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전히 김규항을 보기 위해서 갔다. 물론 나 또한 "고래 삼촌"이기에 올해는 꼬옥 참석해야겠다 마음 먹고 있었지만, 금요일 저녁이라서 갈까 말까 약간 망설여졌다. 하지만 트위터를 통해 자신의 책에 마음껏 싸인해 주겠다며 유혹하는 김규항의 멘션에 퇴근 후 곧바로 홍대로 향했다.
<500>이란 이름의 클럽이었는데 묘한 아우라가 느껴지는 고즈넉한 클럽이었다. 나는 들고 간 김규항의 책 중 가장 최근에 출간된<B급 좌파 :세 번째 이야기>에 싸인을 받았고, "반갑습니다. OOO님"이라는 지극히 평범하기 짝이 없는 싸인 문구를 오늘도 흐뭇하게 바라보며 이렇게 글을 쓰고 있다.

김규항은 몸이 좋았으며, 그의 퍼커션 연주 실력은 일품이었다. 그를 보고 나도 까혼을 배우기로 마음먹었다. 공연을 한 <하이 미스터 메모리>의 노랫말은 간지러웠고, 곱창 전골 <사토 유키에>의 노래는 엔까스러웠으며, <김두수>의 유니크한 애시드 포크는 아름다웠다. 그의 노래 제목처럼 진정한 보헤미안 같았다. 비록 편협한 인간관계로 인해 고래 이웃을 단 한명도 추천하진 못했지만, 여러모로 뜻 깊은 밤이었다.



공저한 <아웃사이더>시리즈, <쾌도난담> 등을 제외하고도 단행본으로 김규항의 이름을 달고 출간된 책이 벌써 다섯 권이나 된다. 다섯 권의 출간 시기를 살펴보니 갈수록 밭다. 알마에서 인터뷰집 시리즈 중 하나로 나올 정도로 김규항 글에 대한 출판계 및 독자 니즈가 형성되었다고 생각하면 김규항의 팬으로서는 참으로 반가워 할 일이다. 하지만 한편으로 숙고해보면 "신자유주의 체제"라는 달리는 기차 위에 몸을 맡긴 채 갈수록 피폐해지는 한국 사회에 대한 김규항의 일갈이, 전에 비해 갈수록 계속 늘어나고 있다는 방증이 아닐까 싶어 안타깝기도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