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도 아니라 송구하지만 마음에 와닿는 문장들이 많았습니다. 세상의 엄마들을 존경합니다.


엄마로 사는 건 어떤 거야?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엄마로 산다는 건 말야 ‘천국을 등에 업고 지옥불을 건너는 거야.‘ 말해놓고 보니 정말 그런 것 같았다. 천국은 내 두 팔 안에 있다. 그러나 발아래엔 불길이 넘실거리고 있다. - P11

내 임신 소식을 들은 한 선생님께서는 "시집을 내기전에 시집부터 가더니……… 시를 써야지 은선아, 어떻게 하려고 그래?"라고 말씀하셨다.
그때는 그 말의 의미를 잘 몰랐다. 그냥 나를 축하해주지 않는 선생님이 아주 조금 미웠다. - P18

언제까지나 가난과 억압, 고통과 한계를 창작의 동력으로 삼을 수는 없다. 글을 쓰며 사는삶을 선택하고자 할 때 대부분의 사람들이 망설이는것은 글을 쓰는 일이 어려워서가 아닐 것이다. - P137

글을 쓰는 여성으로 살아가면서 지치지 않는 것이중요하다. 자신을 사랑하고 아끼는 것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한 인간으로서 소소한 기쁨을 느끼며 살아갈 수 있어야 할 것 같다. - P142

당신이 내게 바라는 위안과 관심은 내가 글을 쓰는 일과 절대 양립할 수 없었다. 당신이 원하는 아내가 글을 쓰는 나일 수도 없었다. 밤의 모퉁이에 도달해서야 아무도 잠들지 않은 작은 방에 홀로 남아 겨우 시를 쓰기 시작하는 나는 당신에게 오로지 쓰기위해서만 깨어 있는 이기적인 ‘나‘일 뿐이었다. 내가글을 쓰기 위해 몰입하길 원하면 그건 당신을 거부하기 위한 말도 안 되는 변명이었고, 당신의 자존심을상하게 하는 일이었으며, 당신에게 모멸감을 주는 행동이었다. 새벽에 혼자만의 시간을 원하는 나는 당신에게 남편을 사랑하지 않으면서 아이를 키울 경제적도움을 얻기 위해 이 가정을 유지하는 기생충이 되어있었다. - P170

서운함은 서로에게 폭력이 되거나 상처가 된다. 나만 쓰지 않으면 되는데, 그럼에도 나는 쓰고 싶었다.
등단을 하고 첫 시집이 나오기를 기다리며 시인으로활동하고 공부하는 와중에 결혼을 했는데 갑자기 이제 와서 쓰지 않는 사람으로 살 수가 있을까. 그렇게글을 쓰고 싶으면 혼자 살지 결혼은 왜 했냐는 당신의 비난에도, 나는 원고를 보내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앞섰다. 내게 그건 누구를 사랑하고 미워하는 문제가 아니라 당장에 써야 하는 문제였다.  - P172

유일한 사랑을 묻는 아이에게, 온전한 사랑을 바라는아이에게 언젠가 말해주고 싶다. 모든 사랑은 불안을껴안고 있는 거라고 불안하니까 서로를 꼭 껴안는 거라고. 오늘도 아이를 꼭 껴안은 가슴으로, 당신과 잡았던 손으로, 아프고 망가진 몸으로 쓴다. 나에게도내가 필요해서, 나는 나를 데리고 가는 중이다. - P185

세상의 모든 엄마들이 입을 모아말할 수 있을 단 하나의 진실은 육아는 아이를 낳고기르는 동시에 새로운 ‘나‘를 마주하는 일이라는 것이다. 피와 땀과 눈물이 범벅이 된 그자리에서 아이가태어나는 순간, 엄마인 ‘나‘도 태어난다. 그러니까 완성형인 엄마가 있어서 그 엄마로서 아이를 낳아 기르는 게 아니라 아이를 키우며 엄마인 자신도 함께 키우는 게 육아다. 때문에 육아는 어렵고 매순간이 자기와의 싸움이다. 온통 처음인 세계를 마주하고 거기서 자신을 잃지 말아야 한다는 것, 그래야 아이도 ‘나‘도 지킬 수 있다는 것이 육아의 정언명령이다. - P19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