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의 요리책
엘르 뉴마크 지음, 홍현숙 옮김 / 레드박스 / 2009년 2월
평점 :
절판


 이제 시대가 달라졌으므로, 내가 입을 열 때가 되었다. 조심스럽게 이야기해나갈 터이니…… 귀 있는 자들이여, 들으라. (10)
 
 무려 650여쪽에 이르는 방대한 내용에 담긴 수많은 이야기들, 그 속을 타고 흐르는 지식에 대한 사랑, 중세 암흑기를 거슬러 이어지는 지식의 전승에 관한 이야기라니…. 이 많은 이야기들이 사실일까, 오리려 의구심이 이는 책, 읽는 동안도 재미있었지만 읽고 나서 돌이켜 보는 시간들은 더욱 좋다. 아마도 이 책의 단점을 말하자면 너무 완벽하다는 것이 아닐까? 
 
 "향기, 즉 영혼을 들이마시되 서둘러서는 안 된다. 살아가는 일이 그렇듯, 요리를 하는 것도 그 자체를 즐겨야 해. 우리가 공들여 만든 음식을 몇 분 만에 먹어치운다 해도, 창조의 행위 그 자체에 가치가 있는 법이지." (71)
 
 빈틈없는 구성과 이야기의 재미, 주제의식까지… 오랜만에 만나는 잘 쓰인 소설이다. 너무 여러가지를 다 갖추고 많은 이야기들이 언급되어 오히려 과연 이런 일이 가능할까라는 생각마저 이는 것이 단점일 정도이다. 그렇지 않은가, 소설이라면 그럴 수도 있겠지라는 개연성이 높을수록 설득력을 갖는 것이다. 이 책은 너무 완벽하여 오히려 그 가능성을 낮추는 듯한 느낌이라는 얘기이다. 물론 그렇다고 하여 이 책의 완성도가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사람들은 자신의 믿음이 바뀌는 걸 아주 싫어하지. 하지만 날 믿으렴. 이 세상에는 교리 말고도 알아야 할 게 아주 많단다. 인간의 잠재력은 …… 그러니까……. 어쩌면 기적을 행할 수 있엇던 사람은 예수만이 아닐 수도 있어. 어쩌면 우리 모두 기적을 행할 수 있는지도 몰라." (239)
 
 거리의 부랑아였던 주인공 루치아노를 거두어 들여 주방일을 가르치면서 고대로부터 전승되는 지혜의 비밀이 담긴 책을 전해주는 주방장 페레로와 중세 이야기, 그 속에서 우리는 우리세대에까지 이어져오는 지식들이 어떤 모습으로 어떠한 어려움을 뚫고 전해져오는지 생생하게 만날 수 있다.아마도 그 과정이 '기적'과 같은 것이라고 지은이는 우리에게 들려주고픈 것이었으리라.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는 살과 피라는 나약하고 썩기 쉬운 것으로만 맺어지는 게 아니다. ~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는 노력과 의지, 사랑으로 단련된다. 나는 그 모든 것을 다 갖고 있었다. 따라서 더 필요한 건 아무 것도 없다. (629)
 
 흔히들 이뤄지는 단순한 핏줄간의 전승을 넘어 나의 가족이 아닌 남을 키워가며 시대의 지식을 이어가는 일은 당연히 쉽지 않으리라. 그리하여 그들, '지식의 수호자'들이 고른 직업이 요리사라는 별정직인 것이다. 주연도 조연도 아니라 그저 곁에서 보조하는 역할의 주방장이라면 중요한 자리, 중요한 시기에 함께 존재하면서도 잘 드러나지 않을 수 있기에 요리사라는 직업과 그 요리사의 책이라는 것만큼 적절한 위장술은 없어보인다. 그리고 그 선택은 성공하여 세대를 뛰어넘어 우리에게까지 이어진다. 
 
  중세 시대를 아우른 역사, 비밀의 책을 찾아나가는 미스터리, 맛깔나는 중세시대의 요리들, 인쇄술에서 신세계의 항해, 유대교,기독교까지 짚어보는 지식들, 살아가는 삶의 교훈들, 이 모두가 너무 잘 버무려져 2% 넘쳐날 정도인 이 소설, 그리고 또한 아래와 같은 이야기들….
 
 "저는 아버지가 누군지도 몰라요. 범죄자였을지도 몰라요." "그건 중요하지 않단다.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은 고유한 존재이고, 성장은 목표가 아니라 과정이지. 네 안에 있는 가장 좋은 것을 개발해야 해. 우리가 그것에 성공할 때, 인류가 진보하는 거란다. 알겠지?" (343)
 
 우리는 용서할 줄 알아야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단다. (333)
 
 이 세상에 가망 없는 사람은 아무도 없단다. (333)
 나는 한 인간에 대한 평가는 성취한 결과물만이 아니라, 무언가를 이루려는 분투, 잘하고자 하는 의지, 끈기있는 노력도 고려해야 한다는 사실을 그분에게 배웠지. (334)
 
 "네가 한 번 시도해보기를 바랐을 뿐이란다. 두려움 앞에서 마음의 평정을 유지하는 건 아주 중요한 능력이고, 네게도 그런 능력이 필요하단다. 우리 자신의 내면 깊숙이 들어가면, 예기치 못한 힘을 발견하게 되지. 난 네가 그렇게 하는 법을 배웠으면 좋겠구나. 그래야 성장할 수 있거든." (348)
 
 사람과 지식에 대한 무한한 믿음과 확신, 그 신념만으로 역사를 이어간 '지식의 수호자'들 이야기들이 넘쳐나는 이 책. 그 믿음들에 관한 이야기들만 이렇게 따로 놓아두고 보면 잘 쓰여진 자기계발서로도 익힐 수 있겠다. 자, 이제 이 책에 대한 칭찬은 그만하련다. 직접 만나보시기를…. 마지막으로 첫사랑에 관한 몇 마디 이야기를 옮겨놓아둔다. 이 책에는 사랑이야기도 있으므로….
 
 "사랑에 빠진 남자는 어떻게 할 수가 없지. 특히 젊었을 때는 더욱. 안 그런가?" (141)
 
 패레로 주방장이 내게 무엇을 배웠느냐고 묻는다면, 나는 짝사랑은 결코  잊혀지지 않는다고  말할 것이다. 지칠 대로 지쳐 상처 입은 몸을 웅크린 채, 은밀한 장소로 숨어들 뿐. (627)
 
 
2009. 3.28. 밤, '모든 일에는 적당한 시간을 들여야 하는 법'(19), 한참을 묵혀둔 이야기를 풀어내지만 내 글은 맘에 들지 않는, 씁쓸한….
 
들풀처럼
*2009-090-03-28
 
*책에서 가려뽑은 글들, 옮겨둡니다.
 
 (~) 꿈 때문에, 우리는 먹을 것을 찾아 거리를 헤매는 긴긴 낮과 남의 집 현관 앞에서 웅크리고 자는 밤을 견뎌낼 수 있었다. (57)
 
 "아니, 현명한 자들이 지식을 모으는 동안 못난 자들은 전쟁을 벌였고, 그때마다 도서관의 일부가 허물어졌단다. ~ " (113)
 
 생각지도 못한 운명의 질곡에 휩쓸려 어둠과 비밀로 가득한 삶을 살게 된, 소용돌이 같던 나의 인생 역정이 생각났다. (143)
 
 " ~ 자기 이기심에 면죄부를 받고 싶어 했어. 당연한 일이었지. 그래서 사람들이 신을 필요로 하는 게 아니겠어? 소원을 빌고, 확신을 얻고, 위안을 얻고, 상과 벌을 받기 위해서? 누군가는 그런 일을 해야 하는 거야. 안 그래? ~ " (151)
 
 "그런 것 같습니다. 하지만 뭔가 더 들어 있는 것 같습니다. 겉모습에 속아서는 안되죠." "인생에서도 그렇죠." (180)
 
 "모래가 유리로  변하듯, 포도는 시들어 건포도가 된단다." "알아요. 마술처럼요." "아니, 이건 자연스러운 과정일 뿐이야. 모래 한 줌이든 포도 한 알이든 아니면 복음이든, 여기 뭔가를 첨가하거나 빼고 시간이 흐르길 기다리거나 인간의 간섭을 거치면 변화는 일어나게 마련이란다." (232) 
 
 "그노시스파의 복음에서는 예수가 내면에 신을 지닌 인간이라고 가르치지. 승인받은 다른 세 가지의 복음에서조차 그렇게 가르친단다. 바로 우리들처럼 말이다. 예수는 우리가 내면을 들여다보고, 그 부분을 우리의 일부로 인식하길 바랐지. 저 멀리 있는 어떤 왕국에 대한 게 아니라, 바로 여기 내면의 깨달음에 대해 설파한 거야." (235)
 
 "우리가 생각해서는 안 된다면, 신이 왜 우리에게 두뇌를 주셨겠어요?" (240)
 "그래. 교황은 부와 군사력을 다 갖고 있어. 하지만 보르자의 진정한 힘은 어디서 나온다고 생각하느냐?" "돈과 군대가 있는데 또 뭐가 필요한가요?" "바로 사람들이란다. ~ " (373) 
 
 "좋다. 올려다보지 말고 내면을 들여다봐야 한다는 걸 잊지 말거라. 예수가 그렇게 말했단다. 노자붓다도 같은 말을 했지." (373)
 
 난 네가 로마에 와서 이곳의 권력과 이곳의 권력이 우리에게 해가 된다는 사실을 깨닫기 바랐단다. 우리의 무기는 지식이란다. (374)
 
 누군가로 하여금 널 사랑하게 만드는 물약은 이 세상에 없단다. (408)
 
 "아니, 이건 그저 약 성분을 혼합한 것일 뿐이야. 처음 느끼는 낯선 기분이 들겠지만, 그건 거짓된 감정이고 일시적일 뿐이다. 그걸 이해해야 해. 사랑은 정직함이 무르익어야 생긴다. 상대에게 무엇이든 말할 수 있는 깊은 신뢰를 쌓아야 해. 그러려면 시간이 걸리지. ~ "(411)
 
 " ~ 사람들은 자기가 믿고 싶은 걸 믿지. 믿음이 사실보다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한단다." 이보다 더 심원한 진리가 있을까? 많은 이가 그 책에 자신이 가장 원하는 바로 그것이 담겨 있다고 믿는 것처럼. 우리 모두는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이 우리가 원하는 바로 그 사람이라고 믿고 싶어 한다. (451)
 
 "내 말이 무슨 말인지 모르겠느냐? 인내하되 방심하지 말 것, 바로 정신을 집중하라는 뜻이다." (485)
 
 우리는 모두 죽는다. 하지만 우린 뒤에 뭔가를 남기지. 우린 지식을 후세에 전하는 것으로 영원한 생명을 얻는단다. ~ 현재의 순간과 풍요로움에 고마워하라~ (488)
 
 아주 곱게 갈아야 한다. 덩어리가 남아 있어서는 안 돼. 세심함이 큰 차이를 만든단다. (491)
 
 삶의 많은 부분이 기다림이란다. 그러니 기꺼이 기다릴 수 있다면 좋은 거지. (492)
 
 '내가 해냈으므로 너희도 그 모든 것을 할 수 있으며, 나보다 더 잘할 수 있다'고 예수가 말했단다. (593) 
 
 아무런 목적도 없이 살아 있는 것은 째깍거리며 가는 시계와 다를 게 없단다. 죽는 건 아무 것도 아니지만, 목적을 갖고 고결하게 사는 건 가치 있는 일이지. (596)
 
 나는 아이들에게 무엇을 생각해야 하는지가 아니라,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지를 가르쳤다. 또한 아이들을 교회에 보내지 않고 대신 학교에 보냈다. (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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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인 룰스 - 의식의 등장에서 생각의 실현까지
존 메디나 지음, 정재승 감수 / 프런티어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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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야흐로 '뇌'의 홍수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뇌'와 관련한 연구결과물들이 다양한 형태의 책으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어떤 인터넷 서점에서 '뇌'라는 낱말로 조회를 하니 무려 282건의 책이 조회된다. 여기에 '브레인'으로 검색되는 숫자까지 더하면 어휴,…머리가 아플지경이다. 자, 그럼 이 '뇌'의 범람?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 그리고 그 흐름 속에서 오늘 만난 이 책이 우리에게 전하는 바는 또 무엇일까? 읽기도 전에 미리 공부를 하고 다가서는 느낌이다.
 
 10년전 나는 '뇌'에 관한 최신 연구가 듬뿍담긴 소설 한 편을 보았었다. [브레인벨리 1,2]라는 소설에서 '뇌'의 놀라운 기능들을 일찌감찌 맛본 탓에 최근의 '뇌'에 대한 열풍은 당연하게 다가온다. 이 모든 흐름의 핵심은 '뇌'는 우리가 생각하고 알고 있는 이상으로 놀라운, 많은 기능들을 한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아마도 이런 연구의 최신+최종 결과물에 해당하는 것이 '뇌'기능에 대한 규칙 또는 법칙이리라. 이 책은 그 결과물들을 일목요연하게 잘 정리하여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 
 
 먼저 이 책의 구성 및 편집에 대하여 칭찬하고 넘어가련다. 책 뒤쪽에 첨부된 별도의 동영상은 이 책의 내용을 정리하여 들려주면서 '브레인 룰스'의 핵심내용들을 다시 한 번 재미나게 복습할 수 있도록 한다. 지은이가 주장하는 '12가지 두뇌 법칙'에 꼭 맞는 적용사례이다. 적절한 재미와 호기심을 주면서 강의하는 지은이의 모습은 친근감이 넘친다. 그것만으로도 이 책은 만족할 수 있는 완성도를 보여준다. 게다가 친절하게도 끝에 더하여진 "찾아보기"를 통하여 책 속에 등장하는 주요 개념들을 쉽게 다시 찾아보고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이제, 12가지의 두뇌 행동법칙,'브레인 룰스'를 만나보자.
 
1. 생각의 엔진 : 운동 : 몸을 움직이면 생각도 움직인다
2. 생각의 진화 : 생존 : 이해와 협력은 두뇌의 생존전략이다
3. 생각의 개인차 : 두뇌회로 : 사람들의 두뇌회로는 서로 다르다
4. 생각의 흐름 : 주의 : 따분한 것들은 관심을 끌 수 없다
5. 생각의 저장 : 단기기억 : 기억을 남기려면 반복해야 한다
6. 생각의 형성 : 장기기억 : 기억은 다시 반복을 낳는다
7. 생각의 처리 : : 잠은 생각과 학습의 촉진제다
8. 생각의 와해 : 스트레스 : 뇌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일탈한다 
9. 생각의 강화 : 감각통합 : 자극이 다양할수록 생각이 뚜렷해진다
10. 생각의 포착 : 시각 : 시각은 다른 어느 감각보다 우선한다
11. 생각의 대결 : 남과 여 : 남자와 여자는 다르게 생각하고 느낀다
12. 생각의 재발견 : 탐구 : 우리는 평생 타고난 탐구자로 살아간다
 
 대부분의 내용들이 완전히 새롭거나 낯선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다만 이 책에서는 이러한 노력을 '뇌' 에 두고 - '마음'이나 '생각'이 아니라 '뇌'자체라는 것이 중요한 포인트다! - 그 '뇌'를 자극하는 방법들에 대하여 차근차근 들려준다. 각 장의 뒤쪽에 등장하는 '닥터 메디나의 두뇌 부활 아이디어!'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잊지마시라. '생각'을 따라 '몸'이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몸'이 움직여야 '생각'이 움직인다는 첫 번째 원칙을!
 
  각 장마다 원칙에 대한 상세한 설명과 '닥터 메디나의 두뇌 부활 아이디어!'가 이어지고 끝에 등장하는 것이 '브레인 룰스'의 요약과 정리, 딱 한 쪽이다. - 핵심집중을 위한 지은이의 배려이리라. 책의 구성을 따라가며 '브레인 룰스'12가지를 익히는 것은 그리 어려워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원칙에도 있듯이 문제는 '반복'이다. 여러가지 감각을 동원하여 위의 12가지 원칙들을 습관적으로, 체질적으로 '몸'에 익숙하게 만드는 것이 이 책의 지침들을 체현하는 방법이리라. 결론은 '몸'을 움직이는 것 부터 시작된다. 역시 실천!만이 살 길이다.
 
 그리고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동영상에서 지은이도 이미 지적한 바와 같이 '호기심'이다. 세상을 바라보는 '호기심'이 없다면 그 삶은 또 무엇이랴. 끊임없는 관심과 애정으로 새로운 것을 찾아나가고 모든 것을 새롭게 볼 수 있도록 '호기심'을 북돋우자. 우리의 '머리', '두뇌'의 자극을 위하여…. 
 
 
2009. 3.27. 밤, 가끔씩 굳어가는 머리를 스스로 때려주는….
 
들풀처럼
*2009-090-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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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 위버 - 소설로 읽는 유쾌한 철학 오디세이
잭 보웬 지음, 박이문.하정임 옮김 / 다른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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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너무 욕심이 많다, 책 한 권으로 이루려는 것이 넘쳐나 보는 이를 많이도 괴롭힌다. 그런데 그 괴롭힘이 힘들거나 어렵거나 피곤하거나 하지는 않다. 주인공 소년, 이안의 꿈 속 철학여행을 따라가며 만나는 이야기들이 우리를 다시 한 번 머리 아픈 철학의 세계로 잡아 끌지만 드물게도 재미있게 읽혀진다.

 

 
 소설처럼 씌어진 책을 따라가며 만나는 철학의 문제들이 일목요연하게 정리가 되는 듯 하다가 다시 확인하는 질문이 등장하며 나를 그 앞에 서있게 한다. 자, 그래서, 너는 어떻게 생각하냐고 묻는 질문앞에서, 이제는 슬쩍 덮어두고 도망갈 생각보다는 그래, 나 스스로 이 문제를 생각해보아야지라는 생각의 힘이 샘솟는다. 참, 특이한 경험이다.
 
 특히 이 책의 매력은 꿈 속 여행에서 만난 혼돈과 생각들을 아침마다 엄마아빠랑 다시 한 번 반론하고 되집어봄으로 스스로 생각하는 능력을 키워나가는 것이다. 질문을 받고 논리적으로 설득당하지만 이해는 못하다가 다시 반론을 제기하며 생각을 가다듬고 자신만의 사고를 하게되는 것이다. 철학이 당면하 시대의 과제를 풀어내는 사유라면 당연히 스스로 생각하고 고민하여야 하는 법, 이 책을 읽다보면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도록 한다. 
 

 “신은 너무 무거워서 자신도 들 수 없는 바위를 만들 수 있을까요?"(211)라는 질문하나로도 무너지는 '신의 전지전능함'이라니….나는 어떤 근거로 신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고 살아왔든지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이처럼 이 책에는 넘쳐나는 질문과 주고받는 이야기를 통하여 우리가 살아가며 부딪혀온 여러가지 일상의 문제들을 다시 생각하게된다. 이것이 이 책의 힘이리라.

 

 
 게다가 이안의 여행속에는 고대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존재해온 수많은 철학자들과 그들의 생각이 넘실거린다. 한번쯤 이름을 들어본 이들도 있고 만나본 논쟁들도 있는데 이안의 가는길은 어느 한 쪽에 매몰되는 것이 아니라 각각의 이야기 속에서 자신만의 생각을 쌓아가며 자라나기에 우리도 그의 발걸음을 따라가다보면 어느새 조금은 달라진 생각들을 하게되는 것이다.
 
 스스로 생각하고 다르게 생각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생각의 힘이자 철학의 필요성이 아니겠는가? 나이가 들어가며 더욱 필요한 생각의 힘을 이 책을 통하여 다시 만날 수 있어 좋다. 그리고 마지막에 등장하는 이야기의 반전까지..유쾌한 철학 여행이라고 이름지으면 더 좋을 듯한 이 여행, 한 번이 아니라 두 번은 떠나봐야겠다. 이안을 따라서 한 번, 철학史를 따라서 또 한 번….
 
 
2009.3.27. 밤, 두 번째 여행을 시작하며 ~ 
 
들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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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소 늙다리 보리피리 이야기 5
이호철 지음, 강우근 그림 / 보리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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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을 만나기 얼마전 아내랑, 아이랑 아버지를 모시고 화제의 영화 [워낭소리]를 보았었다. 사실 우리 가족은 어릴 때부터 도시 생활을 하였기에 소를 직접 키워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영화 속의 늙은 소와 주인공 할아버지의 질긴 우정은 때론 웃음을 던져주었고 그리고 눈물과 함께 큰 감동도 주었다. 물론 아버지도 아이도 아내도 나처럼 눈물 한 방울씩 흘리고는 온가족이 따뜻한 가슴으로 집으로 돌아왔다. 참 행복한 날이었다.
 
 그리고는 만난 이 책, [우리 소 늙다리]는 지은이 이호철 선생의 어린시절이야기처럼 생생하게 곁에 다가온다. 늙다리 소 역시 그 곁에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야기들이 살아움직일 수 있도록 우리를 도와주는 것은 그림이다. 책 속에서는 물론 이야기가 주인공이지만 함께 잘 어우러지는 이들 그림이 없었다면 이 책을 읽으며 만나는 생생하고 살가운 느낌을 다 누릴 수는 없으리라.
 
 이런 좋은 이야기는 아이랑 당연히 나누어야지하는 생각에 아이에게 책을 권하여 보았다. 얇은 책의 두께와 멋진 그림으로 아이는 쉬 고개를 끄덕이고는 책을 들고 갔다. 그리고는 며칠 뒤 아래와 같은 독후감을 제출?하였다. 왜 이렇게 내용이 적냐고 아이를 슬쩍 나무라자 아이가 들려주는 말은 '아빠, '워낭소리'와 너무 비슷한 것 같아요', '영화는 할아버지랑 소의 이야기이고 책은 아이랑 소의 이야기가 아니냐'고 내가 되묻자 '그 아이랑 소가 함께 자라면 영화처럼 될 것'이 아니냐고.....녀석, 제대로 보긴 보았다는 생각에 머리 한 번 쓰다듬어 주고 난, 포옹 한 번으로 기다리는 용돈을 갈음하였다.^^* - 우리 부녀사이에는 독후감 한 편에 용돈 얼마로 협정이 맺어져 있다. -
 
 아래는 아이의 간단한 소감이다.
 
이 책은 내가 보았던 영화 '워낭소리'와 비슷한 내용이다.
등장인물이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아닌 아저씨 아주머니인 점은 빼고 말이다. 
늙어서 곧 쓰러지게만 보이는 늙다리 소, 나이가 많이 들었으니 나에겐 할아버지인가? (늙다리 소 할아버지?) ㅎㅎ
 
그리고 여기는 호철이라는 아이가 나온다.
책 이야기 중간에 호철이가 늙다리소의 고삐를 잡고 뱅뱅 돌리는 장면이 나왔다. 정말 불쌍해 보였다. 
내 생각엔 아저씨는 가족보다 늙다리소를 아끼는 것 같다.
짧지만 이만….
 
2009. 3.23.     김난
 
 부모가 아이들보다 소를 더 아낄 수 밖에 없던 시절의 아름답고 정겨운 이야기가 늙다리 소와 자라나는 아이랑 어울려 빚어내는 한바탕 삶의 놀이마당이 오롯이 담겨있는 이 책, 아이는 이제 경험할 수 없는 시절의 이야기를, 소와 어울려 자란 이들에게는 어린 시절의 추억을 떠올려 흐뭇한 웃음을 짓게 하는 책, 많은 이들에게 권해드린다. 
 
 
2009. 3.26. 밤, 꽃샘추위 속에서도 봄은 밀려드는….
 
들풀처럼
*2009-089-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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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티 사이언스 랜드 - 썩 진지하지 않은 과학이야기!? 1881 함께 읽는 교양 2
정완상 지음 / 함께읽는책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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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썩 진지하지 않은 과학이야기"라는 부제가 붙어있는 [안티 사이언스 랜드]는 과학에 대한 공부를 싫어하는 이들도 부담없이 읽고 즐길 수 있는 재미난 이야기이다. '진지하게 과학하고 싶은 사람은 다시 제자리에 내려 놓을 것!'이라고 허풍까지 치고 있지만 이 책, 과학에 발을 담그는 청소년들이라면 제일 먼저 만나보아도 좋은 그런 책이다.
 
 재야과학자인 아버지의 특수한 교육방침 덕분에 과학의 고수가 된 17세 주인공 누리가 우연히 빨려들어간 '과학의 성'에서 열 여섯 단계를 거쳐가며 성안의 문제를 해결하여 돌아오는동안 우리는 물리학과 화학의 이론들이 일상생활 속에서 어떻게 적용되고 작용하고 해석되는지 듣고 보게되는데 이 과정이 모험소설의 얼개를 따라 촘촘히 잘 짜여져 있다. 그래서 이야기를 따라가기만 하여도 '아하, 그렇구나!'라는 감탄사와 고개를 끄덕이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이 책에 등장하는 공식이나 과학의 원칙들을 억지로 외워서 익힐 필요는 없다. 그것이 '썩 진진하지 않'게 이야기를 즐기라고 지은이가 말하는 까닭이리라. 나 역시 억지로 내용을 이해할 수고로움 없이도 재미나게 책을 읽어낼 수 있었다. 그러니 마침 이 학문에 발을 담그는 청소년들이라면 더욱 반갑게 맞이할 수 있는 그런 이야기인 셈이다.
 
 그래서 내 생각에는 차라리 '입시에 도움이 되는' 식의 겉포장과 표지와 홍보를 하였더라면 이 책이 훨씬 더 잘 사람들에게 다가섰으리라는 생각이다. 물론 그렇게 한다면 이 글을 쓴 지은이의 의도에서는 벗어나는 것이겠지만. 모든 학문이 그러하지만 놀고 즐기는 사이에 생각하고 깨우치는 것만큼 자연스럽고 창의적인 학습이 있겠는가. 이 책은 그런 길을 가려는 책이기에 무리하거나 억지를 부리지는 않는다. 다만 자신의 길을 가며 설명하고 이해하도록 도와줄 뿐이다.
 
 이 책의 내용을 궁금해할 이들을 위하여 단계별로 등장하는 주요 개념들의 이름만 옮겨놓아둔다. 내용은? 직접 만나보시기를. 이 책은 특히 중고생 아이들을 두신 부모님들에게 자신있게 권해드리는 '아이랑 함께 보면 더 좋은 우리 과학자가 쉽게 풀어 쓴 과학 이야기' 이다. 
 
 속도, 속력, 장력, 수직항력, 무게, 질량, 작용, 반작용, 관성, 운동량, 충격력, 힘, 에너지 보존 법칙, 무게 중심, 전기, 전압, 전류, 저항, 전자기, 패러데이 법칙, 빛, 렌즈, 악기, 물, 모세관, 산과 염기, 공기, 기체, 샤를의 법칙, 금속의 산화, 알칼리 금속, 분자, 고분자 ……..
 
 대충 정리해보았는데 이 책의 유일한! 단점이 바로 위와 관련된 이야기이다. 이런 개념들을 입시전략 상품으로 홍보는 하지않더라도 뒷부분에 "찾아보기"로 정리는 되어 있어야 하지 않을까?  문득 생각날 때 다시 그 개념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면 이 책의 활용도는 더욱 높아질 것이다. 하여 개정판의 발간시에는 반드시 "찾아보기"가 더해지기를 바래본다. 
 
 
2009. 3.22. WBC 우승을 기대하며 꿈에 부푼 야구팬의 밤 ^^*
 
들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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