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시절 읽었던 <다시 쓰는 한국 현대사>의 미국판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다시 쓰는 한국 현대사>와 이번에 읽은 하워드 진 교수의 <살아있는 미국 역사>의 주인공은 그 동안 주류 역사서에서 한번도 주연 아니 심지어 조연의 자리도 차지하지 못해봤던 민중이다.   

 

 

 

 

 

 

 

<살아 있는 미국 역사>란 언제나 다수였지만 소수자 취급받던 흑인, 여성, 노동자의 투쟁기의 다른 말이다. 기존의 미국 역사서의 주인공이 아메리카의 선구자인 크러스토퍼 콜럼버스였다면, 이책의 주인공은 바하마제도에서 콜럼버스를 환대한 아라와크족이다. 아라와크족에게 콜럼버스는 우리가 그동안 배워왔던(혹은 인지하고 있던) 영웅이 아닌 외부 침입자였으며, 자신들의 고유 문화를 파괴하고 자신의 종족을 몰살한 살인자에 불과했다. 

저자는 지배권력 중심의 역사서에 길들여진 독자에게 새로운 시각으로 미국의 역사를 논한다. 하워드 진 교수는 노예 해방은 링컨이 이루어 낸 업적이 아니라 수 많은 흑인 노예들이 수 십년 간 피로 이루어 낸 결과물이라고 말하며, 우리가 그렇게 추앙해 마지하지 않는 독립선언서가 실은 자신들의 강력한 중앙정부를 구성하기 위한 목적을 위해 55명의 특권층 백인 남성이 작성했다는 사실을 설파한다. 

옮긴이의 말처럼 하워드 진 교수가 이 책에서 독자들에게 강조하고 싶은 것은 바로 <주체 의식>이다. 민중이 주체의식을 가지지 못한 사회는 더 이상 민주주의 사회가 아닌 것이다. 지배는 소수인 그들이 아니고 우리가 하는 것이다.     

콜럼버스부터 조지 부시까지 사건 위주로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어 읽기가 수월했지만 책의 전체적인 흐름이 단편적이었다는 건 부인할 수 없다. <미국 민중사 1,2>의 요약본으로 출판된 태생적 한계라고 생각된다. 조만간 <미국 민중사 1,2>도 구매해서 읽어봐야겠다. 내 안에서 잠 들어 있는 사자를 깨우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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