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아가 어떻게, 왜 좋은지를 설명할 수는 없었다. 굳이 말하자면 '하필 그 때'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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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사랑, 첫사랑, 영원히 이루지 못하는 그 사랑, 누구나 간직하고 있을 그 사랑의 이야기, 황순원의 <소나기> 에서나 만날 수 있던 그 가슴떨림을 이 책에서도 기대할 수 있을까? 내가 겪었던 옛사랑의 아련한 향수를 조금이라도 다시 느껴볼 수 있을까? 이런저런 생각에 설레이며 손에 든 책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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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6학년 동창생인 주인공 동재와 그가 짝사랑하는 연아, 재혼한 동재네 가정의 누이동생인 은재, 동재의 베프인 민규. 그리고 동재네 앞집의 할머니가 만들어가는 첫사랑 이야기, 생각보다 재미있다. 물론 30여년전 내가 겪었던 그 사랑과는 또 다른 요즘 아이들의 풋풋한 사랑이 솔직담백하게 전개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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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재,연아,민규와 동갑인 딸아이를 키우고 있는 아빠로서 유심히 바라본 것은 아이들의 첫사랑이 어떤 접근 경로-방식으로 전개되는 것인지, 그네들이 첫사랑에 중점을 두는 것은 무엇인지였다. 그렇게 책을 통하여 내가 얻어낸 결론은 다음과 같은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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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사랑을 만나는 방법에 관한 이야기.우리들과 크게 다를 바가 없더라. 같은 학급의 이성 친구가 어느 날 '하필 그 때' 눈에 들어오는 것, 특별히 이런이런 여학생을, 어떤 스타일을 고집하고 있다가 그 틀에 맞추어사람을 가려내는 어른들의 사랑이 아니라 그냥 눈에 딱 들어오는 그 순간, 가슴이 떨리고, 조금이라도 가까지 있고 싶고 이야기라도 한 번 하고 싶어지는 그런 마음, 그런 이야기가 동재의 첫사랑에도 있었다. 물론 나 역시 그러했었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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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그들이 바라고 진행하는 사랑인데, 이 부분은 시대상이 반영되어 우리- 나의 세대랑은 무척 다르게 다가온다. 우리 때는 좋아하는 여학생이랑 눈짓으로만 이야기하고 함께 공원에 가서 거니는 것만으로도 좋았던 시절이 있었는데, 물론 그러면서도 손 한 번 잡아보려고 생각만 가졌을 뿐인데, 요즘 아이들은 노래방에 뽀뽀라니….역시 세대가 달라졌다. 뭐, 그렇다고 하여 나무랄 정도까지는 아니고 우리 자랄 때랑은 다르다는 얘기이다. 30년이면 그만큼 발전?해야 마땅한 시간이 아니던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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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며 슬쩍 딸아이에게 다시 한 번 물어보았다. '좋아하는 남학생이 있는지, 혹은 너를 좋아하는 남학생이 있는지?' 돌아오는 아이의 대답은 아직까지 한결같다. '아직은 없어요'가 아니라 '관심이 없단다'. 설마, 그럴리가… 아직 제 첫사랑을 못만난 탓이겠지. 아니면 아빠를 닮아 이성에 대한 사랑에 소심하거나. 걱정할 필요는 없으리라. 때가 오면, '하필 그 때'가 오면 알아서 눈 맞추고 알아서 고민하고 성장해나갈 것이니…. 아빠로서 곁에서 묵묵히 지켜보며 방향만 잡아주면 될 것이다. 동재 아빠가 그러듯이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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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이 책에는 딸-연아-의 심리에 대한 이야기가 별루 없다. 다만 동재의 동생인 은재의 이야기가 그 역할을 해줄 뿐이다. 다른 이야기를 더하여 미리미리 딸아이의 첫사랑에 대한 공부를 해두어야겠다. 물론 아이의 사랑은 아이가 더 잘 알아서 진행해나갈 테이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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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살면서 넌 많은 사랑을 하게 될 거야. 그 때마다 온갖 감정들을 경험하겠지. 아빠는 우리 아들이, 그 사랑들을 만날 때마다 최선을 다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 사랑이 널 성장시켜 준다면 그 사랑은 어떻게 끝나든 해피 엔딩이라는 걸 잊지 마라." (26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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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과 재혼, 낯선 두 가정의 결합, 그 중심에 서 있는 사춘기 소년, 동재의 첫사랑 이야기를 통하여 잊고 있던 30여년전 내 사랑을 돌이켜본 행복한 시간이었다. 그리고 '선머슴아'같은 랑딸에게도 가슴 따스한 첫사랑이 봄날처럼 찾아오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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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4.26. 밤, 차거워진 봄날이지만 그래도 봄!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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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풀처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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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9-04-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