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을 뜨개하는 남자 - 뜨개실 시장을 제패한 사나이의 인생역정
조성진 지음 / 유아이북스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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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센트를 너무 사랑해서 처음으로 만들었던 털실의 이름을 빈센트로 지었고 그 털실을 태국과 미국에 수출하는 성과도 올렸습니다. 제게는 너무도 큰 빈센트의 존재였기에 망설였습니다.


아빠의 꿈을 알고 있었던 큰 아이는 "왜 안 들어가요?"라고 제게 물었습니다. 저는 큰아이와 함께 국립미술관 주변을 세 바퀴 돌면서 설레는 가슴을 진정시켰습니다. 그리고 나서야 입장할 수 있었습니다. 아홉 살 때 꿨던 꿈을 마흔 두 살이 되어서 현실로 이룬 순간이었습니다.


가장 보고 싶던 그림인 '감자를 먹는 농부들' 앞에 섰습니다. 그 앞에서 아홉 살 때 느꼈던 감동과 흥분을 기억하려고 했습니다. 수도 없이 상상했던 날이었기에 저는 너무 설레서 빈센트의 그림을 보는 순간 눈물을 흘릴 거라고 예상했습니다. 하지만 막상 그림 앞에 섰을 때 제 예상은 빗나갔습니다.


생각했던 것만큼 감동이 밀려오지는 않았습니다. 너무 허무했습니다. 이렇게 와서 보면 되는 것을 오랫동안 아끼고 감췄다니, 제 자신에게 화가 날 정도였습니다. 만약 더 일찍 갈 수 있었을 때 그 행복과 설렘을 맛보았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꿈은 아낄 때가 아니라 실천할 때 그 가치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꿈을 아껴서는 안 됩니다.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가고 싶었던 네덜란드였지만, 미룰수록 행복할 줄 알았습니다. 그래서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후에 가자고 생각하며 기회가 와도 미루고 또 미뤘습니다. 늦출수록 그 기쁨은 배가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나이 서른이 되면 꼭 여행해보고자 다짐했지만 가지 않았고, 마흔 살에는 꼭 가리라 생각했지만 역시 가지 않았습니다. 더 여유가 있을 때 가야지 그 감동도 클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꿈은 꾸는데 그치지 말고 이뤄야 합니다. 아낀다고 그 꿈과 목표가 더 큰 감동으로 전달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 진리를 저는 그날 '감자를 먹는 농부들' 그림 앞에서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꿈은 아끼지 말고 현실에서 누릴 수 있는 행복을 최대한 만끽해야 합니다. 


-p, 70~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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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의 인생이 이렇게까지 파란만장할 수 있나 싶다. 어렸을때부터 부모님한테 번갈아가며 버림받고, 언제 또 버림받을지 모를 시한폭탄 같은 분위기 속에서 살아왔다는 것부터 첫사랑과 자신이 운전하는 차를 타고 가다 교통사고가 나서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일, 좋지 않은 처지 때문에 성공하기 전까지 겪은 수많은 부당한 대우들. 


그래서인지 그의 글을 읽다보면 독기가 느껴지는 것만 같다. 아무 걱정 없이 살아온 사람이 주는 긍정적인 기운이 아니라, '나는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이를 갈면서 지금의 내 모습을 이루었어요!!!!' 라고 지금까지 자신에게 부당한 대우를 했던 이들에게 악을 쓰는 느낌이었달까. '학창시절에 나에게 이러이러했던 친구는 지금 어렵게 살고있다' 라는 글도 여러번 보이고, 그래서 책을 읽는 내내 마음이 편하진 않다.


아무렴, 그는 지금 성공한 사람이다. 한 가정의 멋진 가장이자, 뜨개 쇼핑몰, 뜨개실 유통회사의 대표가 되었다. 부모님에게서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자란 어린시절을 생각하며 자식들에겐 무한한 사랑을 주고 있고, 남들보다 형편이 좋지 않았기에 두배,세배로 더 열심히 했다.


'개천에서 용난다'라는 건 이제 옛말이라는 말이 있다. 뭐니뭐니해도 제일 좋은 핑곗거리는 상황탓, 환경탓, 남탓이니 핑계대기 딱 좋은 삼박자를 갖춘 그가 더 독하게 해냈다는 건 정말 본받을 점이다. 


제일 와닿았던 건 역시나 포스팅의 서두에 써두었던 '꿈을 아껴서는 안되는 이유'. 바로 지금 간절하게 이루고 싶은 일이 나중으로 미루다보면 결국엔 시시한 일이 되어버릴 수도 있다는 점을 그의 일화를 통해 더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서글프게도, 지금은 미루고 있는 것들이 많지만 내가 간절하게 바라는 일들이 시시한 일이 되지 않도록 하나씩, 하나씩 이루어나가야겠다.






      



지금 당장 근시안적인 시야를 벗어나세요. 고집 부려봤자 나만 후회할 뿐입니다. 일단 불공평해 보이더라도 받아들이고 나면 언젠가 또 다른 일이 벌어집니다. 

이렇게 플러스와 마이너스가 더해져 0에 수렴하는 게 인생이 아닌가 싶습니다.

(…)

뭔가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자꾸 터지더라도, 어쩌면 장기적인 관점에서 결국 좋은 일이 될지도 모릅니다. 혹은 그렇지 않더라도, 나쁜 일이 터지면 그에 상응하는 또 다른 좋은 사건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는 일입니다. 그게 세상 돌아가는 이치라는 걸 이제야 알게 되었습니다. -p, 194

 







 




□ 초록여신님의 이벤트 당첨으로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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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명문가의 독서교육
최효찬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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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은 조시 윗포드라는 한 미국인이 유명인에게 편지 쓰기를 해보라는 내용의 책을 읽고 이를 실행에 옮겼다. 그가 편지를 쓴 유명인은 워렌 버핏이었다.


안녕하세요. 버핏 씨,

제 이름은 조시 윗포드입니다. 저는, 제가 별로 아는 것이 없다는 점보다 더 잘 알고 있는 것이 없습니다. 저는 지식을 구하기보다는 지혜를 구하고자 합니다. 당신이 제게 줄 수 있는 단 한 가지의 지혜가 있다면, 그것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몇 주 뒤 버핏의 친필 엽서가 도착했다. 거기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 있었다.


"Read, read, read." (읽고, 읽고, 또 읽으라)


-p, 124~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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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는 걸 좋아하는 사람들은, 책을 멀리하는 다른 사람들을 책과 가까워지도록 인도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안다. 독서가 좋다는 건 두말하면 잔소리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이 사실을 아무리 말해도 들으려하지 않는, 아니면 알면서도 책 읽는 일을 힘겨워하는 사람들을 설득하기란 어렵다.


우리집의 경우만 봐도 그렇다. 나는 책을 달고 살지만, 4살 터울인 남동생은 1년에 한 권 읽을까말까, 여전히 초등학생 때 선물받은 애거서 크리스티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앞부분만 10년 넘게 읽고 있다. 같은 부모님에 같은 환경에서 자랐음에도 이렇게 다른 독서습관을 가지고 있는데 하물며 나중에 내가 엄마가 되었을 때 내 아이들을 모두 책을 좋아하는 아이로 키울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선다.











케네디 가, 처칠 가, 루스벨트 가, 버핏 가 등 세계 명문가들은 전부 독서하는 습관이 몸에 배어있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누구나 잘나가는 집안의 교육 방법은 따라하고 싶어하는 게 인지상정, 그래서 나도 미래의 내 아이들의 독서교육을 위해서 읽어봤다. 


최효찬 저자님의 《세계 명문가의 독서교육》이라는 책은 세계 명문가의 독서비법을 소개한다. 읽다보면 자녀가 독서습관을 가지도록 하는 데에는 부모의 역할이 크다는 걸 알 수 있다. 부모의 독서 리스트를 공유하고, 같은 책을 읽고 생각을 이야기하고, 서재에 들어와 맘껏 읽고 싶은 책을 읽도록 해주고, 책을 통해 배운 지식을 실제로 경험할 수 있게 도와주는 등 엄마, 아빠의 역할이 중요했다.


엄마가 내가 책 읽는 걸 보고있으면 해주는 말이 있다. '너는 한글을 백설공주로 뗐어. 엄마가 동화책 백설공주에 적힌 문장을 집에 있는 벽이란 벽마다 다 써서 붙여놨거든. 그래서 밥 먹다가도, 자려고 누워서도 엄마가 한 번 읽고 니가 따라 읽고 하다보니까 한글을 떼더라고.' , '너는 이모네 집에 가서 엄마가 한눈팔면 사라져있었어. 어디있는지 찾아보면 오빠들 방에 들어가서 책을 꺼내서 조용히 읽고 있는거야. 그걸 보고 이모가 오빠가 읽었던 책들을 다 우리집으로 보내줬잖아.'


엄마가 들려주는 이야기 말고도, 아빤 나한테 책 선물을 자주했는데 어린이들이 읽기 쉽게 쓰여진 '여자의 일생', '제인 에어', '주홍 글씨' 를 외식하러 갈때마다 가는 길에 있는 홍지서림에 들러서 한 권씩 사줬었다. 그땐 먹는 걸 싫어해서 가족들 고기먹을 때 옆에 엎드려 누워서 책 읽다 혼나고 했던 기억. 


생각을 해보니 내 독서습관도 부모님의 영향을 참 많이 받았다. 아무래도 첫째라 더 신경써준건지, 동생한텐 그러질 못했지만.. 


나중에 결혼을 하면 따뜻한 느낌을 풍기는 서재를 갖고 싶다는 생각이 있다. 내가 읽은 책을 차곡차곡 꽂아두고, 그 책을 남편과 아이가 같이 읽고, 높이 꽂혀 있는 책이면 '엄마! 저 책 읽고싶어요. 꺼내주세요!' 하는 아이의 목소리를 듣고 싶다. 같이 유명한 책방 여행을 떠나보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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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내가 존경하는 버핏 가의 독서비법을 공유하고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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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루와 라라의 화려한 쿠키 - 숲 속의 꼬마 파티시에 루루와 라라 시리즈
안비루 야스코 글.그림, 정문주 옮김 / 소담주니어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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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아이들 책은 어찌나 잘나오는지 서평을 쓰려고 볼때마다 놀라움의 연속이다. 

<루루와 라라의 화려한 쿠키>는 쿠키를 만드는 꼬마 파티시에에 관한 내용인데 여자아이들이 좋아할만 내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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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한가운데에 쿠키가 열리는 나무가 있다는 소문을 듣고, 그 나무를 찾아가지만 사실은 친구를 만들고 싶은 다람쥐가 퍼뜨린 헛소문이었다는 것.

다람쥐의 바람을 이루어주기위해 나무에 쿠키가 진짜로 열린 것처럼 쿠키를 만들기로 한 루루와 라라.


이야기 짜임이 참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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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러링북이 유행인만큼, 저렇게 색이 칠해져있지 않은 부분은 아이와 같이 색칠해보면서 읽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우리가 읽는 책들은 거의 소장용이라 책에 낙서하는 걸 싫어하지만, 아이들이 읽는 책들은 그 책을 최대한 많이 활용하게 해주는게 좋다는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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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무엇보다 이 책의 매력포인트는 

쿠키 만드는 법부터 아이싱을 만들고, 아이싱으로 쿠키를 꾸미는 법 마지막으로 쿠키를 포장하는 방법까지

이렇게 귀여운 그림으로 알려주고 있어서 이 책을 보고나선 부모와 아이가 함께 쿠키를 만들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친구 중 빼빼로데이, 화이트데이, 발렌타인데이 이런 소소한 기념일들마다 엄마랑 쿠키를 굽고 초콜릿을 만드는 친구가 있었는데

그 모습이 그렇게 좋아보일 수가 없었다. 

분명 어렸을 때부터 그렇게 해왔을터, 


아이가 이렇게 쿠키를 만드는데 흥미를 갖도록 하는데 좋은 책이 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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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용이 있다
페르난도 레온 데 아라노아 지음, 김유경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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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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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시기를 보내고 있다. 수백권의 책을 읽으며 여러 상황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을 가졌기에 어떤 상황이 닥쳐도 어려움 없이 잘 해낼 수 있을 것만 같았는데, 막상 중요한 선택을 해야하는 상황이 오니 이것저것 핑계대기 바쁘다. 부모님이 원하는 모습과 내가 원하는 모습, 내 선택대로 밀고 나가서 잘못되었을 때 겪게 될 후폭풍(내가 한 선택이므로 오롯이 내가 책임져야 한다는 것), 부모님의 선택을 따라갔을 때 내가 후회할 것들 등등. 이것저것 재고 따지느라 마음이 많이 지쳐있었다. 이럴때면 이 책임감을 벗어두고 잠시라도 좋으니 현실에서 멀리 달아나고 싶다.


난 힘들때마다 소설을 찾았다. 현실을 잊기에는 에세이나 자기계발서처럼 현실의 나를 자꾸만 돌아봐야하는 책들보단 소설이 좋다. 이왕이면 현실적이지 않은, 200% 픽션으로. 판타지 소설이면 더욱 좋다.







 






제목만 보면 용이 나오는 판타지 소설일 것 같다. 실은 작가가 틈날때마다 끄적인, 한쪽 혹은 길면 세쪽 분량의 짧은 글들인데 그의 글에선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분위기가 풍긴다. 생각지도 못했던 곳에서 계속 뒷통수를 치는 이야기들이랄까. 


동그랗고 좁은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오빠는 공부를 하고 나는 이 책을 읽었다. 공부하는 동안 방해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책을 펼치자마자 나오는 '작가의 말'부터 혼자 알고있기 아까운, '대박대박, 오빠 이거 한번만 읽어봐' 하게 되는 글들이었다. 본격적으로 이야기가 시작되자 '대박.... 오빠 이거 읽어봐' 는 끊이질 않았다는 사실..





이 책 제목에 나온 용들은 수 세기 전부터 고대의 미완성 지도들 속에 있었다. 그리고 그 지도들이 가리키는 세상이 끝나는 그곳에서 바로 지식이 생겨났다. 비축된 물이 다 떨어지기 전에 어디에서 배를 돌려야 하는지, 또는 배를 침몰시킬 최악의 협곡이 숨겨진 깊은 바다가 어디인지 그 지도 위에 주의 표시를 해놓았다. 

'여기 용이 있다'라고.

기괴한 날개 달린 뱀이 나오는 전설은 그곳에서 예상치 못한 위험들이 생길 수 있음을 경고했다. 무시무시한 개가 있는 곳에 조심하라고 걸어둔 팻말처럼, 중세 지도 제작자들은 항해자들에게 '가지 마시오. 그곳에 가면 공포와 죽음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오'라는 표시를 해놓고 모험심을 품지 못하게 했다. 하지만 동시에 그 말은 아름다운 은유이기도 하다. 즉, 우리의 지식이 끝나는 그곳에서 상상이 시작된다는 뜻이다.

(…)

세상만사의 신비한 생각의 중심에 깊게 다가가고 우리 자신과 현실을 설명하기 위한 도구로는 픽션만 한 것이 없다. 이것은 마치 손에 든 램프 혹은 사용 설명서와 같다. 우리가 열 걸음을 걷고 다시 들여다보게 되는 상세 지도처럼, 이것은 우리 자신을 밝게 비추도록 돕는다. 그러면서 우리를 안내하고 조언하며 길을 알려준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 당신은 바로 자신을 찾게 하는 확실한 힘, 그 안에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 책은 거꾸로 그려진 지도를 보는 것처럼 오로지 이 안에서 길을 잃어버리겠다는 목적으로만 사용하길 권한다. 물론 이것은 현실도피나 불가능한 일들에서 벗어나려는 것이 아니라, 좀 더 힘을 내서 자신의 현실로 돌아가기 위함이다. 

-p, 6~8 (작가의 말 中)






그랬다. 이 책을 읽는 두시간 동안 이 안에서 길을 잃었다. 중간중간 알리고 싶은 글들이 많아 사진으로 찍고 인스타그램에 바로바로 올리는 동안에도, 오빠한테 '이거 한번 읽어봐!' 할 때도 중요한 선택을 앞둔 현실을 잠깐 잊을 수 있었다. 그리고 이 책을 다 읽고난 후엔 상쾌해진 머리와 '배고픈데 저녁은 뭐먹지?' 하는 단순한 선택과 함께 현실로 돌아왔다. 


이 책을 읽으려는 분들이라면, 작가가 권했듯이 순서대로 읽기를 바란다. 단편은 이것저것 골라읽는 맛도 있지만 이 단편들은 최대한 천천히 쓰여진 순서대로 읽어야 더 큰 '대~박!!!'을 얻을 수 있다. 


그의 글을 읽고나니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을 다시 읽고 싶어졌다. 이번에 도서관에 가면 베르나르의 소설을 빌려와야지. 그리고 나에게 두통을 가져다 준 중요한 선택은, 막연한 선택을 해두긴 했지만 여전히 갈팡질팡하고 있다. 또 다시 이 선택으로 머리가 아파지면 소설을 손에 들고 카페로 도망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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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있던 단편들 중에서 그나마 현실적이었던 단편들, 현실에서 벗어나고자 했는데 이런 현실적인 이야기가 나누기엔 쉬우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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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옹 혹은 라이스에는 소금을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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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하지만 모양새는 좋지 않은 것 같아요."

과감히 그렇게 말하자 작은 웃음소리가 돌아왔다.

"응, 옛날부터 세상에 대한 체면 같은 건 생각하지 않는 집이니까."

노조미 씨의 웃는 방식은 외국인스럽다. 숨을 후우 토해내고, 전화상이라서 보이진 않지만 어깨라도 으쓱하는 듯한 느낌. 하지만 그건 그녀가 혼혈 2세여서인지 외국 생활을 오래 해서인지 알 수 없다.

"네, 뭐, 그렇죠."

생각해보면 틀린 말은 아니었다. 노조미 씨와 고이치만 해도 아버지가 다른데 한집에서 자란 남매다.

세상에 대한 체면―. 나는 거기에 대해 생각한다. 고이치네처럼 부자는 아니지만 나는 제대로 된 가정에서 성장했다. 세상에 대한 체면이란 곧 자신의 양심이라고 엄마는 말했다. 그렇기 때문에 세상을 신경 쓰는 것은 올바른 일이라고 배웠다. 하지만 시누이에게 그렇게까지는 말할 수 없다. -p, 566~5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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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추석 연휴다. 여느때와 다름없이 누워서 텔레비전을 보고 있었는데 뉴스에서 요즘은 추석 음식을 만들어서 배달해주는 대행업체가 인기라는 내용이 나왔다. 그 내용을 보고 '우리가족의 유행을 이제야 따라가네' 생각했다. 우리가족은 설날에도, 추석에도, 김장철에도 그 민족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았다.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았다는 말은 집에서 전을 부치거나 송편을 빚거나, 김장을 한 적이 한번도 없었다는 뜻인데 그래서 난 어렸을 때부터 갓 부친 전, 갓 빚어낸 송편을 먹어보는게 작은 바람이었다.


우리가족의 시선에선 명절음식을 힘들게 준비하는게 괜한 일 같고 낯설게 보였듯이 다른 가족들의 시선에선 추석특집방송, 추석특선영화, 꽉 막힌 귀성길 등으로 모두가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민족행사를 무심하게 보내는 우리 가족이 낯설게 보였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나에게 명절은 쉬는날. 반찬에 다시 데워서 올린 명절음식이 하나 더 추가되는 날인것이다. 특히 이번처럼 긴 연휴는 길게 쉴 수 있는 날이라 더 좋을뿐.


이런게 바로 에쿠니 가오리의 말에 따르면 '세상에 대한 체면 같은 건 생각하지 않는 집'이랄까. 확실히 요즘은 세상에 대한 체면을 신경쓰지 않는 가족이 늘고 있다. 요즘 명절연휴의 트렌드는 기존의 방식에서 벗어나 가족끼리 다 모여서 긴 여행을 떠나는 가족이 많아졌다는 이야기을 들었다. 평소엔 가족들을 위해 몇박 몇일씩 시간을 내는게 버거우니 이런 긴 연휴를 이용해서 국내든, 해외든 가족들끼리 추억을 쌓는 여행을 떠난다는 것. 













쨌든! 출간 소식을 듣자마자 손꼽아 기다렸던 에쿠니 가오리의 《포옹 혹은 라이스에는 소금을》. 이 소설에선 '세상에 대한 체면 같은 건 생각하지 않는 집'을 다루고 있다. 에세이를 쓰든, 연인간의 사랑을 다루든,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쓰든 에쿠니 가오리의 글은 그게 '충분히 있을수도 있는 일'이라 좋다. 하루하루 평범하게 살아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속에서도 특별함을 찾아낸달까. 


이 소설도 그러했다. 언뜻 보면 평범한 가족인데 그 속을 들여다보면 특별하다. ('평범하지 않다' 라는 말은 싫어하므로 특별하다고 표현하고 싶다.) 3대가 모여사는 이 가족은 1대에서 2대로, 3대로 시간이 지나면서 특별함이 더해졌다. 러시아인 할머니와 독신인 이모와 외삼촌, 어린 아이들 넷 중에 둘은 아빠가 다른 아이와 엄마가 다른 아이. 심지어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고 집에서 교육을 시키는 모습까지. 


소설을 읽을수록 가족이란 나를 지켜주는 보금자리일까, 아니면 나를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막는 울타리일까 하는 고민을 하게됐다. 나도 지금 우리 가족의 생활방식에 너무나 익숙해져 우리집이 아닌 곳에 가면 불편함을 느껴버리고 만다. 그래서 어디 가서 1박을 하고 오는 걸 어려워하고, 낯선 곳에선 양치를 하고 세수를 하고 머리를 감고 밥을 먹는 사소한 행동마저 큰 일, 힘겨운 일이 되어버리고 만다. 소설 속의 이 특별한 가족의 구성원들은 이 집에서 나가 새롭게 가정을 이룬 이들도 있고, 이 집에서 여전히 머물며 안정적인 생활을 유지하는 이들도 있다. 저마다의 이유로. 이 집에서 나간 이들은 자라면서 다른 가족들이 살아가는 모습과 자신의 가족을 비교하며 자기 가족이 잘못됐다고 여기는 부류였고, 이 집에 여전히 머무는 이들은 다른 가족이 어떻게 살건, 가족이라는 울타리에서 벗어나는 걸 두려워한 부류였다.


에쿠니 가오리의 첫 장편이었다. 600페이지에 가까운 이 긴 글이 끝났음에도 내 머릿속엔 '나는 지금 가족을 울타리로 여기고 있는걸까, 보금자리로 여기고 있는걸까?' 하는 물음이 끝나지않고 계속해서 맴돈다.     


 


     







집은 변함이 없는데 시간이 흘러 상황이 변한다. -p, 431



"가엾은 알렉세이에프."

그 후에 엄마가 그렇게 말하고, 외삼촌이 힘겹게 숨을 쉬면서도,

"비참한 니진스키."

라고 대답한 것은 아빠도 말하지 않았다. 그건 우리 가족만의 일, 지극히 사적인 일이기 때문이다. -p, 488



세월이 흘렀구나, 라는 생각이 든 까닭은 외삼촌이 돌아가셔서라기보다 앞에서 걷는 아빠와 엄마가 나이 들어 보였기 때문이다. 리쿠코가 이제는 작가이기 때문이며 고이치 옆에 교코가 있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모델 몸매였던 아사미 씨도 머리가 희끗희끗하고 허리에 살도 많이 붙었다. -p, 4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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