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의 세계화를 위한 한사상의 이론과 실제"라는 긴 부제가 붙은 이 책을 선뜻 만난 까닭은 '한류'라는 것이 요즘 유행하는 한때의 것이 아니라 예부터 내려오는 그 뿌리가 깊은 우리 겨레만의 '한사상'과 연관되어 있음을 깨닫고 싶어서이다. 그런 목적을 가지고 만난 이 책, 생각보다 훨씬 맘에 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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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이런분류의 책읽기가 어떤 점에서는 편협할 수도 있지만 그동안 우리 겨레와 관련된 기존 병든 사학(史學)의 물을 워낙 많이 먹어왔기에 그 반발작용으로 더 색다른 방향으로의 모색에 적극 동참해보는 것이다. 그리고 이 책에도 조금은 한쪽으로 몰아가는 논지들도 있다. 그래도 열다섯 편의 논문들이 제각각인듯 하면서도 일정하게 지향하는 바가 있으니 바로 우리 겨레의 뿌리인 '한사상'인 것이다. 그럼 먼저 '한'이라는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만나보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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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국어사전에 따르면 20가지 이상의 뜻을 가진다. ~ '하나', '다多.일체一切.전체', '한갖'의 최소한과 '한껏'의 최대한, '큼(大)'과 '넓음(廣)' , '하늘天,무한無限', '같음同'과 '함께共' ~ ( "글로벌 공공철학으로서의 한사상"-'김봉진'에서 ) (156~16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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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나..어떤 말이 이처럼 넓고 깊이 여러가지 뜻을 아우를 수 있는지…참으로 우리에게 '한'이라는 말이 중요한 글자임을 알 수 있다. 게다가 '한'이라는 말은 우리에게 고유한 글자이면서도 세계속에 유사어로 존재한다. 결국 그 뿌리는 같은 말들이 먼 옛날 세상속으로 뻗어져 나가면서 우리에게는 '한'이라는 말로 정착된 것이리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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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메르의 '안An' 과 몽골어의 '칸Khan', 한국어의 '한Han'은 매우 유사하며 수매르어의 '딩그르Dingir' 와 몽골어의 '뎅그리Tengri'는 한국어의 '뎅그리Dengri'와 유사하다. 그리고 이 뎅그리 혹은 당굴레가 단군의 원음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 "고대 아시아에서 북미주 대륙까지 한류는 흐른다"-'김상일'에서 가려뽑음 ) (183~2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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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이 책의 지은이들이 전하고자 하는 바는 우리의 '한'사상은 그만큼 오랜 뿌리를 갖고 있는 것이므로 부디 잊혀졌던 역사를 바로잡고 후손들에게 이러한 우리사상을 물려주자는 이야기리라. 물론 당연한 이야기이기도 하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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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입부의 "여는글"에서 등장하는 우리 고유문화인 "선도문화"는 "홍익인간 이화세계"(삼국유사)(38)라는 교의를 가진 우리만의 것이었는다. 비록 유교와 불교와 도교가 들어옴으로써 묻혀져 버린듯 하지만 우리의 선도(仙道)는 계승되어 오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대표적인 예가 신라의 화랑도인 것이다. 지은이가 이야기하는 것처럼 '중국의 도교는 세속을 버리고 심산유곡에 들어가서 혼자 성통공완(性通功完)하여 불로장생하기를 바라는 개인주의 신앙'(39)이지만 신라의 화랑도는 '개인주의 가 아니라 나라와 이웃 그리고 가족을 사랑하고 봉사하는 정신을 본질로 삼'(39)아 '보다 적극적인 이타정신이 포함되어 있'(38)는 것이다. 이것이 우리문화의 원류인 것이다. ( "한류의 역사적 배경"-'박성수'에서 ) (21~4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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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속에는 앞서 이야기한 '한'사상,'한류'와 관련한 여러 논지들이 전개되는데 특히 신선한 논지는 우리말의 '한두어 개'를 집합이론의 퍼지이론과 연관지어 설명해나간 "한의 '한두어 개'를 논리적으로 표현하기의 한 시도" -'김상일' (51~64)라는 글이다. 이 글에서 지은이는 우리 고유한 한사상 속의 '애매모호성'을 퍼지 논리로 표현하고자 한다. 물론 이 글은 그 시도에 불과하지만 이처럼 신선한 시각과 논지로 우리의 사상을 논리적으로 설파할 수 있다면 한류와 한사상이 세계적인 사상사(思想史)의 한복판에 우뚝설 수 있으리라는 생각도 들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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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한국 난타문화의 원형"-'강은해'(371~409)은 우리에게 익숙한 풍물극인 난타를 통하여 우리 문화의 원형을 유추해보는데 논지전개가 상당히 설득력이 있다. 왜 우리가 난타에 그처럼 매혹되는지가 이 글로 충분히 이해가 가는 것이다. 지은이의 말처럼 '묵고 쌓이고, 가득찬 것을 비워내고,내려 놓고,씻어 내는 행위가 바로 난타이기 때문이다.'(407) 그리고 그 원형은 익히 알고 있는 도깨비, 그리고 그 뿌리말인 두두리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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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말을 다시 요약하면 '두두리→도깨비→난타'인 것이다. 여기서 두두리는 쉬 짐작 할 수 있듯이 두드린다는 말에서 나온 것이다. 도깨비가 두두리에서 온말임을 알면 도깨비 방망이라는 말의 뜻도 알 수 있는 것이다. 가슴이 방망이질친다의 그 방망이, 두드리니까 방망이질 치는 것이고 이윽고 도깨비 방망이가 되는 것이다. 이런 말풀이만으로도 흥미로운데 바로 이것이 우리 문화의 한 원형이라고 하니 더욱 새로운 기분이다. 두드리고 두드리는 행위들이 두두리→도깨비로 이어져 다시 난타가 되어 우리 가슴을 울려대며 시원하게 해주다니..... 문화의 힘을 여기서 다시 느끼게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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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가 이처럼 두서없이 전개되는 까닭은 바로 이 책 내용의 다양성에 있다. 책의 방향성은 '한'사상의 널리 알림이라는 쪽으로 모두 향하고 있지만 전개되는 논지들은 신화/역사 추적에서부터 기독교의 하느님과 우리 하느님의 연관성 분석까지 여럿이다. 그리하여 그나마 제대로 이해한 부분들만 겨우 간추려 언급하여 본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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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이 책의 의의가 덜해지는 것은 분명 아니다. 우리 겨레 고유의 얼, 그 사상의 뿌리를 추적하는 일이 어디 한두 사람의 노력과 한두 해의 시간만으로 될 것인가. 이처럼 모이고 쌓여서 우리만의 얼이 다시 살아나고 피어날 것이니 이 책은 그 출발점이 될 것이다. 홀로 헤매이는 길에서 만난 반가운 벗처럼 겨레의 얼을 밝히는데 많은 도움이 되리라. 그러니 '한'겨레의 '한'사상을 아시려거든 이 책부터 펼치시라. 그리고 입맛에 맞는 분야부터 천천히 시작하시어 우리 겨레 우리 얼 찾기에 함께 하시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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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2.21. 밤, 오래 묵혀둔다고 생각이 트이는 것은 아님을 깨닫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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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풀처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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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48-02-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