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 2
요시다 슈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15년 7월
평점 :
절판











"지난번에 티베트 승려가 분신자살한 뉴스를 봤어. 죽을 만큼 싫은 마음이란 대체 어떤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 무지 분하다거나 슬프다거나 한심하다거나…… 그런 간단한 심정은 아닌 거잖아. 난 진심이라는 거잖아. 진심으로 화가 났다는 거잖아. 그렇지만 죽지 않고 그런 마음을 상대에게 전할 수는 없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 ……하지만 무리겠지. 그 진심이라는 걸 전하는 게 가장 어려울 거야, 틀림없이. 진심은 눈에 안 보이니까……." -p, 240~241 (1권)

 

 








 

분노.jpg


 









 

어렸을 때 즉, 주로 10대의 나를 생각해보면 친한 친구의 기준은 '내가 가진 비밀을 말할 수 있느냐 없느냐' 였다. 그땐 친한 친구라면 내가 어떤 비밀을 말하든지 그 말을 옮기지 않고 간직해줄거란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내 생각이 항상 옳았던 건 아니었다. 친구에게만 말했던 내 비밀을 반 아이들 모두가 알게 되버린 적도 있었고, 그 비밀이 내 약점이 되어 돌아온 적도 있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난 친하다 생각하면 조금씩 내가 가진 비밀들을 말하곤 한다. 물론 여러 경험들을 통해 정말 알려선 안될 것 같은 비밀들은 여전히 내 안에 꽁꽁 숨겨두고 있지만, 친구가 나를 좀 더 이해할 수 있기 위해 필요한 비밀들은 나도 모르게 넋두리처럼 꺼내놓게된다. 내 비밀을 말하는 그 순간에 내가 그 비밀에 감추어 전하고 싶은 말은 사실 '나는 너를 믿고 있어.'라는 말이겠지만.






이미 추측하셨겠지만, 염두에 두었던 것은 이치하시 다쓰야 사건(영국인 여강사를 살해한 후, 수차례 성형을 거듭하며 2년 7개월 동안 도피 행각을 벌인 일본판 페이스오프 사건)이었습니다. 그렇긴 하지만, 나는 2년 반에 걸친 그의 도주 행보나 사건 자체보다는 공개수사 후에 물밀듯이 밀려든 수많은 제보 쪽에 더 큰 관심이 쏠렸습니다. 길에서 비슷한 사람을 봤다는 정도라면 몰라도 자기와 친밀한 사람까지 의심하게 되는 '사건의 원경'에 마음이 어수선하고 술렁거렸던 기억이 납니다. 처음에는 처한 입장이나 관계가 다른 설정을 10여 개 정도 떠올렸지만, 아무래도 다 쓸 수는 없어서 범위를 좁힌 결과 세 가지 이야기가 남았습니다. 그리고 그 세 명 중 범인을 누구로 할지 결정하지 않은 채, 그들의 정체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주변 인물들의 다양한 양상을 써나갔습니다. 

-p, 287~288 (옮긴이의 말 中 요시다 슈이치 인터뷰 내용>






 

이처럼 요시다 슈이치는 자신의 옆에 있는 사람을 믿지 못하고 살인자로 의심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보고 이 글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그렇다. 내가 위에서 '믿음'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 이유가 바로 이때문이었다. 


연인, 친구 혹은 사회에서 만난 사람들처럼 가족을 제외하고는(때론 가족까지도) 우리가 이 사람들과 만난 시점 이전에 그들이 겪었던 일들은 우리가 직접 본 게 아니었기 때문에 당사자나 그 주변 사람들의 입을 통해 나온 말들만 듣고 믿을 수 밖에 없다. 만약 공개수배 중인 살인자의 몽타주와 우리 옆에 있는 사람이 닮았다면? 혹은 아주 자잘하지만 결정적인 특징들이 (오른쪽 뺨에 있는 점 3개나 왼손잡이, 흉터 등) 내 옆에 있는 사람에게서 보인다면?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행동을 하게 될 것인가?


그의 제목인 '분노'에 얽힌 살인사건의 실마리는 개운하게 풀리지 않는다. 대신 이 살인사건을 우리의 뇌리에 남겨둔 채 끊임없이 출처가 불명확한 캐릭터들을 등장시켜 '이 사람이 살인자가 아닐까?' 계속해서 의심하게 만든다. 소설 밖에서 바라보는 우리도 의심하고, 소설 속에서 불명확한 캐릭터와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도 끊임없이, 끊임없이 그들을 의심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자신을 믿어주길 바라는 사람과 그 믿음을 주지 못한 사람. 가만히 생각해보니 난 믿음을 바라는 편이었지, 내가 상대에게 믿음을 주는 사람이었는지는 모르겠다. 과연 내 지인들은 나를 얼마만큼 믿고 있을것인지, 내가 그들에게 보여준 나의 믿음의 크기는 어느 정도였는지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점점 서로를 믿는게 힘들어지고 있는 요즘같은 시대에 일침을 가하는 소설이 아니었나 싶다.     





 








  




"으음, 이해 못하는 사람한테 이해시킬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유마가 물었다.

나오토는 한동안 침묵하다 웃었다. "그 벽은 상당히 두껍겠지."

유마는 천장을 바라보았다. 이렇게 피곤한데도 전혀 졸리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무슨 생각을 할 수도 없었다.

"속 시원하게 울었어?"

나오토가 불쑥 물어서 "어?"라며 유마가 머리를 들었다.

"우는 게 좋아. 참아봐야 언젠가는 결국 울게 될 테니까." -p, 283 (1권)



결국 소중한 사람이 생긴다는 의미는 지금까지 소중했던 것이 이제 소중하지 않다는 것일지도 모른다. 소중한 것은 늘어나는 게 아니라 줄어가는 것이다. -p, 35 (2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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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 1
요시다 슈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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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에 티베트 승려가 분신자살한 뉴스를 봤어. 죽을 만큼 싫은 마음이란 대체 어떤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 무지 분하다거나 슬프다거나 한심하다거나…… 그런 간단한 심정은 아닌 거잖아. 난 진심이라는 거잖아. 진심으로 화가 났다는 거잖아. 그렇지만 죽지 않고 그런 마음을 상대에게 전할 수는 없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 ……하지만 무리겠지. 그 진심이라는 걸 전하는 게 가장 어려울 거야, 틀림없이. 진심은 눈에 안 보이니까……." -p, 240~241 (1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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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즉, 주로 10대의 나를 생각해보면 친한 친구의 기준은 '내가 가진 비밀을 말할 수 있느냐 없느냐' 였다. 그땐 친한 친구라면 내가 어떤 비밀을 말하든지 그 말을 옮기지 않고 간직해줄거란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내 생각이 항상 옳았던 건 아니었다. 친구에게만 말했던 내 비밀을 반 아이들 모두가 알게 되버린 적도 있었고, 그 비밀이 내 약점이 되어 돌아온 적도 있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난 친하다 생각하면 조금씩 내가 가진 비밀들을 말하곤 한다. 물론 여러 경험들을 통해 정말 알려선 안될 것 같은 비밀들은 여전히 내 안에 꽁꽁 숨겨두고 있지만, 친구가 나를 좀 더 이해할 수 있기 위해 필요한 비밀들은 나도 모르게 넋두리처럼 꺼내놓게된다. 내 비밀을 말하는 그 순간에 내가 그 비밀에 감추어 전하고 싶은 말은 사실 '나는 너를 믿고 있어.'라는 말이겠지만.






이미 추측하셨겠지만, 염두에 두었던 것은 이치하시 다쓰야 사건(영국인 여강사를 살해한 후, 수차례 성형을 거듭하며 2년 7개월 동안 도피 행각을 벌인 일본판 페이스오프 사건)이었습니다. 그렇긴 하지만, 나는 2년 반에 걸친 그의 도주 행보나 사건 자체보다는 공개수사 후에 물밀듯이 밀려든 수많은 제보 쪽에 더 큰 관심이 쏠렸습니다. 길에서 비슷한 사람을 봤다는 정도라면 몰라도 자기와 친밀한 사람까지 의심하게 되는 '사건의 원경'에 마음이 어수선하고 술렁거렸던 기억이 납니다. 처음에는 처한 입장이나 관계가 다른 설정을 10여 개 정도 떠올렸지만, 아무래도 다 쓸 수는 없어서 범위를 좁힌 결과 세 가지 이야기가 남았습니다. 그리고 그 세 명 중 범인을 누구로 할지 결정하지 않은 채, 그들의 정체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주변 인물들의 다양한 양상을 써나갔습니다. 

-p, 287~288 (옮긴이의 말 中 요시다 슈이치 인터뷰 내용>






 

이처럼 요시다 슈이치는 자신의 옆에 있는 사람을 믿지 못하고 살인자로 의심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보고 이 글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그렇다. 내가 위에서 '믿음'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 이유가 바로 이때문이었다. 


연인, 친구 혹은 사회에서 만난 사람들처럼 가족을 제외하고는(때론 가족까지도) 우리가 이 사람들과 만난 시점 이전에 그들이 겪었던 일들은 우리가 직접 본 게 아니었기 때문에 당사자나 그 주변 사람들의 입을 통해 나온 말들만 듣고 믿을 수 밖에 없다. 만약 공개수배 중인 살인자의 몽타주와 우리 옆에 있는 사람이 닮았다면? 혹은 아주 자잘하지만 결정적인 특징들이 (오른쪽 뺨에 있는 점 3개나 왼손잡이, 흉터 등) 내 옆에 있는 사람에게서 보인다면?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행동을 하게 될 것인가?


그의 제목인 '분노'에 얽힌 살인사건의 실마리는 개운하게 풀리지 않는다. 대신 이 살인사건을 우리의 뇌리에 남겨둔 채 끊임없이 출처가 불명확한 캐릭터들을 등장시켜 '이 사람이 살인자가 아닐까?' 계속해서 의심하게 만든다. 소설 밖에서 바라보는 우리도 의심하고, 소설 속에서 불명확한 캐릭터와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도 끊임없이, 끊임없이 그들을 의심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자신을 믿어주길 바라는 사람과 그 믿음을 주지 못한 사람. 가만히 생각해보니 난 믿음을 바라는 편이었지, 내가 상대에게 믿음을 주는 사람이었는지는 모르겠다. 과연 내 지인들은 나를 얼마만큼 믿고 있을것인지, 내가 그들에게 보여준 나의 믿음의 크기는 어느 정도였는지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점점 서로를 믿는게 힘들어지고 있는 요즘같은 시대에 일침을 가하는 소설이 아니었나 싶다.     





 








  




"으음, 이해 못하는 사람한테 이해시킬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유마가 물었다.

나오토는 한동안 침묵하다 웃었다. "그 벽은 상당히 두껍겠지."

유마는 천장을 바라보았다. 이렇게 피곤한데도 전혀 졸리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무슨 생각을 할 수도 없었다.

"속 시원하게 울었어?"

나오토가 불쑥 물어서 "어?"라며 유마가 머리를 들었다.

"우는 게 좋아. 참아봐야 언젠가는 결국 울게 될 테니까." -p, 283 (1권)



결국 소중한 사람이 생긴다는 의미는 지금까지 소중했던 것이 이제 소중하지 않다는 것일지도 모른다. 소중한 것은 늘어나는 게 아니라 줄어가는 것이다. -p, 35 (2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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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코메티가 사랑한 마지막 모델
프랑크 모베르 지음, 함유선 옮김 / 뮤진트리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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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그날 밤, 파리에는 가랑비가 내린다. 프랑스 서부 항구 도시 어디엔가 있다는 착각을 주는 그런 안개비 같은 비다. 까롤린과 자코메티는 서로 팔짱을 끼고 몽파르나스 거리를 걸어 다닌다. 다시 만난 다정한 연인처럼. 그는 낡고 구질구질한 비옷을 입고 있었고, 그녀는 목이 브이 자형으로 파인 베이지 색 외투를 입고 있었다. 두 사람 중에서 누가 먼저 벤치에 앉자고 했던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그들은 벤치에 앉아서 서로 꼭 끌어안고 얼싸안기도 하고 키스하고 그러고는 다시 일어서서 걷는다. 그들은 어느 나무에 기대어서 멈춘다. 그러고서 한참을 끌어안고 있다. 그들은 이 카페에서 저 카페로 옮겨 다닌다. 그는 커피를 마시거나 적포도주나 또는 백포도주를 마신다. 그녀는 코카콜라와 거품이 있는 샴페인을 마신다. 밤이 점점 깊어갈수록, 그녀는 그의 매력에 사로잡힌다. 그는 그녀에게 아주 깊은 인상을 준다. "어떻게 이런 남자가 나 같은 여자에게 관심을 가질 수 있을까 궁금했어요." 1958년 11월의 이 만남은 이제 끝없는 여행으로 이어진다.


새벽 네 시경에, 그들은 몽파르나스 역 근처에 있는 식당 셰 뒤퐁에서 굴과 감자튀김 한 접시를 나눠먹는다. 자코메티는 끊임없이 말을 하고, 그가 하는 숱한 말에 그녀는 마술처럼 사로잡힌다.


"밤에 산책하던 일이 생각나네요. 우리는 살짝 취해서 발길이 닿는 대로 걸어 다녔지요. 그는 모든 것에 대해서 말했어요. 나는 그저 그가 하는 말을 듣고 있었고요. 그의 말을 듣는게 좋았어요. 끝까지 그가 말하는 걸 듣기 좋아했어요."


두 사람이 나누는 대화는 피로 때문에 점차 처지기는 하지만 술집에서 술집으로 옮겨 다니면서 이어진다. 처음 만나면서부터, 자코메티는 까롤린이 젊고 경쾌해서 그저 감탄을 했다. 두 사람은 사십 년 가까이 나이 차이가 나지만, 그는 지치지 않을 것이고 까롤린은 더더욱 지치지 않는다. 두 사람은 그들 식대로, 명확하게 드러나진 않지만, 서로를 사랑할 것이다. 그들은 서로 어느 한 사람 없이는 지낼 수 없다. 자석에 끌린 것처럼. 그들은 서로에게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매달린다. 그들은 오래 오래 결코 헤어지지 않는다. 자코메티가 먼저 세상을 떠날때까지는. -p, 38~40

  

 














스위스의 조각가 알베르토 자코메티.

 

그의 작품인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남자'가 역대 미술품 경매최고가인 1억 4천 130만달러(약 1천 549억 3천 545만원)에 낙찰되었다고 한다. 이 작품 외에도 그의 많은 작품들이 경매에서 어마어마한 가격으로 낙찰되었다.


이러한 그가 마지막까지 사랑한 여인이 있는데 그녀가 바로 '까롤린'이다. (그녀의 진짜 이름은 '이본 마르그리트 프와로도') 심지어 그는 아내가 있었음에도 젊고 경쾌한 까롤린에게 정신없이 빠져들고 만다. 그때 까롤린은 20살, 젊은 나이에 '살기 위해' 술집에서 남자들을 바라보며 사는 거리의 여자였고, 자코메티는 예순살의 늙은 남자였다.'










 

자코메티 카롤린 까롤린.jpg


 











이 책의 저자 프랑크 모베르는 현대미술관에서 자코메티의 유화작품 <까롤린>을 우연히 보게된다. 그는 까롤린의 눈빛에 빠져들게 되었고, 그로부터 시간이 흐른 후 까롤린에게 인터뷰 요청을 하게 된다. 이 책은 프랑크 모베르와 까롤린의 인터뷰 내용이라고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프랑크 모베르가 인터뷰를 위해 까롤린의 집에 찾아갔을 때, 그녀는 유화 작품 속의 빨려들듯한 눈빛을 가진 여인이 아닌 당뇨병을 앓고 있는 늙은 여인이 되어 있었다. 그녀를 그리도 사랑해주던 자코메티가 병으로 죽고, 그녀는 그녀를 막대하는 남자와 낡은 아파트에서 살고 있었다. 


늙고 병든 여자가 되어버린 까롤린은 인터뷰를 통해 자신이 가장 사랑스러웠던, 젊고 경쾌했던 시절을 회상한다. 그 회상 속의 자코메티와 그녀는 세상의 모든 일이 이 둘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것처럼 아무도 막을 수 없는 사랑을 하고 있었다. 








그는 그녀에게 어떻게 하면 그녀 기분이 좋아질까 묻는다. 포즈를 취하느라 오래 기다려준 것을 고마워하면서. 한번 더 그건 잘 되지 않았음을 확신하고 있긴 했지만 말이다. 그녀는 그 앞에 우뚝 서더니, 팔을 크게 벌리고서 전혀 망설이지 않고 '빨간 페라리가 갖고 싶어요.' 라고 말한다. 저녁 식사 기간이 때를 넘겨서 예술가 알베르토는 배가 고프다. 그는 그녀의 대답에 그리 놀라지도않고, "그래 한번 봅시다."라고 말하며 궁지를 벗어난다. 그들은 계속 걸어서 늦게까지 문을 여는 몽파르나스 대로에 가까운 작은 식당 카멜레옹까지 간다. 식사하는 동안 그녀는 계속해서 자신이 갖고 싶은 매끈한 차 이야기를 한다. 차의 속도, 엔진 소리, 강력한 힘, 잘 빠진 선, 이탈리아 빨간 색 등을.


어떻게 그녀의 부탁을 거절할 수 있겠는가? 그녀는 이제 막 스무 살이 되었다. 그녀가 열렬히 바라는 모습, 그녀가 그렇게 즐거워하며 바라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그는 매우 기쁘다. 시간이 가도, 까롤린은 계속해서 자신이 말한 페라리를 상기시킨다. 페라리를 타고 이탈리아로 여행가자는 약속도 하고 숲으로 산책가자는 말도 하면서. 그는 마침내 굴복하고 말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엠지 카브리올레에 만족할 것이다. 빨간색으로. 

-p, 96~97








자코메티는 아무것도 몰랐던 까롤린을 위해 그녀를 데리고 루브르 박물관에 데리고 갔고 작품에 대해서, 그가 아는 것에 대해서 친절하게 말해주었다. 그럴때면 그녀는 그가 하는 말을 가만히 들었다. 자코메티는 또한 까롤린을 고대 미술 전시실에도 데리고 가고, 그의 친구들에게도 그녀를 소개한다. 영국의 위대한 화가 프랜시스 베이컨에게도. 그는 아무것도 모르는 그녀를 부끄러워하지 않고, 오히려 그녀에게 새로운 세상을 더 많이 보여주려고 했다.


그녀는 말했다. 

"나는 그에게서 정상에서 벗어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여자였어요."


이 책에 나와있는 자코메티는 어떻게보면 그의 일부분일 뿐이었지만, 까롤린과의 짧지만 강렬했던 일화를 통해 그의 인간적인 면을 볼 수 있었다. 그의 작품을 통해 느껴지는 고독하고, 때론 거칠어보이기도 하는 그의 모습이 아닌 오직 까롤린만이 알고 있었던 그의 면모. 사랑하는 사람에게 보이는 한 남자의 모습은 그녀가 그를 평생 그리워하기에 충분했다. 


물론 당시 사람들이 욕했을지도 모를 정상에서 벗어난 사랑이었지만, 서로가 서로를 '정상에서 벗어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존재'로 느끼는 것도 수많은 사랑 중 하나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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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흥분 - 98일간의 기록 마이 리틀 트래블 스토리
유지혜 지음 / 북노마드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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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당시 그녀의 나이 23살, 휴학 후 계획한 여행을 위해 방학 내내 아르바이트를 해서 번 돈을 들고 여행을 떠났다. 로마, 피렌체, 파리, 바르셀로나, 런던 그리고 다시 파리까지. 여행 도중 느낀 생각들을 적어놓은 글과 그림, 사진들을 모아서 펴낸 책이다.


난 그녀의 여행 이야기를 그녀가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사진과 글을 통해 실시간으로 지켜봐왔었다. 보는 내내 그녀가 있는 곳으로 (그 나라 뿐만 아니라 그녀가 머문 소소한 카페나 거리까지) 훌쩍, 할수만 있다면 순간이동이라도 해서 떠나고 싶었다. 그만큼 매혹적인 글과 사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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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여행 에세이들을 보면 화려하게 포장된 글들로 인해 불편해질 때가 많은데, 《조용한 흥분》은 참 담백하다. 거북하게 느껴지지 않고 담백하게, 그만큼 받아들이기가 수월하다. 아니 더더더 받아들이고 싶다!


마음에 들었던 몇몇 글을 사진으로 찍어 친구들한테 보낼 때마다 놀라운 반응들이 돌아왔다. 무슨 책이냐며, 글이 왜 이렇게 예쁘냐며, 여행 가고 싶은 욕구가 솟는다며. 이처럼 이 책을 추천하는 이유에는 긴 말이 필요가 없다.


읽어야할까 말아야할까 망설여진다면 먼저, 그녀의 인스타그램을 들여다보자. 그녀의 글이 올라올때마다 알림이 오도록 설정을 해두고 계속 받아보고 싶은 글과 사진이 가득해서 이 책을 안보고는 도저히 견딜 수 없을테니.


나와 동갑인 그녀에게 처음엔 질투도 느꼈지만, 이 글을 통해 그동안 미뤄두었던 여행을 구체적으로 생각하게 해주어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작가 유지혜(제제) 


인스타그램 : http://instagram.com/jejebabyx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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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순
양귀자 지음 / 살림 / 199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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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 모두, 인간이란 이름의 일란성 쌍생아가 아니었던가 하는 자각. 생김새와 성격은 다르지만, 한 번만 뒤집으면, 얼마든지 내가 너이고 네가 나일 수 있는 우리.


새삼스런 강조일 수도 있겠지만, 인간이란 누구나 각자 해석한 만큼의 인생을 살아 낸다. 해석의 폭을 넓히기 위해서는 사전적 정의에 만족하지 말고 그 반대어도 함께 들여다볼 일이다. 행복의 이면에 불행이 있고, 불행의 이면에 행복이 있다. 마찬가지다. 풍요의 뒷면을 들추면 반드시 빈곤이 있고, 빈곤의 뒷면에는 우리가 찾지 못한 풍요가 숨어 있다. 하나의 표제어에 덧붙여지는 반대어는 쌍둥이로 태어난 형제의 이름에 다름 아닌 것이다. 

-p, 280 (작가노트 / '모순―생의 비밀을 찾아서'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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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어지는 주말을 보낸 후, 조금 더 늘어지고 싶은 몸을 애써 움직이느라 훨씬 더 부산스러운 월요일. 출근하는 가족들을 배웅하고나니 수업이 없는 나에겐 주말보다 더 여유롭게 느껴지는 월요일이다.


이번 학기는 일주일에 이틀만 학교에 나가니 방학때보다 책을 펼칠 시간이 더 많아질 것 같다. 그래서 요즘은 도서관에서 2주에 한번씩 꼬박꼬박 빌려오는 4권의 책뿐만 아니라 책장에 먼지를 뒤집어 쓴 채로 조용히 잠자고 있던 책들에게도 눈길을 주기 시작했다. 


개강 첫 날, 비는 시간이 많을 것 같아 버스를 놓치면서까지 읽을 책을 골랐다. 그렇게 고른 책은 심오한 제목 탓에 5년 이상 책장에서 꺼내질 않았던 이 책, 양귀자 작가님의 《모순》이다.


4학년에 타과생. 아는 사람이 없는 나에게 수업이 일찍 끝나 비는 시간은 고역이다. 뿔뿔이 흩어진 동기들 카톡방에서 아무리 수다를 떨어봐도 한계가 있고, 수명을 다해가는 내 핸드폰 배터리는 순식간에 사라져만 간다. 그래서 중간중간 수업이 빌 때면 맨 뒷자리로 자리를 옮겨서 닳아버린 핸드폰 배터리는 잠시 충전시켜두고 책을 펼쳤었다. (왕따가 따로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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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내내 나라고 생각하며 읽었더니 정이 들어버린 '안진진'. 

그녀가 모습이 똑같은 일란성 쌍둥이인 자신의 엄마와 이모를 보며 인생에 대해 어떤 해석을 했고 결국에 살아가기로 선택한 인생은 어떤 것이었나. 그렇게해서 살아가기로 선택한 인생을 탐구하며 결국 만족할 것인가, 후회할 것인가.


모든게 다 똑같았던 엄마와 이모. 심지어는 결혼한 날까지 같았지만 그 결혼으로 인해 달라진 두 인생.

수시로 집을 나가 돈이 필요할 때만 집에 들어오는 남편과 문제를 일으키는 자식들과 살아가며, 시장에서 양말을 팔아서 번 돈으로 하루가 멀다하고 터지는 문제를 해결하며 부산스럽게 살아가는 엄마의 인생과 잘 가꾸어진 집에서, 뭐든지 원칙에서 벗어나지 않는 '착실한' 남편과 '착실한' 자식들을 바라보며 잔잔하게 흘러가는 이모의 인생


'뽀끌래 미용실'에서 갓 볶아서 나온 뽀글뽀글한 머리를 한 엄마와 꾸준한 관리로 자연스러운 웨이브가 있는 머리를 한 이모를 보며, 또 살아가기 위한 생존 독서(예를 들면 '일본어 첫걸음' 같은)를 하는 엄마와 낭만을 찾기 위한 독서(소설류)를 하는 이모를 보며, 자신이 좋아하는 남자한테 이모를 엄마라고 소개해야 했던 안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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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매일이 즐겁고 행복해보이는 타인의 삶을 바라보며 상대적으로 '내 인생은 왜이리 못났을까' 치부해버리는 일들이 많은 요즘, 결국엔 각자가 각자의 인생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내 인생도 타인에겐 부러움의 대상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취업걱정에 전전긍긍하고 있는 내 인생이지만, 지금 당장은 지금 열심히 하루를 살아내고 있을 친구들에겐 '월요일에 수업 없어? 부럽다...' 하며 부러움을 사고 있는 내 인생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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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과 비슷한 '김장우'와 자신과는 확연하게 다른 인생을 사는 '나영규'. 이 두 남자 사이에서 갈등하는 안진진의 모습을 보는 것도 하나의 재미다. 소설의 끝에서 그녀의 선택이 나에겐 다소 충격으로 다가왔지만, 안진진이라면 안진진대로 야무지게 해낼 것만 같았다.



쓰여있는 문장들이 하나같이 예쁘고 곱다. 인생을 통찰하는 문장들인 것 같아, 모두에게 공감을 살거라 확신했다. 이 책으로 필사를 해도 멋질 것 같았고.. 내가 읽었던 책이 지금은 절판된 구버전(?)임에도 132쇄판이었다니. 알면 알수록 정이가는 이 소설에 왜 쉽게 손이 가지 않았던걸까, 놓쳤던 시간만큼 앞으로 더 아껴주고 싶은 소설이다.








나는 본능적으로 자신을 보호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삶에서 발생하는 에피소드들에 대해서 사람들은 씹을 줄만 알았지 즐기는 법은 전혀 배우지 못한 것이었다. 에피소드란 맹랑한 것이 아니라 명랑한 것임에도. -p, 10



이 얼마나 단순하면서도 명료한 삶의 공식인가 말이다. 마찬가지로 아버지의 삶은 아버지의 것이었고 어머니의 삶은 어머니의 것이었다. 나는 한 번도 어머니에게 왜 이렇게 사느냐고 묻지 않았다. 그것은 아무리 어머니라 해도 예의에 벗어나는 질문이었다. -p, 45~46



가족 중 누구 하나의 불행이 너무 깊어 버리면 어떤 행복도 그 자리를 대체할 수 없는 법이었다. -p, 121



철이 든다는 것은 말하자면 내가 지닌 가능성과 타인이 가진 가능성을 비교할 수 있게 되었다는 뜻에 다름 아닌 것이었다. 나 또한 내 어머니처럼 이종 사촌들이 지닌 무한한 가능성에 대해 도저히 대범할 수 없었다. 그러나 내가 어머니와 달랐던 점은 이종 사촌들에 대한 질투심을 감쪽같이 잘 숨기며 살아왔다는 것이었다. 그것마저 숨기지 못하고 여기저기 질질 흘렸다면, 만약 그랬다면 내 인생은 더 이상 볼 것도 없는 완벽한 실패작이었을 것이다. -p, 130



쓰러지지 못한 대신 어머니가 해야 할 일은 자신에게 닥친 불행을 극대화시키는 것이었다. 소소한 불행과 대항하여 싸우는 일보다 거대한 불행 앞에서 무릎을 꿇는 일이 훨씬 견디기 쉽다는 것을 어머니는 이미 체득하고 있었다. 어머니의 생애에 되풀이 나타나는 불행들은 모두 그런 방식으로 어머니에게 극복되었다.


불행의 과장법, 그것이 어머니와 내가 다른 점이었다. 내가 어머니에게 진저리를 치는 부분도 여기에 있었다. 그렇지만 어머니를 비난할 수는 없었다. 과장법까지 동원해서 강조하고 또 강조해야 하는 것이 기껏해야 불행뿐인 삶이라면 그것을 비난할 자격을 가진 사람은 없다. 몸서리를 칠 수는 있지만. -p, 139~140



그렇지만 나라면 주리처럼 말하지는 않을 것이다. 삶은 그렇게 간단히 말해지는 것이 아님을 정녕 주리는 모르고 있는 것일까. 인생이란 때때로 우리로 하여금 기꺼이 악을 선택하게 만들고 우리는 어쩔 수 없이 그 모순과 손잡으며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주리는 정말 조금도 눈치채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p, 158



상처 입은 사람들을 위로하는 것은 말이 아니었다. 상처는 상처로 위로해야 가장 효험이 있는 법이었다. 당신이 겪고 있는 아픈은 그것인가, 자, 여기 나도 비슷한 아픔을 겪었다. 어쩌면 내 것이 당신 것보다 더 큰 아픔일지도 모르겠다. 내 불행에 비하면 당신은 그나마 천만다행이 아닌가…….


나의 불행에 위로가 되는 것은 타인의 불행뿐이다. 그것이 인간이다. 억울하다는 생각만 줄일 수 있다면 불행의 극복은 의외로 쉽다. -p, 171



"왜 카메라를 가져오지 않았어요?"


카메라가 없으면서도 버릇처럼 이쪽 저쪽으로 구도를 잡아 보며 한참 동안 꽃 옆을 떠날 줄 모르는 김장우.


"있으면 찍으니까. 보지는 못하고 찍기만 하니까."


"그래요. 맞는 말이에요."


나는 김장우의 말을 이해했다.


"이유야 또 있지. 안진진이 있잖아. 옆에서 말도 해주고 같이 웃어주고 쉴새없이 숨소리를 내는 안진진이 있어서 순간순간이 충만할 텐데 뭣 때문에 카메라를 가져오겠니. 나는 이번 여행에서 사랑하는 꽃이름을 불러 주는 대신 안진진의 이름만 열심히 부르기로 결심했어."


대답 대신 나는 김장우의 손을 잡았다. 그렇게 말할 줄 아는 그가 마음에 들었다.


"나는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 어젯밤처럼 오늘 밤도 안진진이 내 옆에서 고른 숨소리를 내며 잠들 거라는 사실… 실감하기 어려워. 나, 아까부터 그런 생각 했었다. 살다 보면 이런 날이 올 수도 있는 것을, 그런 줄도 모르고 혼자 너무 외로웠구나, 하는 생각…이젠 그런 생각 하지 않기로 했다. 그래도 되지? 괜찮지?"


그래도 된다고 말을 하지는 않았다. 괜찮다고도 말하지 않았다. 나는 다만 나란히 숲길을 걷고 있는 그와 나 사이의 간격을 확실하게 좁혔을 뿐이었다. 어깨가 맞닿았으므로 손을 맞잡고 있기는 불편했다. 적절하게도, 김장우는 그 순간 내 어깨에 팔을 둘러 우리들의 자세를 확실하게 조절하였다. 나는 그에게 기대어 숲 향 그윽한 오솔길을 걸었다. 사실을 말하면 나도 아직 실감이 나지 않는 중이었다. 이것이 사랑인가. 서로가 서로에게 한 쪽 어깨를 빌려 주고 기대는 것, 이것이 사랑일까…….


나영규에게는 없는 것, 그것이 확실히 김장우에게는 있었다. 나영규와 만나면 현실이 있고, 김장우와 같이 있으면 몽상이 있었다. 사랑이라는 몽상 속에는 현실을 버리고 달아나고 싶은 아련한 유혹이 담겨 있다. 끝까지 달려가 보고 싶은 무엇, 부딪쳐 깨어지더라도 할 수 없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무엇, 그 무엇으로 나를 데려가려고 하는 힘이 사랑이라면, 선운사 도솔암 가는 길에서 나는 처음으로 사랑의 손을 잡았다. -p, 176~177



나는 이런 말을 알고 있다. 인생은 짧다고, 그러나 삶 속의 온갖 괴로움이 인생을 길게 만든다고. 아버지는 참으로 긴긴 인생을 살았다. 그것이 진정 아버지가 원했던 삶이었을까. -p, 245



삶의 어떤 교훈도 내 속에서 체험된 후가 아니면 절대 마음으로 들을 수 없다. 뜨거운 줄 알면서도 뜨거운 불 앞으로 다가가는 이 모순, 이 모순 때문에 내 삶은 발전할 것이다. 나는 그렇게 믿는다. 우이독경, 사람들은 모두 소의 귀를 가졌다.


마지막으로 한 마디.

일 년쯤 전, 내가 한 말을 수정한다.

인생은 탐구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면서 탐구하는 것이다. 실수는 되풀이된다. 그것이 인생이다……. -p, 2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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