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터 슬로터다이크는 자신의 저작 <냉소적 이성 비판>에서 이렇게 선언했다.

우리 시대는 냉소의 시대가 되었다

 

냉소주의자들은 자신이 하고 있는 짓을 잘 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계속 행동한다. 다르게 행동한다고 해서 별반 달라질 게 없기 때문이다. 더 많은 자유를 위해 끊임없이 욕망하라고 부추기는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냉소주의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하지만 자본주의가 말하는 자유란 사실상 돈이 있어야 가능한 주입된, 강제된 자유다.

니체가 말한 낙타의 삶이 이런 것 아닐까? 기존의 관습, 체계가 주입한 강제된 자유를 우리는 아무런 의심 없이 짊어지고 사니깐 말이다.  

 

우리는 애초부터 출발선이 다른 자본주의라는 게임에서 체제가 요구하는 끊임없이 노력하는 주체로 살아가지만 도착 순서는 정해져 있다. 우리도 그 결과를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지만 혹여나 하는 기대감에 체제 내 규칙하에 살아간다.

 

냉소주의가 시대정신이 되어버린 현재, 위선이란 행위는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방어 기제다. 자신의 상품성을 타자와 비교 측정하여 나의 현재 위치를 확인하고 불안한 미래를 대비하려는 대비책인 셈이다.

 

이러한 위선은 우리 실생활에서 그대로 적용된다. 

  저 사람은 지방대를 나왔으니 아무리 노력해도 나보단 아래야라며 나의 우월감을 드러내거나,그 사람은 명문대를 나왔으니 나보다 인정받겠군이라며 체념하며, 내 상품성의 순위를 확인하는 것이 그 예다. 즉 위선이란 행위는 자본주의라는 체계에서 자신의 생존의 담보하기 위한 최소한의 행위인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