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습작 - 김탁환의 따듯한 글쓰기 특강
김탁환 지음 / 살림 / 2009년 5월
평점 :
품절


 다시 시작입니다. 김탁환 작가의 '따듯한 글쓰기 특강' [천년습작]은 잊고 있던 그리고 잃어버리고 있던 글쓰기에 대한 저의 욕망을 일깨웁니다. 지은이의 얘기처럼 '따듯하게'말입니다. 지은이가 강의를 하며 들려주는 이야기를 옮겨놓은 듯한 이 글은 겸손하고 공손한 말투만으로도 선뜻 우리를 잡아 끕니다. 마치 글쓰기란 그닥 어렵거나 힘들거나 한 것이 아닌 듯이 말입니다.
 
 문제는 외부적 조건이 아니라는 것이지요. 삶을 사는 이상 글을 쓰는 이에게 유리한 시간은 없다는 지적입니다. (31)
 
 글쓰기와 글읽기의 '매혹'과 '불안'에 관하여 들려주는 카프카의 실례에서 보듯이 우리는 끊임없는 흔들림 속의 글쓰기, 끝이 없을 그 습작의 시간들을 예감합니다. 겨우 한 두 해 또는 고작 십여 년이 아니라 지은이의 말처럼 '천년'은 이어져야 할 '습작'의 시간들을 만납니다. 십수 년 시인이 되겠답시고 끄적거리던 습작의 시간들을 어느 순간 자연스레 멈춘 뒤 불현듯 다시 만나는 자극의 시간들입니다. 
 
 고치고 고치고 고치고 또 고칩니다. (63)
 
 어쩌면 너무도 단순한 이 한 문장이 저같은 문학청년! - 등단을 앞둔 모든 습작하는 사람들은 나이에 상관없이 문학청년이라 불러도 될 것입니다. - 들에게는 화살처럼 와서 꽂힙니다. 그렇지요. 스티븐 킹이 그의 책에서도 이야기한 것처럼 '지름길은 없습니다.'  글쓰기는 우직하게 한걸음 한걸음 밟고 나아가는 그 한 길 밖에는 없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읽고 쓰고 '고치고 고치고 고치고 또 고치'는 것입니다. 
 
 그러면 우리는 이 책의 특강들을 통하여 무엇을 배워야 할까요? 지은이는 콕 집어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테크닉과 지식은 예술가의 작업과 하등 상관이 없습니다.' '저는 자세를 가르치고 배운다고 생각합니다.' (75) 저 역시 그리 생각합니다. '눈'과 '손'이 어울려 빚어내는 작업, 그 '창조의 자부, 창조의 오만, 창조의 황홀과 도취!'(91)를 잊지 않는다면 우리는 이 길, [천년습작]의 길을 갈 수 있을 겁니다. 
 
  또한 지은이는 '본질은 문학에 있지만 ~ 그 본질을 문학의 틀에서 벗어나 배우고 익혀나가야 한다는 것'(106)에 고민하면서 '사랑,부끄러움,증오를 객관화시켜 정확히 쓰려고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인생을 걸고 쓰는 글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합니다. 그렇지요. 지은이의 말처럼 '그대로 쓰겠다는 마음가짐, 쉽지는 않을 것입니다.'(155)  하지만 어차피 글쓰기에 뛰어든 이들이라면 이 말을 받아들여야합니다. 결코 낯설거나 어색하게 생각한다면 지은이의 지적처럼 제대로 된 글쓰기는 불가능할 것입니다.
 
 저는 여기서 다시 '김수영'을 만납니다. 아니 그의 이야기를 듣습니다. 온몸으로, 온몸으로 부딪혀 나아가는 글쓰기, 진정성 있는 글쓰기만이 문학에 몸을 던진 청년들이 나아가야할, 바라보아야 할 길이지요. 그렇습니다. 진정성이 담보되지 않는 문학이란 우리에게 아니, 독자들에게 무엇이겠습니까? 제가 어영부영 하던 습작 생활을 슬그머니 그만둔 까닭도 이것입니다. 노력은 제대로 하지 않으면서 순간순간 샘솟는 감정들만 토로하며 습작이랍시고 끄적거리던 날들이 부끄러워지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 따듯한 강의를 듣다보니 앞으로 (다시) 찾아 읽어야할 책들의 목록이 엄청 늘어갑니다. 1980년대, 그 뜨거웠던 날들에 읽었던 "원미동 사람들"을 지은이의 조목조목 섬세한 설명과 다시 읽는 시간도 좋고 미처 만나지 못하였던 몇몇 작가들의 글을 걸러서 만나보는 순간은 더욱 기쁩니다. 그렇겠지요. 잘 쓰기 위하여서는 그만큼 많이 읽고 제대로 느끼고 바로 바라보아야 할 것입니다. 이 책 덕분에 잊고 있던 습작의 종이들을 다시 꺼내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시작하렵니다. 수많은 이들이 걸어갔지만 결코 지름길은 보이지 않는 '천년습작'의 길일지라도 터벅터벅 한걸음 한걸음 다시 걸어가렵니다. 고맙습니다. 이 책, 이 강의! 덕분에 저는 다시 꿈을 꾸기 시작하였습니다.
 
 나는 밤마다 새벽까지 책을 읽었다. 눈이 아파오고 온몸의 힘이 빠질 때까지, 책을 읽다 보면, 때때로 책이 내 얼굴로 뿜어내는 빛이 너무나 강렬하고 현란해서, 나의 영혼과 책상 앞에 앉아 있는 몸이 녹아 없어지고, 나를 나로 만들어주는 모든 것이 책이 뿜어내는 빛과 함께 없어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곤 했다. 그럴 때면, 나는 그 빛이 나를 삼키면서 점점 더 팽창해가는 것을 상상했다. - [새로운 인생] 53면  ( 오르한 파묵 ) (255)
 
 
2009. 6.14. 밤, '좋은 글 한편 품고 문 두드릴 그날까지'(268) ….
 
들풀처럼
*2009-140-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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