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그네 오늘의 일본문학 2
오쿠다 히데오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05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예로부터 일본은 좀 독특한 문화를 형성해왔다.
사무라이 문화도 그렇고 혼네, 체면, 또 음.. 음.. 기억이 안 나서 생략...

아무튼... 좀 이상하고 얄굿은 녀석들인데
소설마저도 그렇다.
이건 뭐 본격 소설도 아니고, 그렇다고 아주 가벼운 명랑소설도 아닌 것이
참 일본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오쿠다 히데오와는 좀 다르지만
아사다 지로 또한 단편소설을 대중적으로 소화하는
작가다. <철도원>도 그렇고 우리나라에서 영화화됐던
<파이란>같은 것도 얼마나 거리낌없는 작품인가.
거추장스러운 문학적 장식 따위는 발 붙일 틈도 없다.

그런 의미에서 <공중그네>에 나오는 주인공들이
대부분 현실에서 좀 동떨어진 직업을 가졌는지도 모르겠다.
현실적이면 심각해질 수 있으니까 좀 떨어뜨리는 거지.
야쿠자 중간보스, 서커스 단원, 신경과 의사, 야구선수, 베스트셀러 작가...

직업은 고사하고 그들의 문제의식 또한 기발하다.
송곳 등을 두려워하는 야쿠자,
공중그네에서 자꾸 떨어지는 서커스 당원,
장인의 가발을 벗기고 싶은 충동에 시달리는 신경과 의사,
1루로 공을 똑바로 못 던지는 야구선수,
자기 작품의 등장인물을 기억하지 못하는 작가...

그러나 가장 문제적인 것은 역시 정신과 의사 아라부의 캐릭터...
그야말로 명랑만화에나 완벽하게 어울릴 캐릭터를
버젓이 문학작품의 캐릭터로 쓰는 데는 두손두발 다 들었다.

아... 나쁘지 않다고 본다.
문학이 별거냐.
당대 대중들과 즐겁게 호흡하는 것 또한 문학의 의무다.
그런 다양성이 공존하는 일본이 부럽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중국은 용광로와 같은 땅이다. 수천년에 걸쳐 외부를 향해 팽창을 지향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흡수, 융합을 거듭했고 지정학적으로 가장 근접한 우리나라는 그 과정들을 모두 겪으며 오늘날에 이르렀다. 중국이라는 거울을 통해 우리 자신을 들여다 보자.


11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도교의 신과 신선 이야기- 옥황상제에서 서왕모까지
구보 노리타다 지음, 이정환 옮김 / 뿌리와이파리 / 2004년 9월
12,000원 → 10,800원(10%할인) / 마일리지 600원(5% 적립)
2005년 01월 30일에 저장
절판
자금성을 걸으며 중국을 본다- 만화와 함께 하는 중국 역사 문화 이야기
진병팔 지음 / 청년정신 / 2002년 11월
12,000원 → 10,800원(10%할인) / 마일리지 600원(5% 적립)
2005년 01월 30일에 저장
절판

환관- 테마로 읽는 중국역사 2
박인수 지음 / 석필 / 2003년 11월
10,000원 → 9,000원(10%할인) / 마일리지 500원(5% 적립)
2005년 01월 30일에 저장
품절

장사의 신 호설암
증다오 지음, 한정은 옮김 / 해냄 / 2004년 3월
15,000원 → 13,500원(10%할인) / 마일리지 75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9월 5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2005년 01월 30일에 저장



11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명나라시대 중국인의 일상 - 라루스 일상사 시리즈
제롬 케를루에강 지음, 이상해 옮김 / 북폴리오 / 2005년 9월
평점 :
절판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사는지에 대한 궁금증은 굳이 관음증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누구나 가지고 있다.

바로 이웃한 옆집은 어떻게 해놓고 사는지, 여자 친구는 밤에 무얼하고 있는지, 좋아하는 연예인의 속옷은 무슨 색깔인지, 아니면 우리나라 최고 부자라는 이건희의 수백 억짜리 집이나 그 집 사람들이 매일 먹는 요리는 과연 무엇인지... 투명인간이 된다면 참 할게 많을 것 같은데... 

이러한 궁금증을 좀 더 확대하면 현시대만이 아닌 오랜 과거에 살았던 사람들의 생활에 대해서도 동류의 호기심을 갖게 된다. 도대체 드라마도, 개그콘서트도, 자동차도, 스타크래프트도, 핸드폰도, 컴퓨터도, 라면도 없는 세계에서 사는 사람들은 일생을 무슨 낙으로 사는 것이냐. 사실은 시간을 50년만 뒤로 돌려도 위의 물건들 대부분은 우리에게도 없던 것들이다.

일상사에 관한 책들이 본격적으로 나온 것은 대략 90년대 중후반 무렵이지 싶다. 조선시대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나, 류의 책들은 과거를 왕조나 사건 위주가 아닌 사람들이 먹고, 싸고, 놀고, 일하고, 싸우는 일상의 삶을 조명하고 있다. 지금보면 사실 그 당시에 일상사를 다뤘던 책들은 여전히 딱딱하고 재미가 없었다. 하지만 갈수록 일상을 더욱 깊고 세밀하게 들여다보면서 이제는 당시의 노름판 풍경이나 오입 풍습, 술주정꾼의 모습 따위를 보여준다. 알고보면 수백 년 전이나 지금이나 별반 다를 바 없다는 사실에 놀라게 된다.

얼마전 지인을 통해 [명나라시대 중국인의 일상]이라는 책을 접하고, 나는 너무나 놀랍고 기분이 좋았다. 우리나라에서도 이제 이런 미시적인 책들이 나오는구나. 우리의 과거만이 아닌, 또는 역사적으로 유명한 특정한 과거가 아닌, 평범한 한 시대를 뚝 떼어내 조명하는 책이 나오는구나 싶어서 무척 감탄을 했다. 이 책과 더불어 서부개척 시대 미국인의 일상사를 다룬 책과 이집트 파라오 시대의 일상사를 다룬 책도 시리즈로 나왔다.  무척 고무할 만한 일이다.

사실 우리의 거대한 이웃인 중국에 대해 우리가 아는 것은 극히 피상적인 부분에 불과하다. 역사적으로 우리와 불가분의 관계였으며 미래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칠 중국과 중국인들에 대해 아는 것은 우리 자신에 대해 아는 것만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사실 중국의 과거를 아는 것은 바로 우리의 과거를 아는 것이나 마찬가지라 할 정도로 친연성이 깊다. 하지만 중국과 우리는 엄연히 다르다.

이 책은 명나라 사람들의 일상을 매우 폭넓게, 쉬운 말로, 거기다 칼라 도판까지 곁들여서 풍부하게 보여주고 있다. 특이한 것은 이 책의 저자가 프랑스의 중국 전문 학자라는 것이다. 말하자면 같은 동양인이 보는 중국이 아닌, 서양의 중국 전문가가 보는 동양의 중국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동양의 전통들도 저자는 서양인들의 입장에서 설명을 해놓았는데 무척 새롭게 다가온다.

하지만 익숙한 것 보다는 처음 보고, 처음 듣는 것들이 훨씬 많다.  

가령 <책 수집광>에 대한 설명을 보면, '책 수집병은... 문인들 사이에서 아주 흔한 병으로,... 희귀본을 높이 평가하고, 훼손된 저작을 복원하며, 출간 연대를 밝히기 위해 판본들을 비교하고, 빠진 구절을 끼워 넣거나 오류를 수정하는 등 책 자체에도 애정을 쏟았다.... 책 수집광은 장서에 편집병적인 정성을 쏟았다. 책을 만지기 전에 손을 씻었고, 서재에는 음식을 들여오지 못하게 했으며, 마치 보물 다루듯 애지중지했다.' 요즘도 이렇게 책을 사랑하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지 궁금하다.

또한 <도박꾼의 지옥>이라는 항목에서는 '도박에 완전히 빠진 사람들은 여자를 걸기도 했다. 여기서 '속옷을 건다'는 것은 공연한 표현이 아니었다. 옷가지까지 모두 잃은 다음 완전히 벌거벗은 채 도박장에서 쫓겨나는 도박꾼들도 드물지 않았다.' 도박으로 패가망신하기는 그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동물>이라는 제목에서는 특이하게도 귀뚜라미 애호가들에 대해 나온다. '중국인들은 동물 싸움, 그 중에서도 귀뚜라미 싸움에 대한 열정이 대단했다. 일반인들은 귀뚜라미를 등처럼 매다는 우리에 기른 반면, 궁궐 부인들은 상아로 만든 상자나 금실로 짠 우리에 넣어 길렀다. 뿐만 아니라 중국인들은 거위, 물고기, 심지어 개미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동물들이 구경거리가 될만한 격렬한 싸움을 벌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밖에도 밥 먹는 법(중국인들은 젓가락을 항시 가지고 다닌다), 당시의 성 입문서, 창녀들 이야기(노골적인 춘화도 곁들여서), 작명법, 용변을 해결하는 법, 노점과 가게의 풍경, 사적인 모임, 최하층 빈민과 하인, 노예의 삶,  등등 수많은 일상사들을 알기 쉽게 설명했다.

앞으로도 이런 책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댓글(3) 먼댓글(0) 좋아요(29)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하이드 2005-10-12 16: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사고 싶습니다. ㅜㅜ

라쇼몽 2005-10-13 1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이드/ 후후... 그렇죠? 세상에 갖고 싶은 책은 많고 많은데 비싸기는 왜 이리 비싼지... 물론 명나라의 책수집광들에게는 이런 변명이 통하지 않겠지만요^^

조고각하 2005-10-13 1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일상이라고는 하지만 새롭고 재밌는 사실들이 너무 많네요. 하루하루가 지루한 사람들에게는 낯설면서도 한편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세계가 주는 신선함이 충분한 자극이 될 듯...
 
다 빈치 코드 - 전2권 세트
댄 브라운 지음, 양선아 옮김 / 북스캔(대교북스캔) / 2004년 6월
평점 :
절판


<다빈치 코드>의 가장 큰 장점은 '빼어난 구성'이다. 그야말로 서말의 구슬을 한 줄에 꿰듯이 사건들이 정교하게 엇물리고 끊임없이 이어진다. 대중소설에 있어서 치밀한 구성이란 가장 큰 덕목이다. 사실 장편 소설 하나를 일관성 있고 논리적으로 엮는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야말로 하나의 세계를 '제대로' 창조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에 작가로서는 대단히 오랫동안 수고를 해야 할 것이다.



국내의 대중소설들이 이런 치밀한 구성을 보여주는 예는 그리 많지 않다. 내가 과문해서이겠지만 <소설 동의보감>은 정말 재미와 교양 등을 모두 보여주는 수작이지만 안타깝게도 작가가 집필 도중 돌아가신 관계로 미완이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같은 초대형 베스트셀러도 사실 시대적 상황이 크게 작용하여 민족적 감상주의가 먹힌 탓에 그만큼 호응을 얻었지 작품 자체의 구성과 전개를 볼 때 그렇게 빼어난 수작은 아닌 것 같다.



어쨌든 <다빈치 코드>는 대중 작품이 사용할 수 있는 재미적 요소들을 그야말로 총동원했다고 볼 수 있다. 더불어 잘 조합하고 세련되게 다듬었다. 하지만... 아쉬운 것은, 뭐랄까 어떤 문학적 혼이랄까... 잘 쓴 대중소설이야 그렇다 쳐도 훌륭한 대중소설이라면, 거기에도 혼이 깃들어야 한다.



그런 예를 우리는 <스티븐 킹>에게서 볼 수 있다. 어쩌면 스티븐 킹이 이 작가보다 구성이나 전개가 치밀하지 못할 수 있다. 하지만 그의 작품에서는 인물과 사건을 관통하는 어떤 치열한 것, 뜨거운 그 무엇이 있다. 그것이 작품 전체를 확 끌어당기는 것이며 그 진동이 독자의 가슴을 울리는 것이다. 케리와 미저리, 그린 마일 등에서 보여주는 것들... 인간의 깊숙한 내면을 끄집어내려는 집요한 욕망과 그 적나라한 묘사 등은 단연코 대중 문학에도 문학적 혼이 깃들 수 있으며 그래야 최상이 작품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물론 <다빈치 코드>를 스티븐 킹의 작품들과 같은 선상에 놓고 비교하는 것은 그리 합당치 않다. 이 작품에는 그것과는 다른 차원의 또 다른 재미가 있으니까. 어쩌면 이렇게 다채로운 소재와 풍부한 이야깃거리들을 살리기 위해서는 그런 격정이나 문학적 혼 등을 희생시켜야 할지도 모른다. 사실 재미라는 것은 취향에 따라 기준이 다른 것이다. 나로서는 조금 아쉬운 것도 있지만, 서스펜스와 스릴, 액션, 추리, 뜻밖의 반전 등을 원하시는 독자들은 충분히 재미를 만끽하실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닥터 지바고 - 상 - 양장본
보리스 파스테르나크 지음, 박형규 옮김 / 열린책들 / 2001년 4월
평점 :
품절


누구나 마찬가지지만 그야말로 밥벌이를 하느라고 생각지도 않았던 회사에 다닌 적이 있었다. 당연히 처음에는 무척 적응하기 힘들었다. 직장 동료들과도 뭔가 어긋났으며 일도 재미없었다.(물론 나중에는 다 회복이 되었지만..)


어쨌든 다니기는 싫고, 그렇다고 안 다닐 수도 없는 황당한 상황에서, 나는 뭔가 돌파구가 필요했다. 그때 내 손에 든 것이 바로 이 <닥터 지바고>였다.(내가 읽은 건 안정효 번역이었다.) 왕복 두 시간의 지하철 공간에서 나는 과감히 이 책을 선택한 것이다. 


왜 한 번은 읽어야겠다고 생각은 하지만, 좀체 손에 쥐어지지 않는 책이 누구나 있을 것이다. 내겐 <닥터 지바고>가 그랬다. 왠지 만연체가 주종일 것 같은 러시아 문학도 낯설고, 잘 알지도 못하는 역사적 배경을 바탕으로 이뤄지지 않을 남녀 간의 사랑이야기.... 등등이 이 작품에 대한 나의 오랜 선입견이었다.


 불행히도 내 선입견은 들어맞았다. 내가 생각했던 바로 그런 것들... 하지만 거기까지만 맞았을 뿐, 나는 이 지루하고 묵직한 이야기에 한없이 빠져들기 시작했다. 내 황량한 마음은 라라와 함께 시베리아 벌판을 달렸고 세상에 대한 적대적인 긴장을 깊은 침묵 속에서 지바고에게 토로하였다.


 특히나 쉴새없이 쏟아져 나오는 풍부한 묘사들... 그것은 단순히 사물을 표현하기 위한, 말하자면 문청들이 끄적대는 묘사를 위한 묘사 따위가 아니었다.


그 대상을 보는 사람의 심리와 현실적 상황을 문자라는 프리즘을 통해 그럴 수 없이 적확하면서 세세하게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른바 문체라는 것이 바로 그것이었다. 마치 내가 그 사람이 되는 듯하고, 내가 그 자리에 있는 듯하고 나의 오랜 기억을 더듬는 듯했다.


그야말로 오롯한 문학의 향연에 흠뻠 빠질 수 있었고 출퇴근 내내 우산도 없이 문학의 장대비를 맞으면서 다녀야 했다. 내 독서 경험이 일천해서이겠지만 이런 경험은 그리 많지 않았다.


이 책을 읽으며 나는 점차 회복이 되었다. 무엇으로부터 회복되었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그저 시베리아에는 결코 차가운 북풍과 눈만 있는 것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고나 할까. 지하철의 인파들 사이로 나는 언뜻언뜻 서로를 스쳐가는 지바고와 라라를 본 것도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