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이 - 사람의 마음을 흔드는 선택의 비밀
롬 브래프먼 외 지음, 강유리 옮김 / 리더스북 / 2009년 10월
평점 :
품절


 우리는 뭔가를 얻었을 때 느끼는 기쁨보다 상실에 따른 고통을 훨씬 더 생생하게 경험한다. (30)
 
 스웨이(sway) = 1. 의견이나 마음이 흔들리다  2. 지배하다, 권력을 휘두르다 / 1. 동요, 흔들림  2. 좌우함 : 세력, 지배력, 영향(력)
 
 낯선 단어로 시작하지만, 책 속의 여러 가지 사례들은 한 번쯤 들어본 듯한 이야기들이다. '위험부담이 클수록 더 위험한 선택을 하는 이유'에서부터 '기대치가 현실을 바꾸는' 사례에 이르기까지 인간 행동에 숨어 있는 비이성적인 측면은 생각보다 넓고 깊다. 대표적인 가치전도의 사례로 소개되는 '천재 바이올리니스트의 굴욕'(67)을 만나보자.
 
 세계적으로 유명한 바이올리니스트가 평범한 복장으로, 지하철역에서 350만 달러짜리 바이올린을 꺼내 들고, 몹시 어려운 곡을 연주한다. 그러나 알아보는 사람은 거의 없다. 지켜보는 이도 거의 없고 카메라 플래시를 터뜨리는 사람도 없다. 바쁜 출근시간에, 이름도 모르는 연주자의 연주를 귀담아듣는 시민은 당연히 없다. 그게 삶이다. 그러나 같은 시간에 같은 장소에서 같은 모습으로 유명한 같은 연주자가 연주를 한다고 사전에 공유되어 있었다면 어떠했을까? 아마도 결과는 달랐으리라. 
 
 이 책에는 이처럼 우리가 무의식중에 하는 많은 행동과 그에 따른 결과들이 이성보다는 비이성적인 측면에서 비롯됨을 알려준다. '따뜻하다'와 '차갑다'라는 말 한마디에 완전히 달라지는 사람들의 반응까지 만나고 나면 세상 살아가는 방법에 대하여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다시 말해 단어 하나에 타인에 대한 우리의 지각을 완전히 바꾸고 때로는 시작도 하지 않은 인간관계를 망칠 수 있을 만큼 강력한 힘이 있다는 얘기다. 누군가에 대한 설명을 들으면 아무리 짧은 내용이라도 그것은 필연적으로 그 사람에 대한 우리의 경험에 영향을 끼친다. (97)
 
 이 책을 읽는 동안 '미디어법'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판결이 있었다. '절차는 위법이지만 법은 유효하다'라는 참으로 희한한 판결내용에 온 나라가 떠들썩하다. 음주운전은 하였지만, 위법은 아니라는 패러디가 넘쳐난다. '사람들을 그룹으로 모아놓으면 신기한 일이 벌어진다.' (183)는 이야기가 바로 여기에 적용되는 말이다. 미디어법 생성에 문제가 있음을 명확히 지적하면서도 그 법이 무효함을 말하지 못하는 대법관들의 생리에 바로 'sway'가 있는 것이리라.
 
 서로 눈치를 보며, 위법을 위법이라 말하지 못하는 대법관들이라니, 인생이 불쌍하다고 이야기를 하기 전에, 그들이 처한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본다. 무언가 두려웠으리라, 그리고 주변의 비슷한 부류의 인간들과의 관계로 생각했으리라. 하지만, 그렇게 사는 것이 정답이 아님을 이 책에서도 만날 수 있다. '한 방향으로 흐를 때 긴장하라'(203)라는 말이 바로 그들에게 주고 싶은 경고의 말이다. 물론 대법관들뿐만 아니라 미디어법이 통과(?)되었다고 좋아하는 다른 이들에게도 이 말을 전해주고 싶다.  
 
 피드백을 제시하고 우려를 표현할 수 있는 자유, 그리고 기꺼이 반대 의견에 귀 기울이는 책임자의 태도는 비행기 조종실뿐 아니라 기업의 이사회 석상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204)
 
 조종실이나 회의실, 어떤 상황이든 간에 반대의 목소리는 성가시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차단자에 대한 대응이 짜증스러울지라도 그들의 의견은 무시해버리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은 당연하지만,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반대의 목소리는 비이성적인 행동이라는 홍수를 지탱해주는 댐과 같은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다. (205)
 
 막히고 고이면 썩는다는 옛말은 진실이다. 이제는 기업뿐만이 아니라 정치인들도 좀 열리고 깨어 있는 맘으로 세상을 바라보았으면 좋겠다. 단지 이번 정권에서만이 아니라 앞으로 우리 아이들 세대에까지 이어져야 할 가치관이 제대로 바로 잡히길 바랄 뿐이다. 그러니 제발 열려라, 참깨! 라고 밖에서 외치고 두드려대기 전에 알아서 잘못된 점은 고치라는 말이다. 비이성적인 행동으로 말미암은 피해는 이미 넘치고 또 넘치나니….
 
 
2009. 11. 8. 밤, 가을비 내려도 갈 길은 가야지요.
 
들풀처럼
 
*2009-236-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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