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전선 이상없다 - 세일즈 최고 사령관의 명쾌하고 디테일한 해법
체트 홈즈 지음, 박정현 옮김 / 흐름출판 / 2009년 1월
평점 :
절판



 지치고 피곤한 이 시대의 삶에서 조금이나마 실용적인 무언가를 건지려고 손에 든 책이었다. 정말 조금이나마 얻는 바가 있으면 좋으리라, 그마저도 안된다면 긍정적인 에너지라도 얻을 수 있다면 세일즈분야가 아닌 일을 하고 있는 나같은 이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겠나라고 생각하면서 부담없이 만난 이야기였다.
 
 그런데 이 책, 만만치 않다. 수월하게 책장은 넘어가지만 줄을 친라 바쁜 손이다. 매 장마다 실제 경험에서 우러나온 이야기들이 잘 갈무리되어 쏙쏙 들어온다. 그리고 각 장의 마지막에 더 이상 줄일 수 없도록 잘 요약된 "결론"이 제시되어 있다. 자, 그럼 남는 것은 뭐? 역시 '실행', 실천하는 것 뿐이다. 지은이 역시 이 책에서 다시 한 번 강조하는 것이 그 것이다.
 
 "저는 지금 여러분들이 사무실에 돌아간 뒤에도 제 말을 기억하고 반드시 실행에 옮겨달라고 부탁드립니다. 여러분, 성공에 도달하기 위한 방법은 굳은 결심과 꾸준한 실천, 단 2가지 뿐입니다." ( "들어가며"에서 ) (9)
 
 결국 이 2가지, 굳은 결심과 꾸준한 실천은 동어반복(同語反覆)이다. 꾸준한 실천이 따르지 않는다면 굳은 결심이라 할 수 없고 굳은 결심이 없이는 꾸준한 실천이 불가능하므로 일심동체의 말이니 한가지로 요약되는 것이다. "실천"! 오로지 실천만이 살길이라는 뻔하지만 불변의 진리가 이 책을 관통하는 핵심인 것이다.
 
 그렇지만 그 실천의 구체성을 이 책에서는 차근차근 획득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데 그 단계들이 솔깃하고 따라감직하다. 밑줄 긋는 부분이 많아지는 것도 그 때문이다.
 
 시간관리-교육-워크숍의 기본단계를 거쳐서 구체적인 세부 전술들을 가다듬으면 우리는 '세일즈머신'으로 완성되는 것이다. 그런데 처음엔 세일즈라고 하여 단순히 판매 촉진 등과 관련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리라 생각하였지만 이 책은 그보다는 훨씬 넓고 원론적이다.
 
 시간관리이 6가지 기본 원칙(32) - 워크숍 따라잡기 7단계(76) - 아이디어가 현실이 되는 10단계 실행 프로세스(83) - 마음을 사로잡는 단계적 관리법(168) - 프레젠테이션 서성공의 4S(195) - 세일즈 프로세스 7단계(212) - 친밀한 관계를 보장하는 10단계 후속조치(240) - 목표의 효율성을 측정하는 방법(267) 
 
 주요 업무의 제목들만 옮겨놓았는데 이 정도이다. 그 세부항목들만 잘 책겨도 성취는 있으리라. 물론 역시 실천은 각자의 몫이다. 그리고 이 책을 보면서 아주 기분 좋았던 내용이 있는데 마지막장의 '잠자기 직전과 직후를 놓치지 마라'(262)는 부분이다. 책의 내용처럼 잠들기전의 마음가짐과 깨고나서의 마음가짐이 하루를 마감하고 시작함에 있어 매우 중요함이 틀림없는데 이 책에서 일러주는 일들을 거의 날마다 스스로,벌써 실행!하고 있는 것이다. 어찌 기쁘지 않으랴. 
 
 결국 아무리 옳고 좋은 일들이라도 꾸준한 실행이 없으면 이룰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다는 것을 이번 책을 통하여도 절실히 깨닫는다. 그리고 자극에 자극을 더하면서 스스로 조금씩 달라지는 것이고 그 달라짐이 습관이 되면 성공의 계단에 한걸음 다가서는 것이리라. 교육이든 어떤 것이든 '시스템화하고자 할 때 반복이 핵심요소'(52)인 것이다. 하여 오늘도 나는 스스로에게 실천의 자극이 될 공부를 계속하는 것이다.
 
 이 책의 내용들중 1장에 등장하는 '시간관리의 6가지 기본 법칙'(32) 한가지만이라도 제대로 습관화한다면 내겐 큰 얻음이리라. 간략히 정리해둔다.
 
 1단계 : 한 번에 끝내라
 2단계 : 리스트를 만들어라
 3단계 : 각 업무별로 시간을 할당하라
 4단계 : 하루를 계획하라
 5단계 : 우선 순위를 정하라
 6단계 : 버릴 것은 과감히 버려라
 개인적으로 5단계까지는 습관화가 된 것 같지만 아직 6단계, 과감히 버리는 것에는 이르지 못하였다. 올해는 좀 더 많이 버리고 비우는 그런 한 해를 목표로 더 많이 움직여야겠다. 남은 것은 역시 '실천'뿐이다.
 
 
2009.2.20. 밤, 6단계의 완성을 향하여 뚜벅뚜벅 걸어가는
 
들풀처럼
*2009-047-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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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로메다 남자 일루저니스트 illusionist 세계의 작가 12
스와 데쓰시 지음, 양윤옥 옮김 / 들녘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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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연의 일치겠거니…하며 손에 든 책이었다. <안드로메다>라는 이름이 낯설고 어색하고 멀고 먼 어떤 것이나 어떤 곳을 가리키는 일반명사처럼 사용되는 것이 우리처럼 일본도 그러하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겠지. '뭐, 그 사람은 개념을 <안드로메다>에 두고 왔나'라는 조롱투의 문장에서나 사용되는 그 <안드로메다>에 남자가 살고있다니…상당히 우스꽝스러울 것이라 생각되었다.
 
 그러나 책을 다 읽고 덮고나서도 한참을 멍하니 있게된다. 이 책의 제목인 <안드로메다 남자>는 글자 그대로 <안드로메다>와 <남자>가 함께 잘 어울리는 그런 말임을 뒤늦게 깨닫는다. 결국 모든 남자는 <안드로메다 남자>일 수 밖에 없음을 이야기하고자 지은이는 그토록 돌고돌아 소설 속 소설, 소설 속 일기라는 액자소설 형식으로 객관성을 유지하(는 것처럼 보여주)고 남의 일처럼, 자신은 그러지 않은 것처럼 이야기를 전해준다.
 
 하지만 감히 단언컨대 이 세상 모든 남자는 그냥 남자가 아니라 <안드로메다 남자>인 것이다. 살아가는 순간순간 자신이 발딛고 사는 곳에서 한번쯤은 떠나고픈 생각을 하지 않는 남자가 어디 있으랴. 일상의 자잘한 부서짐 속에서, 그 일상의 틀을 벗어나고자 미약하나마 몸뒤틀기를 시도하지 않는 이가 어디있으랴. 정녕 그렇지 않다면 살아도 산 것이라 할 수 없으리.
 
 엘리베이터 안에서 자신의 일상을 자기만의 방식으로 깨뜨리던 '튤립남자'를 지켜보며 이야기의 주인공인 숙부가 다음과 같이 생각한 것을 보라. 바로 그 몸뒤틀기에 관한 이야기이다.
 
 '튤립 남자'는 그야말로 훌륭하게 일탈하고 자취를 감춘다. 그는 몹시 진지하고 시선은 마치 적을 마주한 전사와도 같다. 그를 조롱하는 자는, 그전에 자신의 상식에 빠져버린 범용함을 비웃으라. 그는 오로지  혼자이며  그 싸움은 항상 고독하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그의 거동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모종의 고귀함이 엿보인다. 생각건대 '튤립남자'는 이런 경우, 보다 적확하게 <안드로메다 남자>라고 고쳐 불러야 하는지도 모른다. (118)
 
 그래, 이것이다. '일탈' 하루하루 이 평범함에서 잠시라도 벗어나는 것, 그것이 '일탈'이다. 그것은 우리네 삶을 비참함에서 건져주고 숨막히는 일상에서 한숨돌리게 해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처럼 일상의 일탈은 고맙게도 우리를 그러저럭에서 구원하여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것이다. 그래, 이래야 살아도 사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 아닐런지….
 
 그런데 숙부는 도대체 왜, 어디로 간 것일까? 퐁파, 체리파하,호에먀우,타퐁튜-,라는 무의미한 감탄어?외계어?를 남발하다 숙부는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일탈에의 강박, 일탈에의 몰두가 스스로를 옭아매어 일탈이 일상이 되어버렸을 때, 이제는 일상화된 일탈에서 일탈하려는 노력은 기어코 일상으로의 돌아옴일진대 숙부는 그 다시 돌아오는 일상을 견딜 수 없었으리라. 그나마 곁에서 지켜주던 아내도 떠난지 오래고. 일탈마저 자신을 구원할 수 없을 떄, 이 세상에는 서 있을 곳이 없었으리라.
 
 하여 숙부는 드디어 자신만의 세상으로 떠나갔으리라. 어디? 바로 그 먼나라. 자신의 일탈과 일상이 뒤섞여도 아무도 지켜보는 이 없고 신경쓸 이도 없는 그 나라, <안드로메다>로 그는 떠나갔으리. 남은 우리는 이제 또 하루하루를 일탈과 일상의 허접함속에서 뒤척이리라. 언젠가 우리도 그나라로 떠날 수 있으리라 믿으며 말이다.
 
 이 세상 어딘가에 잠복한, 아직껏 못 본 또 다른 <안드로메다 남자>들도 아마 똑같은 사회의 똑같은 상식적 환경 속에서 어렵게 싸우고 있는 처지일 것이다. 하지만 그들의 인생이 아무리 평범하게 보이더라도 그것 때문에 한 사람의 <안드로메다 남자>가 도태되는 것은 아니다. <안드로메다 남자>는 그것과는 완전히 별개의 공간, 세계의 터진 틈새에서 오래도록 살아가기 때문이다. (*월 *일) (119)
 
 지은이는 우리에게 이처럼 얘기하고팠던 것이리라. 이 말이 그가 이야기하고자하는 전부이리라. 그렇게 생각하며 이제는 이 책을 세상 속으로 놓아준다. 남자, 그렇게라도 이 땅에 살아남으라고…. 
 
 
2009.2.20. 깊은밤, 이제는 우리도 그 별로 떠나야할~
 
들풀처럼
*2009-046-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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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회사 6학년 2반
석혜원 지음, 한상언 그림 / 다섯수레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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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CEO를 꿈꾸는 어린이 경제동화"라는 부제에 딱 맞는,정말 꼼꼼하게 잘 설명한 어린이용 경제 입문서라 할 수 있는 이 책, [주식회사 6학년 2반]을 올 3월이면 6학년이 되는 딸아이의 학급에 몇 권 기증하고 싶을 정도이다. 그만큼 좋았다는 이야기이다. 아빠인 내가 읽어도 무리없는 설정과 재미난 전개, 그리고 차근차근 등장하며 넓혀가는 경제 용어들. 6학년을 시작하는 아이에게 딱 마춤한 책을 찾았구나라는 느낌에 많이 기뻐하였다.
 
 그런데 문득 드는 생각이 하나 있으니 "CEO를 꿈꾸는~"에서 드러나듯이 "CEO"만을 꿈꾸어야 하는 것인지, CEO가 아니라 평범한 직원이면 안되는건지, 안된다면 왜 안되는건지, 갑자기 묻고 싶어졌다.
 
 주인공인 진우의 꿈이 CEO인 것이 나쁘다는 것이 절대 아니다.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화자이자 핵심 인물인 준영이와 친구들, 보람규식구슬이 그리고 6학년 2반 아이들 모두의 꿈과 열정이 배어있는 이야기가 바로 이 책 아니던가? 그런데 왜 제목은 "CEO"가 포인트로 들어갔을까? 지은이의 머리말에서도 시작부터 끝까지 오로지 진우의 꿈, CEO가 되는 것의 중요성,보람, 돈을 아주 많이 벌 수 있다는 현실적인 이야기가 넘쳐난다.
 
 자, 다시 한 번 묻고 싶다. 그럼 돈을 많이 못벌어도 행복한 CEO는 이 땅에 없는 것인가? 먹고 살만큼 최소한의 생계를 유지하며 자신만의 뜻을 펼쳐나가는 회사와 그런 임직원은 없는걸까? CEO와 평직원의 임금격차가 수 천배가 아니라 수 십배 정도로 유지되면서도 잘 굴러가는 그런 회사는 과연 없는걸까? 아니, 있으리라. 혹 없다 하여도 꿈을 꾸면 안되는가? 그런 꿈은 아이들에게 가르치면 안되는걸까?
 
 말이 심하게 비약한다고 생각하실 것이다. 그렇다. 나는 그런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은 것이다. 예전 고교생 때, 이름도 가물가물한 어느 선생님의 말씀처럼, '공부는 반에서 10등안에 드는 녀석들만 더 열심히 하고 나머지는 자기 하고 싶은 걸 찾아서 준비하라'던 그런 선생님의 말씀처럼, CEO가 아니라 직장인, 직장인이 아니라 경비원 - 경비원을 비하하려는 의도가 절대 아니다.- 이면 또 어떤가? 가족의 생계가 유지되면서 자신이 꿈꾸는 일을 할 수만 있다면 그렇게 사는 것이 나쁜일은 아니지 않은가?
 
 실제 오래전 신문에서 보았던 - 지금은 없어진 - 은행 야간 당직 경비원 한 분의 기사에 이런 내용이 있었다. 오랫동안 야간당직 경비근무를 하시면서 그 분은 밤에 틈만나면 그냥 주무시는게 아니라 틈틈이 역사 공부를 하셔서 재야사학자로 학계에서도 알아줄만큼 공부를 하셨다는 이야기였다. 어린 마음에 그 분이 무척 부러웠다. 물론 그 분도 부족한 생활이 없지는 않았으리라. 하지만 그보다 자신의 취미? 혹은 꿈을 조금씩 이뤄가는 모습이 너무도 감명깊었고 그러하기에 오래전 신문에 등장할 정도로 기사화 되었을 것이다.
 
 이 책에는 그런 모두의 노력에 대한 중요성들이 잘 설명되고 있다.외상 거래로 다투었다 화해하는 과정에서 깨닫는 신용의 중요성 및 이를 지적해낸 보람이의 역할(78)같은, 사례를 적용하여 설명하는 부분 또는 한 이야기의 진행이 끝날때마다 등장하는 심화학습인 "톡톡, 경제상식" 그리고 마지막의 "어려운 낱말 풀이"(232)까지, 이 책 한 권이면 주식회사와 관련한 가장 기초적인 활동과 용어들을 깔끔하게 정리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더 아쉬운 마음이 드는 것이다. 아마도 지은이에게는 이처럼 멋진 이야기를 갈무리 하여놓고도 소제목이나 머리말에서 "CEO"를 강조할 수 밖에 없는 현실적인 사정이 있었으리라. 아이들의 어버이들이 이 책을 많이 보게하려면, 혹은 지금의 시대가 잘 나가는 "CEO" 한 명이면 수 만명을 먹여 살린다는 시대이니 아이들에게도 CEO라는 원대한 꿈을 꾸게 하고팠으리라. 
 
 그래도, 그래도 말이다. '어린이 경제동화'에서조차 CEO의 위대성만 강조된다면 그렇지 않은,그러지 못할 아이들에게는 무엇을 하라고 할 수 있을까? 너도 나도 그 CEO를 하겠다고 덤빈다면 이 책의 친구들이 나눠졌던 짐들은 누가 질 수 있겠느냐는 말이다. 
 
 하여간 좋은 책, 잘 읽고도 괜히 심통을 부려보았다. 혹 그럴가능성은 없겠지만 개정판이 나온다면 소제목과 머리말을 조금만 고쳐주시면 좋겠다. 그러면 100점짜리 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끝으로 이 책은 '좋았지만 아쉬운 점이 있던 책'이 아니라 앞서 말한 부분들이 '아쉽지만 내용은 거의 완벽한 책'이었음을 밝혀둔다.
 
 

2009.2.16.깊은밤, '한때는 별이었다가 이제는 별을 빛나게 하는 

           어둠'이 되어버린 이경규 아저씨가 문득 생각나는 ~

               (MBC TV "명랑토론회"- 2.14.밤 방영분 에서)
 
들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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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가족이 함께 읽는 중국 역사이야기 1 - 춘추시대
박덕규 지음 / 일송북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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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중국인들 스스로 쓴 책을 갈무리하여 '중국 내 조선족들을 위한 중국 역사이야기 책'으로 '연변인민출판사'에서 발행한 책을 다시 지은이가 우리 입맛에 맞게 다듬어 내놓으니 이 시리즈는 무려 14권이나 된다. 물론 각 권의 쪽 수가 약 300여쪽에 판형도 손에 들고 다니기 쉬운 형으로 그리 크지 않기에 곁에 들고 다니며 짬짬이 읽어나가면 중국 역사 약 3천년을 어렵지않게 만날 수 있겠다.
 
 세 단계를 거쳐 다듬어진 책이라는 지은이의 말처럼 이 책은 꽤 깔끔하게 씌어져 있다. 장구한 중국 역사를 시작함에 있어 군더더기도 거의 보이지 않고 한번쯤은 들어봄직한 이야기들이 많이 등장하고 읽기에 부담되지 않도록 십여 쪽의 이야기가 한 단락을 이루고 있다. 그리고 그 이야기들이 이어지며 역사의 흐름을 보여준다.
 
 이제 그 첫 권에 발을 담그고 따라가본 중국 역사는 역시나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삼국지'형이다. 물론 어느 시대, 어느 나라 이야기든 그렇지 않으랴만 유독 중국 역사이야기를 만날 때마다 느끼는 것이 바로 '뒤집는 이야기'이다. 쫓겨나고 겨우 목숨을 부지하였는데 나중에, 먼 뒷날, 복수하고 권력을 다시 찾아가고…. 중국인의 속성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네들에게서는 좋은말로 '기다림의 미학'같은 것이 느껴진다. 
 
 <춘추시대>라는 말이 공자가 엮은 [춘추(春秋)]라는 책 이름에서 연유한 것도 몰랐던 나같은 사람에게 200여년에 걸친 춘춘시대의 패주,왕,제후들의 이야기는 전혀 낯설지 않았다. 그만큼 중국과 우리나라의 관계가 밀접하여 많이 들어왔다는 이야기일게다. 좋든싫든. 그런데 이 책에 실린 스물 네편의 이야기를 읽는 동안 드는 생각은 정말 이들은 기다릴 줄 안다는 것이다. 
 
 벌써 10년이 훌쩍 지났지만 홍콩 반환도 그러한 좋은 예일 것이다. 영국과의 패전 후 조약으로 100년을 임대하여주었다가 이윽고 그 100년이 지나서 다시 찾아오는 땅이라니…. 그들은 모 아니면 도가 아니라 안되더라도 포기하지 않는 끈질긴 그런 부분들이 있는 것 같다. 그 저력들이 지금의 중국이라는 나라를 만들고 이끌어내고 있겠지만….
 
 우리에게 가장 잘 알려진 사자성어중 하나인 '와신상담(臥薪嘗膽)'의 주인공인 오나라 왕 부차와 월나라 왕 구천의 이야기도 결국은 기다릴 줄 아는 자가 승리한다는 이야기이다. 복수를 위하여, 재기를 위하여 무릎꿇고 종노릇을 하더라도 기다리고 또 기다리는 동안에 자신을 위한 기회는 돌아온다는 사실을 그들은 생태적으로 체득하고 있는 것 같다. 삼족이 역적으로 몰려 멸망하여도 핏줄 한 사람만 살아 있으면 주변에서 그를 도와 복수를 하게 한다는 이야기는 글자 그대로 이야기일 뿐 역사 속 사실(史實)이 아닌 것만 같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실재했던 역사 속 이야기이다.
 
 '기다림'이 이 책 속 주인공들의 장점에 해당한다면 '마음을 풀어 놓음-자만과 방심'은 다른 측면의 모습들일게다. 성공하였다고 상대방을 우습게 보거나 하찮게 여기다가 결국엔 복수의 칼날을 맞는, 옆에서 보면 뻔히 보이고, 그 진실을 미리 경고하여 일러주는 충직한 신하들도 있는데 운명처럼, 아니 운명이니까 그들은 모든 예지할 수 있는 상황을 깡그리 무시하고 나락으로 걸어들어간다. 마치 그 길밖에 없다는 듯.
 
 그리고, 그리하여 역사는 다시 이어지고 반복되는 것이다. 물론 이전보다는 더 세련되고 더 정교하게…. 하지만 끝내 이기고 왕 혹은 패주의 자리에 오르는 자는 '기다릴 줄 아는' 자이고 그렇지 않은 이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그 시간들 속에서 그들을 말없이 바라보며 지지하거나 내치는 이들이 바로 다수의 백성들이다. 비록 누구누구라고 드러나지는 않지만 그들이 실제 흘러가는 역사의 주인공이리라. 책 속의 주요인물로는 제후나 왕들이 등장하지만 그들을 그 자리에 있게하는 기반은 백성들의 지지, 민심인 것이다. 백성들의 마음을 얻지 못한 왕은 결국엔 쫒겨나거나 무너진다는 것 역시 역사가 들려주는 엄혹한 진실이리라. 
 
 우리가 남의 나라 역사이야기까지 시간을 내어 읽는 까닭도 그 진실을 확인하고 우리네 삶의 나아갈 바를 밝히는 지표로 삼고자 함이리라. 게다가 그 역사이야기가 재미있기까지 하다면 14권이 아니라 140권이라도 우리는 밤을 새워가며 '옛날옛적에~' 살았던 사람들을 만나러 가는 것이다.
 
  이 책은 그런 취지에 잘 들어맞는 역사책이다. 부담없이 '온 가족이 함께 읽는' 그런 역사이야기이다. 다만 한 시대를 정리하는 연표나 많이 등장하는 사자성어 요약이나 색인이 더해진다면 정말 교양필독서로 더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다.
 
 

2009.2.16. 밤, 문득 저네들의 '동북공정'에

               우리는 지금 무얼 하고 있을까를 생각해보는 ~
 
들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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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한국사 1 - 인류의 기원부터 삼국 시대까지 KBS HD 역사스페셜 만화 한국사 1
원병조 그림, 김영 글, KBS 역사스페셜 제작팀 / 보물상자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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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눈을 높여주는 좋은 역사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전의 [KBS역사스페셜 1~7]이 끝나자 마자 [KBS HD역사스페셜 1~5]이 나와 나같은 매니아를 황홀케 하더니 곧 [한국사傳 1~5]가 나왔다. 그리고 이제는 아이들의 눈높이를 고려하여 '우리 역사의 흐름을 한눈에 보'도록 [만화 한국사]가 발행되었다.  
 

 [만화 한국사 1권]에는 '맨 처음 인간'에 관한 이야기부터 시작하여 옛 고대국가들인 고구려,백제,신라, 그리고 가야까지 다루어지고 있다. 최신의 자료와 화려한 그래픽이 잘 어우러져 책을 손에 든 아이는 하루만에 이 책을 돌파하였다. '역사 매트릭스'를 타고 떠난 우리 고대사 여행에서 아이는 어떤 부분을 크게 느꼈을까? 우선 만나보자.

 



 
 
 이 책은 내가 이제 들어가는 '6학년 사회'가 만화책 한 권에
들어 있는 것 같아서 흥미를 더 가질 수 있었다.
특히 1학기때 나오는 것 중 내가 어려워하는 신석기,중석기,구석기
얘기가 제일 처음 부분쯤 나와서 더욱 재미 있었다.
그리고 특히 한 단원을 읽고 나면 나오는 "역사 깊이 보기"도
도움이 많이 되었다.
그리고 한가지 의문점이 생겼다.
그것은 적이 쳐들어 오면 저절로 울리는 자명고가 울려봤자
군사를 준비할 시간과 사람들이 대피할 시간을 주기에는
낙랑국 쪽 시간이 적지 않았냐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그때 고구려 군사들이 그냥 쳐들어가면 되지 않냐는 생각도 든다.
그래서 지금 이 독후감을 쓴다음 인터넷에 들어가서 이 의문을 풀 것이다.
아,참 그리고 이 책에는 '나라'와 '우리' 그리고 사이보그 '겨레'라는 등장인물이
나와 역사를 탐방한다. 지금 이 책을 읽다보니 나도 이 역사탐방에 참여한 것
같았다. 이 책이 1권이니 앞으로 나올 2권,3권에도 내가 같이 참여해
역사 탐방을 하고 싶다. 
이 계기로 역사에 한걸음 더 다가갈 수 있게 되었다.
 2009. 2.15.  김 난

 



 
 위는 아이의 독후감이다. 내용을 잘 쓰고 못쓰고는 내게 중요한 일이 아니다. 아이랑 같은 책을 읽고 잠시나마 같이 이야기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최근에야 책을 손에 들고 읽고 독후감을 작성하는 딸아이의 곁에서 조금씩 조금씩 가까워지는 아빠랑 딸이 되는 것이 더 더욱 중요한 일임에 틀림없으니….
 
 항상 아이에게 읽힐 우리 역사이야기를 찾아다닌다. 옛조선의 장엄한 신화까지 아울러 원대했던 조상들의 웅혼한 기상을 전해줄 수만 있다면 꼭 책이 아니라도, 만화가 아니라도 아이랑 함께 할 것이다. 애써 찾아 모으는 우리 고대사 관련 책들이 자라나는 아이 곁에서 함께 익어가기를 기다린다. 언젠가는 아빠보다 더 우리 역사를 잘알고 더 사랑하는 아이들이 자라나 더 나은 모습의 역사를 그들의 다음세대에 물려주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그러니 조금씩이라도 우리 역사를 만나는 시간을 갖는 것이 지금 우리세대에게, 아이랑 나에겐 그만큼 소중한 것이다.
 
 
2009.2.15. 밤, 다시 고구려의 옛하늘을 그리워하며 ~
 
들풀처럼
*2009-042-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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