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민호의 문학터치 2.0 - 21세기 젊은 문학에 관한 발칙한 보고서
손민호 지음 / 민음사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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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먼저 지은이에 대한 두 가지 짧은 생각. 1. 이른바 '조-중-동'찌라시로 일컫어지는 신문들에대하여는 아예 접근을 금지하기에 '손민호'라는 기자의 이름을 처음 들었다는 것이다. 2. 그런데 그 이름이 왠지 정감이 가고 좋게 다가온다는 것이다. 왜냐구? ○○자이언츠 프로야구단의 광팬인 내게 손민한과 강민호를 합쳐놓은 지은이의 이름이 어찌 정겹지 않겠는가. 
 
 그런데 이름도 들어보지 못한 지은이의 책을 선뜻 손에 든 까닭은 무엇일까? 그것은 지은이가 우리 시대의 젊은 작가들과 나눈 사적인 이야기들이 탐나서이다. 서른명의 등장 작가들중 내가 직접 만나본 작가들이야 반도 채 안되지만 그래도 스무명 가까이는 문학판을 기웃거리는 내가 들어본 이름들이었고 게다가 단순히 작품에 대한 평이라기보다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들이라 재미있을 것 같아서였다. 그리고 그 기대는 빗나가지 않는다.
 
 개별 작가들에 관한 지은이의 이야기들도 좋지만 특정 작품에 대한 찬사, 예를들어, 무려 두 쪽(356~357)에 이르는, 소설 [고래]에 대한 넘쳐나는 찬사만으로도 나는 이 지은이의 취향이 나랑 크게 다르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었고 책을 읽는 내내 약간은 들뜬 기분으로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속에서 노닐 수 있었다. 나도 비슷한 세대임을 주장할 수 있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앞서 언급한 [고래]의 작가 천명관, 강건한 느낌의 여류! 시인이자 소설가인 김선우,그리고 최근 시단의 핵인 문태준 시인 등의 이야기가 나를 매혹시키는 맛있는 이야기들이었다. 마치 맛난 음식을 앞에두고 쩝쩝거리듯이 말이다. 그리고 지은이는 내가 즐겨쓰는 낱말인 '쩝'를 제대로 구사할 줄 안다. 이것 역시 마음에 든다.
 
 이 정도면, 군대에서 최소한 중대장이다. ! ( "서문"에서 ) (7)
 
 책의 구성중 개별 작가의 이야기를 몇 명씩 나누어 갈무리하는 끝자락에 더해진 그의 글들도 좋다. 특히나 "김훈에 관하여"(136~139)와 "우리들의 일그러진 마광수"(178~181)이야기는 전혀 다른 두 작가의 이야기임에도 내게는 그들을 바라보는 지은이의 일관된 애정을 느낄 수 있어 좋았다. 그리고 이런 글은 아무나 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대상이 되는 사람-작가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충만하여야만 가능한 글들을 손민호라는 처음 만난 기자가 써내고 있는 것이다. 아, 나는 다시 기자라는 직업이, 부러워진다. 쩝.
 
 참, 그리고 이 책의 매력중 한가지, 작가들의 흑백사진이 던져주는 앞 이야기와의 조화 혹은 부조화도 놓치면 안될 것이다. 어쩌면 소소하거나 시시콜롤한 지은이와 작가와의 술자리 이야기들 뒤에 묵묵히 등장하는 작가들의 모습은 여태 알아왔던 느낌과는 다른 모습을 전해준다. 이럴테면 비슷한 느낌을 갖고 있었지만 이번 글을 통하여 다시 한 번 의식하게된 김선우 시인의 눈동자 같은 것 말이다.
 
 하여, 지금 이 시대의 작가들을 만나고픈 이들이라면, 그들의 목소리를 한단계 걸러서라도 들어보고 싶은 이라면 이 책으로 오시라. 다른 어디에서 들을 수 없는 이야기도 만날 수 있으리니 - 문태준 시인의 아내도 모르는 숨겨둔 비화(189)도 있다. - 궁금하시면 덤벼드시기를…. 이 시대 젊은 작가들과 뜻밖에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함께 어우러지는 이 책, 권할만하다. 끝으로 이 책에서 만난 통쾌한 시 한편 옮겨둔다.
 
서른 해 넘도록 연인들과 노닐 때마다 내가 조금쯤 부끄러웠던 순간은 오줌 눌 때였는데 문밖까지 소리 들리면 어쩌나 힘주어 졸졸 개울물 만들거나 성급하게 변기 물을 폭포수로 내리며 일 보던 것인데
 
마흔 넘은 여자들과 시골 산보를 하다가 오동나무 아래에서 오줌을 누게 된 것이었다 뜨듯한 흙냄새와 시원한 바람 속에 엉덩이 내놓은 여자들 사이, 나도 편안히 바지를 벗어 내린 것인데
 
소리 한 번 좋구나! 그중 맏언니가 운으르 뗀 것이었다 젊었을 땐 왜 그 소릴 부끄러워했나 몰라, 나이 드니 졸졸 개울물 소리 되려 창피해지더라고 내 오줌 누는 소리 시원타고 좋아라 하는 것이었다
 
그러고 보니 딸애들은 누구 오줌발이 더 힘이 좋은지, 더 넓게, 더 따듯하게 번지는지 그런 놀이는 왜 못하고 자라는지 몰라, 궁금해하며 여자들 깔깔거리는 사이
 
문밖까지 땅끝까지 강물 소리 자분자분 번져 가고 푸른 잎새 축축 휘늘어지도록 열매 주렁주렁 매단 오동나무가 흐뭇하게 따님들을 굽어 보시는 것이었다
 
           - <오동나무의 웃음소리>, 김선우 [도화아래 잠들다] (272)
 
 이 詩도, 이 冊도 '흐뭇하게' 바라볼 수 있어서 참 좋다.
 
 
2009.2.26. 가문 이 땅 적셔줄 비를 기다리는 날들입니다.
 
들풀처럼
*2009-056-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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