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수용소에서 (양장) - 빅터 프랭클의
빅터 프랭클 지음, 이시형 옮김 / 청아출판사 / 2005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을 읽고 나는 위로받지 못했다. 

단지 연민과 구역질을 느꼈을 뿐이다. 

저자는 가장 처절하고 끔찍한 삶의 밑바닥에서도  

끝끝내 유지되는 인간의, 인간만의   

존엄성과 희생정신을 이야기하고 강조하지만,  

그 잘난 인간의 존엄성을 강조하기 위한 배경으로 

묘사한 나치 수용소와 그속에서 '인간'들이 자행하는 행태들은 

이미 인간이 결코 존엄한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저 미치지 않으려는 자기보호의 착각일뿐, 인간은 존엄한 존재가 아니다. 

오히려 어느 짐승보다도 잔인하고 기괴한 존재일 뿐...  

저자는 그 지옥에서 살아남았고 계속 살아남기 위해 자기생존시스템을 완성했으며  

그것은 충분히 존중받아야할 한 생명체의 자기보호본능이다. 

그리하여 지금 자신이 지옥에 살고 있다고 생각되는 사람들은 

이 책이 어느 정도 위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그런 가짜 위안에서 깨어나는 데는 얼마 안 걸릴테지만...

이 책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수용소의 유대인들이 매일 혹독한 강제노동에 동원되는데 

어느 추운날 행군을 하다가 누군가 이런 모습을 아내가 볼까 두렵다고 투덜대자 

주위 사람 모두 순식간에 헤어진 아내에 대한 강렬한 그리움과 환상에 빠지는데 

그것이 몇 주 동안 이어지는 것이다. 이미 죽었을지도 모를 아내와 대화를 나누고 

그녀의 몸을 보드랍게 쓰다듬고 같이 웃고 울면서 더 할 수 없는 강렬한 삶의 위로를 

받는 그 장면들이 정말 처절하게 내 가슴을 파고 들었다. 

아마도 그렇게 처참한 상황에서도 이런 환각에 빠져들 수 있다는 것이 

인간이 다른 생명들과 구분되는 가장 큰 특징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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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본능
제드 러벤펠드 지음, 박현주 옮김 / 현대문학 / 2011년 6월
평점 :
절판


 모름지기 이런 류의 소설이 갖춰야할 독자에 대한 예의는  

독자들을 속여 넘길 수 있는 미스테리다. 

당근 어거지로 짜낸 미스테리가 아니라 충분한 논리와 설득력을 갖춘,  

그리고 상상력을 요구하는 미스테리여야 한다. 

그런 면에서 이 소설은 분명히 웰메이드 작품의 요건을 갖추었다. 

1차대전 때 빚어진 어느 비극적인 가족사와 그 와중에 전개되는 불같은 사랑, 

전후 1920년대 미국을 중심으로 한 사회경제적 상황과 금을 둘러싼 국가적 음모...  

그리고 이를 모두 아우르는 프로이트 박사의 '죽음본능' 이론이  

마치 씨줄과 날줄처럼 정교하게 엮여 있다. 

좋은 대중소설이라면 정말 이 정도의 구성과 전문성은 갖추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말 좋은 대중소설은 그 작품을 읽는 동안만큼은 독자를 완전히 푹 빠져들게 

만들어야 한다. TV에서 계속 봐 왔던 <최고의 사랑>이 나와도  

이 작품의 다음 전개가 궁금해서 본방을 포기하는... 그럴 정도의   

재미를 느끼게 해 줘야 그것이 제대로 된 대중소설이다.   

이제가지 그런 정도의 작품을 꼽는다면 로저 젤라즈니의 <신들의 사회> 

제스퍼 포드의 <제인에어 납치 사건>, 리처드 애덤스의 <워터십 다운의 열두 마리 토끼> 

등이 있었다. 참, 톨킨의 <반지의 제왕>도 빼놓을 수 없지. 

오랜만에 흠뻑 빠져들 수 있는 작품을 만나게 되어 무척 반갑다. 

그리고 아직 이 작가의 전작 <살인의 해석>을 보지 않았는데 꼭 읽어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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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운
주노 디아스 지음, 권상미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5월
평점 :
절판


 

똑같은 세계를 살고 있지만 결코 똑같은 세상이 아니다. 

작가의 자서전과도 같은 이 단편들을 보면 나와 다른 세상에 대해 놀라게 된다. 

정말 놀라운 것은 그런 세상을 그려내는 언어의 힘이다. 

제임스 설터를 번역한 박상미도 그렇지만 이 작품의 번역자 권상미(어, 이름이 똑같네)도 

번역을 참 잘한다. 그렇지만서도 이 작품을 보면서 아, 내가 직접 읽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이 들었다. 그 꼴통 같은 언어의 힘을 직접 느껴보고 싶다.  

우리나라에서라면 70년대에 나온 <어둠의 자식들> 이나 <꼬방동네 사람들> 같은 

완전 밑바닥 세계가 여기 펼쳐지는데 물론 언어적 형상화의 힘은 전혀 다르다. 

이런 소설은 그냥 읽는 재미가 있다.  

뭐 이런 거 저런 거 의미를 따질 필요도 없이 쭉 읽어나가면  

눈 앞에 서걱한 바람이 부는 것 같은 그 세계가 펼쳐진다.  

편파적이고, 가부장적이며, 정의롭지 못하고, 구역질나고,  

폭력적이고, 약탈적이며, 비도덕적인 그 모든 악덕이 이 책 속에서는 

밥 먹듯이 나오는데 진짜 신기한 건 읽다보면 무척 친숙하다는 거... 

나를 포함하여 내 이웃 중에 정말 이렇게 사는 사람은 거의 없겠지만 

겉으로만 다를 뿐, 사실은 동일한 범주 속에 우리는 살고 있다.  

왜 아니겠는가. 

그런 면에서 나보다 한 살 어린 이 아저씨가 이 걸작 단편들을 

20대 중반 전후로 썼다는 건 정말 할 말을 잃게 만든다. 

문학 쪽에는 분명 천재로 분류되는 녀석들이 존재한다. 

아 씨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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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미제라블 - 전6권
빅또르 위고 지음, 송면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2년 8월
평점 :
품절


 

 

내가 읽은 레 미제라블은 금성출판사에서 나온 3권짜리 1987년 초판본으로 역자는 김은희 교수다.
우리나라에서 현재 완역하여 나온 레 미제라블은 약 3종을 꼽는데 이에 관해서는
과학서 전문 번역가인 김희봉 님이 '세계적 명작의 국내 번역본을 비교 검토'하는 글에 관련 내용이 있다.


<...레미제라블은 방곤(범우), 김은희(금성), 송면(동서)본이 있다.
송면의 번역이 최근의 번역이다.
현대적인 어휘 사용으로 봤을 때는 최근 번역본인 송면의 것이 좋고,
문학적인 표현에는 김은희의 것이 나아 보인다.
사실 방곤의 번역과 송면의 번역은 너무 비슷하다.
방곤의 것을 저본으로 수정하지 않았을까 하는 의심이 든다...>


금성출판사 레 미제라블은 원고지로 계산하니까 9천700매 정도 된다.
태백산맥 10권이 1만6천매 가량 된다니까 3분의 2분량 되겠다.

이 책은 몇 년 전 신촌의 헌책방에서 몽테크리스트 백작(금성출판사) 3권과 함께 구입했었다.
사실 관심이 있던 책은 몽테크리스트 백작이었고 레 미제라블은 옆에 있기에 덤으로 구입했다.
한권에 1500원이라는 초저가가 구입의 절대 요인이었음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두 작품의 내용을 대강은 알고 있다.
소년용 다이제스트 판을 통해서든 만화나 영화를 통해서든 조금은 알 것이다.
나 같은 경우는 몽테크리스트 백작을 국민학교 때 '암굴왕'이라는 제목으로 읽었는데
정말 흥미진진하게 봤다.
그 당시는 그게 전부인줄 알았는데 나중에 어마어마하게 긴 장편이라는 걸 알고
깜짝 놀랐다. 레 미제라블은 아예 그림책용으로 나온 것을 읽은 기억이 난다.
하지만 나이를 먹고 나서 보니 재미는 있었던 것 같은데 내용이 가물가물하기도 하고
제대로 된 완역판을 읽고 싶은 생각이 들어 구입한 것이다.

하지만 두 작품 모두 서가 구석에 장식용으로만 꽂아두고 오랫동안 읽지 않았다.
21세기를 사는 현대인이 저런 대작들을 읽기는 여간 힘든 것이 아니다.
흠, 흠... 물론 난 19세기, 아니 가끔은 구석기 원시인 같은 삶을 살기에
시간의 구애를 받을 일은 거의 없지만 그래도 무늬만은 현대인이므로...
(한가한 사람이 더 바쁜 척 한다).
어쨌든 아무리 한가하더라도 이런 대작을 시작할 엄두는 안 나는 법이다.


그런데 어느날 너무 심심한 나머지 알 수 없는 오기에 사로잡혀 레 미제라블을 꺼내들게 되었다.
그리고 읽기 시작했다. 처음 시작은 이렇다.

[1815년에 샤를 프랑수와 비앵브뉘 미리엘 씨는 디뉴의 주교였다.
그 무렵 그는 75세 정도의 노인이었는데 1806년부터 디뉴의 주교직에 있었다.
이런 것들은 이제부터 이야기하려는 본 줄거리와는 아무 관계가 없지만
어떤 일이라도 정확히 해 두고 싶은 단순한 뜻에서, 어떻든 전혀 쓸모없는 이야기만은 아니므로
그가 주교구에 왔을 무렵 그에 관해서 퍼진 소문이나 평판을 여기서 말하기로 하겠다.
어떤 사람에 대한 세상의 풍문이라는 것은 그것이 정말이든 거짓말이든 본인의 생애에서,
특히 그 운명을 통해서 본인의 행위와 똑같을 만큼 커다란 비중을 차지하는 일이 많다.
미리엘 씨는 엑스 고등법원 판사의 아들이었다...]

음... 시작 부분을 이렇게 장황하게 소개한 것은 바로 세 번째 줄의
'본 줄거리와는 아무 관계가 없지만...'이라는 부분을 강조하기 위함이다.
바로 이것이 레 미제라블을 레 미제라블이게 하는 요소 중 하나인 것이다.

요즘 작가라면 아무리 만용을 부린다 해도 결코 쓸 수가 없는, 그런 곁가지 설명들이
이 작품에는 여러 군데, 그것도 어마어마하게 길게 들어가 있다. 거의 지뢰밭 수준이다.
예전에 움베르토 에코가 장미의 이름의 난해한 도입부에 대한 질문에 이렇게 말했다.

"난삽한 책의 첫 부분은 호흡을 따라잡기 위해서 독자가 치러야 하는 입문과도 같은 것이다.
산을 오르려면 산의 호흡법을 배우고 산의 행보를 익혀야 한다."

그러나 빅토르 위고는 입문 정도가 아니라 중간고사, 기말고사는 물론 평가시험,
쪽지시험까지 다 치르려는 것 같다. 정말 어떤 때는 너무 지루해서
같은 줄을 네, 다섯 번이나 읽다가 책을 갈기 갈기 찢어버리고 싶은 적도 있었다.

하지만 시험 보기 싫다고 학교를 자퇴할 수는 없잖은가. 그동안 등록금 내고 다닌 게
아까워서라도 어떡하든 졸업은 해야지, 하는 심정으로다 꾸역꾸역 읽었다.
게다가 그 부분을 그냥 빼고 읽으면 나중에 다 읽고 나서 정말 찜찜할 거 같기도 했다.

하지만 어떤 부분, 특히 2부 코제트의 <제6편 르 프티픽퓌스>의 내용은 거의 살인적이다.
가령 '8.마음 다음에는 돌'의 시작은 이렇다.

[수도원의 정신적인 면을 스케치한 뒤에 물질적인 겉 모습을 간단히 설명해 두는 것도
전혀 쓸모없지는 않을 것이다. 독자도 이미 얼마간은 알고 있을 줄로 생각한다....] (이러면서 죽 설명 들어간다.)

그럼 그 다음 '9. 두건 밑에 가린 일세기'의 시작은 어떤가.

[나는 이미 사라져 버린 르 프티픽퓌스 수도원의 옛날의 생활을 자세히 얘기하면서,
이 성스러운 집의 문들을 조심스럽게 열고 말았으니까, 이제 조금 옆길로 새어
이 책의 본 줄거리와는 관계가 없는 여담을 좀 하는 것을 용서해 주기 바란다.
아뭏든 아무리 조그만 수도원이라 하더라도 그 나름의 독특한 개성을 갖고 있으므로,
그만큼 우리에게 흥미가 있는 것이다.]

하하... 이건 뭐, 자기 책이니까 작가 마음대로 쓰시겠다 이거지. 하긴 뭐...

놀라지 마시라. 여담은 잠깐 나오는 여담이 아니라 그 다음 편, 그러니까
<제7편 여담>이 통째로 들어간다.

이 여담은 작가 말마따나 소설이 아니다. 그냥 작가의 평소 생각, 평소 신념일 뿐이다.
그러니 정말 읽지 않아도 무방하다(하지만 사람의 마음이란 게 그런 게 아니지...흑흑).
최근에 나온 완역본은 이런 부분들을 좀 생략했다고 하는데...
(버럭, 그럼 완역본이 아니잖아!!! 그건 독자가 선택해야지!!!)

어쨌든 이런 지뢰밭을 경험하면서 심각한 데미지를 입고
몇 달 동안 책읽기를 쉴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한번 쉬면
그 다음 이어서 읽는 것이 무척 힘들다. 부담 백배요, 엄청난 용기가 필요하다.

오랫동안 정진수양을 한 다음에야 심호흡을 가다듬고 조용히 책을 펼쳐든다.
그리고 눈을 부릅 뜨고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서 지뢰밭으로 뛰어든다.
그러다 얼마 안가서 또 만난 대형 지뢰밭...

이렇게 읽다 쉬다를 거듭하다 2007년을 맞아 1년 간 여행을 가게 되었는데
바로 그 전까지 3권의 절반까지 진도를 나간 채 한참을 쉬고 있었다.
그래서 본의 아니게 1년 넘는 기간 동안 책을 손에서 놓았다.


원고지 1만 매가 다 이런 지경이라면 아무리 자존심이 상해도 못 읽는다.
아니 안 읽지. 인생은 짧고 읽을 건 많은데 왜 쓸데없이 시간 낭비하며 고난의 행군을 하겠는가.

짐작하겠지만 레 미제라블은 결코 지루한 옛 고전이 아니다.

작품의 서사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는 부분부터 독자는 그야말로 극과 극의 체험을 하게 된다.
어마어마한 지뢰밭의 고난을 통과하면 그야말로 짜릿하고
손발이 덜덜 떨릴 정도로 재미난 이야기들이 기다린다.
장발장이 감옥에서 나와 세상을 돌아다니는 부분부터...
성공하여 한 도시의 시장이 되고, 코제트의 어머니 팡틴과의 오해...
그리고 자베르 경감에게 쫓기면서, 드디어 코제트를 만나는 장면 등은
너무 정신없이 읽다 온 몸에서 진땀이 날 정도로 손에 땀을 쥐게 하고 심장을 뛰게 만든다.

옛날 이야기의 힘... 그야말로 진정한 이야기의 백미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근세 역사에서 가장 치열한 변화와 혁명의 시대에 도저히 양립할 수 없는 인물들이
가장 극적인 상황에서 가장 극적인 방법으로 서로서로 관계를 맺는다.
이런 것이 바로 옛날 이야기의 힘이다.

옛 작가들은 인간을 소용돌이 속으로 던져놓고 지켜보는 사람이다.
작중 인물들이 거기서 빠져나오거나, 힘이 빠져 죽거나, 미치거나,
자포자기 하는 모습들을 작가는 문학적 역량을 총동원하여 세세히 그린다.
다른 트릭은 없다. 오직 이야기만 있을 뿐이다.

사실은 지뢰밭 역시 그 이야기의 일부분인 것이다.
그것은 빨리빨리 후딱후딱 넘기는 이야기가 아닌 지극히 풍부하고
깊이있는 시선을 통과한 작품의 배경인 것이다. 물론 이야기를 풍부하게 하는 배경이다.


여행을 다녀와서 한동안 레 미제라블을 손대지 못했다.
정말 여유가 없었고 솔직히 겁도 났다.
그러던 어느날 화장실에 들어가면서 또 다시 알 수 없는 오기로
그 놈을 손에 들었고,
그날 반나절만에 3권의 나머지 절반을 다 읽어버렸다.
다 읽고 나니 참 허탈하더라. 3년 만에 다 읽은 것이다.


그것도 세 권 합쳐 4500원이라는 돈으로...


이야기의 백미를 즐기시고 싶은 분들이라면 한번 도전해 보시라.
그야말로 이야기에 푸욱 빠져들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데미지는 입겠지만 이런 문학적 데미지는 요즘 희귀하다.
일생에 한 번쯤 도전해 볼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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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rrytoto 2012-01-03 16: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번에 새로 레미제라블 시리즈를 구매하려고 왔다가 너무 공감가는 글이 있어서 추천드리고 갑니다 ^^
저도 대학다닐때 왠지모를 오기로 읽기 시작했는데 말씀하신것과 거의 같은 느낌을 받았거든요 ㅎㅎ 빌린책이라
찢어버릴수도 없고 ..아.. 정말 읽어보신분이 아니면 그 느낌이 잘 안오실텐데.. 무튼 완독하고 너무 행복했고
고전이란 이래서 고전이구나 하고 끄덕이게 해준 그런 책이었던것 같아요. 늘 처음 그 책과 친해질때가 어렵고
두세번째 읽을때는 한결 편해지는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도 오랫만에 다시 완독하고 싶네요 ^^

라쇼몽 2012-01-04 19:34   좋아요 0 | URL
하하.. 추천 감사합니다. 힘들게 레미제라블을 독파하신 분을 만나니 저도 반갑네요. 힘든만큼 정말 보람차고 뿌듯한 독서경험이었던 것 같아요.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
 
신 기생뎐
이현수 지음 / 문학동네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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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수라는 작가가 쓴 신기생뎐... 원래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이 아니었다.  

단지 이동도서관에서 딱히 집을 것이 없어 선택했을 뿐이다.   

물론 동인문학상 심사위원들이 강추한 책이기에 호승심이 일기도 했다.
처음 몇십 페이지를 읽고, 역시 내 스타일이 아니네~ 했다.  

그게 뭐냐면 우리말에 무슨 사명감을 가진 작가들이 요즘 쓰지 않는 사전말을  

굳이 뽑아내서 문장 여기저기에 지뢰처럼 박아두는 행태를 두고 하는 말이다.  

그런 거 보고 있으면 꼭 kbs에서 의무적으로 밤 늦게 하는 국악 프로처럼  

흥미가 싹 사라진다.(그렇다고 국악 자체가 흥미없다는 건 아니다.  

그 국악 '프로'가 흥미없다는 거지)  

그래서 김주영의 <객주>도 반권 읽다 덮어버렸고  

<혼불> 같은 것은 아예 볼 엄두도 내지 않았다.  

 어쨌든 이왕 빌린 것이니 되는 데까지 읽어보자 하고 찔끔찔금  

페이지를 넘겨 나갔다.  

우와...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정말 <신기생뎐>에 푹 빠져들게 되었다. 

어떻게 요즘 작가가 이런 작품을 쓸 수 있었는지 무척 놀라울 뿐이다.  

기생들의 삶과 그 주변 문화들을 정말 옆에서 보고 들은 사람처럼  

풀어낼 뿐만 아니라 그 삶의 핍진함까지 눈 앞에 그려내듯이 보여준다. 
무엇보다 진한 사람 냄새가 물씬 풍기는 이야기다.  

딱히 기생 얘기라 한정지을 것도 없다.  바로 우리들 삶의 이야기였다.  

죽지 않는 모든 생명들이 그래야 하듯 매일매일을 살아가는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들인 것이다. 
 단지 기생들이 웃음을 팔고 몸을 팔아 살기 때문에  

조금 더 도드라져 보일 뿐이고, 그들의 화사하고 떠들썩한 겉모습 때문에  

그 너머의 쓸쓸함이 남보다 더 깊을 뿐이다. 
이런 작품들을 보니 일본 문학에 대해 그닥 주눅들 필요 없겠다.     

충분히 경쟁력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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