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연인보다 아름답게 사는 법 - 부부심리 워크북
데이비드 올슨 외 지음, 신희천 외 옮김 / 학지사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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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운문사 가는 길에 ~

 

 

 아침 10시경,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데 아내에게서 문자가 왔다. 오늘 시간 좀 내달라고, 결혼 14년만에 처음있는 일이라 잠시 긴장도 하였지만 흔쾌히 알았다고 하고는 까닭을 물어보았더니 오후 약속도 취소되고, 바람 좀 쏘이고 싶단다. 그래서 회사에 급하게 하루, 아니 1/2 휴무(반일휴무)를 신청하고는 점심때 아내를 만나러 부랴부랴 달려갔다. 마님이 부르셨다.
 

 칼국수와 나물밥으로 집밖에서 오랜만에 점심을 함께 하고는 병원에 갓입원한 아내 친구의 뒷바라지 준비를 같이 잠시 도와주었다. 그리고는 아내가 바라는 봄바람을 쐬러 아내가 콕 찝어준 "경북 청도 운문사"로 출발하였다. 낮 3시쯤이었다. 4시 조금 넘어 말로만 들어오던 그 운문사에 도착하였다. 

 


    - 곱게 단장된 '운문사' 입구

 
 

 고즈넉한 햇살이 비추는 해질무렵까지 느긋하게 절안뜰을 함께 거닐며 모처럼만의 산책을 즐기며 시간을 보내었다. 다 저물어가는 벚꽃, 진달래, 철쭉, 해당화, 박태기나무, 복사꽃수수꽃다리까지 모처럼 넘치게 맘에 담은 어여쁜 꽃들의 풍경이었다. 절에 가서 부처님 생각은 안하고 봄날 봄꽃들만 푸지게 바라보았다. 겨우 두어 시간이었지만 아내의 호출로 이뤄진 처음 겪어본 '벗어남', 돌아오는 길에 우리는 손을 잡고 말 없이도 충분히 행복했다.

 


   - 박태기꽃(나무)

 


   - 해당화

 
 그래, [부부, 연인보다 아름답게 사는 법]에 무슨 별다른 비법이 있으랴, 이처럼 살아갈 수만 있다면. 이런 날들이 그렇지 않은 날들보다 많다면 더 이상 무엇이 필요하랴. 아내는 최근 아내의 일에서 많이 좌절해하며 힘겨워하였다. 어제밤에는 전에 없이 까닭모를 짜증을 집안에서 흘리곤하였다. 그리고는 지쳐 잠이 드는 것이었다. 문득, 사람의 영혼을 갉아먹는다는 우울증 생각이 나고 지난 10여년 내가 망쳐버린 우리의 결혼 생활도 함께 떠올랐다. 그 때의 내 생각이 이 책에 등장하는 "통념"에 해당하는 것이었다.
 
통념1 : 관계를 개선시키려면 부부가 함께 변해야 한다 (31)
통념2 : 내가 더 노력하면 배우자를 바꿀 수 있다 (33)
통념3 : 배우자는 내 인생의 전부다 (35)
통념4 : 배우자는 내 모든 욕구를 충족시켜 주어야 한다 (37)
통념5 : 결혼생활은 많은 노력이 필요치 않다 (38)
통념6 : 부부간의 역할은 지속되고 결혼생활에는 변화는 없다 (41)
통념7 : 사랑은 느낌이다 (43)
통념8 : 이상적인 연인은 결혼생활 밖에 있다 (45)
통념9 : 부모의 결혼생활이 원만했다면 내 결혼생활도 그럴 것이다 (46)

통념10 : 큰 변화가 있어야 결혼생활을 바꿀 수 있다 (48)

 


  - 복사꽃
 
 아직 한 두가지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은 아니지만 마흔을 넘어서며 나는 철이 들기 시작하였고 일과 사람들과 술을 핑계로 밖에서 겉도는 생활을 정리하며 아내와 아이곁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지금 바라보는 저 통념들, 모두 착각임을 나는 경험으로 깨닫는다. 혹 위 10가지 통념들 중 한 가지라도 아직 얽매여 있다면 하루빨리 스스로의 힘으로 벗어나시기를. 혼자만의 생각과 판단 속으로 더 빠져들기전에 스스로를 변화시켜 부부가 함께 어깨걸고 같은 곳을 바라보는 그 자리에 서야할 것이다. 감히 말씀드리지만 그 길만이 부부가 함께 행복하게 사는 길이이라.
 

 그동안 살아오며 오늘처럼 스스로 만족하고 밖에 내놓아도 멋진 날이 우리 부부사이에 며칠이 되겠는가, 하지만 돌아오는 밤길, 차량 고장으로 몇 가지 에피소들를 더하였어도 우리가 함께 행복해 할 시간은 살아온 날들보다는 많으리라 우리는 믿을 수 있었다. 슬며시 잡은 손바닥 사이로 스며드는 그 느낌이 우리를 이끌어 줄 것이다. '연인보다 아름답게 사는' 그 길로….

 

 


 
 
 참, 개인적인 이야기를 떠벌이느라 이 책 소개를 빠뜨릴 뻔 하였다. [부부, 연인보다 아름답게 사는 법] -부부심리 워크북( 이 책의 제목 전체이다!), 이 책에는 위의 통념을 깨뜨리고 부부가 더 가까워지는 방법에 관한 실전사례들이 풍부하게 다뤄지고 있다. 꼭 함께가 이닐지라도 먼저 변하고자 하는 뜻이 있는 사람이라면 만나보면 적지않은 도움이 될 것이다. 특히 "PART Ⅱ"의 '10.친밀해지기 위하여'(239~265) 를 먼저 보시기를 권해드린다. 부부 사이가 친구처럼 친밀하게 되는 것만큼 좋은 것은 없다고 생각하기에 '친밀해지기'에 대한 노력은 우선적이고 꼭 필요한 것이리라.
 
 

2009. 4. 17. 잊을 수 없는 날, 밤,

             아내랑 아이랑 잠든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며….
 
들풀처럼
*2009-108-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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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으로 찾은 고조선
이종호 지음 / 글로연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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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달 전, [고조선, 신화에서 역사로]에서 이른바 동북공정의 핵심을 만났다. 그 책의 공동저자가 이 책의 지은이였다. 하여 비슷한 시기에 출간된 이 책에는 전작의 내용들이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하지만 지난번의 내용보다 더 구체적이고 근거자료도 더 확실하다. 편견을 버리고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눈다면 누구라도, 심지어는 중국인이라도 동이족의 실체에 대하여 동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만큼 꼼꼼히 잘 정리되어 있다는 이야기이다. 
 
 이 책에서 특히 도드라지는 부분은 과감한 논리 전개이다. 물론 근거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기존에 듣던 이야기들을 최대한 끝까지 밀어붙인 점이 오히려 마음에 든다. 몇 가지 예를 들자면 고인돌의 별자리만으로도 기원전 2333년에 고조선의 존재가 가능하다는 사실같은 소소한 - 고조선의 존재여부는 중국에서 먼저 인정하고 있는 사안이 되어버렸지 않은가 - 것부터 한자의 뿌리인 갑골문자의 기원이 동이족이라는 신선한 이야기까지…. 지은이의 노고가 한 눈에 드러온다.
 
 ~ 별의 밝기를 반영하듯 구멍의 크기도 각각 달랐는데 세차운동을 감안하여 연대를 측정하면 고인돌의 별자리는 4800±215년 전의 하늘을 보여준다. 또 같은 고인돌 무덤에서 발굴된 질그릇 조각의 연대를 핵분열비적법으로 측정하여 4926년±741년 전이란 결과를 얻었다. 이는 적어도 기원전 2900~3000년 전에 우리 선조들이 천문을 세밀하게 관측하였다는 것을 말해준다. ( "제5장 고조선의 실마리"에서 ) (212)
 
 중국 요하지역에서 발견된 5000년전의 놀라운 문화, '홍산문화'가 실은 동이족의 문화이고 중국이 세계에 자랑하던 황하문명보다 1000여년을 더 앞선 문화였다는 사실, 그리고 그 확실한 유물들이 속속들이 등장하니 중국에서 어찌 이를 그냥 바라보고 있었겠는가? 가만 있으면 중국의 문화는 동이족 문화의 아류로 전락하는데 그들은 대책을 세워야만 하였을 것이다. ( [고조선, 신화에서 역사로] 서평, "이이제이(以夷制夷)"에서 )
 
 그래서 진행되는 것이 저들의 동북공정이다. 그래, 그건 그렇다치고 우리는…. 이제서야 다시 우리를 돌아본다. 우리 사학계에서는 아직 그 존재조차 완전히 인정받지 못하는 고조선이 저들의 동북공정으로 인하여 자연스레 인정받게 되는 아이러니라니….  고조선의 실체를 찾아 떠나는 길찾기는 지은이를 포함한 남북의 사학자들이 이처럼 고군분투하고 있는데 우리네 현실은 과학의 성과물을 따라가기에도 벅찬 것 같아 안타깝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최근에 학계의 연구성과들을 반영하여 고조선의 실체를 증명하는 책들이 많이 나온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연구성과들이 우리를 키우고 이어지는 세대에 가기전 우리 겨레의 잃어버린 전사(前史)를 찾아 일으켜 세우는데 많은 역할을 해 주리라. 그 와중에서 우리는 저들의 연구결과까지 활용하여 정말 '이이제이(以夷制夷)'할 수 있으리니 오늘도 우리는 쉬지않고 우리 것, 우리 겨레에 대한 공부를 계속해야할 것이다.
 
 지금으로부터 5000년 전인 홍산문화 시기에 청동기 문화의 맹아가 텄다. 그리고 홍산문화부터 시작된 등급사회와 예제가 갈수록 발전했고, 청동기와 석벽,적석총의 전통이 하가점하층문화 시기에 꽃을 피워 이곳에서 정확한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강력한 방국方國 (왕국)이 존재했다는 것으로 설명했는데 한국학자들은 이 방국이야말로 고조선일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한다. ( "제6장 고조선의 실체를 찾는다"에서 ) (291)
 
 

2009. 4. 12. 밤, 쥬신의 찬란했던 과거를, 다시 일으켜 세우지는

못할지라도 제대로 알고는 있어야겠기에...
 
들풀처럼
*2009-106-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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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장조의 살인
몰리 토고브 지음, 이순영 옮김 / 살림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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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 속담 중에 이런 말이 있다.  "그대로가 좋다면 그대로 두어라." (364)
 
 "문학,음악,예술사,정신의학,추리소설의 매력이 모두 녹아 있는 진정한 지적(知的) 소설의 정수를 만났다!" ('띠지'에서)는 문구가 어색하지 않은 책, 슈만클라라,브람스,리스트까지….클래식에 문외한인 나조차도 익히 들어서 알고 있는 이름들. 19세기 음악사의 한 장을 장식하는 유명한 작곡가를 둘러싼 음모와 살인….이만하면 충분하다. 그리고 이야기도 재미나다.
 
 A장조의 음계를 홀로 듣고 괴로워하는 슈만은 정신이상으로까지 몰리고 아내인 클라라는 신예 브람스와 가까운 듯하고… 그를 둘러싼 음모는 착착 진행되는데…. 그의 음악평론가인 아데르만은 시체로 발견되고…. 긴박하게 전개되는 이야기가 손에 든 책을 쉬 놓지 못하게한다. 그리고 밝혀지는 살인의 원인과 범인은…. 
 
 " ~ 모차르트를 예로 들어 보죠. 그는 서른 다섯에 죽었습니다. 슈베르트는 서른한 살에 죽었죠. 멘델스존은 서른여덟 살까지 간신히 살았습니다. 불운한 베토벤은 서른 세 살에 귀가 먹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그는 성격도 괴퍅했어요. 이 모든 것의 이유가 바로 퇴화입니다. 몸도 마음도 모든 것이 쇠약해지는 겁니다. 내면의 힘들이 밀고 당기면서 소위 창의 적인 사람들을 분열시키는 것 아니겠습니까?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창의성과 질병은 친형제와 같습니다. 화가, 작곡가, 작가, ...... 그들은 온갖 종류의 질병을 안고 살아가죠..~ 분명히 말씀드리는데 창의성은 치료가 불가능한 중독입니다! " (136)
 
 이만하면 괜찮은 미스터리 구조와 예술가와 그를 둘러싼 지병들. 우리를 끌어당기는 이야기임에 분명하다. 읽는 속도도 떨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이 책은 딱 그만큼이다. 조금만 더 나아갔으면 하는 부분까지 가지않고 딱 틀에 맞춘 그만큼에서 멈추어버린다. 하여 나름 재미있게 읽고 책을 내려놓는 순간 섭섭하다. 맛난 음식을 잘 먹은 것 같은데 허전한 느낌이랄까. 내게는 그렇게 다가왔다. 조금 더 슈만의 고뇌나 병 혹은 슈만을 둘러싼 시대적 정황이나 음모의 범위가 넓어지거나 복잡하였다면 그 복잡함에서 빚어지는 향이 있었으리라는 생각인데 이 책은 틀에 갇혀 머무르고 말았다.
 
 띠지의 칭찬처럼 '추리소설의 매력이 모두 녹아 있음'은 분명하지만 이 작품 자체가 주는 매력은 덜하다는 이야기이다. 그래서 감히 아쉬움이 남는다고 이야기 하는 것이다. 등장인물들의 구성자체도 갈등을 일으키기에는 조연급들이 적다는 생각이다. 슈만을 둘러싼 음모와 그의 평론가의 죽음에 더하여 한 두가지의 사건이나 이야기가 더 복합적으로 전개되었다면 이야기가 주는 쾌감도 더해졌으리라. 얼마 되지 않은 사건과 갈등이 슈만 한 사람으로 집중되는 동안 눈치빠른 독자라면 어떤 일이 일어나고 어떻게 전개되어갈지 이미 깨닫고 마는 것이니........ 현실의 고단함을 깡그리 잊고 몰두하기에는 2% 부족하다는 얘기이다.
 
 정말 저를 돕고 싶다면 여기룰 떠나 주세요. 제게는 시간이, 온전히 혼자 있을 시간이 필요해요, (225) 
 
 지은이에게는 정말 이 사건을 심화시킬 온전한, 혼자만의 시간이 더 필요했는지도 모른다. 날은 피어나 넘치는 봄날, 익숙치 않은 클래식의 세계에 발을 담궈보았지만 여전히 클래식을 둘러싼 이야기는 클래식 만큼이나 나와는 거리가 먼 듯하다. 차라리 슈만과 함게 산책이나 가야겠다.
 
 "요즘 이런 햇볕을 본 적 있소? 이런 햇볕이라면 실컷 즐겨야지요. 같이 운동합시다. 사람의 몸과 마음과 영혼에는 운동이 좋다오!" (193)
 
 
2009. 4. 12. 저녁, 걷기에 딱! 좋은 봄날
 
들풀처럼
*2009-105-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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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콘서트 2 철학 콘서트 2
황광우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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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묻자. 행복한 삶이란 무엇인가? 오늘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아리스토텔레스의 답변이 아니다. 그가 이 질문에 대해 생각을 전개해나가는 방식이다. (71)
 
 다시 철학의 세계다.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에 관한 이야기들, 나만의 눈으로 바라보는 세상들,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할지를 배우는 학문, 다시, 그 입구에 선다. 시대가 흉흉할수록 우리는 깁잡이의 필요성을 절감한다. 도대체 무성이 우리를 여기까지 이끌어 온 것인지, 아니 우리는 왜, 어떻게 지금의 모습으로 존재하고 있는건지, 끝도 모를 질문들이 쏟아진다. 지금은 답답한 어둠이다. 우리가 나아갈 길을 찾기 위하여 다시 우리는 그 뿌리를 찾는 것이다. 하여 다시 철학에 기대어 본다. 
 
 유명짜하고 또 오랜 철학자들인 피타고라스, 아리스토텔레스에서 '그럴리가'라는 생각마저 드는 무함마드와 공자의 <시경>까지..10편의 콘서트가 펼쳐지는 이 책, 우선 그 다양함폭넓음에 끌린다. 그리고 이야기를 전개해나가는 지은이의 기본 관점, '철학의 토대는 인간의 삶'(7) 이라는 의견에도 당연히 동의한다. 그리고 우리는 이 책에서 새롭게 해석된, '플라톤이 그토록 꿈꾸었던 철인왕이 조선의 세종'이라는 반갑고도 놀라운 사실을 만난다.
 
 피타고라스가 강조한 '상호의존과 상호친교'(25), 호메로스가 일러준 '인간의 눈'(46),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세계를 '우리의 눈'으로 보는 것이다. '정답이 중요한 게 아니다. 사고하는 방식이 중요하다' (46) 철학공부를 하면서 배운 가장 큰 원칙이 바로 이것이다. 스스로 생각하고 스스로 바라보기. 이제 우리는 세상을 바라볼 준비가 되었다.
 
 그럼 아리스토텔레스가 이야기한 '가장 인간다운 활동'(69)은 무엇일까? 지은이는 '노동'이라고 자신있게 답한다. 
 
 노동은 단순한 육체의 움직임이 아니다. 의식적인 인간의 활동이다. 노동은 생산적이고, 창조적이다. 자신의 생각에 따라 집을 지어낸 목수, 자신의 감성을 담아낸 조각을 가진 예술가는 행복하다. 모든 행복한 삶의 전제 조건은 노동에 있다. 그래서 자신의 일을 갖지 못한 사람은 불행하다. (71)
 
 이야기는 계속된다. '민심은 천심이요, 권력의 원천은 백성에게 있'(84)음을 갈파한 맹자의 '역성혁명', '올바름, 진리의 편에 서'서 '목숨을 걸고 말하고 있'(113)는 코페르니쿠스, '지구중심이론을 정면으로 반박'(122)한 갈릴레이, 그들은 그들의 삶을 통하여 우리에게 당당히 보여준다. '올바름과 거리가 먼 견해들은 버려야 한다.'(113)고.
 
 그리고 우리는 '순종하는 사람들'(149) 이슬람의 이야기를 통하여 무함마드라는 '신의 메신저'를 만난다. 지은이는 무함마드가 인간적인 지도자였음을, 이슬람은 가장 소박하고 평등한 종교 공동체임을 들려준다. 그리고 또 우리에게 타 문화에 대한 존중과 배려를 넘어 감탄과 경이를 품을 줄 알아야 함을 주장한다. 타 문화에 매료될 수 있는 사람이 자기 문화에도 매료될 수 있다는 이야기, 역시 동의한다. 
 
 스스로 나서서 지배계급의 독점을 혁파하는, 세계에서 그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왕의 혁명, 지배자들의 계급적 이익에 대항하는 투쟁의 선봉에 선 왕, 그 왕이 우리의 세종이시다. 대왕이라 이름붙이는 단 한 사람, 우리겨레 오천년사의 가장 위대한 임금, 세종, 세종에 관한 이야기는 읽을때마다 눈물겹다. 체제변혁을 거부하는 신하들을 피하여 홀로 개혁을 추진하는 왕의 모습에서 우리는 백성에 대한 무한한 사랑을 만난다. 말로 하는 철학이 아니라 몸소 실천하는 철학이다.
 
 '물리학 전체에 질서를 부여한 유일한 사람, '신의 두뇌를 가진 사람'이었'(208)던 뉴턴의 '천재적 발견은 오직 피나는 노력, 무서운 집념,성실한 연구의 정직한 결과일 뿐이다.' 정말, '우연은 없다.'(200)
 
 마지막 콘서트의 주인공은 공자의 <시경>이다. 사랑하고 기다리고 헤어지는 사람들의 모습을 통하여 세상사의 이치를 깨달아야 된다고 생각하였던 것일까? '공자가 꿈꾸던 자연스런 인간 세상의 모습'(212)이 <서경>에 있다. 우리는 그 속을 거닐며 옛사람들의 삶과 여유를 느껴볼 일이다.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가는 일에 어떠한 것이 더해져야 하는지 생각하면서 말이다. 
 
 지은이는 "에필로그"에서 이야기한다. "그대, 아직도 떠나지 않았는가"라고. 그래, '저지르고 볼 일이다. 어쩌다 한 번 오는 여행의 기회를 일상의 일정 때문에 미루는 사람은 가련하다.' 그런데 지은이가 이야기하는 여행은 몸이 떠나는 여행만이 아니다. 지혜의 보고, 고전으로의 여행을 독려한다. 그 속에서 우리는 수많은 삶의 지혜들을 배울 수 있다는 것이다. 하여 지은이는 우리에게 이처럼 자신있게 이야기한다.
 
 그대, 아직도 고전을 읽지 않았는가? 그렇다면 당신은 인생을 더 살아야 한다. (236)
 
 그리하여 이 책은 앞으로 스스로의 지혜를 찾아가는 길에 좋은 지침서가 될 것이다. 쉽고 재미있게 만나는 인류의 고전 이야기, 제대로 정리된 "참고문헌","찾아보기"까지 준비는 끝났다. 그리고 '우리는 혼자가 아니다'(163) 자, 이제는 함께 떠나자.
 
 
2009. 4. 12. 낮, 더운 날씨만큼 의욕은 넘쳐나는….
 
들풀처럼
*2009-104-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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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드라마 한 장으로 보는 지식 계보도 1
최복현 지음 / 풀로엮은집(숨비소리)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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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신을 불러들였다 (14)
 이 한 문장으로 지은이의 '신'과 '인간'에 대한 관점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신'은 '인간'의 필요에 의하여 탄생되었다는 이야기인데 나 역시 그러한 생각을 갖고 있기에 솔깃할 수 밖에 없었다. 약간의 호감을 가진 채 책 속으로 거대한 신화의 세계 속으로 걸어들어간다.
 
 커다란 전지크기의 용지에 정리된 별첨의 신화 계보도를 펼치는 순간, 먼저 내용의 이해와는 상관없이, 이처럼 정리해놓은 지은이의 노고에 감탄하게 된다. 그리고 그 지은이가 그리스 신화의 産地인 그쪽 학자가 아니라 우리 사람이라는 사실, 이제 우리손으로 바라보는 그리스 신화를 가지게 되었구나라는 생각에 뿌듯해지기까지 한다.
 
 하지만 이 책을 겨우 한 번 읽고, 커다란 도표속의 신화계보를 다 깨친다는 것은 당연히 불가능하다. 하지만 "한 장으로 보는 지식계보도"라는 신선한 기획과 그 결과물은 보는 이를 감탄케 하기에 충분하다. 머리 속에 완전히 따로 자리를 잡고 있던 신들의 계보가 책 속의 설명과 도표 속의 계보도를 따라 이해도를 높여주기 때문이다. 이래서 우리는 배우고 또 익히는 것이리라.
 
 왜 그리스 신들은 인간과 닮았을까? 신화는 실제 이야기가 아니라 인간들이 지어낸 상상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우리 인간 안에서 신화가 싹트고 키워진 것이다. 신화는 바로 인간의 모습을 다룬 이야기이면서 인간의 유한성을 뛰어 넘고자 하는 인간 욕구의 발로이다. (18) 
 
 세상 모든 '신'과 '인간'의 이야기가 이러할지니 정녕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는 것이다. 우리가 바라고 꿈꾸는 모든 것들이 신들의 세계에서도 똑같이 나타남을 이렇게 이해한다면 좀 더 쉽게 신들을 사랑할 수 있지 않을까? 신들의 일상이 바로 우리 인간들의 생활이니까. 이 책에는 이러한, 어쩌면 평범하기까지한 신들의 생활이 다시 한 번 요약+정리+설명 되고 있다. 특히 '그리스 신화를 읽기 전에 알아야 할 몇 가지 키워드'(26~34) 와 '신들의 정권 투쟁 ①~④'는 흐트러져 있던 우리의 상식들을 일목요연하게 잘 정리해주어 그리스 신들의 세계로 더 가깝게 우리를 이끌고 간다. 
 
 싸움에서 이긴 제우스는 티폰을 사로잡아 타르타로스 깊숙이 던져 넣었다. ~ 티폰은 깊고 깊은 감옥에 갇혀 있으면서도 제우스에게 패한 것에 분노가 들끓었다. 그는 그 화풀이로 힘을 가하여 반항을 했다. 그는 그렇게 하여 그곳에서 바람을 다스리는 신이 된다. 사람들에게 해를 주는 모든 바람의 지배자가 된 것이다. 그래서 후세 사람들은 태풍을 'typhoon'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91)
 
 언젠가 한 번 들어본 듯한 이야기, 태풍의 유래를 이처럼 알게되는 것도 그리스 신화를 만나는 재미이다. 익히 들어 알고 있는 프로메테우스, 헤라클레스, 오이디푸스의 이야기 등이 모두 그리스 신화에 그 뿌리를 두고 있음을 볼 때 왜 그리스 문화를 유럽 문명의 뿌리라 일컫는지 충분히 이해가 된다. 참으로 방대하고 거대한 드라마이다. 그래서 지은이는 이 책의 제목을 단지 '신화'가 아니라 [신화 드라마]라고 하였던 것이리라. 사람이 만들어내고 그 세계를 초월하여 존재하며 스스로 살을 붙여나가며 함께 넓고 깊어져가는 신들의 드라마. 그리스 신화에는 분명 그런 요소들이 넘쳐난다. 그리고 어릴적부터 남의 나라 이야기를 우리 이야기처럼 자주 접해온 터라 마치 우리 신화처럼 친숙하다.
 
 그런데, 문득, 우리 신화는, 우리의 드라마는 어디에서 누가 쓰고 있는지 궁금해진다. 우리 신화는, 신화 속 이야기들은 어디에 뿌리를 내리고 어디에서 살아남아 있는지…. 그리스 신화의 방대한 이야기들과 비교해보면 아쉬움이 더해진다. 최근에서야 널리 인정받고 있는 고조선 옛문화의 성대함이나 유적들에 대한 연구들이 있기에 조금은 그 아쉬움을 달랠 수는 있지만 그동안 우리는 우리에게, 우리 신화에 너무도 무심했다는 생각은 어쩔 수 없다. 내가 [삼국유사]나 [삼국사기] 속의 이야기보다 그리스 신화를 더 잘알고 있다는 사실은 나 한 사람의 문제보다는 우리 문화와 지식의 지형도와 관련된 취약점 탓이리라.
 
 하여 나는 다시 꿈꾸기 시작한다. 다시 찾은 고조선, 과학으로 찾은 고조선,요하문명,흥산문명 등으로 일컫어지는 우리 고대사와 그 속에 깔려있는 우리 겨레의 신화들도 언젠가는 "한 장으로 보는 지식계보도"로 펼쳐질 수 있음을…. 우리 모두는 그 날을 기다리며 하나하나 차곡차곡 우리 눈, 우리 실력을 이처럼 쌓아가야하리라. 신선한 기획과 충실한 정리, 그리고 적절한 자극을 던져 주는 이 책처럼 말이다.
 
 
2009. 4. 11. 밤, 고구려의 밤하늘이 문득 그리워지는….
 
들풀처럼
*2009-103-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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