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박민규가 100회를 맞는 이상문학상을 수상했다. 이번 수상작 역시 이전 소설과 마찬가지로 작가의 시선은 사나운 이빨을 드러낸 경쟁사회에서 패배한 루저에 향해 있다. 아직 읽어 보진 못했지만 고통스러운 현실 속에서도 웃음기를 머금고 있었던 전작과 달리 웃음기를 쫙 뺀듯한 작품같아 더욱 더 기대된다.(물론 지옥같은 상황 속에서도 웃음기를 녹여넣는 것이 박민규의 능력아닌가) 언제나 현실세계 속 사회적, 문화적 콘텍스트와 그물망처럼 엮여 있는 그의 작품은 그 존재만으로 가치가 있다. 그나저나 그가 새롭게 구상하고 있다는 미국의 포르노그래피와 관련된 소설은 벌써부터 기대된다.

 

 

 

 

 

 

 

한겨레(10.10.08) "34회 이상문학상 수상 작가 박민규씨"   

올해로 탄생 100돌을 맞은 작가 이상이 자신을 빼닮은 후배를 만났다. 단편 <아침의 문>으로 문학사상사가 주관하는 제34회 이상문학상을 수상한 박민규(42·사진)씨의 이야기다. ‘21세기의 이상’이라 불리기에 충분할 정도로 과감한 형식 실험과 개성 넘치는 주제의식을 선보여 온 박씨는 “문학상 자체에 대해서는 회의적이지만, 우리 세대의 로망이자 존경하는 작가인 이상의 이름으로 주어지는 상을 받게 된 것은 기쁘다”고 말했다. 수상을 고사할까 고민하다가 뒤늦게 나왔다는 7일 기자간담회 자리에서였다.

2003년 장편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과 <지구영웅전설>로 한겨레문학상과 문학동네신인작가상을 동시 수상하며 화려하게 등단한 박씨는 2007년 이효석문학상과 지난해 황순원문학상에 이어 새해 벽두에 최고 권위의 이상문학상 역시 품에 안음으로써 21세기 한국문학의 기대주임을 입증했다.

수상작 <아침의 문>은 인터넷 자살 사이트에서 만난 이들이 주인공의 자취방에서 약을 나눠 먹고 동반 자살을 하는 상황을 배경으로 삼는다. 다른 세 사람이 죽은 상태에서 다행인지 불행인지 약을 토하고 되살아난 주인공이 다시 목을 매 죽으려고 의자에 올랐다가, 건너편 건물 옥상에서 남 몰래 낳은 아기를 죽이려는 여자를 발견하고 소리쳐 말린다는 충격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다. 심사위원들(김윤식·권영민·윤후명·신경숙·권지예)은 “우리 시대가 안고 있는 삶의 문제성을 근원적인 생명의 가치에 대한 파괴적인 해석을 통해 새롭게 형상화하고 있”는 점을 수상 이유로 들었다.

“세상에는 모여서 자살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원하지 않는 임신을 하고 남 몰래 아기를 낳아서 제 손으로 죽이는 여자도 있더군요. 문득, 그 두 존재가 서로 맞닥뜨리면 어떻게 될까 하는 생각에서 쓴 작품입니다. 소설에 나오는 이들은 ‘답이 없는’ 사람들입니다. 함께 모여서 자살하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새롭게 태어나는 어린 생명 역시 답이 안 나오는 탄생이라 할 수 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 있는 사람들, 힘든데도 살아주시는 분들에게 감사한다는 마음으로 소설을 썼습니다.”

박씨는 올해 ‘더블’이라는 제목의 두 권짜리 소설집을 한꺼번에 묶어 낸 뒤 역시 두 편의 장편을 동시에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나는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과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에 이어지는 ‘80년대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으로 88 올림픽을 전후한 무렵을 배경으로 매스게임 이야기를 다룰 거구요, 또 하나는 미국을 무대로 포르노그라피의 세계를 다룰 생각입니다.” 한 달에 3주 정도는 춘천 집필실에서 책 읽고 글 쓰는 단순한 삶을 살며 1주는 집에 와서 가족들과 지낸다는 그는 “이제 등단 8년차일 뿐이기 때문에 여전히 신인이라는 생각으로 부지런히 쓰려 한다”고 말했다.(최재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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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 중인 <녹색 평론>의 3,4월 호가 3월이 훌쩍 지난 지금까지도 배송되지 않고 있다. 배송 사고에 대한 우려보다는 경영상황이 좋지 않아 출간이 안 된게 아닌가 하는 걱정부터 앞섰다. 홈페이지에서 들어가 확인해보니 다행히도 3,4월호가 발행되었다. 단순한 배송 문제인 듯하여 안심이 된다.   

취업 후 하고 싶었던 것 중 한 가지가 바로 <녹색평론> 구독하기였다. (1년 간의 방황이 있었지만)다행히도 나는 취업을 하게 되었고, <녹색평론> 또한 구독할 수 있었다. 횟수로 벌써 4년 째다. 천성산 터널 이슈가 한창이던 2004년, 지율 스님의 특강에 함께 참석한 김종철 교수의 강연을 듣고 구독 결심을 하게 되었다. 녹색 평론은 김종철 교수(물론 지금은 교수의 직함을 버리셨지만)가 발행인으로 있는 격월간 생태잡지다. 

 

 

 

 

 

 

  

<녹색평론>은 '녹색'이란 단어와 '성장'이란 단어는 애초 어울릴 수 없다는 사소한 진리를 깨닫게 해주는 참고서인 동시에 경제 성장이란 주술에 걸려 헤어나오지 못하는 우리에게 뜨끔한 일침을 가하는 비판서다. 

자본주의란 이데올로기에 체내화되어 생태 파괴에 일조하는 나에게는 <녹색평론>의 글들이 한 문장, 한 문장 불편하게 다가오지만 <녹색평론>의 글 읽기를 중단하지 않는 이유는 조금이라도 이 더럽혀진 세상에서 나를 정화시키고자 하는 얄팍한 의도가 있기 때문이며, 언젠가는 <녹색 평론>이 말하는 지속가능한 삶을 살고 싶은 희망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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