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팽의 피아노 곡이 무척이나 당겼다. 그래서 나는 부닌이 연주하는 쇼팽의 녹터언을 CD player에 걸어두고는 침대 머리맡에서 오래전부터 읽어 보려고 맘먹고 있던 이 책을 집어 들었다..
발단부분을 읽으면서는 늘상 접해오던 미국 문학스러움에 잠시 지루함마져 느꼈다. 돌연 상속을 받게 된 짐이 왜 앞날은 생각 않고, 하릴없는 돈을 낭비만 하면서 여행을 하는지 이해하기 힘들어서일지도 모르겠다.
짐이 전문 카드 도박사 잭을 만나고 이야기가 제대로 전개되기 시작하자 나는 이 소설에 슬슬 구미가 당겼다.
내가 모르는 남자들만의 내기의 세계인 포커판에 대해서, 그 한판의 게임에 건 짐과 잭의 운명이 궁금해지기도 해서였을것이다.
스토리는 서서히 써스펜스로 바뀌더니 계속해서 어떤 선택을 해야만 하는 상황으로 치닫는다. 게임의 참여 여부, 판돈 정하기, 웃돈 얻기, 빚지기, 빚갚기........ 이런 여러갈래의 선택의 기로에 선 우리들의 짐과 잭은 음악처럼 우연히, 우연한 음악같이 선택한 길을 걷게 되는것이다.
빚을 갚기위해 갇힌 곳에서 일을 하는 그들의 모습은, 아베코보의 '모래의 여자'에서 모래마을에 잡혀 노동을 강요당하는 선생님의 모습과 묘하게 오버랩되었다.
그러나 우연의 음악에서 폴 오스터가 펼친 의문들은 결말이 되어서도 그 답을 찾을수가 없다. 잭의 생사여부, 노동 감독관의 진짜 정체, 창녀와 소년의 행동들, 그리고 결국 주인공인 짐 나쉬의 생사여부마저 독자는 알수 없게 된다.
다만 우리가 알수 있는것은 계속되는 의문들과 사건의 전개로 비상한 두뇌를 가진 작가의 천재성에 혀를 내둘러 도무지 책읽기를 중도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의문과 미궁 투성이의 사건만을 펼쳐둔채 책을 마친 폴오스터의 의도는 무엇이었을까? 문득 '세상은 메타포야'라고 말하던 다무라 카프카의 멘트가 떠오른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