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버스를 타지 마시오 보름달문고 28
고재은 지음, 나오미양 그림 / 문학동네 / 2008년 8월
품절


그렇다고 학교를 빠질 수는 없다. 그건 상상도 해 보지 못한 '하면 안 되는 일'이니까. 언제부터인지 난 '하면 안 되는 일'과 '하지 말라는 일'을 저절로 알게 되었다. 그리고 자연스레 그 일은 안 하게 되었다, 그냥 그렇게 되었다, 그래서 선생님한테 칭찬도 많이 받았다. 아빠는 늘 "하지 말라는 일은 하지 마라, 그래야 훌륭한 사람이 될 수 있어."하고 말했으니까.-32쪽

나는 풍선을 안아 들었다. 준기 체온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갑자기 눈물이 속구쳤다. 나는 이게 문제다. 눈물은 언제나 울면 안 된다는 생각을 앞서곤 한다.-41쪽

마치 내가 거대한 병 속에 갇혀 있는 것만 같았다. 언젠가 방아깨비를 잡아 병에 넣고 관찰하던 나처럼 아빠가 병 주둥이를 손에 쥐고 그 안에 갇힌 날 보고 있는 것 같았다. 생각해 보니 이런 느낌, 누군가 날 지켜보고 있다는 느낌이 낯설지 않았다. 아빠는 늘 날 지켜보았고, 내 잘못을 꼬집어 주었고, 난 훌륭한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해야 했다.-86쪽

처음 느끼는 기분이었다. 내 속에 이렇게 화가 차오를 수 있다는 걸 몰랐다. 마구 화풀이를 할 수 있다는 것도 몰랐다. 아무것에나 화를 터뜨려 버리면 이렇게 시원해진다는 것도 몰랐다.-156쪽

'형은 갖고 싶은 것 없어? 하고 싶은 것도 없어?'

그때 나는 준기에게 뭐라고 대답했지?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이제 대답할 수 있었다. 그 대답이 가슴까지 차오른 차가운 기운을 조금씩 몰아내고 있었다. 나는 소리를 질렀다.

"그래, 정말이야, 난 잘못 없어, 난 하고 싶은 게 많아. 그걸 할 거야. 난 갖고 싶은 것도 많아. 준기야, 이제 알았어. 형은 그걸 꼭 할 거야."-190-19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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