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특공대 사회를 지켜라
권욱 그림, 강상균 글 / 스콜라(위즈덤하우스)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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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화책이라고, 만화만 본다고 무시당하던 시절이 있었다. 나 역시 수십년전 만화방에서 만화책을 보고 있다가 엄마 손에 끌려 집으로 온 적이 몇 번 있었다, 그런데 세월이 흐르며 만화가 달라지고 있다. 만화가 그냥 만화가 아니라 여러가지 교육적인 내용을 전달하면서도 재미와 흥미를 갖춘 종합교양물로 태어나고 있는 것이다. 뭐, 그래도 나는 아직까지 만화는 만화다워야 한다는 쪽에 한 표를 던지고 싶지만….
 
 한자,영어,과학에 관한 만화들은 이미 나오고들 있지만 사회와 정치에 관한 만화는 아직 만나보지 못하였는데 드디어 이 책, [사회특공대 사회를 지켜라]가 우리 곁에 나타났다. 마땅히 기뻐할 일이다. 아니나 다를까, 집에 가져다주니 올해 6학년이 되는 딸아이는 반나절도 안되어 다 보고는 다시 내게 책을 건네준다. 재미있었냐는 물음에 고개를 힘차게 끄덕이며.
 
 하지만 학습만화들이 다 그렇듯 꼴랑 한 번 보고 그 내용들을 다 기억할 수야 없는 법, 곁에 두고 틈틈이 꺼내 읽으며 스스로의 지식으로 소화시키면 될 것이다. 이 책에는 우리 정치체계의 기본을 이루는 개념들을 자라나는 아이들이 쉽게 익힐 수 있도록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과 선거, 헌법의 의미와 개헌 등으로 구분하여 착실히 소개되고 있다.
 
 그리고 이야기의 전개방식도 단순히 교과서를 만화로-그림으로 그려놓은 것이 아니라 '지구정복을 꿈꾸는 외계인'의 음모를 저지하는 주인공 어린이들의 활약상으로 대치하여 무척 재미있게 따라가며 민주주의 정치체제를 간접적으로 경험해보도록 하고 있다. 게다가 각 장에 들어가면서 중요한 질문들을 보여주어 생각할 거리를 만들어주고 만화를 보도록 유도한다. 좋은 아이디어다.
 
 '민주주의란 어떻게 시작되었을까?', '우리 나라는 간접 민주제라고?' 등의 질문들이 주어지고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만화 중간중간에 그 부분들이 설명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만화로 본 내용들을 다시 '닥터 구린의 사회 열공'이라는 심화학습으로 한 장의 뒷부분에 마무리 정리를 해놓아 시험공부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하여 이 책은 교과서랑 함께 보면 더 좋은 책이되는 것이다.
 
 주요 등장인물로는 지구정복을 꿈꾸는 외계인 1호인 '휘둘러 총재'와 우라들의 사회특공대원인 레드'폴리'와 화이트 '이코', 블루 '사이어'가 있고 이들을 이끌어주는 닥터 '구린'이 계신다. 그리고 지은이와 우리모두의 소망이 그득담긴 '참바른'대통령도 우리 편이다. 휘둘러 총재의 지구정복 음모는 '내각제 개헌을 통한 장기집권'이었는데 사회 특공대원의 활약으로 저지되고 만다. 배우고 알아야만 외계인의 침공도 무찌를 수 있는 것이다.
 
 '사회탐구 학습만화'라고 책표지에 스스로의 정체성을 명확히 한 덕분에 이 책에서 우리는 민주주의,선거,국회의원,헌법,개헌,탄핵소추까지 많은 사회정치관련 개념들을 깨우칠 수가 있다. 이미 어른이시라도 헷갈리시는 분들은 이 책을 통하여 개념정립을 하시면 좋을 것이다. 특히 요즘처럼 직위와 직책만 챙기고 공복(公僕)으로서의 책임과 의무를 무시하는 개념없는 고위직 공무원들에게 이 책을 꼭 권하고 싶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시라고 말이다.
 
 그나저나 이런 좋은 책을 보고 자라난 21세기의 아이들에게 19세기적인 행태를 보이는 우리 정치인들의 모습을 어떻게 설명해야할지 벌써부터 고민이다. 그들이 자라나면 자연스레 다 정리가 되겠지만….
 
 
2009.2.22. 새벽, 아침이 밝아올 때까지 목놓아 부르리라~
 
들풀처럼
*2009-052-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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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100가지 세계사 1000가지 상식 5
판도라 지음, 이태경 그림, 이정호 감수 / 세상모든책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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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디서부터 인도 이야기를 하여야하나 한참을 생각하다 역시 순서대로 차근차근 이야기하는 것이 무난하리라고 여겨져 그대로 나아간다. 그런데 다들 아시다시피 인도라는 나라가 워낙 크고 거대하고 복잡+다양하여 이 한 권의 책을 읽고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제대로 할 수 있을지 벌써부터 더럭 겁이난다.
 
 흔히들 인도를 중국의 뒤를 이어 세계경제를 좌우할 아주 중요한 나라로 판단한다, 그게 당연한 것이 인구 수나 국토 크기를 보아도 중국의 바로 뒤를 잇고 있으며 영어 사용인구 수나 시장경제의 도입등은 오히려 중국보다 낫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직은 중국보다 뒤처지는 까닭을 하나 꼽자면 그 '다양함'때문이리라. 중극은 일국 사회주의라는 큰 틀 속에서 움직이지만 인도는 다양한 종교와 인구구성, 계급제도 등이 뒤섞여 밖에서 슬쩍 들여다보면 어찌 저런 곳에 사람이 살 수 있을까라는 생각마저 하게한다.
 
 하지만 그런 인도가 2020년대를 넘어가면 세계 경제력에서 1위국가로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까닭은 영어를 공용어로 사용하는데다 북미와의 12시간 시차등이 어우러져 더 나은 업무지원환경을 갖출 수 있기때문이다.(194) 실제로 지금 인도는 북미는 물론 유럽지역의 아웃소싱 업무를 다른 나라에 비하면 압도적으로 맡아서 하고 있는 것이다.
 
 지은이의 말처럼 인도는 '이제 막 달리기를 시작해, 그 걸음을 좀처럼 멈추지 않을 것 같은 코끼리'(7) 라는 표현이 딱 들어맞는 나라인 것이다. 세계 4대 문명의 발상지중 하나인 인더스 문명이 있고(16) 숫자 '0'을 만들고(84) 신분제도가 유지되면서도 사람들의 행복도는 이상하리만치 높은, 요가철학의 나라(86) 인도는 글자 그대로 '다양함'이 흘러 넘치는 곳이다.
 
 책에는 정말 다양한 이야기들이 소개되어 있는데 힌두교와 이슬람교로 갈라져 분단된 파키스탄 이야기(162), 소를 신처럼 받드는 까닭(204),백성에게 빚을 갚은 왕(56)…이야기는 계속된다. 그 속에서 인도의 실체를 만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아직도 신분제가 완강히 유지되는 속에서도 자신의 '아슈라마'(34)를 행하며 스스로의 깨달음으로 해탈에 이르려는 사람들, 그들은 분명 아름다운 사람들이다.
 
 그리고 책 속 이야기들은 역시나 맛깔스럽게 설명되고 재미있고 적절한 그림들이 그 이야기들을 받쳐준다. 그림만 보아도 이야기하는 바를 알 수 있을 정도이니 역시 이 시리즈의 매력이 잔뜩 묻어난다. 그럴리가 없다고 생각하였지만 정말 이 책 한 권이면 인도에 관하여 궁금한 부분들을 상당히 해소할 수 있다. 
 
 그런데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으니 마지막에 있어야 할 연표가 없는 점이다. 초기 인더스 문명부터 현대의 핵무기까지 이어지는 이야기들의 시대가 잘 그려지지 않는다.  게다가 초반 이야기들에는 대부분 연대가 기록되어 있지 않아 다른 이야기들과의 연결점들을 찾기가 힘든 것이다. 연표가 있다면 이야기를 보다가 이 시대와 저 이야기가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금방 찾아볼 수 있는데 이 부분은 조금 아쉽다.
 
 하지만 '연표' 한부분을 제외하고는 이 책, 이 시리즈는 흠잡기가 힘든 것이 사실이다. 하여 미국-중국-프랑스-일본을 거쳐 인도까지 다다른 이야기가 어디까지 뻗어나갈지 궁금하다. 물론 그 여행에 나는 계속 함께할 것이다.
 
 
2009.2.22. 새벽, 언젠가는 인도에 가보리라 다짐하는 ~
 
들풀처럼
*2009-051-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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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빨간 날 - 달력나라 서바이벌
주경희 지음, 김옥희 그림 / 세상모든책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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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빨간 날, 공휴일, 법정 공휴일이 사라져간다. 나같은 직장인에겐 서글픈 현실이다. 여러가지 까닭으로 사라져가는 빨간 날들이 단지 나의 쉬는날만 앗아간 것이 아니라 그들이 품고 있는 중요한 의미들까지 가져가버려 이제는 그 날들의 의미까지 퇴색해버리는 것은 아닌지…자, 그럼 달력 속 치열한 투표 현장으로 들어가보자구.
 
 이런 우려들이 현실로 나타났다. '달력나라 서바이벌'이 시작된 것이다. 각각의 공휴일들이 자신을 빨간 날로 계속 유지해달라고 까만 옷을 입은 보통날- 백성들에게 하소연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누가누가 빨간옷을 입고 국경일로 살아남을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물론 앞서도 말한 바와 같이 직장인들은 하루라도 빨간 날이 더 늘어나기를 바라겠지만 현실은 냉혹한 법, 그럼 이제부터 빨간 날을 가려볼까나.
 
 1번 후보,설날, 당연히 빨간 날이어야겠지. 현재는 양력설(1),음력설(3)을 다 쉬고있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설은 새해를 맞이한다는 개념에 맞추어 1월1일부터 3일간, 즉 1월1일 ~ 1월3일 이렇게 빨간 날이었으면 좋겠다. 물론 이런 이야기를 공개적으로 하였다가는 수많은 까치까치 설날 옹호론자에게 돌을 맞을 일이겠지만…
 
 2번 후보 삼일절은 당연히 빨간 날로 지속되어야한다는 생각, 언제까지? 남북통일이 이뤄져서 중국도 일본도 더 이상 우리를 얕보지 않을 때쯤 되면 보통날로 되어도 좋을 것이야. 그런데 그 날이 오기는 하겠지?
 
 3번 후보 식목일은 현재는 보통날로 빠져있지만 여러가지 의미로 중요한 날임은 틀림없기에 무조건 나무심으러 가는 날로 정하여 정상 출근/등교 하여 단체로 어딘가로 나무심으러 가면 좋겠다. 그러니까 까만 날이지만  나무심기를 위한 까만날이라는 것이지, 공부랑 일은 하지 않고. 어때, 이 아이디어?
 
 4번 후보 석가탄신일과 13번 후보 크리스마스는 개인적으로 빨간 날에서 좀 뺐으면 해. 왜냐구? 대한민국은 종교의 자유가 있는 나라니까, 종교의 기념일엔 종교인들만 쉬면 되는 거 아니겠니? 안된다구? 그럼 다른 종교를 믿는 사람들은? 믿는 사람의 숫자가 적다고 까만 날이고 신자가 많다고 빨간 날이라면 좀 우습지 않니? 하여 나는 이 두 날은 보통날이 되어야한다고 봐.
 
 5번 후보 어린이날, 반드시 빨간 날이 되어야지. 요즘 어린애들처럼 학교와 학원을 오가는 아이들이 1년에 하루라도 더 편히 쉬도록 해야겠지. 이왕이면 5월5일 ~ 5월8일까지 나흘을 아이랑 어버이랑 편히 쉬는 날로 만들어 봄나들이도 다니면 좋으련만...힘들겠지..응?  종교 축일 이틀빼면 가능할 것도 같은데 말이야…
 
 6번 후보 현충일은 당연히 쉬어야지, 나라를 위하여 돌아가신 분들을 생각하며 경건한 하루를 보내야지. 이 날은 모든 술집도 문을 닫고 쉬었으면 좋겠는데..유흥접객업소는 1년에 하루 이 날 쉰다더라 뭐…하루 술 안먹고 좀 경건하게 쉬면 안될까나. 아, 참 이 날도 개인적으로는 삼일절처럼 통일되고 간섭받지 않은 나라가 된다면 그냥 넘어가도 되지 않을까나. 그때쯤이면 시민의식도 성숙하여 순국선열에 대한 예우는 일상적으로 갖출테니까….
 
 7번 후보 제헌절은 당장 뺐으면 해. 그리고 그 날은 현재 어처구니 없이 빠져있는 11번 한글날과 바꿔야한다고 생각해. 한글날의 중요성이야 두말하면 잔소리이지만 제헌절은 겨우 해방 후 법치국가의 기틀을 만들었다고 여태 놀고 있으면 뭐해, 세상은 아직도 법대로 돌아가지도 않고 악법도 남아 있는데..차라리 통일되고나서 새로 만들어지는 헌법이 있으면 그 때를 기념하는 날이 빨간날이 되었으면 해. 그러니까 어서 한글날에게 빨간 옷을 양보하라구.
 
 8번 후보 광복절은 일본 제국주의로부터 해방의 의미가 있는 날이니까 당연히 빨간 날이어야지, 단, 이날도 역시 통일이 되면 통일 기념일로 바뀌어야겠지.
 
 9번 개천절은 무조건 빨간 날이어야지, 우리 겨레가 이 땅에 존재함을 선포한 날이잖아. 날짜야 연구끝에 바뀔 수도 있겠지만 절대 빠져서는 안되는 빨간날이야. 뿌리를 잊으면 모든 걸 잊게되는거라구. 잊지말자구.
 
 10번 추석은, 먼저 왜 추석인거야, 한가위라는 멋진 우리말이 버젓이 있는데 왜 추석이라는 한자말을 쓰냐구? 이럼 안되지, 응. 그리고 한가위는 설날과는 달라. 음력설은 한 해를 시작한다는 의미를 상실하였기에 1월1일로 설을 합치자고 하였지만 8월 한가위는 한 해의 풍요로움을 조상님께 감사드리고 흩어져있던 가족들이 모처럼 만나 함께 보내는, 우리 겨레에게는 가장 중요한 날인거야. 그러니까 이 날은 앞 뒤로 5일을 쉬면 안될까? 공장이나 몇몇 제조업체는 다들 그리 쉰다든데..아예 공식적으로 그렇게 쉬면 안될까? 차라리 월중 일요일을 하루이틀 줄이더라도 말이야.
 
 12번 국군의 날은 이제 지금처럼 하면 돼. 군인이 특수한 역할을 함은 분명하지만 이제는 그 비중이 줄어들고 있잖아. 그리고 직업을 기준으로 빨간 날을 주는 것은 어색해. 그러니 그동안 수고하였음을 잊지는 말고 지금처럼 자체 행사만, 우리는 옆에서 지켜보며 박수 쳐 주자구.
 
 11번 한글날은 다시 한 번 이야기 하지만 어떤 개념없는 분들이 빨간 날에서 빼버렸는지 한심할 따름이야. 지금 우리세대가 한글을 제대로 사용하지 않는다고 빼버렸다는 우스개소리도 있지만 그러는게 아니야, 세계에 내세울 수 있는 우리 문화의 그 첫 번째가 한글인데, 세계의 언어학자들이 극찬한다는 그 한글인데, 어쩌자고 이 날을 국가적으로 기념하지 않는거냐구.. 바보아냐? 모두들…참으로 답답하고 한심한 현실이야.
 
 자, 그럼 나의 의견을 정리해볼까? 설날+2, 음력설-3, 석가탄신일-1, 어린이날+3, 제헌절-1, 한가위+2, 한글날+1, 크리스마스-1 = 이렇게 하니 빨간 날이 2일 더 늘어나네…. 늘어나는 빨간 날이 문제라면 많이 쉬는 5월과 10월에 일요일을 하루 줄이더라도 이렇게 조정이 되면 좋겠어. 어차피 일요일이랑 빨간 날이랑 겹치면 가슴아프니까.. 올해처럼 말이야….응?
 
 

2009.2.21. 깊은밤, 이 연사 소리높여 외칩니다.

           높으신 분들. 한글날은 제발 빨간 날로 하입시다, 예~?
 
들풀처럼
*2009-050-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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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 도락 입문 - 클래식 애호가를 위한
이시하라 순 지음 / SRM(SRmusic)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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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를 조금이라도 아는 이들은 모두 이렇게 말하리라. 내가 이 책을 읽고 있는 모습을 본다면. '어, 니가 언제부터 음악에 관심이 있었다고 이런 책을 다 읽냐? 클래식 음악은 커녕 노래도 못하면서..하하핫!' 그럼 나는 이렇게 대답해주리라. '그래, 나는 노래를 잘 부르지는 못하지, 그런데 그게 왜, 그렇다고 내가 노래를 부르고 음악을 즐기면 안되는거야'라고. 그럼 녀석들은 이 책을 손가락으로 콕 찝어가며 얘기하리라. '잘 봐라, 이 책 제목 [클래식 애호가를 위한 오디오 도락입문]..너, 클래식 좀 알아?' '......' 이윽고 조용해지는 나.....
 
 그렇다. 희한하게도 나는 거의 모든 장르와 시대와 가수와 국적의 구분없이 즐길수 있을만큼 다양한 음악을 섭렵해왔다, 오래전부터 난 편견없이! …가요와 힙합은 기본이고 팝송, 월드뮤직, 그리고 트로트를 넘어 몇 년전부터는 재즈까지…. 하지만 아직도 쉬 넘지못하는 산이 있으니 바로 클래식인 것이다. 클래식음반을 제대로 진중하게 들을라치면 바로 잠이 들어버리니 도대체 나는 어떤 뇌구조를 타고났는지 한탄도 하곤 하였다. 
 
 다른 음악들은 알든 모르든 그 선율이나 그 목소리가 전해주는 느낌들의 부스러기라도 줏어 먹으며 맛을 보는데 클래식은 편곡 또는 소품처럼 익히 알아왔던 곡외에는 근처에 가보지도 못하였던 내가, 이런 책을 손에 들고 있으니 녀석들이 놀릴만한 것이다. 하지만 우연히 내 손에 들어온 이 책을 책 자체에 대한 병적인 집착으로 나는 만나보고야 마는데….
 
 지은이의 말처럼 정말 오디오와 클래식에 빠진 매니아가 아니라면 이 책은 거의 필요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각 시스템의 소개에 앞서 지은이가 선정해놓은 10명의 작곡가와 곡들은 이름은 한번쯤 들어보았던 이들이라 이들을 찾아 들어본다면 뜻밖에 클래식의 세계로 들어가는데 성공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여 이 책에 등장하는 10명의 작곡가를 한꺼번에 만날 수 있는 음반을 찾다가 포기하고 드디어 이름은 들어본^^*  카라얀 CD전집의 발췌본에 해당하는 [HERBERT VON KARAJAN - 2008 TNE LEGEND (2CD)]를 구입하였다. 그리고 아침 출근 전, 밤에 잠들기전 한 번씩 듣고 있다.다행히 몇 곡은 들어본 곡이라 CD 1장을 듣기에 어렵지 않다. (모차르트,슈트라우스,바그너 -  이 세 작곡가만이 책에 소개되는 인물들이지만….나머지 작곡가는 라벨,드뷔시,샤브리에,차이코프스키,비제,푸치니,베를리오즈,베버,슈베르트,스메타나,시벨리우스,드로르자크 이다.)
 

 지은이의 말처럼 여기 등장하는 고품질,고가의 오디오 기기는 당연히 전문가들용으로 진정한 애호가쯤 되어야 많은 걸 포기하고 덤벼들게 되는 품목들이다. 내가 가끔 특정한 책들에 멋모르고 뛰어 들듯이 말이다. 나는 20여년전 구입하여 이제는 CD플레이어만 작동되는 전축 -당시로서는 최신의 서라운드 스피커가 장착된-만으로도 편안히 감상할 수 있는 수준이므로 이 CD와 이 책을 밑바탕으로 하여 다시 클래식 세계에 발을 뻗어보아야 겠다. 

 


 
 
 책에 소개되는 여러 시스템중 흉내라도 내보고 싶은 시스템은 컴퓨터를이용한 데스크탑 시스템이다. 60쪽에 등장한 사진을 보면 지금의 노트북에, 적절한 스피커만 제대로 갖춘다면 좋은 음악감상을 즐길 수도 있으리라는 생각이다. 물론 스피커의 음질에서는 차이가 나겠지만 내 귀는 아직 그 소리들을 가려낼만큼의 수준이 아니니 시작은 그처럼 간결하고 저렴하게 하여도 괞찮지않으랴….
 

 지금도 나는 이 글을 쓰며 오른쪽 화면에는 [마틴 스콜세지 기획의 블루스 7 DVD]중 하나를 틀어놓고 음악 감상을 하고 있다. 뭐, 어떤가,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듣고싶은 음악들을 언제 다 즐길 수 있겠는가. 조금 더 다가서기 쉬운 방법으로 나는 음악의 세계로 발을 들이민다. 그리하여 마지막 단계인 클래식에도 언젠가는 정식 입문하여 다시 이 책을 손에 들고 웃으며 따라가보리라.

 


 
 
 
2009.2.21. 밤, 그런날이 오겠지요? 라고 스스로에게 되묻는 ~
 
들풀처럼
*2009-049-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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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와 한사상 - 한류의 세계화를 위한 한사상의 이론과 실제
김상일 외 지음 / 모시는사람들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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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한류의 세계화를 위한 한사상의 이론과 실제"라는 긴 부제가 붙은 이 책을 선뜻 만난 까닭은 '한류'라는 것이 요즘 유행하는 한때의 것이 아니라 예부터 내려오는 그 뿌리가 깊은 우리 겨레만의 '한사상'과 연관되어 있음을 깨닫고 싶어서이다. 그런 목적을 가지고 만난 이 책, 생각보다 훨씬 맘에 든다.
 
  요즘 이런분류의 책읽기가 어떤 점에서는 편협할 수도 있지만 그동안 우리 겨레와 관련된 기존 병든 사학(史學)의 물을 워낙 많이 먹어왔기에 그 반발작용으로 더 색다른 방향으로의 모색에 적극 동참해보는 것이다. 그리고 이 책에도 조금은 한쪽으로 몰아가는 논지들도 있다. 그래도 열다섯 편의 논문들이 제각각인듯 하면서도 일정하게 지향하는 바가 있으니 바로 우리 겨레의 뿌리인 '한사상'인 것이다. 그럼 먼저 '한'이라는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만나보자.
 
  '한'은 국어사전에 따르면 20가지 이상의 뜻을 가진다. ~ '하나',  '다多.일체一切.전체', '한갖'의 최소한과 '한껏'의 최대한, '큼(大)'과 '넓음(廣)' , '하늘天,무한無限',  '같음同'과 '함께共' ~ ( "글로벌 공공철학으로서의 한사상"-'김봉진'에서 ) (156~160)
 
 세상에나..어떤 말이 이처럼 넓고 깊이 여러가지 뜻을 아우를 수 있는지…참으로 우리에게 '한'이라는 말이 중요한 글자임을 알 수 있다. 게다가 '한'이라는 말은 우리에게 고유한 글자이면서도 세계속에 유사어로 존재한다. 결국 그 뿌리는 같은 말들이 먼 옛날 세상속으로 뻗어져 나가면서 우리에게는 '한'이라는 말로 정착된 것이리라.
 
 수메르의 '안An' 과 몽골어의 '칸Khan', 한국어의 '한Han'은 매우 유사하며 수매르어의 '딩그르Dingir' 와 몽골어의 '뎅그리Tengri'는 한국어의 '뎅그리Dengri'와 유사하다. 그리고 이 뎅그리 혹은 당굴레단군원음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  "고대 아시아에서 북미주 대륙까지 한류는 흐른다"-'김상일'에서 가려뽑음 ) (183~205)
 
 결국 이 책의 지은이들이 전하고자 하는 바는 우리의 '한'사상은 그만큼 오랜 뿌리를 갖고 있는 것이므로 부디 잊혀졌던 역사를 바로잡고 후손들에게 이러한 우리사상을 물려주자는 이야기리라. 물론 당연한 이야기이기도 하고…, 
 
 도입부의 "여는글"에서 등장하는 우리 고유문화인 "선도문화""홍익인간 이화세계"(삼국유사)(38)라는 교의를 가진 우리만의 것이었는다. 비록 유교와 불교와 도교가 들어옴으로써 묻혀져 버린듯 하지만 우리의 선도(仙道)는 계승되어 오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대표적인 예가 신라의 화랑도인 것이다. 지은이가 이야기하는 것처럼 '중국의 도교는 세속을 버리고 심산유곡에 들어가서 혼자 성통공완(性通功完)하여 불로장생하기를 바라는 개인주의 신앙'(39)이지만 신라의 화랑도는 '개인주의 가 아니라 나라와 이웃 그리고 가족을 사랑하고 봉사하는 정신을 본질로 삼'(39)아 '보다 적극적인 이타정신이 포함되어 있'(38)는 것이다. 이것이 우리문화의 원류인 것이다. ( "한류의 역사적 배경"-'박성수'에서 ) (21~48)
 
 이 책속에는 앞서 이야기한 '한'사상,'한류'와 관련한 여러 논지들이 전개되는데 특히 신선한 논지는 우리말의 '한두어 개'를 집합이론의 퍼지이론과 연관지어 설명해나간 "한의 '한두어 개'를 논리적으로 표현하기의 한 시도" -'김상일' (51~64)라는 글이다. 이 글에서 지은이는 우리 고유한 한사상 속의 '애매모호성'을 퍼지 논리로 표현하고자 한다. 물론 이 글은 그 시도에 불과하지만 이처럼 신선한 시각과 논지로 우리의 사상을 논리적으로 설파할 수 있다면 한류와 한사상이 세계적인 사상사(思想史)의 한복판에 우뚝설 수 있으리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한국 난타문화의 원형"-'강은해'(371~409)은 우리에게 익숙한 풍물극인 난타를 통하여 우리 문화의 원형을 유추해보는데 논지전개가 상당히 설득력이 있다. 왜 우리가 난타에 그처럼 매혹되는지가 이 글로 충분히 이해가 가는 것이다. 지은이의 말처럼 '묵고 쌓이고, 가득찬 것을 비워내고,내려 놓고,씻어 내는 행위가 바로 난타이기 때문이다.'(407) 그리고 그 원형은 익히 알고 있는 도깨비, 그리고 그 뿌리말인 두두리이다. 
 
 이말을 다시 요약하면 '두두리→도깨비→난타'인 것이다. 여기서 두두리는 쉬 짐작 할 수 있듯이 두드린다는 말에서 나온 것이다. 도깨비가 두두리에서 온말임을 알면 도깨비 방망이라는 말의 뜻도 알 수 있는 것이다. 가슴이 방망이질친다의 그 방망이, 두드리니까 방망이질 치는 것이고 이윽고 도깨비 방망이가 되는 것이다. 이런 말풀이만으로도 흥미로운데 바로 이것이 우리 문화의 한 원형이라고 하니 더욱 새로운 기분이다. 두드리고 두드리는 행위들이 두두리→도깨비로 이어져 다시 난타가 되어 우리 가슴을 울려대며 시원하게 해주다니.....  문화의 힘을 여기서 다시 느끼게된다.
 
 책 이야기가 이처럼 두서없이 전개되는 까닭은 바로 이 책 내용의 다양성에 있다. 책의 방향성은 '한'사상의 널리 알림이라는 쪽으로 모두 향하고 있지만 전개되는 논지들은 신화/역사 추적에서부터 기독교의 하느님과 우리 하느님의 연관성 분석까지 여럿이다. 그리하여 그나마 제대로 이해한 부분들만 겨우 간추려 언급하여 본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이 책의 의의가 덜해지는 것은 분명 아니다. 우리 겨레 고유의 얼, 그 사상의 뿌리를 추적하는 일이 어디 한두 사람의 노력과 한두 해의 시간만으로 될 것인가. 이처럼 모이고 쌓여서 우리만의 얼이 다시 살아나고 피어날 것이니 이 책은 그 출발점이 될 것이다. 홀로 헤매이는 길에서 만난 반가운 벗처럼 겨레의 얼을 밝히는데 많은 도움이 되리라. 그러니 '한'겨레의 '한'사상을 아시려거든 이 책부터 펼치시라. 그리고 입맛에 맞는 분야부터 천천히 시작하시어 우리 겨레 우리 얼 찾기에 함께 하시라.
 
 
2009.2.21. 밤, 오래 묵혀둔다고 생각이 트이는 것은 아님을 깨닫는
 
들풀처럼
*2009-048-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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