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장하준 지음, 김희정.안세민 옮김 / 부키 / 2010년 11월
구판절판


이 책에서는 자유 시장 이론가들이 '진실'이라고 팔아 온 사실들이 꼭 이기적인 의도에서 만들어 낸 것은 아닐지라도 허술한 추측과 왜곡된 시야에 기초를 두고 있다는 것을 밝히고자 한다. 즉, 자유 시장주의자들이 말해 주지 않는 자본주의에 관한 여러 가지 중요한 진실들을 이야기하는 것이 내 목적이다.-14쪽

자유 시장 이데올로기 비판한다고 해서 자본주의 자체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나는 수 많은 문제점과 제약에도 불구하고 자본주의는 인류가 만들어 낸 가장 좋은 경제 시스템이라고 믿는다.-14쪽

<01. 자유 시장이라는 것은 없다>
정부는 언제나 시장에 개입하고 있고,자유 시장론자들도 다른 모든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정치적이다. 객관적으로 규정된 자유시장이 존재한다는 신회에서 벗어나는 것이야말로 자본주의를 이해하는 첫걸음이다.-19쪽

<01. 자유 시장이라는 것은 없다>
자유 시장도 그런 식이다. 일단 특정 규제의 정당성을 완전히 받아들이고 나면 그 규제의 존재 자체를 의식하지 못하게 된다. -22쪽

<01. 자유 시장이라는 것은 없다>
다른 사람들의 논리는 순전히 정치적인 반면 자신들의 논리는 객관적인 경제학적 진실이라고 우기지만, 그들 역시 자신들이 반대하는 사람들만큼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행동하는 것이다. 시장은 객관적이라는 환상에서 벗어나는 것이야말로 자본주의를 이해하기 위한 첫걸음이다. -31쪽

<02>기업은 소유주 이익을 위해 경영되면 안 된다.
주주들이 법적으로 기업의 주인일지는 몰라도 그들은 기업의 이해 당사자 중에서 가장 손쉽게 빠져나갈 수 있고, 따라서 기업의 장기 전망에 가장 관심이 없는 집단이다. 보유 주식을 다 팔 경우 해당 기업이 위기에 빠질 정도로 지분이 많은 대주주 외에는 주식을 팔고 떠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주주들을 위한 기업 경영이 결국 장기적인 성장 잠재력을 약화시키는 것이다. -32쪽

<02>기업은 소유주 이익을 위해 경영되면 안 된다.
전문 경영인과 주주들 간에 결성된 이 '비신성 동맹'은 기업의 기타 이해 당사자들은 착취한 자금으로 유지되었다. 일자라는 무자비할 정도로 줄었고, 수많은 노동자들은 일단 해고당한 뒤 더 낮은 임금에 복지 혜택도 거의 없다시피 한 비(非) 노조원 자격으로 재고용되었다. -40쪽

<02>기업은 소유주 이익을 위해 경영되면 안 된다.
최악의 문제는 주주 가치 극대화가 심지어 해당 기업도 전혀 이롭지 않다는 것이다. 기업이 수입을 늘리기는 대단히 어렵다. 따라서 이윤을 극대화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고용을 줄여 임금 지출을 삭감하고, 투자를 최소화하여 자본 지출을 줄이는 식으로 비용 지출을 최대한 낮추는 것이다. -42쪽

<02>기업은 소유주 이익을 위해 경영되면 안 된다.
문제는 주주들이 기업의 법적 소유주이기는 하지만, 불행하게도 여러 이해 당사자 중에서 기업의 장기적 생존에 제일 관심이 없는 집단이라는 사실이다. -43쪽

<03. 잘사는 나라에서는 하는 일에 비해 임금을 많이 받는다.>
잘사는 나라와 못사는 나라의 임금 격차는 개인의 생산성이 달라서가 아니라 각 정부의 이민 정책 때문에 생기는 것이다. 부자 나라의 부자들이 개인적으로 특별히 잘나서 그런 것이 아니다. 이들의 높은 생산성은 단지 역사적으로 축척해 온 다양한 제도들 덕분일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진정으로 공평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사회 구성원 모두가 개인이 가치에 맞는 임금을 받고 있다는 잘못된 신화를 깨뜨려야만 한다. -47쪽

<03. 잘사는 나라에서는 하는 일에 비해 임금을 많이 받는다.>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가난한 나라의 평균 국민소득을 끌어내리는 것은 빈곤층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가난한 나라의 부자들이 모르는 게 있다. 바로 자기 나라가 못사는 이유가 빈곤층 때문이 아니라 자기 자신들 때문이라는 사실이다. -54쪽

<03. 잘사는 나라에서는 하는 일에 비해 임금을 많이 받는다.>
간단히 말해 가난한 나라의 가난한 사람들은 부자 나라의 동일 직종 종사자들과 붙여 놓아도 지지 않는다. 정작 자기 몫을 하지 못하는 것은 가난한 나라의 부자들이다. 상대적으로 낮은 그들의 생산성 때문에 나라가 가난하다는 말이다. 따라서 가난한 사람들 때문에 나라가 가난하다는 부자들의 불평은 얼토당토하지 않다. 가난한 사람들이 자기 나라 전체를 끌어 내린다고 불평하기 전에 가난한 나라의 부자들은 왜 부자나라의 부자들처럼 자신들이 나라 전체를 끌어올리지 못했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55쪽

<05. 최악을 예상하면 최악의 결과가 나온다.>
우리가 추구해야 할 경제 제도는 사람들이 이기심을 지닌 존재라는 것을 인정은 하되 인간의 다른 본성들을 모두 활용하고 사람들이 최선의 행동을 할 수 있도록 격려하는 제도일 것이다. 결국 최악의 행동을 기대하면 최악의 행동밖에 나오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69쪽

<08.자본에도 국적은 있다.>
이런 모든 이유에서 높은 수준의 인적,조직적 역량과 적절한 제도적 여건이 필요한 고도의 기업 활동은 자국에 남게 된다. 자국 편향은 단순히 감정적인 애착이나 역사적 책임감 때문에만 생기는 것이 아니라 명확한 경제적 이유도 있다. -117쪽

<08.자본에도 국적은 있다.>
만일 어느 외국 기업이 같은 산업 분야에 해당하는 국내 기업을 장기적인 계획을 가지고 인수하려는 것이라면 이 외국 자본이 국내 사모펀드보다 더 낫다. 하지만 다른 조건이 모두 같다면 국내 기업이 국가 경제에 더 바람직한 방향으로 행동할 확률이 더 높다. -123쪽

<09.우리는 탈산업화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 아니다.>
이른바 탈산업화 현상은 제조업 부문의 급속한 생산성 향상에 따라 제조업 제품의 가격이 상대적으로 하락하기 때문에 나타난 것이다. 따라서 부자나라의 국민들은 고용의 측면에서 보자면 '탈산업 사회'를 살아가고 있는지 모르지만, 생산의 관점에서 보면 이들 경제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중요성은 아직 '탈산업 사회'를 공언할 정도로 줄어들지는 않는다. -134쪽

<10.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잘사는 나라가 아니다.>
게다가 미국은 다른 선진국보다 같은 돈으로 더 많은 물건과 서비스를 살수 있는 이유는 이민이 많고 고용 조건이 열악한 덕에 상대적으로 서비스가 싸기 때문이다. -143쪽

<12.정부도 유망주을 고를 수 있다.>
가장 중요한 이유는 정부의 의사 결정권자들, 즉 정치인들과 행정 관료들은 이윤을 극대화하는 것보다는 권력을 극대화하는 데 더 신경 쓰고, 따라서 경제적 실효성보다는 가장 가시적이고 정치적 상징성이 높은 흰 코끼리 프로젝트를 선택하게 된다는 것이다. 게다가 정부 관료들은 '남의 돈'을 가지고 일하기 때문에 자신들이 추진하는 프로젝트의 경제적 성공 여부를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 -176쪽

<13.부자를 더 부자로 만든다고 우리 모두 부자가 되는 것이 아니다.>
1차 대전 직후인 1919년, 소련 경제는 엄청난 곤경에 빠져 있었다. 러시아 혁명의 지도자 레닌은 식량 생산이 정상화되지 않는 한 새로운 체제가 유지될 가능성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신경제정책을 추진했다. 이 정책의 핵심 내용은 농업 부문에서 시장 거래를 허용해서 농민들이 돈을 벌수 있도록 한 것이다. -185쪽

<13.부자를 더 부자로 만든다고 우리 모두 부자가 되는 것이 아니다.>
신경제정책을 둘러싸고 소련 공산당은 둘로 갈라졌다. 공산당 중에서도 더 좌파적 성향을 지닌 레온 트로츠키는 신 경제정책이 자본주의로 회귀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의 주장을 이론적으로 뒷받침한 사람이 독학으로 경제학을 배운 천재 경제학자 예브게니프레오브라젠스키였다. 프레오브라젠스키는 소련 경제를 발전시키려하면 제조업 부문의 투자를 늘려야 하낟고 주장했다. -185쪽

<13.부자를 더 부자로 만든다고 우리 모두 부자가 되는 것이 아니다.>
나는 왜 사람들의 뇌리에서 잊힌, 거의 한 세기 전 소련의 마크르스 경제학자에 대해 떠벌이고 있는 것일까? 그것은 바로 스탈린의 전략, 아니 프레오브라젠스키의 전략이 오늘날 자유 시장 경제학자들이 주장하는 부자들을 위한 정책과 놀랄 정도로 닮은 점이 많기 때문이다. -188쪽

<13.부자를 더 부자로 만든다고 우리 모두 부자가 되는 것이 아니다.>
고전파 경제학자들은 노동자들이 소득의 전부를 소비하기 때문에 국민소득에서 노동자들의 소득이 큰 부분을 차지할수록(즉 노동자들이 임금을 많이 받을수록)투자와 경제 성장은 위축될 것이라고 보았다. -189쪽

<13.부자를 더 부자로 만든다고 우리 모두 부자가 되는 것이 아니다.>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방식으로 추진되기만 한다면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소득 재분배'가 경제 성장까지 촉진한다고 믿을 만한 근거가 많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오늘날과 같은 불황기에 경기를 활성화시키는 최선의 방법은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소득 재분배'이다. 소득이 적을수록 가용 소득에서 더 많은 몫을 지출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196쪽

<15.가난한 나라 사람들이 부자 나라 사람들보다 기업가 정신이 더 투철하다.>
한 나라가 번영하기 위해서는 국민 개개인의 노력이나 재능보다 공동체 차원에서 효율적인 조직과 제도을 마련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영웅적인 기업가들이 등장하는 신화를 거부하고 집단 차원의 공동체적 기업가 정신을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조직과 제도를 마련하도록 돕지 않으면 가난한 나라들이 빈곤에서 완전히 벗어나기란 불가능하다.-222쪽

<16.우리는 모든 것을 시장에 맡겨도 될 정도로 영리하지 못하다.>
이렇듯 금융 경제학 분야의 노벨상 수상자, 은행장, 날고 긴다는 펀드매니저, 명문 대학과 세상에서 가장 똑똑하다는 유명 인사들까지도 자신이 하고 있는 일 그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데 어떻게 인간은 합리적이라는 가정 위에서만 성립하는 경제학 이론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말인가. 결국 우리 인간은 시장에 모든 것을 맡겨도 될 만큼 똑똑하지는 않다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다. -230쪽

<16.우리는 모든 것을 시장에 맡겨도 될 정도로 영리하지 못하다.>
이렇게 세상이 복잡하고, 세상을 이해하는 우리의 능력도 그렇게 제한되어 있다면 도대체 무엇을 할 수 있다는 말인가? 허버트 사이먼의 대답은 우리가 해결해야 하는 문제의 범위와 복잡성을 줄이기 위해 선택의 자유를 의도적으로 제안하자는 것이다. -232쪽

<16.우리는 모든 것을 시장에 맡겨도 될 정도로 영리하지 못하다.>
우리에게 규제가 필요한 이유는, 정부가 당사자인 경제 주체들보다 관련 상황을 반드시 더 잘 알기 때문이 아니다. 규제의 필요성을 받아들이는 것은 우리의 제한된 정신적 능력에 대한 겸허한 인정인 것이다. -237쪽

<17.교육을 더 잘 시킨다고 나라가 더 잘살게 되는 것은 아니다.>
이 나라의 고등 교육 현실은 영화관에서 화면을 더 잘 보려고 자리에서 일어서는 장면을 생각나게 한다. 한 사람이 서기 시작하면 그 뒷사람도 따라서 서게 되고, 그러다가 일정 비율 이상의 사람들이 결국 모두가 서서 영화를 보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말이다. 영화관에 있는 사람들은 이제 화면을 더 잘 볼 수도 없으면서 앉아서 보지도 못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249쪽

<20.기회의 균등이 항상 공평한 것은 아니다.>
모든 것을 사회 경제적 환경에 돌리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지만 할리우드 영화들이 즐겨 이야기하는 것처럼 자기 자신을 믿고 열심히 노력하면 뭐든 이루지 못할 것이 없다는 생각 또한 말도 안 되기는 마찬가지다. 기회이 균등은, 그것을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이 없는 사람한테는 아무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285쪽

<21.큰 정부는 사람들이 변화를 더 쉽게 받아들이도록 한다.>
1997년 아시아 금융 위기로 인해 이른바 '기적의 성장기'가 끝난 이후 한국은 온정주의적 정부 개입 정책을 포기하고 무한 경쟁을 강조하는 시장 자유주의를 채택했다. 노동 시장의 유연성을 높인다는 명분 때문에 직업의 안정성이 급격하게 떨어지면서 수백만 명의 노동자들이 임시직으로 일하게 되었다. 아이러니컬한 사실은 아시아 금융 위기 전에도 한국은 비정규직 노동자가 50퍼센트에 육박해서 선진국 중 가장 노동 시장이 취약한 나라로 꼽혔다는 점이다. 거기에 더 자율화를 했으니 이 비율은 이제 60퍼센트 선에 달한다. -293쪽

<21.큰 정부는 사람들이 변화를 더 쉽게 받아들이도록 한다.>
노동자들에게 제2의 기회를 준다는 의미에서 복지 정책은 노동자를 위한 파산법이라고 볼 수 있다. 파산법이 기업가들로 하여금 위험을 더 적극적으로 감수하게 해 주는 것처럼, 복지정책은 노동자들이 변화에 더 개방적이고, 그에 따른 위험을 더 기꺼이 감수하는 태도를 갖도록 해준다. -297쪽

<21.큰 정부는 사람들이 변화를 더 쉽게 받아들이도록 한다.>
차를 빨리 몰 수 있는 것은 브레이크가 있기 때문이다. 브레이크가 없다면 아무리 능숙한 운전자라도 심각한 사고를 낼까 두려워 시속 40~50킬로 이상 속도를 내지 못할 것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실업이 자기 인생을 망치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면 사람들은 일자리를 잃고 새로운 기술을 습득하는 것을 훨씬 더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큰 정부가 사람들을 변화에 더 개방적으로 만들고, 그에 따라 경제도 더 역동적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에서이다. -300쪽

<22.금융시장은 보다 덜 효율적인 필요가 있다>
결국 이른바 금융 혁신의 결과는 실물 자산이라는 기초 위에 금융 자산이라는 빌딩을 높게 쌓아 올린 끝에 전체 건물이 흔들리는 꼴이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고 더 심각해진다. 금융 상품의 경우 '파생'이 되면 될수록 금융 상품을 궁극적으로 떠받치는 실물 자산과의 거리도 멀어지며 이에 따라 점점 더 파생 금융 상품의 정확한 가격을 매기기가 힘들게 된다. -3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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