펭귄의 우울
안드레이 쿠르코프 지음, 이나미.이영준 옮김 / 솔출판사 / 2006년 8월
평점 :
절판


펭귄의 우울... 표지에 있는 먼산을 응시하는듯한 펭귄의 모습이 왠지 우울해 보이면서도 약간은 동화책같은 느낌이 들게 만든다.
주인공 빅토르가 펭귄을 기른다는 발상도 독특했지만 러시아 문학의 명맥을 잇는 작가라는 칭송을 받는 안드레이 쿠르코프가 11개국어를 한다는 것에 놀랐고, 작가의 다채로운 경력이 돋보였다. 아마두 그런 여러 경험들이 소설을 쓰는데 많은 도움이 되지 않았나 한다.
책을 읽기 전에 사회적 배경을 먼저 알아두고 읽으면 도움이 될 듯하다.
1990년대 중반 소련이 붕괴되고 혼란기에 있는 러시아와 그 연방국들.. 그중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가 소설의 배경이다.

책의 내용을 간단히 살펴보면...
여자친구와도 헤어지고 동물원에서 분양받은 펭귄 미샤랑 둘이서 살아고는 빅토르...
유명한 작가도 아니고 그냥 단편이나 짧은글을 신문에 기고하며 근근히 살아가는 그가 어느날 수도뉴스에 필명도 "동지들의 모임"이라고 쓰고 "십자가"라고 이름지어진 조문 쓰는 일을 하게 되면서 일어나게 되는 일련의 사건들에 관한 이야기다. 미샤와 단란하고 조용한 생활을 하던 빅토르에게 십자가 일을 하게되면서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한다.
조문을 보고 찾아왔다는 미샤(이름이 펭귄하고 똑같다)에게 친구들에 관한 조문청탁을 받고 우연히 소냐라는 딸아이를 맡게된다. 또 펭귄 미샤로 인해 경찰인 젊은 세르게이를 알게되고, 그의 조카 니나도 만난다.
사회적으로 살인과 자살 여러가지 사건들이 일어나면서 자신이 하는 "십자가"가 암암리에 관련이 있다는 생각을 하게된다. 하지만 더 깊이 알고 싶지 않아 그 진실에 대해 피하게 되고... 결국에는...

하고많은 동물 중에서도 왜 하필 펭귄인가?! 그것도 우울한 펭귄...
이 설정은 결말부분과도 닿아있지만...
첫째로, 펭귄이란 동물 자체가 우리 일반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동물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책 속에서도 펭귄에 대한 자료를 찾기기 굉장히 어렵다. 그래서 자칭 펭귄 전문가 삐드삘리이가 등장하는 계기도 된다. (극을 이끌어 나가기도 쉽고, 타지에서 살게된 펭귄의 부적응과 남극이라는 중요요소를 끌어오기도 쉬운 장점)
둘째로, 펭귄의 검정과 하얀색으로 되있는 생김새는 책에서도 많이 나오는 장례식 분위기와도 비슷하고, 인간처럼 두발로 걷는 것 등은 왠지 사람하고 비슷한 느낌이 들기 때문일 것이다.
셋째로, 펭귄과의 의사소통의 어려움은 정치경제적으로 혼란에 빠진 아노미 상태에 놓인 상황을 잘 표현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든다.

펭귄 미샤가 좀 이상하다. 분양 전에 기르던 동물원을 찾아가서 조련사 스쩨반 삐르빨르이를 만나면서 미샤가 선천적으로 심장에 이상이 있고 우울하다는 걸 알게된다.
우울해 하고 가끔씩 주인한테 가서 안기고 무릎을 안고 있는다든지, 물끄러미 쳐다보고, 방송에서 나오는 펭귄생활들을 보면서 그리워하는 것들을 보면...
또 그런 펭귄의 무표정하고 가끔씩 보이는 우울한 모습이 사람들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듯하다.

저자는 중간중간에 사라지는 인물들이나 갑자기 등장했다가 사라지는 인물들, 그밖에 인물들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하지 않는다. 그냥 독자들이 읽으면서 짐작으로 알게끔...
가끔씩 등장인물 중에는 개연성이 모호하고 뭔가 안개속에 가려진 느낌이 드는 인물들도 있다. 그나마 확실한 인물은 펭귄 미샤와 주인공 빅토르, 그리고 경찰 친구 세르게이정도....

빅토르와 미샤의 일상과 그와 관련되어 일어나는 사건들을 너무 크게 작게도 아니고 그냥 담담하게 때론 시니컬하게 그려간다.
빅토르와 미샤를 통한 적절한 메타포의 사용과 더불어 여기에 나오는 인간군상들을 보면 당시 혼란스런 러시아와 주변국들의 혼란의 중앙에 있던 시민들을 잘 대변해주는 듯하다.
빅토르는 "십자가"일을 하면서 일어나는일련의 사건들을 보면서 불안해하면서도 뭔지모를 두려움 때문에 깊이 알려고 하지 않는다. 이부분은 빅토르의 약간 소심한듯하면서도 무심한 성격이 니힐니즘에 빠진듯하다.
"미샤와 소냐와 니나와 빅토르 자신이 꼭 한 가족같다고 생각하면서 편안함을 느낀다"라고 생각하는데 남들이 보기에도 지극히 정상적인 가족으로 보일 수 있는데 실상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왠지 빅토르 자신이 소외되고 고독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특히 마직막 부분에 가서는 그것이 뚜렸하다.
나중에는 자신을 걱정해주고 위안받을 수 있는 대상은 아무도 없음을 알면서 유일한 친구 펭귄 미샤만이 자신의 진정한 친구라고 생각하게 된다. 우울해 하면서도 가족이나 사랑에 대한 열정이 별로 없는 요즘 세대들을 보는 듯하고, 그냥 평범한 중하층 시민이지만 정치경제적 문제로 인해 왠지 소외받고 무기력한층을 잘 대변해 주는 듯하다.

책을 읽으면서 기억에 남는 글귀가 두 가지 있다. 감명 깊었다기 보다는 반복되어 나와서 각인되었다고 해야되나?!
첫번째는 "펭귄 아닌 미샤" 솔직히 소냐의 아빠 미샤를 소개할 때 펭귄미샤와 이름이 같아서 이름 앞에 "펭귄 아닌"을 꼭 붙였었다. 처음엔 괜찮았는데 자꾸 반복되다보니 많이 거슬렸다.
두번째는 "먼지가 가라 앉으면 나타나겠소"라는 말...
처음에 미샤(펭귄 아닌 미샤?ㅋ)도 그랬고 두번째는 이고르 르보비치 편집장도 마지막엔 빅토르까지...빅토르는 그 말을 마치 자신이 생각해낸 문장이라고까지 생각하면서 그 말을 했다 아니 적었다.

일반적인 소설임에도 왠지 추리소설 느낌이 나는 것은 저자가 추리소설도 썼던 전력 때문이 아닌가 한다. 후반부로 갈수록 늘어지는 감이 있으나 어쨌든 생각지도 못했던 결말부분의 반전은 추리소설이라고 해도 괜찮을 듯...
우리나라엔 아직 발간되진 않았지만 <펭귄의 우울>의 후속작으로 <펭귄의 실종>이 나왔다는데... 왠지 기대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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