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같은 가을이 

                   - 최승자 - 

개 같은 가을이 쳐들어 온다.   

매독 같은 가을, 

그리고 죽음은, 황혼 그 마비된 

한쪽 다리에 찾아온다. 

 

모든 사물은 습기를 잃고  

모든 길의 경계선이 문드러진다. 

레코드에 담긴 옛 가수의 목소리가 시들고 

여보세요 죽선이 아니니 죽선이지 죽선아 

전화선이 허공에서 수신인을 잃고 

한번 떠나간 애인들은 꿈에도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그리고 그리고 괴어 있는 기억의 폐수가 

한 없이 말 오줌 냄새를  풍기는 세월의 봉놋방에서 

나는 부시시 죽었다 깨어난 목소리로 묻는다 

어디 만큼 왔나 어디까지 가야 

강물은 바다가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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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쉽지 않은 계절이지만, 이런 근사한 시를 보게 하는, Henri Seroka의 음악을  

듣게 하는 감성 충만의 계절인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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