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뢰인은 죽었다 탐정 하무라 아키라 시리즈 2
와카타케 나나미 지음, 권영주 옮김 / 북폴리오 / 2009년 9월
평점 :
절판


 내 이름은 하무라 아키라, 성별, 여자. 현재 무직. (7)
 
 무능하다고까지 생각하지는 않지만, 유능하다고 할 정도도 아니다. 못생겼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평범한 외모다. 내세울 점은 가난을 즐길 수 있다는 것. 입이 무겁다는 것. 체력이 있다는 것.  (11)
 
 하무라 아키라, 스스로 평가하기에도 '평범한 외모'에 '유능하다고 할 정도도 아니다.' 그런 여탐정이라니, 제대로 탐정업무를 할까 싶을 정도인데, 기대를 걸게 있을까, 라는 질문을 던져주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하지만, 잊지 마시라. 가장 가까운 곳, 흔히 눈에 띄는 곳에 중요한 것들이 숨겨져 있음을. 이것이 탐정 업무의 기초이기도 하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이 탐정은 정말 도드라지지 않는 만큼 더 훌륭히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셈이다. 반전의 묘미가 더 살아난다고나 할까.
 
 이 세상에 공짜보다 비싼 것은 없게 마련이다.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나는 신물이 나도록 그것을 알고 있었다. (51)
 
 평범한 외모와는 다르게 세상 돌아가는 이치는 잘 아는 주인공이 만나서 해결하는 사건은 모두 9건이다. - 사실 한 건은 친구가 해결하는 소품이긴 하다.-  그런데 이 사건들이, 기묘함이 각각 따로 놀고 있는데 어느 순간 조금씩 연관되는듯 하더니 나중엔 하나로 이어진다. 마치 연작 장편 같은, 그런 구성이다. 
 
 자신의 죽음을 의뢰하고 또 방어도 의뢰하는 출판사 젊은 여사장에서부터, 자존심으로 목숨을 버리고 마는 시인의 이야기, 놀라운 젊은 상해범, 친구를 자살로 몰아가고는 면피하려는 어느 여인의 이야기까지…. 일상의 소소한 생활 속에서 벌어지는 사건들… 그 속에서 주인공 여탐정이 보여주는 사건 해결의 방식은 어쩌면 놀랍도록 차분하고 담담하다. 극적인 반전이나 놀라운 결말이 숨겨져 있는 것이 아니라 찬찬히 살펴보면 알 수 있는 일상 속에 답이 있다. 이 책의 장점이리라.
 
 게다가 마지막에 순환고리처럼 등장하는 이야기, '검푸른 반점'이 있는 '악마'같은 사람과 주인공 하무라의 연관성은 이야기를 다시 시작하게 한다. 그리고 하무라의 수사는 계속될 것이다. 최근에 맛본 몇 권의 일본 추리소설과는 일상의 이야기들이라는 점에서는 공통점이 있지만 언뜻 보면 평범한 여탐정의 활약과 잔잔한 일상 속에서 건져 올린 이야기는 꽤 매력적이다. 한번 만나 보시기를….
 
 
2009. 10. 18. 밤, 아주 오랜만에 글을 쓰다, 이게 다 가을 때문이다.
 
들풀처럼

*2009-229-10-05
 
 
*책에서 옮겨 둡니다.
 아니꼽지 않을 정도의 미모와 센스~ (17)
 머리도 별로 안 좋고, 외모도 그냥 평범하지 미인도 아니고. (25)
 
 "뭘 모르네. 세상 회사원의 태반은 말이지. 퇴근하면 야구중계를 보면서 한 잔 하는 것밖에 안 한다고. 그러면서 몇십 년을 보내는 거야. 새로운 지식을 얻는다든지 새로운 기술을 익힐 생각을 안 해. 그냥 눈앞에 있는 일을 해치우면 그걸로 만족이야. ….. (114)
 
 그러나 인간관계라는 녀석은 날씨를 가리지 않는다. (195)
 
 "예술가란 저밖에 모르는 인종이니까요." (224)
 
 일본 경제가 전후에 급성장을 이룩한 것도 한반도와 베트남에서 일어난 두 번의 비참한 불행 덕이 아닌가. (241)
 
 "유령이라도 나온다는 말이야?"
 "그런 걸 감지할 능력은 없고, 이미 죽어버린 건 안 무서워. 내가 무서운 건 살아 있는 사람뿐이야." (261)
 
 그러다가 그때에 가서야 세상이 자기를 중심으로 도는 게 아니라는 걸 실감한 거야. 좌절을 모르는 사람만큼 망가지기 쉬운 게 없지. (289)
 
 "조심해요. 우연한 죽음은 따분하고 용납할 수 없는 일입니다." (305)
 
 차라리 우연이 아닌, 인과가 확실한 죽음을 갖고 싶다고 말이지. 당신한테도 선물해줄까? 확실한, 자기 손으로 쟁취한 죽음을.  당신 언니 스즈한테 준 것처럼." (347)
 
 자기 탓이라고 하는 게 달리 이유를 찾아낼 수 없는 것보다는 낫다. (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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