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선인장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사사키 아츠코 그림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3년 4월
평점 :
품절




'호텔 선인장'은 아파트이다.
아파트인데도 호텔이란 이름이 붙은 이 곳에는,
오이와 숫자2와 모자가 살고 있다.

운동을 좋아하고 깊이 사고하는걸 싫어하는 '오이'는
주유소에서 일하는 밝고 긍정적인 청년이다.

소심하고 예민하고 마음이 여린 '숫자2'는
관청에서 일하는 자몽쥬스를 즐겨 마시는 청년이다.

거북이 15마리를 키우며 살고 있는 '모자'는
'나중 일이야 내 알바 아니지만..'를 말꼬리에 붙이고 사는
책을 좋아하고 특별한 직업이 없는 청년이다.

이렇게 조금은 평범하고 다소 특이한 세 청년은
호텔 선인장에서 만나 우연한 우정을 만든다.

이 기이한 세 캐릭터는 각각의 혈액형 타입을 보는것처럼
개성이 뚜렷하고 세계관이 다르다.
(아마도 오이는 O형, 숫자2는 A형, 모자는 B형인듯 하다)

하지만 이들은 호텔 선인장에 모였으며, 친구가 되었다.

에쿠니 가오리가 동화처럼 들려주는 이 우화에는
어떤 철학이 있는것일까?

외롭게 살지만 인간미가 살아 숨쉬는 도시의 청년들의
사랑, 우애, 가족애, 일상, 취향등을 통해서
타인의 취향 인정하기, 있는 그대로를 사랑하기를
가르쳐주려 했던것은 아닐까?

1시간 30분만에 뚝딱 읽을 수 있는 양장본으로 된 180페이지에는
곳곳에 사사키 아츠코의 이국적인 실내를 그린 그림들이
뽀빠이 과자 속에 들어있던 별사탕처럼 기쁨을 주고 있다.

지금은 없어진 호텔 선인장.
오이와 모자, 그리고 숫자2는
이제는 한곳에서 함께 살 수 없지만
언제까지나 아름다운 추억을 가지고 즐겁게 살았으면..
그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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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꽃보다 아름답게 하는 사랑
에쿠니 가오리. 쓰지 히토나리 지음, 김난주. 양억관 옮김 / 동방미디어 / 2004년 5월
평점 :
절판


 

냉정과 열정사이의 블루와 로쏘편을 공동 집필한
츠지 히토나리와 에쿠니 가오리가 사랑에 대한
에세이를 서간체 형식으로, 또한 일기 형식으로
주거니 받거니 써내려갔다.

지극히 평범한 이야기여서 밍숭맹숭하기도하며,
또한 그런면이 내 생각을 말해주는 것 같아서
빙그레 미소 지어지기도 한다.

두 소설가의 소설에서의 역량을 기대하시는 분들에게는
별로 권하고 싶지 않은 정말 심플한 에세이집!!



연애는 특별해요!
내 생각에 연애의 적(敵)은 '정론'(正論). '정론' 따위는 엉터리!
올바른 것은 답답해요. 그야 당연히 답답하지 않은 편이 좋지요.
그러니까 연애에 빠지고 나는 올바르지 않은 편이 좋아요.
나는 상대를 속박하고 지배하고 의존하고
또 상대는 나를 속박하고 지배하고 의존하고 그런 것이 좋아요.
P219 (에쿠니가오리)



이성뿐만이 아니라 동성에게 배신당하고
동료에게 배신당했을 때 어떻게 대처하면 좋은지 처음에는 심각하게 고민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회피하는 방법을 배웠습니다. 액땜이라고 생각하는 방법이지요. 나쁜 일, 불쾌한 일은 모두 액땜이라고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그 후에는 좋은 일도 있고 진실한 사람과의 만남이 있을 터이기 때문입니다. 정말 편리한 생각이지요. 나는 배신당하는 것도 인생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나를 배신한 인간은 신이 내 인생을 위해 보내 준 교육자라고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을 용서하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P236 (츠지 히토나리)



사람은 늘 고독하고 처음에는 사람을 믿지 않지요.
하지만 누군가를 진심으로 믿게 되면 완전히 무대를
다른 곳으로 옮기게 되니까 절대 되돌아갈 수 없어요.
설사 그 상대가 거짓말을 하든 배신을 하든 일단 누군가를
진짜 믿게 되면 - 누군가를 진심으로 사랑한다는 말로 바꿔도
상관 없어요- 처음으로 돌아갈 수 없는 것처럼 말이에요.
P238 (에쿠니 가오리)



땅에 묻히지 않겠다면 죽어서 화장을 한 다음
어떻게 할 생각이냐고 묻는 사람이 많습니다.
나는 내 뼈를 가루로 만들어 마지막에
나와 같이 산 여자가 허락한다면
그 사랑하는 여자의 뼈와 섞어 동그란 공을 만들어서
태평양 같은 데 던져 주기를 바랍니다.
지중해건 대서양이건 바다면 됩니다. 이 별에서 만나,
이 별로 돌아갑니다. 그것도 두 개의 혼이 하나가 되어 돌아가니,
연애하며 살리라 다짐한 내게는 더 없이 이상적인
무덤이 될 것 같습니다.
P255 (츠지 히토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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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푸트니크의 연인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이정환 옮김 / 자유문학사 / 199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두번 읽을 필요가 없는 책은 한번 읽을 필요도 없다"고
괴테가 말했지만, 같은 책을 두번 읽는다는것은 좀처럼
쉬운일이 아니다.

한번 알아버린 스토리를, 문장을 곱씹는다는것은
그만큼의 깊이와 철학과 미려함이 포함되어 있는것이 아니면
곤란하다는 얘기!

이제는 문학계에서 바로 전 세대의 바람이 되어 버렸을지도 모르는
하루키 열풍은 아직도 낮은 바람으로나마 소소히 불고 있고,
데운 우유처럼 부드러우나 또한 사막의 모래바람처럼 날카로운
회초리같은 그의 미문은 동질감을 이끌어내기에 충분하다.

<스푸트니크의 연인>은 그런 의미에서 지금까지 네번을 읽었다.

'나'와 스미레의 안타까운 거리감이 좋아서..
뜨거운 여름 그리스 어느 섬에 가 있는듯한 느낌을 받을수 있어서..
나, 스미레, 뮤 세사람이 이루고 있는 삼각형의 대화법이 좋아서..
하루키의 음악에 대한 문학에 대한 지성미에 감탄할 수 있어서..

진정한 사랑이란 무엇인가?
나를 지키는 힘은 무엇인가?
무엇이 나로하여금 혼자가 아니게 하는가?
이 세상에 단 한명이라도 마음을 다하여 나눌수 있는 대상이 있나?

이런 의문들이 책을 덮는 그때까지도 뇌리에서 맴돌아
특별한 답을 주고 있지 않다.

아무래도 몇번은 더 읽어야 깨닫지 않을까?
아니면 얼마는 더 살아봐야하나? ^^;



누군가를 사랑한 적은,
누군가를 진심으로
사랑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어요 (217P, 뮤의 고백)


내게는 아무도 없다.
내게는.....
나밖에 없다
늘 그렇듯이 (107P, '나'의 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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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코
무라카미 류 지음, 양억관 옮김 / 민음사 / 1997년 8월
평점 :
품절


섹스와 SM 이야기를 주로 써오던 무라카미류가
그것들은 아예 차치해 두고 소설을 썼다니 믿기 어려웠다.

군인으로 일본에 왔던 쿠바계 미국인 호세 페르난도 코르테스에게
차차차를 배운 교코는 춤이란 것을 가르쳐줬던 그를 잊지 않고
저 멀리 미국땅까지 찾아가 은혜를 갚는다.

모든 사람들이 좋아하는 교코의 이미지는 <캔디>를..
차차차, 룸바, 맘보같은 춤 이야기는 <쉘위댄스>를..
병자를 이끌고 먼거리 여행을 떠나는 줄거리는
아사다 지로의 <천국까지 100마일>을...
줄거리를 이끌어 나가는 방식과 느낌은
폴 오스터 소설을 닮았지만,,

1장에서 13장으로 이루어진 단락을
이런 저런 사람의 시각으로 써나간 소설방식은 나름 재밌다.

양장본으로 이뤄진 200여 페이지의 작은 책에는
세상사람 누구나 좋아하는 교코의 순진 무구한 마음과
춤에 대한 열정과 아름다운 미모에 대한 찬사가 늘어져있다.

마음 먹고 읽으면 1시간이면 족히 읽을만한 활자를 읽는데
3주가 걸린건 책을 펼치면서 드는 수많은 마음의 분산이었을게다.

이제 가을.
아마도 1년중 가장 책 읽기 좋은 때에 시간을 놓치고 있다.
정진해야지..
목표를 정하면 곧바로 달려가는 교코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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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 준비는 되어 있다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4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에쿠니 가오리의 단편 컬렉션.
그녀 특유의 허무가 뚝뚝 떨어지는 12편의 단편들이
외롭게 옹기종기 모여있다.

가끔 단문일지라도 묘한 표현력에
짧은 활자를 오랜동안 들여다보며 되새길만한 글귀들이
여기저기 박혀있다.
연인의 눈에 박혀있는 오묘한 사랑스러움처럼..

이 단편들은 주로 '사랑'과 '관계'에 대한 이야기다.
사랑해야할 사람들..
사랑이 끝난 사람들..
사랑할 수 없는 사람들..
그들의 연결 고리와 그것을 끊을만한 힘에 대한..

그녀의 장편처럼 강인한 매력은 결여되었을지언정,
이 단편들도 그닥 나쁘지만은 않다.
다만, 다 비슷한 모양으로 자라있어
어느 하나 제 목소리를 제대로 내지 못한다는 아쉬움만 남을뿐.



1. 전진 또는 전진이라 여겨지는 것
2. 뒤죽박죽 비스킷
3. 열대야
4. 담배 나누어 주는 여자
5. 골
6. 생쥐 마누라
7. 요이치도 왔으면 좋았을걸
8. 주택가
9. 그 어느 곳도 아닌 장소
10. 손
11. 울 준비는 되어 있다
12. 잃다


- 굵은 글씨는 특히 매력 있는 단편들이다.
어쨌건 개인 취향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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