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장조의 살인
몰리 토고브 지음, 이순영 옮김 / 살림 / 2009년 3월
평점 :
절판


 영국 속담 중에 이런 말이 있다.  "그대로가 좋다면 그대로 두어라." (364)
 
 "문학,음악,예술사,정신의학,추리소설의 매력이 모두 녹아 있는 진정한 지적(知的) 소설의 정수를 만났다!" ('띠지'에서)는 문구가 어색하지 않은 책, 슈만클라라,브람스,리스트까지….클래식에 문외한인 나조차도 익히 들어서 알고 있는 이름들. 19세기 음악사의 한 장을 장식하는 유명한 작곡가를 둘러싼 음모와 살인….이만하면 충분하다. 그리고 이야기도 재미나다.
 
 A장조의 음계를 홀로 듣고 괴로워하는 슈만은 정신이상으로까지 몰리고 아내인 클라라는 신예 브람스와 가까운 듯하고… 그를 둘러싼 음모는 착착 진행되는데…. 그의 음악평론가인 아데르만은 시체로 발견되고…. 긴박하게 전개되는 이야기가 손에 든 책을 쉬 놓지 못하게한다. 그리고 밝혀지는 살인의 원인과 범인은…. 
 
 " ~ 모차르트를 예로 들어 보죠. 그는 서른 다섯에 죽었습니다. 슈베르트는 서른한 살에 죽었죠. 멘델스존은 서른여덟 살까지 간신히 살았습니다. 불운한 베토벤은 서른 세 살에 귀가 먹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그는 성격도 괴퍅했어요. 이 모든 것의 이유가 바로 퇴화입니다. 몸도 마음도 모든 것이 쇠약해지는 겁니다. 내면의 힘들이 밀고 당기면서 소위 창의 적인 사람들을 분열시키는 것 아니겠습니까?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창의성과 질병은 친형제와 같습니다. 화가, 작곡가, 작가, ...... 그들은 온갖 종류의 질병을 안고 살아가죠..~ 분명히 말씀드리는데 창의성은 치료가 불가능한 중독입니다! " (136)
 
 이만하면 괜찮은 미스터리 구조와 예술가와 그를 둘러싼 지병들. 우리를 끌어당기는 이야기임에 분명하다. 읽는 속도도 떨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이 책은 딱 그만큼이다. 조금만 더 나아갔으면 하는 부분까지 가지않고 딱 틀에 맞춘 그만큼에서 멈추어버린다. 하여 나름 재미있게 읽고 책을 내려놓는 순간 섭섭하다. 맛난 음식을 잘 먹은 것 같은데 허전한 느낌이랄까. 내게는 그렇게 다가왔다. 조금 더 슈만의 고뇌나 병 혹은 슈만을 둘러싼 시대적 정황이나 음모의 범위가 넓어지거나 복잡하였다면 그 복잡함에서 빚어지는 향이 있었으리라는 생각인데 이 책은 틀에 갇혀 머무르고 말았다.
 
 띠지의 칭찬처럼 '추리소설의 매력이 모두 녹아 있음'은 분명하지만 이 작품 자체가 주는 매력은 덜하다는 이야기이다. 그래서 감히 아쉬움이 남는다고 이야기 하는 것이다. 등장인물들의 구성자체도 갈등을 일으키기에는 조연급들이 적다는 생각이다. 슈만을 둘러싼 음모와 그의 평론가의 죽음에 더하여 한 두가지의 사건이나 이야기가 더 복합적으로 전개되었다면 이야기가 주는 쾌감도 더해졌으리라. 얼마 되지 않은 사건과 갈등이 슈만 한 사람으로 집중되는 동안 눈치빠른 독자라면 어떤 일이 일어나고 어떻게 전개되어갈지 이미 깨닫고 마는 것이니........ 현실의 고단함을 깡그리 잊고 몰두하기에는 2% 부족하다는 얘기이다.
 
 정말 저를 돕고 싶다면 여기룰 떠나 주세요. 제게는 시간이, 온전히 혼자 있을 시간이 필요해요, (225) 
 
 지은이에게는 정말 이 사건을 심화시킬 온전한, 혼자만의 시간이 더 필요했는지도 모른다. 날은 피어나 넘치는 봄날, 익숙치 않은 클래식의 세계에 발을 담궈보았지만 여전히 클래식을 둘러싼 이야기는 클래식 만큼이나 나와는 거리가 먼 듯하다. 차라리 슈만과 함게 산책이나 가야겠다.
 
 "요즘 이런 햇볕을 본 적 있소? 이런 햇볕이라면 실컷 즐겨야지요. 같이 운동합시다. 사람의 몸과 마음과 영혼에는 운동이 좋다오!" (193)
 
 
2009. 4. 12. 저녁, 걷기에 딱! 좋은 봄날
 
들풀처럼
*2009-105-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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