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 미래의 고전 1
이금이 지음, 이누리 그림 / 푸른책들 / 2009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연아가 어떻게, 왜 좋은지를 설명할 수는 없었다. 굳이 말하자면 '하필 그 때'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13)
 
 풋사랑, 첫사랑, 영원히 이루지 못하는 그 사랑, 누구나 간직하고 있을 그 사랑의 이야기, 황순원의 <소나기> 에서나 만날 수 있던 그 가슴떨림을 이 책에서도 기대할 수 있을까? 내가 겪었던 옛사랑의 아련한 향수를 조금이라도 다시 느껴볼 수 있을까? 이런저런 생각에 설레이며 손에 든 책이었다. 
 
 초등학교 6학년 동창생인 주인공 동재와 그가 짝사랑하는 연아, 재혼한 동재네 가정의 누이동생인 은재, 동재의 베프인 민규. 그리고 동재네 앞집의 할머니가 만들어가는 첫사랑 이야기, 생각보다 재미있다. 물론 30여년전 내가 겪었던 그 사랑과는 또 다른 요즘 아이들의 풋풋한 사랑이 솔직담백하게 전개되고 있다.
 
 동재,연아,민규와 동갑인 딸아이를 키우고 있는 아빠로서 유심히 바라본 것은 아이들의 첫사랑이 어떤 접근 경로-방식으로 전개되는 것인지, 그네들이 첫사랑에 중점을 두는 것은 무엇인지였다. 그렇게 책을 통하여 내가 얻어낸 결론은 다음과 같은 것이다.
 
 먼저 사랑을 만나는 방법에 관한 이야기.우리들과 크게 다를 바가 없더라. 같은 학급의 이성 친구가 어느 날 '하필 그 때' 눈에 들어오는 것, 특별히 이런이런 여학생을, 어떤 스타일을 고집하고 있다가 그 틀에 맞추어사람을 가려내는 어른들의 사랑이 아니라 그냥 눈에 딱 들어오는 그 순간, 가슴이 떨리고, 조금이라도 가까지 있고 싶고 이야기라도 한 번 하고 싶어지는 그런 마음, 그런 이야기가 동재의 첫사랑에도 있었다. 물론 나 역시 그러했었고.
 
 다음은 그들이 바라고 진행하는 사랑인데, 이 부분은 시대상이 반영되어 우리- 나의 세대랑은 무척 다르게 다가온다. 우리 때는 좋아하는 여학생이랑 눈짓으로만 이야기하고 함께 공원에 가서 거니는 것만으로도 좋았던 시절이 있었는데, 물론 그러면서도 손 한 번 잡아보려고 생각만 가졌을 뿐인데, 요즘 아이들은 노래방에 뽀뽀라니….역시 세대가 달라졌다. 뭐, 그렇다고 하여 나무랄 정도까지는 아니고 우리 자랄 때랑은 다르다는 얘기이다. 30년이면 그만큼 발전?해야 마땅한 시간이 아니던가?
 
 책을 읽으며 슬쩍 딸아이에게 다시 한 번 물어보았다. '좋아하는 남학생이 있는지, 혹은 너를 좋아하는 남학생이 있는지?' 돌아오는 아이의 대답은 아직까지 한결같다. '아직은 없어요'가 아니라 '관심이 없단다'. 설마, 그럴리가… 아직 제 첫사랑을 못만난 탓이겠지. 아니면 아빠를 닮아 이성에 대한 사랑에 소심하거나. 걱정할 필요는 없으리라. 때가 오면, '하필 그 때'가 오면 알아서 눈 맞추고 알아서 고민하고 성장해나갈 것이니…. 아빠로서 곁에서 묵묵히 지켜보며 방향만 잡아주면 될 것이다. 동재 아빠가 그러듯이 말이다. 
 
 근데 이 책에는 딸-연아-의 심리에 대한 이야기가 별루 없다. 다만 동재의 동생인 은재의 이야기가 그 역할을 해줄 뿐이다. 다른 이야기를 더하여 미리미리 딸아이의 첫사랑에 대한 공부를 해두어야겠다. 물론 아이의 사랑은 아이가 더 잘 알아서 진행해나갈 테이지만….
 
 "앞으로 살면서 넌 많은 사랑을 하게 될 거야. 그 때마다 온갖 감정들을 경험하겠지. 아빠는 우리 아들이, 그 사랑들을 만날 때마다 최선을 다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 사랑이 널 성장시켜 준다면 그 사랑은 어떻게 끝나든 해피 엔딩이라는 걸 잊지 마라." (266)
 
 이혼과 재혼, 낯선 두 가정의 결합, 그 중심에 서 있는 사춘기 소년, 동재의 첫사랑 이야기를 통하여 잊고 있던 30여년전 내 사랑을 돌이켜본 행복한 시간이었다. 그리고 '선머슴아'같은 랑딸에게도 가슴 따스한 첫사랑이 봄날처럼 찾아오기를….
 
 
2009. 4.26. 밤, 차거워진 봄날이지만 그래도 봄!입니다.^^*
 
들풀처럼
*2009-119-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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