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프랑스 작가 <르 클레지오>가 좋아하는 한국 작가 중 한명이라 손꼽은 이승우의 단편집이다. 문학적 조예가 깊지 못해 작년에서야 그의 대표작인 '생의 이면'을 뒤늦게 접할 수 있었다. 하지만 '생의 이면'을 읽고 나서 단박에 치밀하고 세밀한 문체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인간 내면 깊숙히 파고드는 그의 촉수와 같은 섬세한 텍스트는 윤대녕의 그것을 보는 듯 했다.

 

 

 

 

 

 

 총 8편으로 구성되어 있는 단편은 각기 다른 내러티브 지녔지만,  "과거 기억의 집요함에 사로잡힌 사람들의 이야기" 로 그 주제는 동일하다 할 수 있겠다.

<심인 광고>를 포함한 작품집 속 등장인물들은 과거 자신에게 엄청난 영향을 끼쳤던 기억에서 한치도 벗어나기 못하고 그 영향 아래 살고 있다. 주인공들은 어느 과거의 기억에 볼모로 잡혀 그 당시 기억에 소환 당해 살고 있는 것이다. 치명적인 기억을 떨쳐내려 하지만 과거는 사라지지 않고 "기억의 형태로 화석화되었다가 어느 순간 발굴"된다. 치명적인 기억(좋지 않은 기억은 특히 그렇다)이란 바이러스는 몸 속에 잠복해 있다가 시간의 흐름과 함께 선명해지고 단단해져 간다. 일상에선 사라진 듯 보이는 이 기억은 죽음을 앞 둔 순간에 비로소 그 정체를 드러내며 주인공들을 괴롭힌다. 

과연 죽기 직전에는 후회스러운 회한의 기억만 떠오를까 하는 의문이 한편으로는 들지만 그게 바로 인간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죽기 직전에도 딸에게 진실을 말하지 못하고 자기방어기제를 발휘하며 생을 마감하는 <심인광고> 속 주인공이 바로 우리 자신의 모습이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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