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을 위한 마지막 강의
윤승일 지음 / 살림Friends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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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래를 이끌어 갈 청소년을 위한 거장들의 감동적인 릴레이 강의!'(뒷표지)라는 긴 부제가 붙어 있는 [청소년을 위한 마지막 강의]는 우리 시대, 우리 나라의 저명한 인물들 일곱분을 불러모아 그들의 생생한 육성과 함께 청소년기의 삶의 지표들을 배워보는 시간들입니다. 당연히 교훈적이고 감동적이기까지 합니다. 
 
 하지만 저는 이 책을 읽으며 조금은 다른 느낌들을 갖습니다. 그것은 먼저 '부러움'입니다. 멘토라는 말조차 알게된지 얼마되지 않았지만 이런 멘토들이 있음을, 멘토들의 이야기를 이처럼 쉽게 만날 수 있는 요즈음의 아이들이 부럽습니다. 우리가 고등학생 때에는 적지않은 시간들을 도서관에서 책과 씨름하였지만 누구도, 어디서도 이처럼 삶의 지표가 되는 말들을 우리에게 들려주는 이들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부럽다는 것입니다.
 
 자신의 인생에 과감히 도전하십시오. 목표가 있다변 두려울 게 없습니다. ~ 나를 이기는 것이 가장 강한 것입니다. ( "산악인 엄홍길"에서 ) (47)
 
 자신에게는 엄하고 다른 사람에게는 관대하라 / 다른 사람과 비교하면서 살지 말라 / 매사에 긍정적으로 생각하면서 살라 / 매 순간을 열심히 살라 / 미래의 계획을 세우라 / 각자 자신에게 맞는 삶의 철학, 즉 원칙을 가져라 ~ 중요한 것은 그 일관성을 인식하는 것입니다. ( "컴퓨터 의사 안철수" ) (95)
 
 앞선 두 분의 이야기만으로도 우리는 수 십 권의 자기계발서에서 만날 수 있는 이야기들을 듣습니다. 그것도 생생한 육성으로 말입니다. 그리고 이 시대의 멘토들이 지내온 역정들을 지은이의 간략하고 적절한 소개로 다시 만납니다. 하여 우리는 이 책 한 권으로 일곱 분의 삶과 역정을 통한 가르침을 듣습니다. 제가 자꾸 일곱 분이라고 하는 까닭은 이미 고인이 되신 랜디 포시 교수의 이야기는 열외로 하기 때문입니다. 포시 교수의 [마지막 강의]는 꿈과 삶에 대한 훌륭한 본보기임을 지난 번의 독서로 이미 깨쳤기에 여기서는 생략하렵니다.
 
 "소프라노 조수미" , "생각대통령 이어령", "나눔 전도사 박원순", "옥수수박사 김순권", "역사학자 이이화" 선생님까지 한 분 한 분의 이야기는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또한 우리에게 꼭 필요한 이야기들이 될 것입니다.
 
 특히 개인적으로는 다른나라에까지 가서 굶주림을 해결하는데 큰 도움을 주신 김순권 박사님과 자신의 삶을 사회의 희망을 일구는데 쓰고 계신 박원순 변호사의 이야기가 더욱 가슴에 와 닿습니다. 물론 다른 분들도 그러하시지만 결국 이들을 통하여 우리가 깨쳐야할 점, 제가 이 책을 통하여 다시 되새기는 부분은 바로 '나눔의 삶'입니다. 자신의 재능을 돌아올 이익을 생각지 않고 나누어서 사회의 여러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고 이롭게 하는 삶이라니..생각만하여도 멋진 삶입니다.
 
 그리고 이런 멋진 삶들을 보면서 우리 아이들도 더 멋진 '나눔의 삶'을 살아가길 꿈꿔봅니다. 우리가 자라며 경험해보지 못한 많은 것들을 직,간접적으로 아이들은 경험해보며 사회의 편견과 벽들을 넘어 아이들이 바라고 원하는 세상으로 뚜벅뚜벅 나아가기를 기대합니다. 아마도 박원순 변호사님의 말씀이 이 경우에 좋은 지침이 될 것입니다.
 
 가장 좋은 교육은 이론이나 발로 가르치는 것보다 실천하게 하는 것입니다. ( "나눔 전도사 박원순" ) (201)
 
 이 책을 읽으며 느낀 '부러움'과 '나눔의 삶'의 중요성에 더하여 저는 점점 나아지는, 나아가는 삶을 만납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스물 몇 해 전에는 꿈도 꾸지 못하던 일들이 이처럼 일어나고 있습니다. 또 스물 몇 해가 지나기도 전에 우리 아이들이 일궈놓을 세상은 분명 지금과는 또 다른 꿈과 희망의 누리가 될 것입니다. 이것은 제가 꿈꾸고 기도하고 노력하는 삶의 모습입니다. 끝으로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지금 가장 도움이 될만한 말씀 한 자락 옮겨둡니다. 랑딸에게도 전해야겠습니다. 
 
  "인생을 살아가다 보면 일이 잘될 때도 있고 잘 안될 때도 있습니다. 청소년 시절의 시험을, 이러한 인생살이를 미리 연습한다고 생각해보세요. 그것도 재미있게 말이죠.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말고, 그리고 부모님께 신경질 부리지 말고 극복하도록 노력하세요. 다음 시험, 다음 진로는 더 좋을 수도 있다는 긍정적 사고를 갖고 늘 준비하면 됩니다." ( "옥수수박사 김순권" ) (242)
 
 
2009. 6.15. 새벽, 조금씩 조금씩 나아지는 그런 세상입니다.
 
들풀처럼
*2009-142-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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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잔의 차 - 히말라야 오지의 희망 이야기
그레그 모텐슨 외 지음, 사라 톰슨 개작, 김한청 옮김 / 다른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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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물어가는 봄날 일요일 아침, 느즈막히 앉아 서두르지 않고 느긋하게 마시는 차 한잔에는 우리네 삶에 대한 많은 이야기들이 없어도 그저 바라보기만 하여도 행복한 순간들이 담겨져 있습니다. [세 잔의 차]를 마시며 저는 그런 차 마시는 순간들을 생각하였다가 화끈 달아오르며 부끄러워지기 시작합니다. 
 
 히말라야 등반시 길을 잃었다가 우연히 신세를 지게된 마을에 학교가 없음을 깨달은 주인공 그레그 모텐슨이 다시 돌아와 산간오지 마을에 아이들을 위한 학교를 짓게 되고 그 일은 여러 사람들의 도움과 주인공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중앙아시아 협회'의 설립으로 이어져 수많은 학교들을 중앙아시아 지역에 설립하게 된다는 어쩌면 평범할 수도 있는 이야기가 이 책의 주요 내용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여기서 만나게 되는, 만나야 하는 이야기는 학교의 설립과 그 고마움과 그 혜택에 대한 것들은 물론 거기에 더하여 이런 아름다운 일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그리고 그 일이 어떻게 여러 사람들에게 퍼져나가며 인정받았는지를 깨닫는 일입니다. 그 속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따듯한 눈길과 우리의 부족한 점을 한번 더 되돌아 보는 것입니다.
 
 그리고 나서 회르니는 국제전화를 걸었다. 그는 스위스에 있는 어릴 적 친구에게 전화했다.
 "나야, 장." 그가 프랑스어로 말했다.
 "나는 카라코람에 학교를 지었네. 자네는 지난 오십 년 동안 무얼 했나?" 그자 자랑했다. (148)
 
 장 회르니는 주인공 그레그 모텐슨의 일을 전폭적으로 지지하고 가장 큰 후원을 아끼지 않은 후원자였습니다. 그런 그가 백혈병에 걸려 죽기 몇 주전에야 첫 학교가 설립되었고 그가 이 사실을 친구에게 자랑하는 장면이 바로 위의 글입니다. 책을 읽다 이 부분에서 울컥 눈물 한 방울 떨어집니다. 기부라는 일에 돈의 많고 적음이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상당한 양의 재산을 기부하고도 바라는 것이라곤 자신이 그 일에 큰 공헌을 했다는 사실, 그것도 언론에 자랑하는 것이 아니라 어릴 적 친구에게 자랑하는 모습은 한 사람의 품성을 오롯이 느끼게 해 줍니다. 물론 그런 사람을 만난 것도 주인공의 삶의 행보에 따른 것이겠지요.
 
 최근에는 우리나라 사람들도 해외 오지의 난민들이나 아이들에게 적지 않은 관심들을 쏟고 있습니다. 절대빈곤 - 굶어죽는 아이들이 없는, 기초치료를 받지 못하여 죽어나가는 아이들을 줄려나가는 운동에 많은 이들이 조금씩 조금씩 나아가고 있습니다.참 다행한 일입니다. 우리가 먼저 앞서 그 길에 선다면 우리의 아이들도 함께 그 길에 나설 것임을 이 책은 주인공과 그의 달을 통하여서도 확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래저래 부모는 아이들의 거울임이 드러납니다. 슬쩍 스스로에게 물어봅시다. 아이가 아빠는,엄마는 이런 아이들을 위하여 조그만한 무언가라도 하고 있는지 물어볼 때, 그래, 아빠는, 엄마는 ~~~이런 일들을 하고 있단다. 이제는 너도 함께 이 활동/기부를 해야겠지라고 떳떳이 이야기할 수 있는지를.
 
 이 책에는 이러한 뜻깊은 활동을 통하여 - 지은이는 파키스탄 분만이 아니라 아프가니스탄의 전쟁 터에 이르기까지 학교 건립 등의 일을 합니다. - 마침내 우리를 깨우치는 커다란 울림이 탄생합니다. 예전에는 막연하던 느낌을 마침내 이처럼 확실한 선언으로 만나게 됩니다.
 
 "나는 테러와 싸우기 위해 이 일을 하지 않습니다. 아이들이 걱정되기 대문에 이 일을 합니다. 그러나 그 곳에서 일하면서 몇 가지를 배웠어요. 파키스탄이나 아프가니스탄 같은 지역의 사람들이 단지 우리를 미워하기 때문에 테러를 일으킨다고 생각하지 않게 되었어요. 죽음 대신 삶을 선택할 만큼 밝은 미래를 아이들에게 주지 못하기 때문에 테러가 생기는 것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204)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서 우리가 해야할 일들은 달라집니다. 우연한 계기로 산악 오지에 고마움을 표하러 시작한 일이 중앙아시아 어린이들의 미래를 바꿀 희망으로까지 번져나가는 과정이 실감나게 소개된 이 책은 원작을 청소년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개작한 것입니다. 덕분에 더 쉽고 재미있게 다가설 수 있습니다. 게다가 적지 않은 화보까지 더해져 있기도 합니다. 특히 끝부분의 주인공의 딸, 아미라가 들려주는 자신과 가족, 그리고 지금의 활동 이야기는 청소년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될 것입니다. 특히 아이들 스스로 이뤄나가는 '평화를 위한 동전 모으기'는 얼마전 랑딸도 학교에서 집에 가져온 "이웃사랑회" 동전 모으기 처럼 쉽고도 뜻깊은 활동입니다.
 
 하여 이 책은 한창 자라나는 아이들과 반드시 함께 읽고 이야기 나누었으면 좋은 그런 책입니다. 지난 해부터 랑딸도 자신의 이름으로 한달에 얼마씩을 기부하고 있지만 그 참뜻은 제대로 느끼지 못할겁니다. 저도 랑딸과 함께 다시 한 번 이 책을 만나며 그 참뜻을 나눠보렵니다. 꼭 한 번씩 만나시기를 권해드립니다.
 
 "우리가 진정으로 아이들을 위한 평화의 유산을 남기고 싶다면, 폭탄이 아닌 책으로 전쟁에서 이길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해야 합니다." (210)
 
 
2009. 6.15. 새벽, 조금씩 조금씩 나아지는 그런 세상이기를….
 
들풀처럼
*2009-141-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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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습작 - 김탁환의 따듯한 글쓰기 특강
김탁환 지음 / 살림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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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다시 시작입니다. 김탁환 작가의 '따듯한 글쓰기 특강' [천년습작]은 잊고 있던 그리고 잃어버리고 있던 글쓰기에 대한 저의 욕망을 일깨웁니다. 지은이의 얘기처럼 '따듯하게'말입니다. 지은이가 강의를 하며 들려주는 이야기를 옮겨놓은 듯한 이 글은 겸손하고 공손한 말투만으로도 선뜻 우리를 잡아 끕니다. 마치 글쓰기란 그닥 어렵거나 힘들거나 한 것이 아닌 듯이 말입니다.
 
 문제는 외부적 조건이 아니라는 것이지요. 삶을 사는 이상 글을 쓰는 이에게 유리한 시간은 없다는 지적입니다. (31)
 
 글쓰기와 글읽기의 '매혹'과 '불안'에 관하여 들려주는 카프카의 실례에서 보듯이 우리는 끊임없는 흔들림 속의 글쓰기, 끝이 없을 그 습작의 시간들을 예감합니다. 겨우 한 두 해 또는 고작 십여 년이 아니라 지은이의 말처럼 '천년'은 이어져야 할 '습작'의 시간들을 만납니다. 십수 년 시인이 되겠답시고 끄적거리던 습작의 시간들을 어느 순간 자연스레 멈춘 뒤 불현듯 다시 만나는 자극의 시간들입니다. 
 
 고치고 고치고 고치고 또 고칩니다. (63)
 
 어쩌면 너무도 단순한 이 한 문장이 저같은 문학청년! - 등단을 앞둔 모든 습작하는 사람들은 나이에 상관없이 문학청년이라 불러도 될 것입니다. - 들에게는 화살처럼 와서 꽂힙니다. 그렇지요. 스티븐 킹이 그의 책에서도 이야기한 것처럼 '지름길은 없습니다.'  글쓰기는 우직하게 한걸음 한걸음 밟고 나아가는 그 한 길 밖에는 없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읽고 쓰고 '고치고 고치고 고치고 또 고치'는 것입니다. 
 
 그러면 우리는 이 책의 특강들을 통하여 무엇을 배워야 할까요? 지은이는 콕 집어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테크닉과 지식은 예술가의 작업과 하등 상관이 없습니다.' '저는 자세를 가르치고 배운다고 생각합니다.' (75) 저 역시 그리 생각합니다. '눈'과 '손'이 어울려 빚어내는 작업, 그 '창조의 자부, 창조의 오만, 창조의 황홀과 도취!'(91)를 잊지 않는다면 우리는 이 길, [천년습작]의 길을 갈 수 있을 겁니다. 
 
  또한 지은이는 '본질은 문학에 있지만 ~ 그 본질을 문학의 틀에서 벗어나 배우고 익혀나가야 한다는 것'(106)에 고민하면서 '사랑,부끄러움,증오를 객관화시켜 정확히 쓰려고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인생을 걸고 쓰는 글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합니다. 그렇지요. 지은이의 말처럼 '그대로 쓰겠다는 마음가짐, 쉽지는 않을 것입니다.'(155)  하지만 어차피 글쓰기에 뛰어든 이들이라면 이 말을 받아들여야합니다. 결코 낯설거나 어색하게 생각한다면 지은이의 지적처럼 제대로 된 글쓰기는 불가능할 것입니다.
 
 저는 여기서 다시 '김수영'을 만납니다. 아니 그의 이야기를 듣습니다. 온몸으로, 온몸으로 부딪혀 나아가는 글쓰기, 진정성 있는 글쓰기만이 문학에 몸을 던진 청년들이 나아가야할, 바라보아야 할 길이지요. 그렇습니다. 진정성이 담보되지 않는 문학이란 우리에게 아니, 독자들에게 무엇이겠습니까? 제가 어영부영 하던 습작 생활을 슬그머니 그만둔 까닭도 이것입니다. 노력은 제대로 하지 않으면서 순간순간 샘솟는 감정들만 토로하며 습작이랍시고 끄적거리던 날들이 부끄러워지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 따듯한 강의를 듣다보니 앞으로 (다시) 찾아 읽어야할 책들의 목록이 엄청 늘어갑니다. 1980년대, 그 뜨거웠던 날들에 읽었던 "원미동 사람들"을 지은이의 조목조목 섬세한 설명과 다시 읽는 시간도 좋고 미처 만나지 못하였던 몇몇 작가들의 글을 걸러서 만나보는 순간은 더욱 기쁩니다. 그렇겠지요. 잘 쓰기 위하여서는 그만큼 많이 읽고 제대로 느끼고 바로 바라보아야 할 것입니다. 이 책 덕분에 잊고 있던 습작의 종이들을 다시 꺼내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시작하렵니다. 수많은 이들이 걸어갔지만 결코 지름길은 보이지 않는 '천년습작'의 길일지라도 터벅터벅 한걸음 한걸음 다시 걸어가렵니다. 고맙습니다. 이 책, 이 강의! 덕분에 저는 다시 꿈을 꾸기 시작하였습니다.
 
 나는 밤마다 새벽까지 책을 읽었다. 눈이 아파오고 온몸의 힘이 빠질 때까지, 책을 읽다 보면, 때때로 책이 내 얼굴로 뿜어내는 빛이 너무나 강렬하고 현란해서, 나의 영혼과 책상 앞에 앉아 있는 몸이 녹아 없어지고, 나를 나로 만들어주는 모든 것이 책이 뿜어내는 빛과 함께 없어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곤 했다. 그럴 때면, 나는 그 빛이 나를 삼키면서 점점 더 팽창해가는 것을 상상했다. - [새로운 인생] 53면  ( 오르한 파묵 ) (255)
 
 
2009. 6.14. 밤, '좋은 글 한편 품고 문 두드릴 그날까지'(268) ….
 
들풀처럼
*2009-140-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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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가 그랬어 66호
고래가그랬어 편집부 지음 / 고래가그랬어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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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순간, 어떤 계기로 눈에 띄는 책이 있다. 그리고 그 계기가 이어져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게 되는 작가 혹은 출판사가 있다. 이번에 또 만나게 된 이 책, [고래가 그랬어]도 그런 책들 중의 하나이다. 벌써 66호이니 다섯해 이상을 출간되어온 월간지인데 나는 64호에서야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다. 우연한 계기로 어린이용 잡지가 있는 것을 알았고 석달전 그때서야 처음 만난 월간 아동지이다.  
 
 사실 어린이용 월간지라면 내가 어릴 때 가끔 만나보던 [소년중앙]이나 [어깨동무]같은 잡지에서 기억이 끝나있었는데 요즘에도 이런 책이 나오고 있으리라는 생각은 미처 못하였다. 그러다 우연히 만난 이 책, [고래~]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윤엽 삼촌의 판화로 본 세상"이나 "만화 자본론"(64호)은 거의 충격에 가까운 형식과 내용이었다. 게다가 64호에서 끝난 "태일이 다시보기"(64호)까지….
 
 진작에 만났더라면 랑딸이 자라나는동안 함께 이야기나누며 재미있게 보았을텐데 너무 늦은 것 같다. 하지만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 랑딸도 65,66호까지 보며 재미있다고 한다. 물론 만화에 대한 이야기가 주로이지만.... 연재물 가운데에서 특히 "고민하는 자람이"는 자람이의 학교생활과 그 고민을 아빠랑 함께 이야기하며 스스로 풀어나가는 것이 이즈음의 랑딸에게 딱 맞는 것 같다. 학교생활 속에서 친구들이랑 지내며 겪는 일들이 '핸드폰과 가난과 행복'(65호), '일기장과 사생활'(66호) 등으로 이어지며 아빠랑 함께 고민을 이야기하는 자람이, 나는 자람이의 아빠가 부럽다.
 
 재미있고 참신한 어린이 월간지 [고래가 그랬어]의 구성은 매월 특별한 주제에 대한 아이들의 집중토론 "고래토론"이 중점적으로 진행되고 - '소풍'(64호), 성공'(65호), '반장'(66호) - 부모들이 보는 "어른 고래 보세요"에서는 '부모토론'이 매월 다른 주제로 역시 진행된다. '만화'가 이야기 진행의 주요 형식이지만 사진과 이야기들이 어우러진 여러 꼭지의 진행으로 아이들이 한 달 내 읽고 즐기기에 전혀 부담이 없다. 
 
 게다가 독자란에 해당되는 꼭지들도 여럿 있어서 아이들이 자신의 궁금증을 물어보거나 - '고래에게', '몰래엽서' - 스스로의 '솜씨를 뽐내요'에서 자신들의 솜씨를 자랑할 수 도 있다. 채 200여쪽이 되지 않지만 다양한 이야기들이 널려있어서 아이들은 부담없이 만나고 쉽게 즐기면서 여러가지 생각거리를 접할 수 있다. 이 부분이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리라. 특정 생각이나 어떤 한 부분에 대한 집착이나 고집을 주장하기보다 열려있는 마음으로 세상을 만나게 한다.
 
 아마도 [고래가 그랬어]라는 멋진 책 제목도 그래서 지어진 것이리라. 스스로를 B급 지식인이라 말하는 발행인 김규항의 글을읽다 따라와 만난 어린이 책이지만 '고래'라는 말이 나타내는 자유로움과 넓디넓은 바다의 푸르름 속에서 아이들도 다양하고 편견없이 자라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이 아이들은 우리가 자랄 때보다 더 열린 맘으로 세상 속으로 흘러들어가 잘못된 부분들을 잘못되었다고 지적하고 바로 잡아나갈 것이다. 그들이 바로 '고래'가 될 것이니까. 정말 [고래가 그랬어]라는 이야기를 우리들은 언젠가는 늘 들을 수 있으리라. 
 
 어린이 교양지' '언제나 누구나 즐겁게' [고래가 그랬어]라는 긴 책이름처럼 아이들도 우리도 그처럼,  '고래'처럼 자유롭고 활기차게 살아가야 하리라.  
2009. 6.14. 저녁, 바비 킴의 "고래의 꿈"을 오랜만에 듣습니다.
 
들풀처럼
*2009-139-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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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한 철학, 소소한 일상에게 말을 걸다 - 일상에서 찾는 28가지 개념철학
황상윤 지음 / 지성사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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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상에서 찾는 28가지 개념철학'이라는 부제가 붙어있는 이 책, 한마디로 괜찮다. 그렇지만 너무 생각이, 지은기가 바라는 것이 많다. 그냥 부제처럼 주요 철학의 용어에 대한 상세한 <개념어 사전> 역할을 자처하였다면 더 좋았으리라. 무슨 말인고 하니 지은이의 욕심과 꿈이 넘쳐나서 좋은 내용과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오히려 빛을 잃는듯 하다는 얘기이다.
 
 고대 철학에서부터 현재의 일상생활까지 아우르는 넓은 오지랖은 칭찬할만하지만 그 덕분에 250여쪽에 이르는 이 책에는 너무 다양한 이야기들이 옹기종기 모여있게된다. 재미있게 책을 읽기는 읽었는데 돌아서니 확 와닿는 이야기가, 가슴과 머리를 울리는 무언가는 잘 떠오르지 않는다. 또한 '개념철학'이라 표방한 부제에 맞게 그 개념들에 대한 더 간략한 정리가 있었으면 좋았겠지만 잘 정리된 '참고문헌'만 있을 뿐 '찾아보기'는 없다. 편집부분의 큰 아쉬움이다. 
 
 그러니까 이 책에 등장하고 지은이가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가며 들려준 철학의 주요 개념들을 정리해볼 방도가 없다는 이야기이다. 어쩌면 이 책은 초보자들을 대상으로 이야기의 흐름에 맞추어 씌어진 책일 수도 있겠다. 그런 분들이라면 내가 느낀 아쉬움 보다는 더 많은 좋은 점을 이 책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그래도 '찾아보기'로 잘 정리된 개념의 항해지도가 있다면 더 좋겠지만….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 모이고 모여 한 사람의 삶이 된다. 결국 생각에 따라 다르게 행동하는 것이 다른 삶을 만들어 나간다. 즉, 다른 철학이 다른 삶을 만든다. (43)
 
 철학이라고 하는 학문이 세상을 바라보는 우리의 관점, 지금, 이 땅,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바라보는 세상에 대한 이야기임을, 스스로 묻고 찾아가는 그 길이 바로 '철학하기'임을 우리는 살아가며 깨닫고 책을 통하여 배우기도 한다. 그리고 바로 그것이 삶인 것이다. 서로의 생각에 따라 달라지는 삶, 그래서 우리는 '철학'을 필요로 하는 것이다.
 
 지은이가 이야기하는 사회적 인간의 본성 세가지, '자주성, 창조성, 의식성' (132)은 한때 이 땅을 휩쓸었던 어떤 사상의 모토이기도 하지만 이 세가지를 통하여 인간은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하고 지배할 수 있게 되었다.'(133) 그리고 앞으로도 '스스로의 미래를 개척해 갈 것이다.' (133) 
 
 그리고 위 세 낱말을 한마디로 줄인다면 '스스로' 라는 말이 될 것이다.스스로 묻고 스스로 생각하고 스스로 찾아나가는 삶, 그러니까, 스스로에게 질문하고 물어보는 '철학하는 삶'이 우리에게는 필요하다는 이야기이다. 겨우 몇 쪽으로, 훌율하게 요약하고 간추린 "원시공산제 사회에서 봉건제 사회까지의 역사"와 '자본주의','소외'의 개념까지, 지은이가 우리에게 들려주려하는 이야기는 정말 많다. 
 
 앞서 이야기한 철학에 입문하시는 독자였다면 넘쳐나는 이야기에 행복해하리라. 하지만 어쩌면 너무 많이 쏟아지는 광범위한 얘기를 따라가다 길을 놓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레서 중간중간 갈무리 역할을 해주는 개념 정리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더욱 드는 것이다. 물론 이 책에는 여섯 부의 말미에 "철학자를 만나다"라는 좋은 코너가 따로 있기는 하지만 이 부분은 철학자를 통하여 철학사와 철학자를 좀 더 넓고 깊게 이해할 수 있는 기초자료에 해당할 뿐 지은이가 펼쳐놓은 다양한 생각할 거리에 대한 갈무리 역할로는 조금 모자라는 것이다.
 
 그래도 솔직히 이야기하자면 우리 손으로, 우리 시각으로, 우리 생각을 가지고 씌여지는 이런 책들이 나는 너무도 좋다. 개인적인 아쉬움이야 말 그대로 나 개인의 느낌일 뿐이고 이 어려운 학문을, 이 중요한 학문을 이처럼 수월하게 들려주는 이야기가 좋다는 얘기이다. 지은이의 시각에 대한 옳고 그름이나 좋고 나쁨은 그 다음 문제이다. 하여 나는 이 책을 철학, 특히 우리 철학을 공부려는 젊은이들의 입문서로, 혹은 어설프게 철학책을 보아왔지만 아직 그 개념이 잘 정리되지 않는다 생각하는 분들에게 추천할 셈이다. 그리고 2판 또는 개정판이 나올 때에는 반드시 '찾아보기'가 뒤에 더해지기를 바래본다. 내용보다 이야기를 진행해나가는 젊은 철학자 - 마흔이면 젊다고 할 수 있으리니 - 의 열정으로 꽤나 유쾌한 시간들이었다. 반가운 우리 철학 책이다.
 
 

2009. 6.11. 어제는 6월 10일, 22년전 그날과는 다르게

            집에 있었습니다만.......
 
들풀처럼
*2009-138-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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