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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에는 바꿔야 할 거짓말 ㅣ 인터뷰 특강 시리즈 3
김동광, 정희진, 박노자 외 지음 / 한겨레출판 / 2006년 9월
평점 :
품절
21세기에는 바꿔야할 거짓말...
거짓말에 대한 7가지 다양한 주제를 가지고 오지혜의 사회로 8명의 강연자가 강연을 하고 청중들에게 질문을 받고 답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일상적 거짓말, 진실과 거짓에 대한 구별, 북한이나 과학 등 우리 시대의 다양한 패러다임을 이야기 한다.
흥미롭고 관심을 끌만한 주제이기에 글 자체의 난해함보다는 정독을 요하는 책으로 진도가 안 나가는책 중 하나였다. 집중해서 읽으면 하루만에 읽을 수있지만, 출퇴근시간(집중이 잘된다..;;)을 이용해서 읽느라 4일이나 걸렸다.(속독이나 적독보단 정독을 요하는 책)
책의 내용을 각 주제별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사람에 대한 거짓말 - 정혜신
나르시즘 이야기를 하면서 투사와 내사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나르시즘은 심각한 병이라고 한다.) 투사(投射projection)란 자신의 잘못이나 책임까지 모두 남에게 전가시키는 것이고, 내사(內射introjection)란 자신의 잘못뿐 아니라 남의 잘못까지 다 자신이 잘못했다고 지나친 죄의식과 책임감을 느끼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 예로 황우석사태를 예로 든다.
그러면서 "사람이라는 것의 본질은 관계 속에서 드러나기 때문에 늘 그 관계를 성찰해보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이야기 한다.
청중이 다중인격장애에 대해 물어봤는데, 진짜 다중인격장애는 성격뿐 아니라 행동이나 신체변화까지 오는 경우라고 이야기하면서 사람들은 누구에게나 다중인격이 존재한다고 한다.
예전에 정혜신의 <남자 대 남자>를 괜찮게 봤던터라 흥미롭게 읽어내려갔다. 그녀의 글을 보면 따스함과 박식함이 엿보인다.
과학에 대한 거짓말 - 김동광
우리에게는 좀 낯선학문인 과학사회학... 과학사회학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면서 그쪽에선 과학을 정치로 많이 분석한다고 한다.
과학을 너무 정형화하고 특별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영화나 책에 대한 비평은 그대로 받아들이는데 반해서 과학비평은 반과학자로 낙인찍힌다는 것이다.
한참 이슈화되고 시끌했던 황우석 사태의 예를 들어 설명하고 있는데... 황우석 사태가 일어나기 훨씬전부터 화자는 줄기세포의 허와실에 대해 이야기 했었다.
그러면서 우리가 제대로 알지 못해서 생기는 인간게놈 프로젝트, 과학주의와 반과학, 생명에 대한 조작적 관점에 대한 성찰 등 여러가지 과장된 문제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한국사의 거짓말을 논쟁하다 - 한홍구, 박노자
교과서를 쓰는 사람의 성향에 따라서 똑같은 나라가 역사의 주체가 됐다가 역사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이들은 거짓말의 색깔(국방색)이야기에서부터, 국사, 사회진화론과 한미관계, 야스쿠니 참배와 국립묘지 등 좌파와 우파에 대한 생각들을 들려준다.
각 나라의 역사는 영토주의에 입각해서 자신의 땅안에 있던 나라들의 역사를 다 한 나라의 역사라고 이야기하면서 요즘 동북공정에 대해서도 잠깐 언급한다.
우리가 흔히 쓰고 있는 국사라는 말을 이야기하면서 "국사"란 일본말로 국가의 역사가 아니고 나라가 만든 역사라고 할 수 있다. 각 나라들은 자신들의 역사를 영국역사, 프랑스 역사 이런식으로 명명한다. 우리도 대한민국역사나 한국사정도로 바꿔야 하지 않을까?!
일본을 우리나라 발전모델로 삼고 대표적인친일파임에도 그 사실이 잘 알려지지 않은 다카기 마사오... 준비된 친일파(황국신민교육) 10월유신은 메이지 유신을 따라했다.(다카기 마사오는 박정희의 일본이름)
말을 하면서 생기는 거짓말도 있지만, 입을 닫아버림으로써 생기는 거짓말도 무시할 수 없을 만큼 무섭지요.(p.154)
동북공정, 위안부문제, 베트남 문제 등 우리가 알지 못하고 배우지 못해서 가려져버린 역사의 현실에 대해서도 이야기하면서 역사가 바로 서려면 우리가 끊임없이 배우고 깨달아야 역사를 바로 볼 수 있다.
박노자... 귀화한 러시아 사람으로 우리나라 사람보다 우리나라 역사와 여러가지를 더 자세히
거짓말 권하는 사회 - 김두식
서류를 요구하는 것은 모든 사람이 거짓말을 한다고 전제하는 것이다. 이는 절차(서류의 복잡성, 권위성)만 강화시키는 것 이라고 이야기한다.
대학계의 논문조작이나 추천서 조작, 법조계 비리, 종교계 부조리 등을 예로 들어 설명하면서 왕따가 되는 것을 두려워 하지 말고 소신있게 살아가자고 말한다.
자신이 자신을 속이는 것부터 바꿔야 한다고...
현직검사로 있다가 과감히 버리고 나와서 지금 교수로...내가 만약 그라면 과연 그럴 수 있었을까?!
북한에 대한 거짓말 - 김형덕
경계인으로 살면서 자신이 겪은 북한탈출과 중국에서 한국으로 오기까지의 삶을 이야기한다.
선거철만 되면 어김없이 불어오는 북풍...남북문제를 정치와 연관시키지 말아야 한다고 이야기하면서, 남한을 대한민국이라고 부르면 북한을 조선으로 인정해야한다고 한다. 서로를 인정하고 해야 정확하게 다시볼 수 있고, 북한을 제대로 알아야 하고 배려할 줄 알아야 한다.
남과 북이 서로 만나려면 과거를 덮어야 한다. 대북사업은 소명의식 가지고만은 안되고 양쪽 모두 이익이 있어야 오래 지속된다.
통일이유를 이야기하면서 영구적인 평화를 위해서라고 하면서 연방제나 연합제나가 중요하지 않다고 한다.(군비의 20%만 가지고도 북한을 먹어 살릴 수 있다고...) 또 꼭 통일이 아니더라도 가장친한 두 나라가 될 수도 있다.
남자의 거짓말과 말의 권력관계 - 정희진
말의 정치학과 남성의 거짓말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우리가 알고 있는 언어는 남성의 삶과 일치한다. 가령 "집"은 '쉬는 곳'으로 알고 있지만 여성의 입장에서 보면 집은 '일하는 곳'이다.
여기서 남성은 구체적인 개별남성이 아니고 일종의 지배문화를 총칭하는 것으로 가령 백인, 자본가의 거짓말도 된다. 이들위주로 구성된 언어...
"모든 언어는 말해지는 순간, 이미 번역됩니다"라고 하면서 "추석 때의 총기난사 사건"을 4명이 각기 다른 시각으로 보는 것을 이야기하면서 보편적이고 중립적인 언어는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말한다.
이분 말을 재미있게 잘 한다. 기회가 되면 정희진씨의 책도 읽어봐야겠다.
인도에 대한 거짓말 - 프라풀 비드와이
예전의 가난하고 카스트제도로 인해 사회적 신분제가 엄격했던 과거완 달리 오늘날 경제와 정보대국으로 눈부신 발전을 한 나라로 알고 있는 인도에 대한 환상과 거짓말에 대해 말한다.
인도의 현실에 대해 많이 부풀려진 사실과 지금도 변형된 카스트제도(불가촉천민으로 불리던 최하층민이 달리트족이라고 불리는데 이들은 인도인구의 15%에 달한다고...)도 존재하고 그 밖의 경제정책문제와 바른말을 할 수 있는 힘있는 언론의 부재에 대해서도...
강연하는 사람도 정말 재미있고 흥미진진하게이야기 하지만, 듣는 청중도 수준이 굉장히 높으면서 그 층도 다양하다. 주제의 핵심을 찌르는 질문 등 오히려 강의 내용보다 질문하고 답하는 과정에서도 중요한 것도 얻게된다.
강연주제 하나하나만 놓고 이야기한다고 해도 한권으로는 모자라기에, 7개의 주제를 한권으로 다뤄서 다소 좀 모자란점이 있지만 조금이나마 이해하고 반성하는 계기가 됐다.
이 사람들이 쓴 책들을 한번 시간내서 찾아봐야겠다.
강연내용을 책으로 옮기다보니 강연 중간중간에 청중이 웃는부분에서 "청중웃음"이란 글을 집어 넣고, 질문과 대답 사회자의 말까지 써 있다보니깐 책을 읽는내내 내가 마치 강연장에서 청중으로 함께 있는듯한 착각이 들정도로 생동감이 느껴졌다.
이런 특강들이 많이 열렸으면 좋겠고, 일반시민들도 참여하고 경청할 수있는 토론의 장도 많았으면 좋겠다.
책을 읽으면서 밑줄친 여러가지 좋은 글들이 많았지만... 그중에서도 북한에 대한 거짓말에서 김형덕씨가 한말이 가슴에 젤 와닿는다.
"통일에 관심이 있다는 사람은 정말 많지만 그 중에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신의 기득권을 놓치면서까지 통일하고 싶은 사람이 몇이나 되나요?"라고 물으시는 거예요. "저는 목숨을 바칠 각오가 되 있습니다. 조금이나마 생긴 기득권이 있다면 통일을 위해서 다 버릴 각오가 되 있습니다"라고 하시는데 하마터면 제가 눈물이 날뻔했습니다. (p.215-사회자 오지혜와 김동광의 대화)
나역시 이부분에서는 정말 가슴이 찡하고 우리가 통일에 대해 자기식대로만 해석하고 있었던 건 아닌지... 또 통일에 대한 의미도 되돌아보게 됐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기에 "거짓말=나쁜고 좋지 않은 것" 이라는 등식이 성립된다.
알고 하는 거짓말도 있고, 모르고 하는 거짓말도 있고, 선의의 거짓말도 있고, 각양각색의 거짓말이 있다. 하지만 어쨌든 거짓말은 좋지 않다.
어쩌면 이런 거짓말의 시각에서 사회를 보면... 어떤게 진실이고 어떤게 거짓인지... 모두 다 믿을 수 없게 된다. 진실이라고 믿었던 것들이 우리가 배우고 알게되으로 인해 거짓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경우(가령 북한에 관한 것들)도 있다. 작게는 황당한 것에서 부터 크게는 가치관의 혼란까지 올 수 있다.
여기에 언급된 20세기의 다양한 거짓말에 대한 이야기들이 21세기에는 바꿔지거나 사라졌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