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주세요
쓰지 히토나리 지음, 양윤옥 옮김 / 북하우스 / 200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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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속의 '키다리 아저씨'에서 주디는 아저씨에게
자기 자신의 꿈과 희망을 일기처럼 빼곡히 적어 편지한다.

편지를 주고 받는 그때를 기억해보자.
그 아름다운 기다림, 편지지의 느낌, 그 사람을 닮은 글씨,
빨간 우체통에게 느껴지는 낯익은 친숙함..
우리는 모두 한때 그런것들을 사랑했었다.

인터넷과 이메일이 발달한 이 시기에
리리코는 모토지로에게 주디의 마음으로 편지한다.

모토지로는 키다리 아저씨이고,
빨간머리앤의 길버트이며, 캔디의 알버트 아저씨이다.

그래서 그는 리리카에게 아낌없이 애정을 담아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조언해주며 앞길을 제시해 주기도 한다.

고아로 자란 이 두 남녀의 우연한 펜팔에서,
인간이 느끼는 어쩔수 없는 외로움에 연민을 보내야만 했다.

모토가 없대도 리리카는 그에게 참 사랑을 받았으니,
이제 외로운 세상의 수많은 '그들'에게 그 마음을 돌려줘야할때!
'사랑을 주세요'



P.S : 꼭 원서로 읽고 싶은 소설.
펜팔을 해보고 싶게 만드는 소설.
남자가 쓴 너무나 여성스러운 소설.
홋카이도에 가서 케이블카를 타고 싶게 만들던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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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nda78 2005-08-28 0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모..모토벤님, 이 얼마만에 뵙는 건지.... @ㅂ@;;;
반가와요------!!!

motoven 2005-08-28 1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저를 알아보시다니..반갑습니다! ^^
 
나비 - 전경린 공명 산문집
전경린 글, 이보름 그림 / 늘푸른소나무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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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전경린이 글을 쓰고, 동양화가 이보름이 그림을 그린
여성에 의한, 여성을 위한, 여성의 책 '나비'

여자들의 생각들을 주저리 주저리 일기처럼 써내려간 이 책은,
읽는데 고작 두서너 시간밖에 걸리지 않지만,
예쁜 동양화와 책장의 여백에 시간을 멈춘다면
그보다는 조금 더 여유를 가지고 읽을 수도 있겠다.

많은 공감과 의미를 담긴 하였으되,
아주 커다란 임펙트는 없었다는 점에 조금 아쉬운 그림자를 남긴다.

마술적 사실주의의 소설들을 써내려가던 전경린을 생각하고
이 책을 집어 든다면 유보하시라고 말씀 드리고 싶은,
다소 전경린스럽지 않은 가벼운 글쓰기가 낯선 친근감을 주기도 한다는..

여기 그책의 일부분을 살짝 떨어뜨려둔다.



서른살 나비 - 세상은 외투처럼 벗고 입는것 (p66)

흔히들 더 선량하고 너그러운 사람들이 더 많은 사랑을 한다고
착각을 하지만 실은 정말로 사랑에 빠지고 사랑을 끝가지 하는
자들은 나쁜 사람들이다.

보다 덜 선량하고, 부도덕하고, 연약하고 이기적이고,
히스테릭하고 예민하고 제멋대로이고 불행하고 어둡고
자기도취적이고 집요함녀서도 변덕스럽고
독선적이고 질투하는 사람들.

어떤 점에선 열정이 없을수록 삶은 더 선량해진다.
사랑없이 못사는 사람과
사랑없이 사는 사람 중에 누가 더 나쁜 사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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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곤 실레, 벌거벗은 영혼 다빈치 art 11
구로이 센지 지음, 김은주 옮김 / 다빈치 / 200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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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곤실레는 누구인가? 라는 질문에 대해,
- 오스트리아 화가이다.
- 클림트의 제자이다.
- 28에 요절한 천재화가다.
- 발리 노이칠의 연인이며, 에디트의 남편이다.
- 性에 대해 너무나도 자유분방한 청년이다.
이렇게만 말할 줄 안다면 당신은 그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를 더 안다고 할것 같으면,
- 그는 왜 자화상을 그렇게 많이 그렸을까?
- 군상을 그리지 않았던 이유는 뭘까?
- 그림의 도구를 구아슈로 국한했던 이유는 뭘까?
- 그가 생각하는 性이란 무엇일까?
- 발리에 대한 사랑과 에디트에 대한 사랑의 차이점은 뭘까?
- 왜 풍경과 정물보다 인물에 더 치중했을까?
라는 질문에 대해서 깊게 생각해 보아야 할것이다.

나는 구로이센지가 쓴 <에곤실레, 벌거벗은 영혼>을 읽고, 보면서
다각형인 인생의 면모를 보았다.

사랑과 성, 자유와 억압, 자아성찰과 타인과의 대화..
에곤실레는 그림으로 이 모든것을 내게 말해주었다.

무덥게 찌는 한여름, 에어컨이 슬며시 돌아가는 도서관 안에서
책을 보면서 울컥하는 어떤 감정 때문에 마른 눈물을 삼켰던 일,
지하철에서 책장을 넘기다가 낯뜨거운 장면 때문에 남의 시선을 의식했던 일,
두고두고 그림을 머릿속에 남기려고 몇번이나 책장을 펄럭였던 일..
에곤실레를 생각하면 이런 일들이 오랜동안 기억에 남을테다.

끝으로 내가 느끼는
에곤실레의 벌거벗은 영혼은, 아름다운 프롤레타리아다!
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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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의 음악
폴 오스터 지음, 황보석 옮김 / 열린책들 / 200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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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팽의 피아노 곡이 무척이나 당겼다.
그래서 나는 부닌이 연주하는 쇼팽의 녹터언을 CD player에 걸어두고는
침대 머리맡에서 오래전부터 읽어 보려고 맘먹고 있던 이 책을 집어 들었다..

발단부분을 읽으면서는 늘상 접해오던 미국 문학스러움에 잠시 지루함마져 느꼈다.
돌연 상속을 받게 된 짐이 왜 앞날은 생각 않고,
하릴없는 돈을 낭비만 하면서 여행을 하는지 이해하기 힘들어서일지도 모르겠다.

짐이 전문 카드 도박사 잭을 만나고 이야기가 제대로 전개되기 시작하자
나는 이 소설에 슬슬 구미가 당겼다.

내가 모르는 남자들만의 내기의 세계인 포커판에 대해서,
그 한판의 게임에 건 짐과 잭의 운명이 궁금해지기도 해서였을것이다.

스토리는 서서히 써스펜스로 바뀌더니 계속해서 어떤 선택을 해야만 하는 상황으로 치닫는다.
게임의 참여 여부, 판돈 정하기, 웃돈 얻기, 빚지기, 빚갚기........
이런 여러갈래의 선택의 기로에 선 우리들의 짐과 잭은
음악처럼 우연히, 우연한 음악같이 선택한 길을 걷게 되는것이다.

빚을 갚기위해 갇힌 곳에서 일을 하는 그들의 모습은,
아베코보의 '모래의 여자'에서 모래마을에 잡혀 노동을 강요당하는
선생님의 모습과 묘하게 오버랩되었다.

그러나 우연의 음악에서 폴 오스터가 펼친 의문들은 결말이 되어서도 그 답을 찾을수가 없다.
잭의 생사여부, 노동 감독관의 진짜 정체, 창녀와 소년의 행동들,
그리고 결국 주인공인 짐 나쉬의 생사여부마저 독자는 알수 없게 된다.

다만 우리가 알수 있는것은 계속되는 의문들과 사건의 전개로
비상한 두뇌를 가진 작가의 천재성에 혀를 내둘러 도무지 책읽기를 중도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의문과 미궁 투성이의 사건만을 펼쳐둔채 책을 마친 폴오스터의 의도는 무엇이었을까?
문득 '세상은 메타포야'라고 말하던 다무라 카프카의 멘트가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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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하하는 저녁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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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반짝 반짝 빛나는' 에서 에쿠니 가오리는 쇼코-무즈키-곤을 둘러싼 삼각관계를
보통 사람이 이해할 수 없는 범주내에서 펼쳐 놓은 적이 있다.

그러나 그런 양상을 '낙하하는 저녁'에서 그녀는 또 한번 차용한다.
리카-다케오-하나코로 이어지는 지독한 삼각형의 고리..

이 책을 읽는 내내 참 외로웠다.
침대 위에서도, 소파 위에서도, 버스 안에서도
책을 펼치면 망부석이 되어버릴것 같은 시린 리카의 마음이,
촛점 없는 눈동자를 한 이상형의 여인을 하릴 없이 기다리는 다케오의 마음이,
사랑 할 수도, 받을 수도 없는 서걱거리는 심장을 가진 하나코의 마음이
하릴 없이 부표하는 연꽃잎 같아서 마냥 외로워졌다.

등장인물은 모두 어쩜 그렇게 중요한 사건을 사소하게 관망할 수 있는 큰 마음을 지녔을까?
비로소 친구가 생겼을때 자기를 놓아버렸던 하나코의 저의는 무엇이었을까?
깊고 깊은 허무로 채워진 이 소설의 그들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봐야할까?

덕분에 마음이 산란하다.
실연당한 여자의 슬픔을 함께 나누고 싶었는데,
그 외로움만 떠안게 생겼으니, 가을을 제대로 타보게 될지도 모르겠다..


작자 후기에서 그녀의 마음을 살짝 발췌해 보았다.

"마음이란 참 이상한 것입니다. 자기 것인데도 정체를 알 수 없어 때로 두렵기만 합니다.
내 마음은 저녁 나절에 가장 맑고 냉철합니다. 그래서 중요한 일은 저녁때 결정합니다.
나는 냉철함을 좋아합니다. 냉철하고 명석하고 차분하고 밝고,
그러면서도 절망하고 있는 것을 좋아합니다.
그런 작품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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