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전히 김규항을 보기 위해서 갔다. 물론 나 또한 "고래 삼촌"이기에 올해는 꼬옥 참석해야겠다 마음 먹고 있었지만, 금요일 저녁이라서 갈까 말까 약간 망설여졌다. 하지만 트위터를 통해 자신의 책에 마음껏 싸인해 주겠다며 유혹하는 김규항의 멘션에 퇴근 후 곧바로 홍대로 향했다.  

<500>이란 이름의 클럽이었는데 묘한 아우라가 느껴지는 고즈넉한 클럽이었다. 나는 들고 간 김규항의 책 중 가장 최근에 출간된<B급 좌파 :세 번째 이야기>에 싸인을 받았고, "반갑습니다. OOO님"이라는 지극히 평범하기 짝이 없는 싸인 문구를 오늘도 흐뭇하게 바라보며 이렇게 글을 쓰고 있다.   

 

김규항은 몸이 좋았으며, 그의 퍼커션 연주 실력은 일품이었다. 그를 보고 나도 까혼을 배우기로 마음먹었다. 공연을 한 <하이 미스터 메모리>의 노랫말은 간지러웠고, 곱창 전골 <사토 유키에>의 노래는 엔까스러웠으며, <김두수>의 유니크한 애시드 포크는 아름다웠다. 그의 노래 제목처럼 진정한 보헤미안 같았다. 비록 편협한 인간관계로 인해 고래 이웃을 단 한명도 추천하진 못했지만, 여러모로 뜻 깊은 밤이었다.  

 

 

 

 

 

 

공저한 <아웃사이더>시리즈, <쾌도난담> 등을 제외하고도 단행본으로 김규항의 이름을 달고 출간된 책이 벌써 다섯 권이나 된다. 다섯 권의 출간 시기를 살펴보니 갈수록 밭다. 알마에서 인터뷰집 시리즈 중 하나로 나올 정도로 김규항 글에 대한 출판계 및 독자 니즈가 형성되었다고 생각하면 김규항의 팬으로서는 참으로 반가워 할 일이다. 하지만 한편으로 숙고해보면 "신자유주의 체제"라는 달리는 기차 위에 몸을 맡긴 채 갈수록 피폐해지는 한국 사회에 대한 김규항의 일갈이, 전에 비해 갈수록 계속 늘어나고 있다는 방증이 아닐까 싶어 안타깝기도 하다.  

 

 

 

 

 

 

 

 

 


댓글(6)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이조부 2010-12-17 0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규항을 좋아하는군요~ 저도 이 행사 갈까 말까 망설였는데 말이죠~ 거기에

만났으면 좋았을텐데 하는 때 늦은 아쉬움이 드네요 ㅋ

에로틱번뇌보이 2010-12-19 0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그러셨군요~ 전 혼자 가서 뻘쭘했지만~

그래도 재미있었어요~

다이조부 2010-12-30 10:38   좋아요 0 | URL


저도 혼자 갈까 생각했는데 말이죠~

김규항을 별로 라고 생각하지만, 정말 그이의 고래가 그랬어 라는

잡지를 내는 활동은 정말 감탄을 넘어 어쩔때는 감동을 자아내요~


다이조부 2011-01-17 14: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이미스터메모리 노래를 듣고 있어요~ 검색하다가

익숙한 닉네임이 보여서 다시 들어왔어요 ㅎㅎㅎ

에로틱번뇌보이 2011-01-19 08:33   좋아요 0 | URL
닉네임 바꾸셨군요~닉네임에 기개(?)가 느껴집니다~추천해주신 <법률사무소 김앤장>은 재미있게 읽었습니다~가독성이 ㅎㄷㄷ 단숨에 읽히더군요~

다이조부 2011-01-20 19: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정말요? 저는 그책 조금 어렵던데 말이죠 ㅎㅎㅎ

세상에 읽을만한 책은 제법 되지만, 놀고 먹고 할 거리들이 너무 많아요 ㅋ

드라마도 잼난거 많이 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