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쟈의 인문학 서재 - 곁다리 인문학자 로쟈의 저공비행
이현우 지음 / 산책자 / 2009년 5월
품절


고전을 읽는 것은 '그들의 문화'를 읽는 것이 아니라 시간적 간격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문화' 에 '우리의 문화'를 견주는 것이며, '우리의 문화'속에 아직 숨쉬고 있는 그들의 '살아 있는 유산'을 인지하는 것이다.-27쪽

자기 자식(프롤레스)밖에는 내놓을 게 없는 사람을 '프롤레타리우스 proletarius'라고 불렀다 한다.-29쪽

모든 독서는 저마다 무언가에 대하 저항행위다." - 다이엘 페나크 - ,[소설처럼]-30쪽

책읽기의 즐거움은 쾌락이 아니라 향락이다.-32쪽

"나는 양식을 파괴한다. 아니 파괴를 양식화한다." - 황지우 --41쪽

인간이라는 종의 사회주의적 종자 개량이 뜻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일은 꼬이기 시작한다.-45쪽

그 기다림 속에서 '완전한 사회주의', 즉 공산주의는 점차 고도 Godot 를 닮아갔고, 소비에트 사회는 점차 부조리한 사회로 변모해갔다. 그러는 사이에 간혹 '수용소군도'의 생활이 폭로되고, '인간의 얼굴을 한 사회주의'에 대한 요구가 제기됐다. 그것이 몰락의 징후였던가? 아니면 값싸고 통속적인 인간적 자질이란 것이 떨쳐내야 할 부루주아적 속성이 아니라, 끝내 떨쳐낼 수 없는 인간본성의 일부였던 것일까?-46쪽

현실 사회주의의 몰락/해체로 인하여 많은 '스키'들이 잠적하거나 침묵했지만, 입에 총을 물고 '탕!' 했다는 소식은 들어보지 못했다. 그저 모두들 보무도 당당하게 공공화장실을 찾아 들어가 시원하게 오줌 한번 갈기고 너무도 자연스레, 생리적으로, 주식에 재미를 붙이고, 벤처로 떼돈을 벌면서 자본주의에 적응해갔다. 비록 러시아 문학이 앙상한 뼈다귀만 남더라도 끝까지 갈만한, 갈 데까지 갈만한 '노인들'이 얼마나 남아 있을까?-53쪽

그가 쓴 건 에세이스트의 손가락이 쓴 역사 '에세이'고, 혹은 그에 대한 '판타지'거나 '모노드라마'들이다. 그건 박상륭의 '잡설'들이 '소설'이 아닌 것과 마찬가지다.-74쪽

언어를 다루는 일의 힘겨움을 생각한다면 등에서 식은 땀이 날 지경이다.-78쪽

그 허무주의는 결코 겉멋이나 잘난 체가 아니며, 젊은 치기나 늙은 달관도 아니었다.-80쪽

김훈의 문체가 아름답고 유장한 '유장 敗將의 문체'라면, 김규항의 문체는 '자객의 문체'다." 백전백패를 '자랑하는' '패장의 문체'와는 달리, '자객의 문체'는 '무엇을'에 '어떻게'가 복무하는 문체다. 마치 자토이치의 검술처럼, 그는 짧게 끊어서 군더더기 없이 급소만 공격한다. 그래서 그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을 때라도 그의 문장에는 매료되었다.-84쪽

유기체의 생존은 '항상성(호메오스타시스)'이라는 걸 조건으로 한다. 항상성이란 '기브 앤 테이크' 즉 주고받는타협을 통해서 유지된다.-86쪽

오늘의 정신, 신자유주의 정신은 어떤 것인가. 그것은 하루가 다르게 벌어지는 빈부의 격차를 당연시하는, 모든 경제적 실패를 노동자의 책임으로 넘겨지는, 아이들이 아파트 평수대로 신분을 나누는, 일류대학이 부자의 자식들로 채워지는, 오로지 돈이 사람의 가치를 결정하는, 부모가 자식에게 선생이 제자에게 올바로 살라고 가르치는 일이 자식과 제자의 인생을 망치는 일이 되는, 정신이다." - 김규항 --104쪽

힘없는 정의는 무기력하다. 정의 없는 힘은 전제적이다. 힘없는 정의는 반격을 받는데, 왜냐하면 항상 사악한 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정의 없는 힘은 비난을 받는다. 따라서 정의와 힘을 결합해야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정당한 것이 강해지거나 강한 것이 정당해져야 한다. - 데리다 , 법의 힘 -111쪽

언제나 그렇지만, 선정적인 건, '대상'이 아니라 그걸 바라보는 '시선'이다.-137쪽

자신의 판타지를 영화적 재료로 삼는다는 점에서 그는 우리 시대의 또 다른 '영화작가' 홍상수와 구별된다. 그럴 수밖에 없는 홍상수의 영화는 철저하게 판타지를 부정/거부하는 쪽으로 나아가는 것이기 때문이다.-163쪽

기본적으로 판타지란 디테일과 상호배제적이다.-163쪽

이 흉터들은 모두에게 보여지는 '아름다움'은 결코 갖지 못하는 지극한 '개인성'을 함축한다. 그것은 최소한으로 존재하도록 요구받지만, 한 인간의 삶에 대해서 최대한의 것을 말해줄 수도 있다.-188쪽

사실 종교사야말로 가장 인간적인 역사이면서 동시에 병리학사 아닌가?-204쪽

'현명함'이란 '살아남은 유치함'의 다른 이름이니까(때문에 '현명함'은 언제나 사후에 소급 적용된다. '현재의 현명함'이란 존재하지 않는다.-256쪽

조금 단순화시켜서 말하자면 문학이란 자연어를 낯설게 사용한 것이다. 그래서 지각을 지연시키는 것이다.-268쪽

오늘날 미국에 대한 문제는, 그것이 새로운 세계 제국이라는 것이 아니라 그렇지 않다는 것, 즉 그런척하면서도 무자비하게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민족국가로서 계속 행동한다는 것이다. - 지젝- -308쪽

이 세대의 작가들은 환멸과 냉소를 삶과 세계에 대한 주된 태도로 갖는 탈이념적 주인공들을 문학사에 등록시켰고, 이 나르시시스트 주인공들은 자신의 사회적 소외를 감내하면서 거창한 이념으로부터, 사회적 책임으로부터, 도덕적 명령으로부터 도주하거나 달팽이처럼 자신의 내면으로 기어들어갔다.-323쪽

작가 은희경의 데뷔작인 <새의 선물>을 지배하는 주제의식은 '환멸'이며, 이 환멸은 자기 자신에 대한 나르시시즘적 애착을 환멸의 예외적 대상으로 설정함으로써만 작동한다. 부정적인 세계 바깥으로부터 침해당하지 않는 '나'를 온전하게 정립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을 그것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325쪽

우리의 과제는 레닌이 1914년에 대응하여 한 일을 1990년에 대응하여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레닌을 반복해야 한다'고 말할 때 그 반복이 뜻하는 것은 레닌으로 다시 돌아가자는 것은 아니죠. 레닌을 반복하는 것은 레닌이 했던 것을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그가 실패한 것, 그가 잃어버린 기회를 반복하는 것이다. 덧붙여, '레닌'은 무엇보다는 현재 우리가 처해 있는 '사고 금지'의 상황을 중단시킬 강력한 자유를 의미합니다. '레닌'이란 기표는 우리가 다시금 사유하도록 허락받았다는 것, 바로 그것을 뜻합니다.-34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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