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저격수의 고백 - 세계 경제의 뒷무대에서 미국이 벌여 온 은밀한 전쟁의 기록 경제 저격수의 고백 1
존 퍼킨스 지음, 김현정 옮김 / 민음인 / 2005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설마, 설마 했었다. 혹은 내 그럴 줄 알았다." 어떤 표현이 적절한지 한참을 고민하였다. 자본주의 사회 속 세계 경제의 이면에 넘쳐나는 음모론 중 한두 가지는 사실일 거라고 믿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아니, 이 정도도 생각하지 않았다면 그 음모론은 또 무엇일까?
 
 석유 회사들은~ 에콰도르의 근대 역사에서 최초로 민주적인 방법으로 선출된 대통령을 카스트로와 다를 바 없는 공산주의자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롤도스는 오히려 정치와 석유와 종교 사이의 결탁을 비난했다. ~ 지나치게 용감하거나 지나치게 무모한 도전이었다. ~ 롤도스는 키토에 있는 올림픽 경기장에서 중요한 연설을 하고 에콰도르 남부의 작은 마을로 향했다.  롤도스는 도중에 헬기 폭발 사고로 사망했다. 1981년 5월 24일이었다. (266)
 
 그저 한 개인의 죽음이었다면 이토록 놀랍지 않았을 것이다. 한 나라의 대통령이, 정당한 절차를 거쳐 선출된 대통령이 그저 그들에게 반대한다는 까닭만으로 죽음에 이르다니…. 그리고 그 사건의 배후와 연결된 이들에 "경제 저격수"라는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놀라움. 그들은 'CIA보다 먼저 움직이고 미군보다 강하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악탈한다. 그들이 바로 '경제 저격수'이다. 
 
 2005년 4월에 초판 발행되었던 이 책이 다시 출간된 계기는 아마도 올해 9월 진행된 EBS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EIDF)에서 이 책의 내용을 다큐로 담은 <나는 경제 저격수였다>라는 영화가 공개된 덕도 있을 것이다. 나 역시 이 책과 함께 영화를 보았는데 지은이 존 퍼킨스가 직접 등장하여 들려주는 이야기들이 바로 이 책의 내용이기도 하다.
 
 결국, '책 내용 = 영화 내용'의 무시무시한 사실들을 토대로 할 때 한나라의 대통령이 수백만 달러의 재산 보장과 안전을 담보로 자신의 나라에 위해가 되는 정책들을 펼칠 수 있으리라는, 어쩌면 지금도 어느 나라에서 그런 일들이 일어나고 있으리라는 소름끼치는 진실에 직면한다. 그리고 더욱 치가 떨리는 것은 그 어느 나라가 우리나라일 수도 있다는 현실이다. 
 
 그래서 자본주의 경제를 공부하며 가장 자주 듣는 말이면서 거의 확실한 말인 "자본주의 사회에서 발생하는 거의 모든 행위의 원인은 그 일로 인하여 가장 이득을 보는 사람 혹은 조직에서 비롯된다" 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진실로 받아들이게 된다. '세계 경제의 뒷무대에서 미국이 벌여 온 은밀한 전쟁의 기록'이라는 이 책의 부제는 그대로 현실을 드러낸다. 
 
 하지만, 하지만 말이다. 이렇게 확실하고 정확한 대통령 암살 및 정치공작의 증거가 있음에도 세계는, 미국이라는 나라는 끄떡도 하지 않는다는 암울한 현실에 다시 한 번 좌절하게 된다. 혈맹이라는 관계로 표현되는 사실상 주종관계인 우리나라의 현실은 얼마 전 다시 결정된 아프간 파병만으로도 충분히 증명되고 있다.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해야만 하는 현실, 거기에서는 대통령이 누구이든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으리라. 그럼 우리는 이런 사실을 알고도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좌절감을 안고 다시 살아가야 할 것인가? 
 
 절망에 빠진 사람들을 착취하고 역사에서 가장 잔인하고 이기적이며 궁극적으로 자멸을 불러올 정도로 자원을 낭비하는 현대판 제국의 진짜 모습은 오늘 조간신문에 난 것과 너무도 다르며, 이를 바꾸어 나가기 위해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너무나 많다. (355)
 
 존 퍼거슨은 우리에게 '해야 할 일은 너무나 많다' 고 일러주지만 당장은 그 구체적인 실천안이 잘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여 이대로 놀란 입만 벌린 채 바라볼 수만도 없지 않은가? 그러므로 우리는 배우고 또 배우는 것이다. 그리하여 오늘 우리는 '스스로에게 질문하고 자신만의 답을 찾아 영혼을 들여다보고 행동을 취할 때이다.' (367)
 
 
2009. 11. 8. 밤, 가을비 내려, 갈 길을 재촉합니다.
 
들풀처럼
*2009-235-11-0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