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년도 들어서 <경계도시 2>, <예스맨 프로젝트> 등 다큐멘터리는 재미있게 본 게 몇 편 있었으나, 극영화 중에는 딱히 인상에 남는 영화가 없다. 특히 한국영화는 더더욱. 하지만 기사를 통해 보니 '5월 풍작' 이라 할 만큼 기대되는 한국영화가 제법 많다. 

1. <하녀>, 임상수 감독, 전도연, 이정재, 서우 주연/5-13일 개봉

  

직역하면 '아래 여자'라는 뜻의 <하녀>. 그 제목 안에 영화의 내용과 성정이 흠뻑 묻어난다. 한국영화의 신화같은 존재라 할 수 있는 김기영 감독의 1960년대 작품을 임상수 감독이 리메이크 했다. 원작인 <하녀>를 본 기억이 있다. '주인과 하녀의 정사'란 단순한 주제를 가지고 집이란 한정된 공간에서 벌이는 탄탄한 스토리와 치정극에 어울리는 강렬한 음악, 여주인공 이은심의 광기어린 연기, 화면 곳곳의 뛰어난 미쟝센 등 보는 내내 감탄이 절로 나왔다. 왜 김기영 감독이 한국영화의 대부 칭호를 받는지 알 수 있는 영화였다.   

이렇게 한국영화의 기념비적인 작품을 리메이크 한다니 임상수 감독, 부담감 만만치 않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뛰어난 원작을 넘어서는 리메이크 작품은 드문 게 영화판의 정설이기에 이번 작품도 잘해야 본전인 것이다. 리메이크의 목적이 단지 김기영 감독에게 바치는 오마주에 그치기엔 원작의 위엄과 상징성이 크다. 이러한 이유로 일부 영화평론가들은 리메이크 자체에 대한 회의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나름 이슈가 되었던 <눈물>이라는 장편으로 데뷔를 한 임상수 감독. 남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나에겐 그의 필모그래피 전체적으로 그리 나쁘지 않았다. <눈물>, <조용한 가족>, <그때 그 사람들>, <오래된 정원>, 신작 <하녀>까지. 실험성 강한, 파격적인 소재의 영화로 독자보단 평론가들의 시선을 끌었다. 개인적으로는 <조용한 가족>과 <그 때 그 사람들>을 재미있게 봤는데, 특히 <그 때 그 사람들>의 카메라 워크와 안가의 비주얼, 그리고 한석규의 연기가 기억에 남는다.   

뚜껑은 열어봐야 알겠지만  임상수의 연출력과 '칸의 여왕' 전도연의 연기만으로도 개봉이 기다려지는 영화 중 하나다.  

2. <하하하>, 홍상수 감독, 김상경, 유준상, 문소리 주연/5-5일 개봉 

한국 리얼리즘 영화의 보물, 홍상수가 돌아온다. 잊을만 하면 찾아와 사람들의 위선을 까발리고, 속물근성에 렌즈를 들이대는 홍 감독님. 그 존재만으로도 가치가 있는 작품. 이번 영화는 그의 전작에 출연했던 배우들이 총출동하는 모양새다. 김영호, 김상경, 유준상, 문소리, 심지어 <생활의 발견>의 예지원까지. 김태우는 다른 일정이 있어 바빴던 것일까?  전작 <잘 알지도 못하면서> 처럼 유쾌하고, 화면 속 풍경이 아름다웠으면 하는 작은 소망이 있다. 아, 배경이 통영이라니 두번 째 소망은 벌써 이루어진 셈.



 

3. <시>, 이창동 감독, 윤정희 주연/5-13일 개봉 

말이 필요없는 장관님 이창동 감독. 그의 소설 <녹천에 똥이 많다>를 읽고 문학가로서의 이창동도 좋아하게 됐다. 이번 영화의 소재가 시라니 흥행은 접고 들어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만(제작자에게 경의를!) 문학과 영화, 그의 두 전공 분야를 한꺼번에 버무리니 명작이 탄생하지 않을까 기대된다. 그는 언제나 나의 기대를 저버린 적이 없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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