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는 실재의 반영이지만 실재를 감추고 변질시키며, 실재의 부재를 감춘다. 이미지는 어떠한 실재와도 무방하며, 그 자체의 순수한 시뮬라크르다." (보드리야르,<시뮬라크르와 시뮬라시옹>

 

보드리야르의 말처럼 바야흐로 이미지의 시대이자, 모방의 시대다. 어디까지가 진짜 나이고, 어디까지가 현실인지 경계가 모호한 가상현실의 세계에 우리는 살고 있다. 대표적인 가상 현실 세계인 인터넷 공간에서는 간단한 포토샵으로 얼짱으로 재탄생할 수 있으며, 뛰어난 검색 능력과 교묘한 짜깁기로 탁월한 문장가로 거듭날 수 있다.

 

이미지로 먹고 사는 연예인들에게 이러한 가상 현실에서의 페르소나는 약이 될 수도 독이 될 수도 있다. 현실의 위선을 감추고 개념 연예인으로 거듭나기도 하며, 의미 없이 끼적인 멘션 하나로 인해 무개념 연예인으로 낙인 찍히는 사례를 흔하게 볼 수 있다. 그렇다고 현실에서 김장훈처럼 수억원을 기부하고, 차인표처럼 아이를 입양하는 것은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니다.  자신의 실체가 어찌되었든 간에 시뮬라크르의 세계에서 SNS를 활용해 개념을 탑재한 연예인으로 대중의 인식 속에 자리매김할 수 있는 방법을 몇 가지 소개하고자 한다.  

 

첫째, 국가에 충성하는 멘션은 필수다.

"국가는 지배계급의 이익을 관철시키는 도구다"라는 인식이 대한민국에 자리잡기에는 여전히 요원해 보인다. 37년 간 나라를 빼앗겼던 기억 때문인지, "국가에 대해 충성을 다할 것을 굳게 맹세합니다"라며 개인보다는 국가가 항상 우선시 되어야 한다는 이념을  끊임없이 주입시킨 지난 반세기 간 교육 때문인지, 우리에게 국가는 민족과 동일시되며 신성시 되기까지 한다

21세기에 접어들어 신자유주의와 세계화의 물결이 주류로 자리잡아 공식적으로 우리는 세계 시민의 지위를 획득했지만 역설적이게도 대한민국의 국가주의는 점점 강화되는 모양새다.

현실에서 생산과 사유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지 못하는 대한민국의 젊은이들이 국가주의처럼 자신의 자존감을 쉽게 높여 줄 수 있는 비합리적인 이데올로기에 경도된 탓이 커 보인다.*

이러한 절망적인 상황에 빠진 젊은 네티즌들을 공략하는 게 첫번 째 포인트다. 국가의 이익(국민의 이익이 아니다)에 반하는 글은 연예인의 생명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다. 반드시 국가에 호의적인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 국가의 행사가 있을 때 성공을 기원하는 멘션을 남기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군사주의 사회인 대한민국에서 국가와 군대는 불가분의 관계다. 그래서 남자 연예인에게 군대에 대한 의심/의구심은 그 어느 것보다 치명적이다. 현재 미필인 남자 연예인의 경우에는 '다른 연예인의 군 면제'등이 이슈화 되었을 때 반드시 현역으로 가겠다는 멘션 한번 정도는 날려야 의심을 사지 않는다. 여자 연예인의 경우 현충일, 국군의 날을 이용해 신성한 국방의 의무를 수행중인 군인 아저씨께 감사의 인사를 전하는 것은 군인 아저씨들의 지지와 네티즌의 찬사를 받는 손 쉬운 전략 중 하나다. 혹여 가끔씩 불거지는 군대 내 폭력에 대한 부정적 언사는 금물이다. 남자 연예인의 경우 병역 기피의 의심을, 여성 연예인에는 생각지도 못한 페미니스트로 오인받을 수 있다

 

둘째, 한민족에 대한 무한 애정은 드러내라.

한민족이라는 게 실존하는 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한반도에 살았던 대다수 인민들은 지난 수세기 동안 수 많은 외세의 침입으로 많은 고초를 겪었다. 일본은 이 민초들의 고통에 방점을 찍은 집단이라 볼 수 있다. 원죄를 가지고 있는 일본(명확하게 말하면 일본의 지배계급)이 반성의 기미도 없이 반복적으로 다케시마를 외치고 있으니, 그들을 향한 네티즌들의 분노는 일면 정당하다. 하지만 이러한 합당한 분노를 지배계급이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역사적 사례를 우리는 흔히 봐 왔다. 내부의 문제를 감추고, 내부 갈등이 원인을 외부의 적에서 찾는 전략은 내부 결속력을 다지는 가장 쉽고 효과적인 방법이기 때문이다.

우선 SNS를 통해 가장 만만한 일본을 타깃으로 하라. 그렇다고 시도 때도 없이 겨냥하면 안된다. 기회를 봐야 한다. 가끔씩 터져나오는 일본 우익 정치가의 독도 영유권 주장이 기사화 될 즈음 독도에 대한 무한 애정을 드러내는 유한 방식을 사용해라. 이러한 멘션은 특히 교포 출신의 연예인에겐 가장 효과적이다. 당신을 우리의 한민족으로 받아들이는 귀화증 역할을 톡톡히 해낼 것이다. 최근 이슈화된 이어도 분쟁과 관련하여 중국을 비난하는 멘션도 같은 메커니즘의 한민족 사랑법이라 볼 수 있다. 다만 현재 한류를 등에 엎고 중국, 일본 등지에서 열심히 활동 중인 분이라면 다른 방법을 활용해 보길 권한다. 괜한 역풍을 맞을 수 있다

 

셋째, 정치색을 띤 멘션은 절대 금물이다.

최근의 수많은 석학들은 현대 사회를  탈이념화된 시대라고 진단한지 오래지만, 현실의 대한민국은 여전히 냉전의 시대 한복판에 살고 있다. 정치, 사회, 문화, 경제, 예술 등 모든 분야에 걸쳐 진보와 보수의 대립은 치열하며, 두 이념 아래 합리적 담론은 기대하기 어렵다. 이런 이전투구의 장에서는 무색무취의 전략이 바람직하다. 사람들은 철저한 이데올로그인 당신을  원하지 않는다. 그게 좌든 우든 말이다. 사람들은 진흙탕 현실에서 잠시 도피할 수 있는 스크린이라는 공간에서 희로애락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가상 속의 당신을 원한다. 당신이 스크린을 벗어나 광장에 촛불을 들고 나올 경우 당신과 언제 거리두기를 할 지 모른다.  

이러한 연유로 만약 특정 이념적 사안이  팽팽히 대립되고 있을 경우 사안에 대한 명확한 진실이 밝혀지기 전이거나, 가치 판단이 필요한 사안이라면 언급을 자제해야 한다. 엉뚱하게도 종북 좌빨로 몰릴 수 있다. 정 참지 못하고 얘기하고 싶다면 최대한 정제된 보수의 언어(비폭력, 법질서 확립 등)가 유리하다고 할 수 있다. 진보적 발언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빨갱이라 몰릴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요즘과 같이 정권 말 레임덕이 가속화되고 정부에 대한 비판의 주류를 이룰 때는 보수의 언어가 자칫 현 정권을 옹호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사용해야 한다. , 레임덕 정권의 명백한 실정에 대한 비아냥 섞인 멘션은 적극 활용해도 좋다.

 

넷째, 인문학적 교양을 갖춘(것 같은) 멘션을 시의 적절하게 사용하라.

외모 뿐만 아니라 학벌도 경쟁력인 동시에 권력인 시대다. 판타지 스타에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무기다. 돌이켜 보면 학벌이 좋은 연예인 중 실제 그의 인문학적 교양과 학식과는 별개로 나쁜 결말에 이른 사람을 흔치 않다. 현실에서는 반대급부의 사례가 비일비재하지만 배운 사람에게 도덕성에도 후한 점수를 주는 우리 사회의 단면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뛰어난 학벌을 갖추지 못했더라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정보가 차다 못해 넘치는 지식정보화 사회에 우리는 살고 있다. 뉴스 기사를 통해 정치/문화/예술에 대한 관심을 놓지 말고, 인터넷 서점의 베스트셀러 코너를 통해 우리 시대의 키워드가 뭔지 끊임없이 관심을 가져라. 특히 베스트셀러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교양을 가장 쉽게 들어낼 수 있는 방법이다. 긍정의 바이러스를 발설하는 베스트셀러에 대한 멘션은 그 중 가장 효과적이라 할 수 있다. 역사적 위인이나 고인이 된 당대의 지식인/종교인의 기일에 맞춰 그들을 추억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런 교양 멘션이 차곡차곡 쌓이다 보면 당신은 교양을 갖춘 연예인으로 거듭날 수 있다.

 

이런 류의 메시지를 담은 SNS 멘션을 잘 활용하면, 기사거리를 찾아 헤매는 하이에나 기자들은 자신들의 미디어를 활용해 당신을 시나브로 개념 연예인 반열에 올려놓을 것이다

 

*장강명, <표백>, p197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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