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 널리 자랑할 만한 잃어버린 한국의 고유문화
김종서 지음 / 한국학연구원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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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 혼자보기에는 아까운 책이다. 우리 겨레와 관련된 거의 모든 자료들을 망라하여 겨레의 뿌리찾기에서 선사시대의 유적까지, 그리고 중국의 사료들까지 하나하나 다 뒤적여서 찾아낸 지은이의 노고에 절로 머리가숙여진다. 그리고 그 내용들 하나하나가 다 알차고 소중한 것들이다. 최근에서야 우리 겨레의 옛이야기부터 찾아가며 만나는 나같은 이에게는 소중한 자료의 보고인 셈이다. 그만큼 많은 내용이 알차게 담겨 있다는 얘기다.
 
 특히 1장에서 다루어지는 '한국인은 한민족인가?천손족인가?'에서 듣게되는 우리의 하늘(느)님이 기독교에서 이야기하는 하나님과 어떤 유사성과 차이점이 있는지에 관한 연구는 독창적이고 새로운 경험이었다. 혼자생각으로도 기독교의 하나님보다 우리의 하느님이 훨씬 넓고 큰 개념의 낱말이라고 어렴풋이나마 짐작하였었는데 이 책에서 그 실상에 대한 추론을 만날 수 있어 좋았다. 
 
 우리 겨레, 그러니까, 쥬신족이 하늘에서 내려온 환웅과 환인의 후손인 천신족임은 솔깃한 이야기이다. 그리고 사람의 조상인 원인류 유적에 관한 자료들도 정말 그렇기를 믿고 싶다. 하지만 최근의 유적 연구와는 조금 다른 기원설들이 소개되고 있는 부분도 있기에 2장의 '영장류와 인간의 탄생'부분은 설득력이 조금 떨어진다. 다른 학문과의 교류가 조금 더 깊어져야 할 것이다.
 
 이 책은 눈으로 드러난 모든 역사 유적에 대한 연구와 아울러 고대문헌에 나타난 겨레의 옛이야기들도 엄청 많이 소개하고 들려주는데 우리의 자랑스런 문화와 역사를 새로 만나는 기쁨은 매우 크다. 다만 컬러 원판을 담아내느라 책의 재질이 모조지?처럼 빤질거리는 점과 평범한 편집으로 인한 오밀조밀한 글자들이 집중을 방해하고 있어 조금 안타깝다. 혹 기회가 되어 재발간 또는 개정판의 발행이 이뤄진다면 판형과 활자를 좀 더 키워서 시원스레 편집되어 손에 받아 들 수 있다면 더욱 좋은 모습으로 사람들에게 다가설 수 있으리라.
 
 고구려 사람들은 노래하고 춤추는 것을 좋아한다. 밤이 되면 남녀의 무리가 모여서 춤추고 노래하며 논다. 귀천의 등급이 없다. ( 위서,<고구려전>에서 다시 옮김 ) (217)
 
 ….부여 사람들은 길을 갈 때나, 낮이나, 밤이나, 노인이나, 어린이나 가리지 않고 모두 노래를 한다. 온 종일 노래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고구려 사람들은 노래하고 춤추는 것을 좋아한다. 그 나라의 각 도시와 촌락에서는 늦은 밤까지 남녀무리가 모여서 노래하고 춤추면서 논다……예에서는 10월에 하느님께 제사를 지내고, 밤낮으로 술을 마시고 노래하고 춤추면서  논다. 이를 무천이라고 한다. ( 삼국지,<위지>에서 다시 옮김 ) (216)
 
  옛선조들의 "홍익인간 음주가무"를 여러 번 반복되는 이야기로 다시 만난다. "홍익인간 음주가무"는  "紅익人間 飮酒歌舞"로 적고 뜻은 "하루 일을 마친 사람들이 바알갛게 익은 얼굴로 모여 앉아 술 한 잔 마시며 노래하며 어깨춤 더덩실"하는 모습이 되겠다. 혼자만의 이야기, 그 뿌리를 옛 책들에서 다시 만나니 더욱 반갑고 즐거워진다.  오늘밤, 나도 옛모습으로 행복하게 하루를 마감해야겠다.
 
 
2009. 5.2. 낮, '紅익人間 飮酒歌舞'를 위하여~
 
들풀처럼
 
*2009-122-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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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만나는 한국 현대사 - 국어 선생님의
신현수 엮음 / 북멘토(도서출판)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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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5월입니다. 5월, 그날의 아우성이 살아오는, 5월입니다. 그렇습니다. 우리 역사 속의 5월은 4월의 함성소리를 뒤이어 피빛으로 피어난 진달래였습니다. 그리고 그 속에 우리 현대사의 아픈 모습이 오롯이 살아있습니다. '4월도 알맹이만 남고 / 껍데기는 가라.' (62)고 신동엽 시인이 일찌감치 노래하였지만 우리에게 5월은 아픔과 눈물을 딛고 뚜벅뚜벅 걸어오는 상징의 계절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역사는 나아갑니다.
 
 아아 광주여 무등산이여
 죽음과 죽음 사이에
 피눈물을 흘리는
 우리들의 영원한 청춘의 도시여
  - 김준태, '아아 광주여! 우리나라의 십자가여!' 에서 (203)
 
 이 책은 제목 그대로 詩를 통하여 우리가 걸어온 현실을 숨김없이, 가감없이 만나보는 노래와 눈물의 한바탕 잔치마당입니다. 슬픔과 아픔의 현대사를 제가 감히 '한바탕 잔치'라고 부르는 것은 여기에서 현대사의 증인!으로 소개되는 詩들이 낯설지도 않고 노래로도 많이 불리어지는 까닭입니다. 때론 설워지기도 하지만 그 익숙한 리듬에 저도 모르게 따라 부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해방 이후(1945~1959), 1960~70년대(1960~1971), 유신시대(1972~1979), 민주화시대(1980~1987), 통일로 가는 시대(1988~2000)로 현대사의 큰 전환점을 기준으로 이야기는 다섯 모둠으로 나뉘어져 있지만 그 구분이 크게 중요한 것은 아닙니다. 한 시대를 걸어가며 시인들이 수 놓아둔 詩들은 지금도 우리에게 손을 흔들고 있습니다. 그것이 노래이든, 아우성이든 우리는 그 손짓을 따라가며 외치기도 하고 읊조리기도 합니다. 
 
 "남의 나라 군대 끌어다 제 나라 형제 쳤는데
 뭣이 신난다고 외국 장수 이름을 절에 갖다 붙이겠소
 하기야 인천 가니까 맥아더 동상이 서 있더라만
 남의 나라 장수 동상이 서 있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다더만"
  - 김남주, '남의 나라 장수 동상이 있는 나라는' 에서 (43)
 
 시인이 전해주는 어느 농부의 이야기 몇 줄만으로도 우리는 질곡의 해방정국과 한국전쟁의 비극을 한꺼번에 느낄 수 있습니다. 이것이 詩가 우리에게 주는 여러가지 좋은 점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마치 잘 찍은 한 장의 사진이 몇 권의 책보다 더 잘 현실을 설명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하지만 詩의 진정한 매력은 그 자체로 노래가 되는 것입니다. 詩는 사랑이고 그 사랑의 노래가 곧 詩임을 저는 믿습니다.
 
 눈이 부시네 저기
 난만히 멧등마다,
 
 그 날 스러져간
 젊음 같은 꽃사태가,
 
 맺혔던 한이 터지듯
 여울여울 붉었네.
 - 이영도, '진달래-다시 4.19날에' 에서 (65)

 

 



 
 시보다는 노래로 더 다가오는 시야. 아빠처럼 1980년대 초반에 대학을 다닌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노래지. 매년 4·19가 되면 이 노래를 부르곤 했단다. (67)
 
 그렇습니다. 이 책은 단순히 현대사와 연결되는 詩만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그 시대를 노래한 詩와 현대사에 얽힌 이야기를 아빠가 딸에게 들려주듯 펼쳐나갑니다. 그래서 詩 한편에 얽힌 이야기뿐만 아니라 그 당시의 시대상황까지 쉽게 배우고 익힐 수도 있습니다. 책 제목 그대로 [국어 선생님의 시로 만나는 한국현대사]가 되겠습니다. 지은이가 뜻한 바는 詩를 통하여 만나는 우리 현대사의 참모습이겠지요. 그렇게 아이들이, 우리들이 詩를 통하여 우리네 역사의 모습을, 한 장면을 감동적으로 만날 수 있는 이 시간들이 참 좋습니다. 
 
 전쟁 같은 밤일을 마치고 난
 새벽 쓰린 가슴 위로
 차거운 소주를 붓는다
 
 이러다간 오래 못가지
 이러다간 끝내 못가지

 - 박노해, '노동의 새벽' 에서 (284)

 

 



 
 
 이별이 너무 길다
 슬픔이 너무 길다
 선 채로 기다리기엔 은하수가 너무 길다.
 단 하나 오작교마저 끊어져버린
 지금은 가슴과 가슴으로 노둣돌을 놓아
 면도날 위라도 딛고 건너가 만나야 할 우리,
 
 선 채로 기다리기엔 세월이 너무 길다.
 - 문병란, '직녀에게' 에서 (320)
 
 우리 문학사에서 결코 잊혀지지 않을 작품으로 손꼽히는 '노동의 새벽'을 다시 만납니다. 1987년의 노동자대투쟁 이후로 벌써 스무해가 훌쩍 지났습니다. 지금의 우리 모습이 당시의 노동자들과 비교하여 얼마나 나아졌는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특히 요즘과 같은 정치경제적으로 엄혹한 시절에는 말입니다. 그리고 그동안 쌓아놓은 남북간의 신뢰관계도 자꾸 무너져가고…. '직녀에게'가 더욱 그리운 까닭입니다. 답답한 현실일수록 이런 노래들을 더 자주 부르게 됩니다. 겨우 61편의 시가 이 책에 실려있지만 모두가 한 시대를 관통한 '화살'같은 시들입니다. 
 
  아마도 1980년대의 한 복판을 젊음으로 보낸 시절이 있기에 지은이가 소개해주는 詩들이, 지은이가 들려주는 이야기가 더욱 제 가슴에 와닿는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더 자주 울컥하나 봅니다. 우리 현대사와 詩를 한꺼번에 만나고 그 질곡의 역사와 詩가 전해주는 감동도 오롯이 느끼며 만나보는 이 책, 그래서 더욱 따듯하게 다가옵니다.
 
 그리고 지금은 5월입니다. 너무도 화창한 봄날입니다. 지나온 현대사를 넘어 우리가 어깨걸고 가야할 길은 아직 저 멀리 있습니다. 그래도 함께 가시지 않겠습니까?
 
 무엇하러 여기 왔는가
 잠 못 이룬 밤 지새우고
 아침 대동강 강물은 
 어제였고
 오늘이고
 또 내일의 푸른 물결이리라
 때가 이렇게 오고 있다
 변화의 때가 그 누구도
 가로막을 수 없는 길로 오고 있다
 변화야말로 진리이다
 - 고은, '대동강 앞에 서서' 에서 (346)
 
 
2009. 5. 1. 저녁, 5월, 그 날이 다시오면….
 
들풀처럼
*2009-121-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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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계 생명체를 찾아서 과학과 사회 2
프랑수아 롤랭 지음, 김성희 옮김 / 알마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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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 화성
 


 

 이 책은 외계 생명체에 관한 연구 분야가 어떻게 발전해왔는지를 기술한 것이다. (20)
 
 그래서일까? 처음 이 책을 만났을 때 설레던 기대, 최신의 외계 생명체에 관한 사진과 추정들이 넘쳐나리라는, 그 기대는 무너진다. "과학과 사회" 시리즈의 특성상 호화 컬러 사진들이나 자료들이 첨부될 수 없음을 이해는 하지만 그래도 사진 한 장 없는 것은 아쉽다.
 

 어릴 적부터 미스터리, 외계인, UFO 등등에 대한 이야기들을 즐겨 읽은 탓일까? 이 책을 만나 과학적으로도 외계 생명체가 존재할 수 밖에 없음을 납득하기 전부터 나는 외계 생명체의 존재를 믿어왔다. 우리 지구가 아닌 곳에 존재하는 또 다른 생명체, 특히 우리 보다 더 발전한, UFO를 타고 다니는 고등 생물체의 존재는 그 자체로 얼마나 멋진 일이 될 것인가?

 

 


              - 화성

 

 이 책에는 그런 허황하거나 근거없는 이야기는 아예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계 생명체의 존재는 확정적임을 믿을 수 있게 한다. 과학의 발전단계와 범위를 넓혀가며 펼쳐지는 외계 생명체 탐사의 연구는 그 자체로 우리를 매혹시킨다. 비록 사진하나 없이 민숭민숭한 글들뿐이지만….

 

 

 - 화성 표면
 
 독자들을 실망시키지 않도록 이제 한 가지 사실을 밝히는 것이 좋겠다. 외계 생명체의 존재와 관련해 지금으로서는 확실하고 명확한 아무런 증거도 확보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그것이다. (55)
 
 지은이의 친절한 설명 덕분에 나는 현재까지는 발견되지 않은 외계 생명의 존재에 매달리지 않고 그 존재를 찾아 지금까지 노력해온 우리 지구인들의 역사를 차근차근 따라가며 만날 수 있다. '외계생물학·생물천문학·천체생물학·우주생물학 등' 어떤 이름으로 부르던 지구를 포함한 우주 전체의 생명에 관한 연구는 우리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되짚어보는 계기가 될 것임은 분명하다. 그리고 이러한 연구를 통하여 우리는 우리 존재의 유한성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일들 - 외계 문명에 메시지를 보내거나, 생명체를 찾아나가는 노력을 하는) 그 일은 인간이 우주에서 차지하고 있는 자리가 덧없으며 시간이 광대함을 인간 스스로 점점 더 많이 의식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46)

 
 
 이 광활한 우주에서 생명체는 우리만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확인되는 그 순간이 언젠가는 오겠지만 그 전에 우리는 이러한 연구와 탐색을 통하여 우리 자신들의 한계를 깨닫고 잃어버린 진화의 뿌리를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5장 외계 생명체가 있을까?"에서 만나는 우주 탐험의 경과들이 눈에 더 들어오는데 20015~2020년 정도면 화성 토양의 표본을 가지고 돌아오는 자동 탐사선도 있을 거라고 하니 다시 설레인다. (112)
 

 이 책은 지은이가 처음부터 밝힌 바대로 지금까지의 연구 성과들을 일목요연하게 잘 정리해놓은 중간 점검의 성격이 강하다 할 수 있다. 아직도 진행중인 화성 등의 탐사에 계속 관심을 기울이며 최신의 자료들을 업데이트 해나간다면 조만간 우리는 외계 생명체에 관한 확실한 소식을 공유하지 않을까? 우리가 우주 속 고아가 아니라는 사실만으로도 세상은 좀 더 따듯해지지 않을까? 이 넓디넓은 우주의 시공간속에서 지금도 진행중인 전쟁과 싸움들이 얼마나 헛된 것임을 사람들이 좀 더 빨리 + 크게 깨닫는 그 날까지, 우주 탐사는 계속 되어야 할 것이다.

 

 



- 카시니호가 보내온 토성의 위성, 엔셀라두스(122) 사진
 
 * 첨부된 사진들은 인터넷 검색을 통하여 퍼올린 자료들입니다.
 
 
2009. 4.26. 별이 빛나는 밤에 ….
 
들풀처럼
*2009-120-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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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 미래의 고전 1
이금이 지음, 이누리 그림 / 푸른책들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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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연아가 어떻게, 왜 좋은지를 설명할 수는 없었다. 굳이 말하자면 '하필 그 때'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13)
 
 풋사랑, 첫사랑, 영원히 이루지 못하는 그 사랑, 누구나 간직하고 있을 그 사랑의 이야기, 황순원의 <소나기> 에서나 만날 수 있던 그 가슴떨림을 이 책에서도 기대할 수 있을까? 내가 겪었던 옛사랑의 아련한 향수를 조금이라도 다시 느껴볼 수 있을까? 이런저런 생각에 설레이며 손에 든 책이었다. 
 
 초등학교 6학년 동창생인 주인공 동재와 그가 짝사랑하는 연아, 재혼한 동재네 가정의 누이동생인 은재, 동재의 베프인 민규. 그리고 동재네 앞집의 할머니가 만들어가는 첫사랑 이야기, 생각보다 재미있다. 물론 30여년전 내가 겪었던 그 사랑과는 또 다른 요즘 아이들의 풋풋한 사랑이 솔직담백하게 전개되고 있다.
 
 동재,연아,민규와 동갑인 딸아이를 키우고 있는 아빠로서 유심히 바라본 것은 아이들의 첫사랑이 어떤 접근 경로-방식으로 전개되는 것인지, 그네들이 첫사랑에 중점을 두는 것은 무엇인지였다. 그렇게 책을 통하여 내가 얻어낸 결론은 다음과 같은 것이다.
 
 먼저 사랑을 만나는 방법에 관한 이야기.우리들과 크게 다를 바가 없더라. 같은 학급의 이성 친구가 어느 날 '하필 그 때' 눈에 들어오는 것, 특별히 이런이런 여학생을, 어떤 스타일을 고집하고 있다가 그 틀에 맞추어사람을 가려내는 어른들의 사랑이 아니라 그냥 눈에 딱 들어오는 그 순간, 가슴이 떨리고, 조금이라도 가까지 있고 싶고 이야기라도 한 번 하고 싶어지는 그런 마음, 그런 이야기가 동재의 첫사랑에도 있었다. 물론 나 역시 그러했었고.
 
 다음은 그들이 바라고 진행하는 사랑인데, 이 부분은 시대상이 반영되어 우리- 나의 세대랑은 무척 다르게 다가온다. 우리 때는 좋아하는 여학생이랑 눈짓으로만 이야기하고 함께 공원에 가서 거니는 것만으로도 좋았던 시절이 있었는데, 물론 그러면서도 손 한 번 잡아보려고 생각만 가졌을 뿐인데, 요즘 아이들은 노래방에 뽀뽀라니….역시 세대가 달라졌다. 뭐, 그렇다고 하여 나무랄 정도까지는 아니고 우리 자랄 때랑은 다르다는 얘기이다. 30년이면 그만큼 발전?해야 마땅한 시간이 아니던가?
 
 책을 읽으며 슬쩍 딸아이에게 다시 한 번 물어보았다. '좋아하는 남학생이 있는지, 혹은 너를 좋아하는 남학생이 있는지?' 돌아오는 아이의 대답은 아직까지 한결같다. '아직은 없어요'가 아니라 '관심이 없단다'. 설마, 그럴리가… 아직 제 첫사랑을 못만난 탓이겠지. 아니면 아빠를 닮아 이성에 대한 사랑에 소심하거나. 걱정할 필요는 없으리라. 때가 오면, '하필 그 때'가 오면 알아서 눈 맞추고 알아서 고민하고 성장해나갈 것이니…. 아빠로서 곁에서 묵묵히 지켜보며 방향만 잡아주면 될 것이다. 동재 아빠가 그러듯이 말이다. 
 
 근데 이 책에는 딸-연아-의 심리에 대한 이야기가 별루 없다. 다만 동재의 동생인 은재의 이야기가 그 역할을 해줄 뿐이다. 다른 이야기를 더하여 미리미리 딸아이의 첫사랑에 대한 공부를 해두어야겠다. 물론 아이의 사랑은 아이가 더 잘 알아서 진행해나갈 테이지만….
 
 "앞으로 살면서 넌 많은 사랑을 하게 될 거야. 그 때마다 온갖 감정들을 경험하겠지. 아빠는 우리 아들이, 그 사랑들을 만날 때마다 최선을 다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 사랑이 널 성장시켜 준다면 그 사랑은 어떻게 끝나든 해피 엔딩이라는 걸 잊지 마라." (266)
 
 이혼과 재혼, 낯선 두 가정의 결합, 그 중심에 서 있는 사춘기 소년, 동재의 첫사랑 이야기를 통하여 잊고 있던 30여년전 내 사랑을 돌이켜본 행복한 시간이었다. 그리고 '선머슴아'같은 랑딸에게도 가슴 따스한 첫사랑이 봄날처럼 찾아오기를….
 
 
2009. 4.26. 밤, 차거워진 봄날이지만 그래도 봄!입니다.^^*
 
들풀처럼
*2009-119-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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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사이족, 아프리카의 신화를 만든 전사 산하세계어린이 28
안느-리즈 부탱 그림, 안느 와테블 파라기 글 / 산하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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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늘을 보고, 땅을 보고, 동물들을 보고, 당신의 마음이 전해 주는 소리를 들으면서 깨달아야 하오." - 마사이족의 레이안 노인 (7)
 
 이번에는 아프리카의 '무시무시'한 부족으로 알려져 있는 '마사이족'에 관한 이야기를 책으로 만난다. 그들의 '역사'와 '현재 생활' 그리고 그들의 신화와 여러가지 풍습들을 처음 만나본다. 사실 우리가 그동안 접해온 이야기는 딱 두 종류 뿐이었다. 우리 전래동화와 유럽식? 동화 - 안데르센 + 이솝 우화 같은 서구 이야기들…. 세계는 넓고 이야기는 많은데 어쩌다가 그리되었는지…. 그러던 차에 만나게 된 이 이야기들…. 우선 반갑다.
 
 책을 열면 먼저 뵙게! 되는 마사이족의 최고신인 '엔카이'는 수메르 신화의 '엔릴'을 떠올리게도 하는데, 전지 전능한 엔카이신이 보여주는 모습들은 뜻밖에도 합리적이고 자상하다. 마사이족은 그런 신의 가호아래 마을을 꾸미고 가축도 키우고 그들의 부족생활을 이어간다.
 
 여러가지 이야기들이, 곁에 더해진 상세한 쪽설명과 함께 이어지는데 가장 재미있게 만나본 것은 밤과 달이 생기게 된 유래가 담겨 있는 "알라파의 빛, 달" 이야기이다. 엔카이의 지시를 거스른 결과 마사이족에겐, 아니, 우리에겐, 드디어 밤과 달이 생기고 마는 것이다.
 
 이젠 너무 늦었다. 어느 누구도 죽은 생명을 되살릴 수 없다. 사람은 죽으면 다시 돌아오지 못하고, 달은 죽어도 늘 되돌아오게 될 것이다.  그러니 그만 그대의 형제들에게 돌아가라. 그대가 받은 벌은 가혹하지만, 내가 내리는 명령은 어느 누구도 어겨서는 안된다는 점을 명심하거라. (40)
 
 사람이 죽으면 못돌아오는 것이 당연한 일이지만 그러한 자연현상에도 신의 섭리와 가르침이 반영되어 있음을 마사이족의 신화를 통하여 우리는 만난다. 그래서 신을 경외하라!는 가르침을 함부로 대하면 안되는 것이리라. 그리고 우리는 아래와 같은 깨달음을 얻게 된다.
 
 "엔카이 신이시여, 이제야 알겠습니다. 우리가 할 일은 당신께서 만드신 이 세상에서 그저 열심히 사는 것이지요. 하루하루 이 세상을 당신의 뜻에 어울리는 곳으로 만들면서 말입니다." (43)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다 이제는 떠나가버린 말하는 암소 - 라마트, 백성(?)들의 동의가 없어 외로운 왕이 되어버린 숲의 왕 사자 - 심바,,,…. 마사이족의 전설을 통하여 만나는 이야기들은 하나같이 우리 삶의 지혜이자 교훈이 된다. 척박한 땅에서, 서로를 믿고 의지하여야만 살아남을 수 있었던 그들에게는 이와 같은 평범한 가르침들이 무엇보다 소중하였으리라.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는 지금 우리에게 적용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훌륭한 가르침이 된다. 우리 정치인들에게 이 책을 보여주면 어떨까? 그들은 이 평범한 진리를 이해나 할 수 있을까? 어쨌거나 이야기는, 가르침은,,,…계속된다.
 
 너는 왕이지만, 우리의 사랑을 받지 못한다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사실 너의 권력은 대단하지 않아. 신하들이 마음으로부터 인정한 권력이 아니니까. (81)
 
 좋은 왕이 되는 것도 어렵지만, 계속 좋은 왕으로 남는 것은 더욱 어렵단다.  네가 늘 정의롭게 행동한다면, 다른 동물들을 속이지 않고 사랑한다면, 그들은 지난날에 템보 왕에게 했던 것처럼 네게도 충실할 것이다. (86)
 
 문득 엔카이 신의 말씀을 충실히 따르는 우리의 지도자가 그리워진다. 세계를 만들고, '아프리카의 신화를 만든 전사' 마사이족, 그들이 전해주는 세상의 이야기들, 그리고 가르침들, 무척 재미 있고 교훈적이기도 하다. 아이들에게 꼭 권해주고픈 책이다. 함께 만나보시기를….
 
 

2009. 4.25. 밤,우리가 어디를 가더라도….

            '짐은 최소한으로 줄이고, 꼭 필요한 것만 가져갑시다.

                 우리에게는 튼튼한 심장과 정신과 몸만 있으면 됩니다.' (29)

            마사이족처럼 말입니다.
 
들풀처럼
*2009-118-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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