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대기순의 익숙한 역사도 아니고 특정인의 일생을 가르치는 교훈적인 전기도 아니면서 무슨 역사책이 이리도 재미나게 읽힌단 말인가? 당장 달려가서 나머지 네 권을 만나보리라 생각하게 만드는 책. 깔끔한 편집, 적절한 컬러 사진들, 그리고 맛깔나는 이야기투까지 어느 것 하나 흠잡을데 없는 역사이야기라니…고맙다, 재미까지 더해져 더욱 고맙다. - <한국사前 4권 서평 "다행이다">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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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맛깔나는 역사 이야기 시리즈 <한국사傳>의 마지막권인 5권을 손에 들었다. 그리고 역시 단숨에 읽어 내려간다. 일부러 집중하거나 주목할 필요가 없다. 그냥 눈에 들어오는 한글자 한글자를 읽어가노라면 어느새 나는 조선의 명의가 되었다가 독립운동의 대부가 되었다가 암행어사도 된다. 그리고 겨레의 영웅, 이순신 장군까지 꿈꾸어 보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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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권에는 10편의 이야기에 7명의 사람이 등장하는데 8,9,10편에는 이순신장군의 <난중일기>가 등장하기 때문이다. 자, 그럼 가슴뛰는 역사 속으로 함께 가보자꾸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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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역으로부터 조선을 구한 명의 이헌길"(1편)의 주인공 이헌길은 정약용까지 살려낸 홍역 전문가이건만 나는 그 이름을 처음 만난다. 또 시작부터 충격이다. 도대체 내가 아는 역사란 무엇인가? 여태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 이런 역사의 한줌이라도 될 것인가? 놀라울 따름이다. 그리고 그 시대 속의 한계를 극복하고 꿋꿋이 병든 사람들 속에서 홍역을 치료해나간 명의 이헌길같은 이가 있어 지금, 우리를 기쁘게 한다. 참 다행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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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독립운동의 대부 최재형"(2편) 과 "국보를 되찾은 문화유산 지킴이 간송 전형필"(4편)의 이야기는 가진 사람이 자신의 시대적 소명을 어떻게 풀어내는지를 모범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자수성가한 뒤 이룬 재산을 몽땅 털어 독립운동에 바치고도 모자라 결국엔 총살까지 당한 '항일운동의 거목' 최재형은 안중근 의사의 거사를 실질적으로 기획한 사람이라하니 이 또한 얼마나 놀랍고 고마운 일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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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종로의 대재력가 집안에서 태어나' 그 많은 재산으로 '14점의 국보와 12점의 보물을 포함, 5천여 점에 달하는 문화유산을' 혼자의 힘으로 수집한 믿기지 않는 '문화유산 지킴이' 간송 전형필의 이야기 또한 감동과 고마움 그 자체이다. 세상은 살만하다는걸 몸으로 보여준 사례들이라 더 더욱 기쁜 이야기였다. 특히 지방에서 '간송 미술관' 이름만 알고있었는데 그 주인공의 모습이 이토록 자랑스런 한국인이라니 나 또한 괜시리 으쓱해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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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행어사의 전설이 된 남자 박문수"(3편) 이야기는 혼탁한 요즘 시대에 더욱 생각나는 그이기에 반가운만큼 그리웠다. 희한하게도 나는 아직도 그의 노래를 기억하고 부를 수 있다. 도대체 몇 년도인지도 희미하지만 KBS방송국에서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방영하던 인형극 "암행어사 박문수"의 주제곡을 삼십여년이 흐른 지금도 기억하고 있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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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던 새~도 떨어지네~ 산천초목도 벌벌떠네~ 탐관오리 쥐구멍 찾고 어진 백성 춤을 추네~ 암행어사 박문수 천하충신 박문수. 그가 떠난 그 자리에 인정만이 남는구나~ ( 1970년대 초반?, 인형극 주제가로 기억함, 10살 무렵?, 노래 마지막에 손에 줄달린 인형들이 덩실덩실 춤을 추던 장면까지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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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소개된 그의 이야기는 이 노래의 구체적인 사례에 해당될 것이다. 도대체 무엇이 30여년전 그 노래를, 그 이야기를 여태 내 가슴에 기억하게 하였을까? 없는 사람, 약한 사람, 불쌍한 백성들을 따뜻이 감싸주는 그의 선정(善政)이 그 어린 맘에도 감동으로 남아 있었던 것일까? 잘은 모르겠지만 지금, 이 시대에 더 더욱 그와 같은 이가 그리운 것은 사실이다. '탐관오리 쥐구멍 찾'도록 하는 그런 참된 정치인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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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과 총을 들었던 여성 의병장 윤희순"(7편)은 시대를 잘 못 타고났지만 조국과 겨레를 위하여 한 평생을 바친 여장부의 이야기이다. 대단하고 또 부끄럽다. 내가 그 시대에 태어났다면 그리 할 수 있었을까? 고개를 가로 젓는 밤이다. 시아버지, 남편, 아들까지 독립운동의 제단에 바치고 자신 역시 40여년 독립을 향한 고난의 길을 걸었던 윤희순은 스스로의 삶을 갈무리하며 <일생록>을 남김으로써 우리에게 참된 삶이란 무엇인가?를 되묻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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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남은 이야기들 - "혁명을 꿈꿨던 자유주의자 허균"(5편) 과 "역사가 지워버린 천재과학자 장영실"(6편), "<난중일기>,인간 이순신의 기록 Ⅰ,Ⅱ,Ⅲ"(8,9,10편)은 우리가 그나마 알고 있다고 생각되는 분들의 이야기라 어설픈 요약전달을 생략하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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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래도 두어가지 짚어둘 바는 있다. 허균의 죽음과 관련된 안타까운 이야기나 장영실의 이해가 가지 않는 역사 속 사라짐, 이순신의 죽음이 갖는 의미들 속에서 우리는 또 다른 역사를 찾아 실마리를 이어가야 한다는 것. 다행히 문학쪽부터 그러한 노력들이 피어나고는 있지만 - <구텐베르그의 조선>(오세영作)에서 역사 속에서 사라진 장영실이 주요 인물로 등장하거나, <칼의 노래>(김훈作)라는 아름답고 슬픈 걸작속에서 인간 이순신의 참면모가 드러나거나 하듯이 - 아직도 갈 길은 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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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드러나지 않은 항일독립운동가들의 공로는 비단 최재형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아직도 독립운동에 참여했던 수천 명의 전사자들의 이름이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아직 늦지 않았다. 기억하고 보존하기에 이미 늦어버린 역사란 아무것도 없다. (6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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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2.23. 밤, 그래요, 아직도 갈 길은 멉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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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풀처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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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54-02-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