은 늙게 마련인걸. 어쨌든 우리는 아직 살아 있으니까. (162)
 
 정치가 세르비아, 크로아티아, 이슬람을 갈라놓으려고 몸부림을 치는 것 같아. 결국은 다 똑같은 사람인데, 다들 팔,다리,머리가 있고 걷고 말을 하는 사람들인데, 도대체 '무엇'으로 서로를 구분하려고 안달일까? (164)
 
새로울 게 없다. 더 많은 사람들이 죽었고, 고통에 신음했다. (2002년 4월 20일) (209)
 
 아무런 의미 없이 우리의 목숨을 앗아 갔던 고통의 세월이 지나가고 이라크가 되살아나고 있다. 하지만 역사적인 유물을 모조리 도난당한 상태로 이라크가 어떻게 다시 일어설 수 있을까? 전쟁이 시작된 뒤로 이 문제는 줄곤 나를 괴롭혔다. 아무리 도둑이라지만 어떻게 유물을 훔칠 수 있을까? 인간의 탈을 쓰고 그런 나쁜 짓을 하다니! 유물을 도난당하고, 문명을 도난당하고, 재산을 도난당한 이라크에 과연 무엇이 남겠는가? 이라크에는 한숨과 눈물, 그리고 벽에 다닥다닥 붙어 있는 표어들만 덩그러니 남아 있을 뿐이다. (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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