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구스티누스의 《告白錄》은 自身의 罪에 대한 告白이면서 同時에 神의 사랑에 대한 讚美다. 告白과 讚美가 同時에 이루어질 수 있었던 까닭은 아우구스티누스가 自身의 삶에서 經驗한 事件들을 總體的이고 回顧的인 觀點에서 ‘否定的 必然的 契機’로 認識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認識을 통해 아우구스티누스는 卽自的 狀態에서 自覺的 狀態로의 移行을 보여주는 ‘意識의 經驗의 敍述’을 完成하였다.
《告白錄》은 아우구스티누스가 人生의 絶頂期에 卓越한 라틴語로 쓴 텍스트다. 《告白錄》에서는 告白과 讚美가 同時에 이루어지는데, 神의 偉大한 사랑을 느끼고 讚美하는 瞬間 罪의 告白이 일어나고, 罪를 告白하는 瞬間 偉大한 神의 사랑을 讚美하지 않을 수 없다. 이는 自己愛에 빠져 罪의 狀態에 놓인 人間이 神의 恩寵으로 神的인 사랑을 自覺하고 神에게로 돌아오는 過程이다. 이 過程을 歷史的 局面으로 가져와 客觀世界에 代入하면 地上의 나라에서 神의 나라로 轉換이 일어나는 《神國論》의 構造와 一致한다. 同一한 構造가 《告白錄》은 個人의 局面에서, 《神國論》은 歷史의 局面에서 펼쳐지고 있다. 믿음으로 神을 向해 올라가고 神의 恩寵이 위로부터 내려오는 이러한 構造가 《告白錄》안에서는 어떻게 나타나는가? 《告白錄》 1~9卷은 아우구스티누스 自身의 人生에 대한 歷史的 敍述이고, 10卷은 그 過程과 現在의 狀態에 대한 觀照的 解說이다. 그리고 11~13卷은 神이 만든 世界와 神의 本質에 대한 說明이다. 1~10卷이 내가 누구인지 確認하는 過程이라면, 11~13卷은 神이 어떤 存在인지를 理解하는 過程이다. 바꿔 말하면 神과 神이 만든 世界를 理解하기 위해서는 내가 누구인지 確認하는 過程이 반드시 必要한 것이다.
自身의 存在를 確認하는 過程인 1~9卷을 자세히 살펴보면, 1卷은 하나님의 사랑 안에 있으나 사랑을 自覺하지 못한 卽自的 狀態, 2~4卷은 罪惡에 빠져 하나님으로부터 멀어진 疏外의 狀態, 5~8卷은 하나님께로 돌아오는 歸還의 過程, 그리고 9卷은 하나님의 사랑을 確認하고 깨달아 다시 하나님의 사랑 안으로 돌아온 狀態다. 2~4卷에는 하나님으로부터 멀어지는 契機들이 羅列되는데, 그 契機들은 情欲, 修辭學, 마니敎다. 또한 5卷에서는 파우스트를 만나고, 암브로시우스를 만나고, 新플라톤主義 哲學을 接한다. 아우구스티누스는 自身이 하나님으로부터 멀어지고 다시 돌아오는 過程에서 登場하는 契機들 全體를 精神과 肉體의 總體的 側面에서 理解하고 把握하여 再構成했다. 이 契機들은 모두 하나님의 사랑을 깨닫게 하는 必然的 契機들이다. 否定的이지만 必然的인 契機인 것이다. 情欲, 修辭學, 마니敎에 빠져 있을 때 아우구스티누스는 하나님을 낯설게 여긴다. 靈魂이 하나님으로부터 떨어져 나간, 靈魂의 疏外 狀態에 빠진 것인데, 이 狀態를 깨닫는 것 또한 重要하다. 이러한 깨달음을 통해 疏外 狀態에 그대로 머무르지 않고, 그것을 거쳐서 더 나은 狀態로 올라서게 되기 때문이다. 2卷의 배나무 밑에 있던 아우구스티누스가 8卷의 무화과나무 밑에 있는 아우구스티누스로 올라선 것이다.
“이처럼 永遠히 當身을 떠나 돌아서서(abs te) 當身 밖에서(extra te) 純粹하고 깨끗한 것을 찾으려고 할 때 곧 外道를 하는 것이 됩니다. 그러나 靈魂이 當身께로 다시 돌아가기까지는(ad te) 그것을 찾을 수가 없습니다.”(2, 6, 14) 이 文章은 《告白錄》 全體의 構造를 보여준다. 出發點인 1卷은 神의 사랑 안에(in te) 있는 狀態다. 2~4卷은 神의 사랑에서 떠나 멀어지는(abs te) 狀態, 神 밖에(extra te) 있는 狀態다. 5~8卷은 神을 向하여 가는(ad te) 狀態다. 그리고 마지막 9卷은 다시 神의 사랑 안에(in te) 있는 狀態다. in te에서 始作하여 in te로 돌아온 것이다. 하지만 이 두 in te 사이에는 差異가 있다. 처음의 in te는 自覺하지 못한 in te였지만 마지막 in te는 自覺한 in te가 되었다. 깨닫지 못한 狀態에서 깨달은 狀態로 올라선 것이다. 아우구스티누스는 이렇게 깨달음의 狀態로 올라선 자리, 1卷부터 9卷까지를 모두 내려다보는 자리에서 《告白錄》을 쓰고 있다. 自身의 삶 全體를 自身의 精神에서 觀念化된 知의 形態로 떠올리고 있다. 이는 意識이 經驗한 바를 敍述하는, ‘意識의 經驗의 敍述’이다. 이렇게 아우구스티누스는 經驗을 精神化하였다. 自身이 겪은 것들이 어떤 意味가 있는 것인지 思惟한 것이다. 겪음을 통해서 精神을 陶冶하고, 精神을 陶冶해서 靈魂을 高揚하였다.
아우구스티누스의 《告白錄》은 ‘하나님의 참다운 사랑 속에서 살아가는 人間’이라는 目的을 前提하고 自身의 삶의 局面에서 일어나는 모든 事件들이 그 目的을 成就하기 위한 必然的 契機였음을 回顧的 觀點에서 再構成하여 敍述한 책이다. 이로써 아우구스티누스는 中世 神學과 哲學의 定礎를 놓았을 뿐만 아니라, 한 個人으로서 人間이 精神을 陶冶함으로 高揚된 靈魂을 지닌 高貴한 存在로 올라설 수 있음을 보여주는 本이 되었다.