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하무라 아키라, 성별, 여자. 현재 무직. (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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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능하다고까지 생각하지는 않지만, 유능하다고 할 정도도 아니다. 못생겼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평범한 외모다. 내세울 점은 가난을 즐길 수 있다는 것. 입이 무겁다는 것. 체력이 있다는 것. (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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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무라 아키라, 스스로 평가하기에도 '평범한 외모'에 '유능하다고 할 정도도 아니다.' 그런 여탐정이라니, 제대로 탐정업무를 할까 싶을 정도인데, 기대를 걸게 있을까, 라는 질문을 던져주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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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잊지 마시라. 가장 가까운 곳, 흔히 눈에 띄는 곳에 중요한 것들이 숨겨져 있음을. 이것이 탐정 업무의 기초이기도 하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이 탐정은 정말 도드라지지 않는 만큼 더 훌륭히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셈이다. 반전의 묘미가 더 살아난다고나 할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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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 공짜보다 비싼 것은 없게 마련이다.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나는 신물이 나도록 그것을 알고 있었다. (5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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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외모와는 다르게 세상 돌아가는 이치는 잘 아는 주인공이 만나서 해결하는 사건은 모두 9건이다. - 사실 한 건은 친구가 해결하는 소품이긴 하다.- 그런데 이 사건들이, 기묘함이 각각 따로 놀고 있는데 어느 순간 조금씩 연관되는듯 하더니 나중엔 하나로 이어진다. 마치 연작 장편 같은, 그런 구성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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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죽음을 의뢰하고 또 방어도 의뢰하는 출판사 젊은 여사장에서부터, 자존심으로 목숨을 버리고 마는 시인의 이야기, 놀라운 젊은 상해범, 친구를 자살로 몰아가고는 면피하려는 어느 여인의 이야기까지…. 일상의 소소한 생활 속에서 벌어지는 사건들… 그 속에서 주인공 여탐정이 보여주는 사건 해결의 방식은 어쩌면 놀랍도록 차분하고 담담하다. 극적인 반전이나 놀라운 결말이 숨겨져 있는 것이 아니라 찬찬히 살펴보면 알 수 있는 일상 속에 답이 있다. 이 책의 장점이리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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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마지막에 순환고리처럼 등장하는 이야기, '검푸른 반점'이 있는 '악마'같은 사람과 주인공 하무라의 연관성은 이야기를 다시 시작하게 한다. 그리고 하무라의 수사는 계속될 것이다. 최근에 맛본 몇 권의 일본 추리소설과는 일상의 이야기들이라는 점에서는 공통점이 있지만 언뜻 보면 평범한 여탐정의 활약과 잔잔한 일상 속에서 건져 올린 이야기는 꽤 매력적이다. 한번 만나 보시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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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10. 18. 밤, 아주 오랜만에 글을 쓰다, 이게 다 가을 때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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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풀처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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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229-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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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서 옮겨 둡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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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꼽지 않을 정도의 미모와 센스~ (17) |
머리도 별로 안 좋고, 외모도 그냥 평범하지 미인도 아니고. (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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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모르네. 세상 회사원의 태반은 말이지. 퇴근하면 야구중계를 보면서 한 잔 하는 것밖에 안 한다고. 그러면서 몇십 년을 보내는 거야. 새로운 지식을 얻는다든지 새로운 기술을 익힐 생각을 안 해. 그냥 눈앞에 있는 일을 해치우면 그걸로 만족이야. ….. (1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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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인간관계라는 녀석은 날씨를 가리지 않는다. (19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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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란 저밖에 모르는 인종이니까요." (2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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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경제가 전후에 급성장을 이룩한 것도 한반도와 베트남에서 일어난 두 번의 비참한 불행 덕이 아닌가. (24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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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이라도 나온다는 말이야?" |
"그런 걸 감지할 능력은 없고, 이미 죽어버린 건 안 무서워. 내가 무서운 건 살아 있는 사람뿐이야." (26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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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가 그때에 가서야 세상이 자기를 중심으로 도는 게 아니라는 걸 실감한 거야. 좌절을 모르는 사람만큼 망가지기 쉬운 게 없지. (28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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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심해요. 우연한 죽음은 따분하고 용납할 수 없는 일입니다." (3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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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우연이 아닌, 인과가 확실한 죽음을 갖고 싶다고 말이지. 당신한테도 선물해줄까? 확실한, 자기 손으로 쟁취한 죽음을. 당신 언니 스즈한테 준 것처럼." (34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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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탓이라고 하는 게 달리 이유를 찾아낼 수 없는 것보다는 낫다. (35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