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에 빠진 아이 구하기 - 어떻게 세계의 절반을 가난으로부터 구할 것인가
피터 싱어 지음, 함규진 옮김 / 산책자 / 2009년 7월
평점 :
절판


 눈앞에 보이는 물에 빠진 아이를 구하지 않을 이는 없으리라. 하지만, 그 아이보다 더 소중하다고 생각되는 사람이 있다면, 혹은 그 시간에 더 많은 사람을 살릴 수 있다면, 아니 그 아이를 살릴지 말지 고민하는 동안 또 다른 아이가 죽어가고 있다면, 쏟아지는 질문을 피해 다니느라 책을 읽다 덮고 다시 펴곤 하였다.
 
 "어떻게 세계의 절반을 가난으로부터 구할 것인가?"라는 엄청난 질문을 달고 전개되는 [물에 빠진 아이 구하기]는 첫 장면부터 우리를 콕콕 찔러댄다. 책상 위의 생수병, 무심코 마시는 커피 한 잔이 어떤 이에게는 목숨과 맞바꿀 가치 있는 돈이 된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잊고 있던 사실이기에 그만큼 더 '뜨끔' 한 화살로 다가온다. 
 
 전 세계적으로 수십억 명의 사람들이, 그런 식으로 구매하는 음료수 값보다 적은 돈으로 하루를 산다. ( "서문"에서 ) (13)
 
 결국 이 확실하게 우리를 자극하는 글을 통하여 지은이는 자신의 소득 중 5% 정도는 기부하여야 한다고 일러주는데 겨우 1%가량을 정기적으로 기부하면서 이만하면 할 일 다한 거 아니냐고 스스로 만족하던 내 가슴을 찔러댄다. 책 속의 구구절절한 이야기는 다 말하지 않으련다. 지은이가 확신에 찬 말투로 전하는 <한국어판 서문>과 <서문>의 내용만으로도 우리는 돌아보고 반성해야 할 것들이 많다. 그러니 바쁘신 분들이라도 제발 <서문>만이라도 만나 보시기를 바란다.
 
 책 속에는 '당신의 행복을 해치지 않고 세계의 빈곤을 해결하는 구체적인 방법'과 더불어, 이런저런 까닭으로 왜 우리가 기부를 해야 하느냐며 요리조리 빠져 다니는 분들에게 그 까닭을 조목조목 일러준다. 지은이의 말 하나하나가 고맙고 또 가슴 쓰린 진실이다. 책을 읽은 지 한 달, 난 완전히 끊지는 못하였어도 지나가다 버릇처럼 구매하던 캔커피부터 줄이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지난달부터는 작지만 두 군데 더 기부를 시작하였다. 자랑거리가 아니라 이 책을 보고나니 왠지 조금은 더 노력해야만 하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러니 지금 바로 계산기를 꺼내어서 본인의 월소득(총수입?) 곱하기 1% ~ 5%를 해보시라. 그리고 그 중 감당할 수 있는 수위조절을 하고 현재 기부하는 수준이 어디쯤인지 비교해 보시기를. 지나가다 마시는 생수 한 통을 줄여가며 더 짜낼 수 있는 여유가 된다면 기꺼이 그리하시라. 단, 확신이 들지 않으시면 이 책을 읽으시라. 만나 보시기를….  1%? 2%, 아니 5%!!! 라고 자신 있게 외치는 지은이의 이야기를….
 
 아직도 매년 5세 이하의 유아 중 970만 명이 죽어간다. ( "서문"에서 ) (14)
 
(*이 책에서 제시하는 기부의 기준(219~222) 이 우리에게도 알맞게 변형되어 제기된다면 좋겠습니다. 빠를수록!)
 
 
2009. 10. 5. 밤, 가을 들판은 익어 가는데….
 
들풀처럼
*2009-227-10-03
 
 
 (참, 오늘 아침에도 딸아이가 아침 먹으며 묻더군요.  우리나라에도 가난한 사람들 많은데 왜 연예인들이 외국까지 가서 'LOVE'('월드 스페셜 러브'라고 하는 방송 프로그램!)라는 프로그램을 하는지? 여기에 대한 확실한 답도 이 책 안에 있습니다. 물론 저는 깔끔하게 딸아이에게 설명을 해주었답니다. ^^*)
 
*책에서 옮겨 둡니다.
 제가 뭔가 대단한 일을 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저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보았고, 해야 한다고 느낀 일을 했을 뿐이죠. ( "서문"에서 ) (12)
 
 나는 왜 남을 도와야 하는가?  나는 서로 연관된, 하지만 차이가 매우 큰 두 가지 목표를 갖고 이 책을 썼다. 
 첫 번째는, 절대 빈곤의 덫에 걸린 사람들에 대한 우리의 책임을 일깨우는 것이다. 
 ~ 책상 위의 생수병 : 우리가 사실 꼭 필요하지 않은 지출을 하고 있다는 사실
 두 번째 목표는, 우리 모두가 더 많은 소득을 가난한 사람을 위해 써야겠다는 생각을 갖도록 일깨우는 것이다. 
 ~ 95%의 미국인의 경우, 소득의 5퍼센트 이하만 기부하면 된다.   ( "서문"에서 ) (16)
 
 나는 여러분이 소득의 5퍼센트 이상을 베풀어야 한다고 여기며, 결국엔 그럴 것이라고 희망한다. 
 이 책의 궁극적인 목적은 절대 빈곤을 줄이자는 것이지, 독자에게 죄책감을 심어주자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생각해보라. 우리의 상황이 최악의 최악이라도, 절대 빈곤에 떨어져 있는 사람들보다는 낫다는 사실을.  ( "서문"에서 ) (17)
 
 나는 독자 여러분께 바란다. 1천 8백만 명의 생명이 매년 죽어가는 세계, 충분히 살릴 수 있는 생명이 덧없이 꺼져가는 이 세계에서, 과연 어떻게 살아야 올바르게 사는 것인지 한번쯤인지 생각해보시기를! 제2차 세계대전 동안 죽어간 사람보다 훨씬 많은 수의 사람들이 절대 빈곤으로 죽어가고 있다.  ( "서문"에서 )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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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뢰인은 죽었다 탐정 하무라 아키라 시리즈 2
와카타케 나나미 지음, 권영주 옮김 / 북폴리오 / 2009년 9월
평점 :
절판


 내 이름은 하무라 아키라, 성별, 여자. 현재 무직. (7)
 
 무능하다고까지 생각하지는 않지만, 유능하다고 할 정도도 아니다. 못생겼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평범한 외모다. 내세울 점은 가난을 즐길 수 있다는 것. 입이 무겁다는 것. 체력이 있다는 것.  (11)
 
 하무라 아키라, 스스로 평가하기에도 '평범한 외모'에 '유능하다고 할 정도도 아니다.' 그런 여탐정이라니, 제대로 탐정업무를 할까 싶을 정도인데, 기대를 걸게 있을까, 라는 질문을 던져주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하지만, 잊지 마시라. 가장 가까운 곳, 흔히 눈에 띄는 곳에 중요한 것들이 숨겨져 있음을. 이것이 탐정 업무의 기초이기도 하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이 탐정은 정말 도드라지지 않는 만큼 더 훌륭히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셈이다. 반전의 묘미가 더 살아난다고나 할까.
 
 이 세상에 공짜보다 비싼 것은 없게 마련이다.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나는 신물이 나도록 그것을 알고 있었다. (51)
 
 평범한 외모와는 다르게 세상 돌아가는 이치는 잘 아는 주인공이 만나서 해결하는 사건은 모두 9건이다. - 사실 한 건은 친구가 해결하는 소품이긴 하다.-  그런데 이 사건들이, 기묘함이 각각 따로 놀고 있는데 어느 순간 조금씩 연관되는듯 하더니 나중엔 하나로 이어진다. 마치 연작 장편 같은, 그런 구성이다. 
 
 자신의 죽음을 의뢰하고 또 방어도 의뢰하는 출판사 젊은 여사장에서부터, 자존심으로 목숨을 버리고 마는 시인의 이야기, 놀라운 젊은 상해범, 친구를 자살로 몰아가고는 면피하려는 어느 여인의 이야기까지…. 일상의 소소한 생활 속에서 벌어지는 사건들… 그 속에서 주인공 여탐정이 보여주는 사건 해결의 방식은 어쩌면 놀랍도록 차분하고 담담하다. 극적인 반전이나 놀라운 결말이 숨겨져 있는 것이 아니라 찬찬히 살펴보면 알 수 있는 일상 속에 답이 있다. 이 책의 장점이리라.
 
 게다가 마지막에 순환고리처럼 등장하는 이야기, '검푸른 반점'이 있는 '악마'같은 사람과 주인공 하무라의 연관성은 이야기를 다시 시작하게 한다. 그리고 하무라의 수사는 계속될 것이다. 최근에 맛본 몇 권의 일본 추리소설과는 일상의 이야기들이라는 점에서는 공통점이 있지만 언뜻 보면 평범한 여탐정의 활약과 잔잔한 일상 속에서 건져 올린 이야기는 꽤 매력적이다. 한번 만나 보시기를….
 
 
2009. 10. 18. 밤, 아주 오랜만에 글을 쓰다, 이게 다 가을 때문이다.
 
들풀처럼

*2009-229-10-05
 
 
*책에서 옮겨 둡니다.
 아니꼽지 않을 정도의 미모와 센스~ (17)
 머리도 별로 안 좋고, 외모도 그냥 평범하지 미인도 아니고. (25)
 
 "뭘 모르네. 세상 회사원의 태반은 말이지. 퇴근하면 야구중계를 보면서 한 잔 하는 것밖에 안 한다고. 그러면서 몇십 년을 보내는 거야. 새로운 지식을 얻는다든지 새로운 기술을 익힐 생각을 안 해. 그냥 눈앞에 있는 일을 해치우면 그걸로 만족이야. ….. (114)
 
 그러나 인간관계라는 녀석은 날씨를 가리지 않는다. (195)
 
 "예술가란 저밖에 모르는 인종이니까요." (224)
 
 일본 경제가 전후에 급성장을 이룩한 것도 한반도와 베트남에서 일어난 두 번의 비참한 불행 덕이 아닌가. (241)
 
 "유령이라도 나온다는 말이야?"
 "그런 걸 감지할 능력은 없고, 이미 죽어버린 건 안 무서워. 내가 무서운 건 살아 있는 사람뿐이야." (261)
 
 그러다가 그때에 가서야 세상이 자기를 중심으로 도는 게 아니라는 걸 실감한 거야. 좌절을 모르는 사람만큼 망가지기 쉬운 게 없지. (289)
 
 "조심해요. 우연한 죽음은 따분하고 용납할 수 없는 일입니다." (305)
 
 차라리 우연이 아닌, 인과가 확실한 죽음을 갖고 싶다고 말이지. 당신한테도 선물해줄까? 확실한, 자기 손으로 쟁취한 죽음을.  당신 언니 스즈한테 준 것처럼." (347)
 
 자기 탓이라고 하는 게 달리 이유를 찾아낼 수 없는 것보다는 낫다. (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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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이 - 사람의 마음을 흔드는 선택의 비밀
롬 브래프먼 외 지음, 강유리 옮김 / 리더스북 / 2009년 10월
평점 :
품절


 우리는 뭔가를 얻었을 때 느끼는 기쁨보다 상실에 따른 고통을 훨씬 더 생생하게 경험한다. (30)
 
 스웨이(sway) = 1. 의견이나 마음이 흔들리다  2. 지배하다, 권력을 휘두르다 / 1. 동요, 흔들림  2. 좌우함 : 세력, 지배력, 영향(력)
 
 낯선 단어로 시작하지만, 책 속의 여러 가지 사례들은 한 번쯤 들어본 듯한 이야기들이다. '위험부담이 클수록 더 위험한 선택을 하는 이유'에서부터 '기대치가 현실을 바꾸는' 사례에 이르기까지 인간 행동에 숨어 있는 비이성적인 측면은 생각보다 넓고 깊다. 대표적인 가치전도의 사례로 소개되는 '천재 바이올리니스트의 굴욕'(67)을 만나보자.
 
 세계적으로 유명한 바이올리니스트가 평범한 복장으로, 지하철역에서 350만 달러짜리 바이올린을 꺼내 들고, 몹시 어려운 곡을 연주한다. 그러나 알아보는 사람은 거의 없다. 지켜보는 이도 거의 없고 카메라 플래시를 터뜨리는 사람도 없다. 바쁜 출근시간에, 이름도 모르는 연주자의 연주를 귀담아듣는 시민은 당연히 없다. 그게 삶이다. 그러나 같은 시간에 같은 장소에서 같은 모습으로 유명한 같은 연주자가 연주를 한다고 사전에 공유되어 있었다면 어떠했을까? 아마도 결과는 달랐으리라. 
 
 이 책에는 이처럼 우리가 무의식중에 하는 많은 행동과 그에 따른 결과들이 이성보다는 비이성적인 측면에서 비롯됨을 알려준다. '따뜻하다'와 '차갑다'라는 말 한마디에 완전히 달라지는 사람들의 반응까지 만나고 나면 세상 살아가는 방법에 대하여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다시 말해 단어 하나에 타인에 대한 우리의 지각을 완전히 바꾸고 때로는 시작도 하지 않은 인간관계를 망칠 수 있을 만큼 강력한 힘이 있다는 얘기다. 누군가에 대한 설명을 들으면 아무리 짧은 내용이라도 그것은 필연적으로 그 사람에 대한 우리의 경험에 영향을 끼친다. (97)
 
 이 책을 읽는 동안 '미디어법'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판결이 있었다. '절차는 위법이지만 법은 유효하다'라는 참으로 희한한 판결내용에 온 나라가 떠들썩하다. 음주운전은 하였지만, 위법은 아니라는 패러디가 넘쳐난다. '사람들을 그룹으로 모아놓으면 신기한 일이 벌어진다.' (183)는 이야기가 바로 여기에 적용되는 말이다. 미디어법 생성에 문제가 있음을 명확히 지적하면서도 그 법이 무효함을 말하지 못하는 대법관들의 생리에 바로 'sway'가 있는 것이리라.
 
 서로 눈치를 보며, 위법을 위법이라 말하지 못하는 대법관들이라니, 인생이 불쌍하다고 이야기를 하기 전에, 그들이 처한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본다. 무언가 두려웠으리라, 그리고 주변의 비슷한 부류의 인간들과의 관계로 생각했으리라. 하지만, 그렇게 사는 것이 정답이 아님을 이 책에서도 만날 수 있다. '한 방향으로 흐를 때 긴장하라'(203)라는 말이 바로 그들에게 주고 싶은 경고의 말이다. 물론 대법관들뿐만 아니라 미디어법이 통과(?)되었다고 좋아하는 다른 이들에게도 이 말을 전해주고 싶다.  
 
 피드백을 제시하고 우려를 표현할 수 있는 자유, 그리고 기꺼이 반대 의견에 귀 기울이는 책임자의 태도는 비행기 조종실뿐 아니라 기업의 이사회 석상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204)
 
 조종실이나 회의실, 어떤 상황이든 간에 반대의 목소리는 성가시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차단자에 대한 대응이 짜증스러울지라도 그들의 의견은 무시해버리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은 당연하지만,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반대의 목소리는 비이성적인 행동이라는 홍수를 지탱해주는 댐과 같은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다. (205)
 
 막히고 고이면 썩는다는 옛말은 진실이다. 이제는 기업뿐만이 아니라 정치인들도 좀 열리고 깨어 있는 맘으로 세상을 바라보았으면 좋겠다. 단지 이번 정권에서만이 아니라 앞으로 우리 아이들 세대에까지 이어져야 할 가치관이 제대로 바로 잡히길 바랄 뿐이다. 그러니 제발 열려라, 참깨! 라고 밖에서 외치고 두드려대기 전에 알아서 잘못된 점은 고치라는 말이다. 비이성적인 행동으로 말미암은 피해는 이미 넘치고 또 넘치나니….
 
 
2009. 11. 8. 밤, 가을비 내려도 갈 길은 가야지요.
 
들풀처럼
 
*2009-236-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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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저격수의 고백 - 세계 경제의 뒷무대에서 미국이 벌여 온 은밀한 전쟁의 기록 경제 저격수의 고백 1
존 퍼킨스 지음, 김현정 옮김 / 민음인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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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설마 했었다. 혹은 내 그럴 줄 알았다." 어떤 표현이 적절한지 한참을 고민하였다. 자본주의 사회 속 세계 경제의 이면에 넘쳐나는 음모론 중 한두 가지는 사실일 거라고 믿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아니, 이 정도도 생각하지 않았다면 그 음모론은 또 무엇일까?
 
 석유 회사들은~ 에콰도르의 근대 역사에서 최초로 민주적인 방법으로 선출된 대통령을 카스트로와 다를 바 없는 공산주의자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롤도스는 오히려 정치와 석유와 종교 사이의 결탁을 비난했다. ~ 지나치게 용감하거나 지나치게 무모한 도전이었다. ~ 롤도스는 키토에 있는 올림픽 경기장에서 중요한 연설을 하고 에콰도르 남부의 작은 마을로 향했다.  롤도스는 도중에 헬기 폭발 사고로 사망했다. 1981년 5월 24일이었다. (266)
 
 그저 한 개인의 죽음이었다면 이토록 놀랍지 않았을 것이다. 한 나라의 대통령이, 정당한 절차를 거쳐 선출된 대통령이 그저 그들에게 반대한다는 까닭만으로 죽음에 이르다니…. 그리고 그 사건의 배후와 연결된 이들에 "경제 저격수"라는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놀라움. 그들은 'CIA보다 먼저 움직이고 미군보다 강하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악탈한다. 그들이 바로 '경제 저격수'이다. 
 
 2005년 4월에 초판 발행되었던 이 책이 다시 출간된 계기는 아마도 올해 9월 진행된 EBS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EIDF)에서 이 책의 내용을 다큐로 담은 <나는 경제 저격수였다>라는 영화가 공개된 덕도 있을 것이다. 나 역시 이 책과 함께 영화를 보았는데 지은이 존 퍼킨스가 직접 등장하여 들려주는 이야기들이 바로 이 책의 내용이기도 하다.
 
 결국, '책 내용 = 영화 내용'의 무시무시한 사실들을 토대로 할 때 한나라의 대통령이 수백만 달러의 재산 보장과 안전을 담보로 자신의 나라에 위해가 되는 정책들을 펼칠 수 있으리라는, 어쩌면 지금도 어느 나라에서 그런 일들이 일어나고 있으리라는 소름끼치는 진실에 직면한다. 그리고 더욱 치가 떨리는 것은 그 어느 나라가 우리나라일 수도 있다는 현실이다. 
 
 그래서 자본주의 경제를 공부하며 가장 자주 듣는 말이면서 거의 확실한 말인 "자본주의 사회에서 발생하는 거의 모든 행위의 원인은 그 일로 인하여 가장 이득을 보는 사람 혹은 조직에서 비롯된다" 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진실로 받아들이게 된다. '세계 경제의 뒷무대에서 미국이 벌여 온 은밀한 전쟁의 기록'이라는 이 책의 부제는 그대로 현실을 드러낸다. 
 
 하지만, 하지만 말이다. 이렇게 확실하고 정확한 대통령 암살 및 정치공작의 증거가 있음에도 세계는, 미국이라는 나라는 끄떡도 하지 않는다는 암울한 현실에 다시 한 번 좌절하게 된다. 혈맹이라는 관계로 표현되는 사실상 주종관계인 우리나라의 현실은 얼마 전 다시 결정된 아프간 파병만으로도 충분히 증명되고 있다.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해야만 하는 현실, 거기에서는 대통령이 누구이든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으리라. 그럼 우리는 이런 사실을 알고도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좌절감을 안고 다시 살아가야 할 것인가? 
 
 절망에 빠진 사람들을 착취하고 역사에서 가장 잔인하고 이기적이며 궁극적으로 자멸을 불러올 정도로 자원을 낭비하는 현대판 제국의 진짜 모습은 오늘 조간신문에 난 것과 너무도 다르며, 이를 바꾸어 나가기 위해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너무나 많다. (355)
 
 존 퍼거슨은 우리에게 '해야 할 일은 너무나 많다' 고 일러주지만 당장은 그 구체적인 실천안이 잘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여 이대로 놀란 입만 벌린 채 바라볼 수만도 없지 않은가? 그러므로 우리는 배우고 또 배우는 것이다. 그리하여 오늘 우리는 '스스로에게 질문하고 자신만의 답을 찾아 영혼을 들여다보고 행동을 취할 때이다.' (367)
 
 
2009. 11. 8. 밤, 가을비 내려, 갈 길을 재촉합니다.
 
들풀처럼
*2009-235-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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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 노무현 - 보통사람의 희망
신승철 지음, 주진희 그림 / 작은책방(해든아침)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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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 노무현 대통령님 얘기를 듣습니다. 벌써 다섯 달이 지나가는데, 이제는 정말 잊고 살아가야 할 것만 같은데, 또 노무현입니다. 한번 맛본 꿈의 달콤함을 잊을 수 없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보통 사람의 희망 바보 노무현]은 11살 은진이에게 엄마가 들려주는 노무현 대통령의 일생입니다. 엄마랑 아빠가 직접 겪고 본 위대한 사람의 삶을 차근차근 아이에게 들려주고 있습니다.
 
 책의 내용은 대부분 다 아시는 이야기입니다. 어릴 적 가난했지만 총명했던 노 대통령의 일화에서부터 판사 - 변호사를 거쳐 정치인이 되는 과정과 국회의원이 되고 나서 대통령이 되기까지의 과정이 군더더기 없이, 아이들에게 들려주기 맞춤하게, 잘 정리되어 있습니다. 그 탓인지 오히려 담담하게 이야기를 따라갑니다. 아마도 시간, 그 망각의 시간 탓이겠지요. 그분 이야기를 또 만나면서도 울지 않고 있으니까요.
 
 그렇지요, 훌쩍거릴새도 없이 무심하게 시간은 우리 곁을 달려 지나쳐갑니다. 다행인 것은 <사람 사는 세상>이라는 곳이 생겨 노무현 대통령을 기억 속의 옛사람이 아니라 현재의 꿈과 희망으로 다시 돌이켜 만나뵐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얼마 전부터 회원을 모집하고 자발적인 후원자들을 모집하고 있지요. 그렇게 남기신 뜻은 이어져갑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 결코 불의와 타협하지 않아도…… 성공할 수 있다는, 하나의 증거를……꼭 남기고 싶었습니다." (123)
 
 '2002년 12월 19일' 대통령 당선의 기쁨과 함께 우리에게 전해진 말입니다. 은진이의 엄마가 은진이에게 반드시 전해주어야 할 말이기도 하구요. 그렇습니다, 이제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크고 중요한 일은 우리 다음 세대에, 그러니까 아이들에게도 이런 '보통사람의 희망'과 '성취'를 느끼고 알게 해주어야 합니다. 단 한 번의 성취가 우리에게 가져다주었던 그 크낙한 기쁨과 희망을 잊지 말고 물려주어야 할 것입니다.
 
 파병된 '자이툰 부대'를 기습 방문하여 병사들을 격려한 '동방계획' 작전에서 보여준 대담함과 봉하마을로 내려와 사진을 찍을 때 뒷사람을 위하여 아무렇지도 않게 무릎을 수그릴 줄 아는 자상함이 함께 하던 노무현 대통령, 우리는 언제쯤 또 이런 대통령을 맞이할 수 있을는지요?  그 때도, 기회도 은진이 엄마 아빠같은 보통사람인 우리 손에, 그리고 자라나는 은진이 같은 우리 딸, 아들의 발걸음에 모든 것이 달렸겠지요.  
 
 하여 오늘도 아이랑 이야기를 나누다가도 문득, 지금 내가 하는 행동 하나하나가 아이의 눈에 부끄럽지 않고 자랑스러운 일로 다가서는지 돌이켜봅니다. 인제야 아빠로서, 어른으로서 철이 드나 봅니다. 이게 다 노무현 대통령 때문입니다. 가을 핑계 대며 하냥 머뭇거리던 발길 돌려, 앞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가렵니다. 처음 만날 때부터 지금까지 늘 고마운 우리 대통령을 이렇게 다시 한 번 만나뵈었습니다. 고맙습니다. 꾸벅.
 
 
2009. 11. 6. 밤, 아직 가을 속에서 허우적거립니다만 …. 
 
들풀처럼
*2009-234-11-03
 
 

 노무현 재단 집 주소 :  http://www.knowhow.or.kr

 노무현을 오래오래 사랑하는 방법 : http://blog.yes24.com/document/1615506

    1.  http://blog.yes24.com/document/1623173

    2.  http://blog.yes24.com/document/1631396

    3.  http://blog.yes24.com/document/1643161

    4.  http://blog.yes24.com/document/1660075

    5.  http://blog.yes24.com/document/1689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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