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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운
주노 디아스 지음, 권상미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5월
평점 :
절판
똑같은 세계를 살고 있지만 결코 똑같은 세상이 아니다.
작가의 자서전과도 같은 이 단편들을 보면 나와 다른 세상에 대해 놀라게 된다.
정말 놀라운 것은 그런 세상을 그려내는 언어의 힘이다.
제임스 설터를 번역한 박상미도 그렇지만 이 작품의 번역자 권상미(어, 이름이 똑같네)도
번역을 참 잘한다. 그렇지만서도 이 작품을 보면서 아, 내가 직접 읽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이 들었다. 그 꼴통 같은 언어의 힘을 직접 느껴보고 싶다.
우리나라에서라면 70년대에 나온 <어둠의 자식들> 이나 <꼬방동네 사람들> 같은
완전 밑바닥 세계가 여기 펼쳐지는데 물론 언어적 형상화의 힘은 전혀 다르다.
이런 소설은 그냥 읽는 재미가 있다.
뭐 이런 거 저런 거 의미를 따질 필요도 없이 쭉 읽어나가면
눈 앞에 서걱한 바람이 부는 것 같은 그 세계가 펼쳐진다.
편파적이고, 가부장적이며, 정의롭지 못하고, 구역질나고,
폭력적이고, 약탈적이며, 비도덕적인 그 모든 악덕이 이 책 속에서는
밥 먹듯이 나오는데 진짜 신기한 건 읽다보면 무척 친숙하다는 거...
나를 포함하여 내 이웃 중에 정말 이렇게 사는 사람은 거의 없겠지만
겉으로만 다를 뿐, 사실은 동일한 범주 속에 우리는 살고 있다.
왜 아니겠는가.
그런 면에서 나보다 한 살 어린 이 아저씨가 이 걸작 단편들을
20대 중반 전후로 썼다는 건 정말 할 말을 잃게 만든다.
문학 쪽에는 분명 천재로 분류되는 녀석들이 존재한다.
아 씨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