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속담 중에 이런 말이 있다. "그대로가 좋다면 그대로 두어라." (36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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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음악,예술사,정신의학,추리소설의 매력이 모두 녹아 있는 진정한 지적(知的) 소설의 정수를 만났다!" ('띠지'에서)는 문구가 어색하지 않은 책, 슈만과 클라라,브람스,리스트까지….클래식에 문외한인 나조차도 익히 들어서 알고 있는 이름들. 19세기 음악사의 한 장을 장식하는 유명한 작곡가를 둘러싼 음모와 살인….이만하면 충분하다. 그리고 이야기도 재미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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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장조의 음계를 홀로 듣고 괴로워하는 슈만은 정신이상으로까지 몰리고 아내인 클라라는 신예 브람스와 가까운 듯하고… 그를 둘러싼 음모는 착착 진행되는데…. 그의 음악평론가인 아데르만은 시체로 발견되고…. 긴박하게 전개되는 이야기가 손에 든 책을 쉬 놓지 못하게한다. 그리고 밝혀지는 살인의 원인과 범인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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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차르트를 예로 들어 보죠. 그는 서른 다섯에 죽었습니다. 슈베르트는 서른한 살에 죽었죠. 멘델스존은 서른여덟 살까지 간신히 살았습니다. 불운한 베토벤은 서른 세 살에 귀가 먹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그는 성격도 괴퍅했어요. 이 모든 것의 이유가 바로 퇴화입니다. 몸도 마음도 모든 것이 쇠약해지는 겁니다. 내면의 힘들이 밀고 당기면서 소위 창의 적인 사람들을 분열시키는 것 아니겠습니까?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창의성과 질병은 친형제와 같습니다. 화가, 작곡가, 작가, ...... 그들은 온갖 종류의 질병을 안고 살아가죠..~ 분명히 말씀드리는데 창의성은 치료가 불가능한 중독입니다! " (13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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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하면 괜찮은 미스터리 구조와 예술가와 그를 둘러싼 지병들. 우리를 끌어당기는 이야기임에 분명하다. 읽는 속도도 떨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이 책은 딱 그만큼이다. 조금만 더 나아갔으면 하는 부분까지 가지않고 딱 틀에 맞춘 그만큼에서 멈추어버린다. 하여 나름 재미있게 읽고 책을 내려놓는 순간 섭섭하다. 맛난 음식을 잘 먹은 것 같은데 허전한 느낌이랄까. 내게는 그렇게 다가왔다. 조금 더 슈만의 고뇌나 병 혹은 슈만을 둘러싼 시대적 정황이나 음모의 범위가 넓어지거나 복잡하였다면 그 복잡함에서 빚어지는 향이 있었으리라는 생각인데 이 책은 틀에 갇혀 머무르고 말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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띠지의 칭찬처럼 '추리소설의 매력이 모두 녹아 있음'은 분명하지만 이 작품 자체가 주는 매력은 덜하다는 이야기이다. 그래서 감히 아쉬움이 남는다고 이야기 하는 것이다. 등장인물들의 구성자체도 갈등을 일으키기에는 조연급들이 적다는 생각이다. 슈만을 둘러싼 음모와 그의 평론가의 죽음에 더하여 한 두가지의 사건이나 이야기가 더 복합적으로 전개되었다면 이야기가 주는 쾌감도 더해졌으리라. 얼마 되지 않은 사건과 갈등이 슈만 한 사람으로 집중되는 동안 눈치빠른 독자라면 어떤 일이 일어나고 어떻게 전개되어갈지 이미 깨닫고 마는 것이니........ 현실의 고단함을 깡그리 잊고 몰두하기에는 2% 부족하다는 얘기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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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저를 돕고 싶다면 여기룰 떠나 주세요. 제게는 시간이, 온전히 혼자 있을 시간이 필요해요, (2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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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에게는 정말 이 사건을 심화시킬 온전한, 혼자만의 시간이 더 필요했는지도 모른다. 날은 피어나 넘치는 봄날, 익숙치 않은 클래식의 세계에 발을 담궈보았지만 여전히 클래식을 둘러싼 이야기는 클래식 만큼이나 나와는 거리가 먼 듯하다. 차라리 슈만과 함게 산책이나 가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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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이런 햇볕을 본 적 있소? 이런 햇볕이라면 실컷 즐겨야지요. 같이 운동합시다. 사람의 몸과 마음과 영혼에는 운동이 좋다오!" (19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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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4. 12. 저녁, 걷기에 딱! 좋은 봄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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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풀처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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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5-04-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